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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세계기행] 슬로베니아 줄리안 알프스

월간산
  • 입력 2006.04.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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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스위스를 꿈꾸는 '미니 알프스'
트리글라브 국립공원의 블레드 호수와 보히니 호수 주변

잘가꾸어진 산과 들로 무성한 줄리안 알프스(Julian Alps)의 초록 색감은 언제 보아도 화사할 정도로 창조주가 만든 걸작이다. 슬로베니아의 줄리안 알프스는 스위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때 묻지 않은 매력들을 가득 담은 곳이기에 방문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낯선 자연과 조우하며 가공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풍광을 벗 삼아 작은 기쁨을 누린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인 슬로베니아는 진가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숨은 여행지다. 하지만 제2의 스위스를 꿈꾸는 슬로베니아는 요즘 유럽에서 확실히 뜨고 있다. 최근에 소문을 듣고 이 나라의 다양한 매력을 감상하기 위해 여행자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이 작은 나라는 동유럽에서 가장 서구화된 나라다. 인구는 2백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이 약 2만 달러로, 동구권에서 제일 높다. 이 나라의 문화적, 역사적 특성은 동유럽의 발칸국가들보다는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 중부 유럽 국가들과 많은 면에서 더 밀접하다. 많은 도시들이 역사적으로 합스부르크 제국이나 베네치아 공국의 영향을 받아왔고, 그 흔적들이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 최고의 관광지이자 휴양지인 줄리안 알프스는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비경이 숨어있다. 각종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메카이기도 한 줄리안 알프스는 스위스 알프스를 닮아 ‘미니 알프스’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줄리안 알프스는 슬로베니아 북서부와 이탈리아 북동부 지대로 나뉜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은 이탈리아 지역이 아니라 더 멋지게 그림이 펼쳐지는 슬로베니아 지역이다.

줄리안 알프스 일대는 1924년 설립된 트리글라브 국립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다. 트리글라브(Mt. Triglav·2,864m)는 이 산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주말마다 수천 명이 오르내리는 인기 있는 명산이다. 트리글라브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하이킹 코스가 개발되어 있어 산악인이나 하이커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블레드 호수와 보히니 호수는 산행 출발점으로 인기 높다.

아름다운 호숫가로의 초대, 블레드 호수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렌터카를 몰고 1시간쯤 국도를 따라 북서 방면으로 달려 블레드 호수와 처음으로 대면했다. 정겨운 시골길을 따라 이어진 호수로 들어가는 길은 그야말로 낙원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푸르렀다. 길이가 무려 2km나 되는 블레드 호수에 들어서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뒤섞여 저마다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며 대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에메랄드 빛 맑은 물을 자랑하는 호수 한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섬 한가운데에는 작은 교회가 서 있었다. 그 작은 섬 위에는 드라마틱한 절벽 위로 블레드 성이 서있어 기막힌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블레드 성은 마치 요정들이 사는 마법의 성처럼 보였다.

맑고 투명한 호수의 속살을 들여다보니 수온이 따뜻해 잉어와 송어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낚시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호수와 이어진 얕은 강가에서 플라잉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보였다. 보트를 타고 아이와 함께 낚싯대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모습도 눈에 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들과 젊은 연인들이 수영과 보트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러한 평온한 장면 뒤편으로는 그림같이 이어진 크고 작은 줄리안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오스트리아와 자연적인 경계선을 이루고 있었다.

블레드 호수 주변은 하이킹으로 유명하다. 가장 인기 있는 반나절짜리 하이킹 코스는 빈트가르(Vintgar) 협곡까지 다녀오는 것이다. 협곡까지 가는 길에 폭포와 급류도 만나고, 고풍스런 성 카테린 교회도 볼 수 있다. 블레드에서 북서쪽으로 4.5km에 달하는 코스로, 초보자들도 쉽게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6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는 알프버스(Alpebus)가 블레드와 빈트가르 협곡 입구 사이를 운행한다.

순수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대자연, 보히니 호수
블레드 호수를 떠나 다시 차를 몰고 남서쪽으로 26km, 약 30분 정도 달리니 아름다운 보히니(Bohinj) 호수가 나타났다. 블레드 호수와 함께 줄리안 알프스의 대표적인 명소인 이 호수는 블레드 호수와는 달리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호수다. 블레드 호수보다 면적이 더 크지만 관광리조트로는 덜 개발되어 오히려 한가롭고 원시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다. 보히니 호수가 블레드 호수와 다른 점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듯 더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었다.

북쪽 호숫가는 세속으로부터 초연한 은둔자적인 공간을 지녔기에 홀로 유유자적하며 수영과 휴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트리글라브 정상까지 올라가는 하이킹 코스를 비롯해 주변에는 짧고 긴 코스가 즐비하다. 이를 즐기는 등산객들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또 다른 하이킹 코스로는 사비카 폭포까지 가는 코스가 있다. 호수 서쪽 마을인 우카니치(Ukanc)의 즐라토로그 호텔에서 서쪽 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걸으면 사비카(Savica) 폭포가 나온다. 사바 보히니카 강의 원류가 되는 곳으로, 6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블레드와 보히니뿐 아니라 진정한 줄리안 알프스의 미관을 맛보려면 천천히 산길과 시골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빌려 국도를 따라 달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인근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을 하나하나 음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히니 호수를 언급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 하나는 보겔 케이블카(왕복 요금 1000SIT)다. 세계에서 가장 아찔한 수직 상승을 경험하게 되는 이 케이블카는 1,000m의 보겔(Mt. Vogel) 중턱까지 단번에 올라간다. 주변 조망이 좋고, 하이킹을 즐기거나 인근의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시며 알파인 지대의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다.
보겔 정상은 1,922m로, 산중턱은 겨울철에 스키 코스로 각광을 받는다. 케이블카 타는 곳은 리브체프 라즈 마을에서 5km 북쪽에 있다. 중턱은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허공을 날며 산과 호수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줄리안 알프스를 감상하기에 가장 이상적이다.

글= 김후영 포토저널리스트


가는 길
슬로베니아로 바로 가는 직항노선은 없다. 대한항공이나 유럽의 국적기를 이용하면 유럽 주요도시를 경유해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로 들어갈 수 있다. 류블랴나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차로 약 4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차로 약 6시간 걸린다.

류블랴나에서 블레드까지는 열차보다 버스가 편리하다. 블레드 역이 마을에서 4km 벗어난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류블랴나에서 블레드와 보히니행 버스는 아침부터 매시간 있다(약 1시간 소요). 블레드와 보히니를 연결하는 버스도 매시간 운행된다(약 20분 소요).

구역 내 교통
줄리안 알프스의 블레드와 보히니 호수 일대를 둘러보기 가장 좋은 방법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류블랴나의 렌터카 영업소에서 빌리는 게 가장 좋다. 류블랴나에는 에이비스, 허츠, 버짓, 유럽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렌터카회사들의 영업소가 역과 시내 중심가에 몰려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를 빌려 블레드 호수나 보히니 호수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블레드에 위치한 콤파스(Kompas. Ljubljanska cesta, 04-574-1515)에서는 일반 자전거와 산악자전거를 대여해준다. 대여료 1시간/반나절/하루에 각각 470/1,500/2,200SIT.

아웃도어 액티비티
이곳에서 즐길 만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는 실로 다양하다. 먼저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열기구 등이 있다. 다른 아웃도어 액티비티들에 비해 비용이 든다는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줄리안 알프스의 휘황찬란한 비경을 감상하는 데 있어 이만한 것이 없다.

수상스포츠로는  가장 저렴하고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래프팅과 비장한 협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카약타기, 잔잔한 호수 위에서 즐기는 카누타기 등이 있다. 그밖에 번지점프, 암벽타기 등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관광객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지식과 경험 없이도 당일 즉석에서 바로 배우고 즐길 수 있다. 대부분 안전하며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으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현지 전문 여행사
알핀스포츠(Alpinsport·Ribcev Laz 53, 04-572-3486)는 카누와 카약 장비를 대여해준다. 1시간당 800SIT, 하루 대여에는 3100SIT. 가이드 동반 산악트레킹(4,600SIT)도 마련하고 있다. 사바 강 카누 트립은 3,600SIT. 모스트니카 계곡 캐녀닝 등의 프로그램도 있다. 보히니의 리브체프 라즈의 석교 앞에 있다. 

DJP보히니(DJP Bohinj·Stara Fuzina 56b, 041-811-083)는 패러글라이딩 전문 여행사로, 보겔 중턱에서 실시하는 패러 요금은 1인당 80유로 정도.

편의시설 & 관광명소
블레드 호수의 중심마을은 호수에 인접한 블레드(Bled) 타운이다. 해발 500m에 위치한 이 마을은 블레드 성 아래 호수 북동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 등 여행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고, 블레드 성은 800년 넘게 브릭센(티롤 남부지방) 지방의 가톨릭 주교가 머물던 곳이다. 성 절벽은 호수면 위로 100m 솟아 있어 성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눈부실 정도로 시원하다. 

보히니 호수 동쪽 6km 지점에 있는 보히니스카 비스트리카(Bohinjska Bistrica)는 보히니 계곡의 중심마을로 인구는 약 3,000명이다. 하지만 보히니 호수의 실제적인 관광 중심지는 호수 남동부에 위치한 리브체프 라즈(Ribcev Laz)라는 곳이다. 호수와 인접한 이곳은 호텔, 레스토랑, 수퍼마켓, 우체국, ATM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보히니 호수 주변 관광명소로는 리브체프 라즈의 석교와 사바 보히니카(Sava Bohinjka) 강 북쪽에 위치한 성 요한 침례교회가 있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로 유명한 이 교회 내부에는 정교하게 그려진 15세기의 천장화가 유명하다. 

리브체프 라즈에서 북쪽 1.5km 지점의 스타라 푸치나 마을에 위치한 알파인 다이어리 뮤지엄(Alpine Diary Museum)에는 이 지방 전통과 풍습이 담겨있는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여기서 좁은 길을 따라 1~2km 정도 올라가보자. 스투도르(Studor)라는 작은 마을에 다다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 들 정도로 옛날 방식으로 시골생활을 영위하는 농부들의 소박한 삶을 볼 수 있으며, 오래된 짐수레가 오가는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추천 숙소
크림호텔(Hotel Krim·Ljubljanska cesta 7, 04-579-7000)은 비싼 블레드의 호텔 중 저렴하고 깨끗한 곳이다. 타운 중심부에 위치하며, 212개의 객실을 가지고 있다. 객실료는 성수기 기준으로 싱글룸/더블룸 각각 48/68유로.

리브체프 라즈에 위치한 관광안내소에서 보히니 호수 주변의 민박집을 알선해준다. 성수기인 7~8월의 싱글룸/더블룸 요금은 각각 2,400/4,000SIT 정도.

비자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의 경우 90일 동안 관광 목적으로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환율
슬로베니아의 화폐단위는 토라르(Tolar, SIT)이며 1토라르(SIT)는 약 5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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