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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기쁠 때는 26잔, 슬플 때는 18잔

정갑수
  • 입력 2022.11.16 09:35
  • 수정 2022.11.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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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차박 세계일주] 여덟 번째 이야기
와인 고향 조지아인은 ‘원샷’ 전문가

츠민다 사메바 교회에서 보이는 스테판 츠민다 마을.
츠민다 사메바 교회에서 보이는 스테판 츠민다 마을.

오늘 국경을 넘을 생각으로 블라디카프카스에서 일찍 떠난다. 블라디카프카스는 ‘카프카스를 점령하라’는 뜻이다. 극동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와 같은 맥락이다. 이곳에서 국경까지는 고작 30분 거리지만 카프카스 산맥이 시작되어 길이 꼬불꼬불하다.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젊은이들이 징집을 피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조지아, 라트비아 국경을 넘는데 3~4일 정도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볼고그라드(레닌그라드)를 출발해 오는 길에 지난 작은 여러 도시 중 유독 한 도시에서 군복을 입은 러시아 청년들과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 우크라이나가 가까워서 그런지 신병들을 훈련시키는 장소 같다. 어딜 가나 군대 가는 젊은이들을 환송하기 위해 가족들이 부대까지 오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보다.

볼가 강 하류에 위치한 볼고그라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한 곳이다. 당시 도시의 90%가 파괴되었는데, 도시 전체가 불발된 포탄과 지뢰로 덮여있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소련 정부는 전력을 다해 도시를 복구했으며, 현재는 공업도시로 번성하게 되었다. 당시 독일은 모스크바를 놔두고 볼고그라드를 점령하려고 했다. 그 이유는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때문이었다.

볼고그라드에서 조지아 국경까지는 차로 13시간 걸린다. 어제 저녁부터 식사도 거른 채 계속 운전 중이다. 밤중에 운전하다보니 피곤하기도 하지만, 불빛이 없어 불안하기 그지없다. 

국경 부근의 화물차들이 수십킬로미터씩 줄지어 있다.
국경 부근의 화물차들이 수십킬로미터씩 줄지어 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경찰에 대한 감정이 국경 부근에서 무참하게 깨져버렸다. 그것도 하루에 두 번이나 돈을 강탈당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구글 맵에서 알려준 대로 도로를 따라가다 무장한 경찰들에게 검문을 당했다. 아마 체첸 지역이라 경계가 삼엄한 모양이다.

“이 길은 일반인들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 당신은 허용이 금지된 길을 가고 있어서 벌금을 내야 한다.”

“나는 구글 맵이 알려준 대로 길을 따라왔을 뿐이다. 오는 도중 어느 곳에도 바리케이드나 접근 금지 표지판이 없었다.”

인터넷이 불안해 구글 번역기마저 잘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어려운데 젊은 경찰들은 계속 벌금을 내라고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5,000루블이라고 선언했던 벌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내려간다. 그래서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꺼내 주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주머니에는 1,500루블밖에 없었다.

다른 길로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무리의 경찰들을 만났다. 그들은 반대편 쪽의 스톱 표지판을 보여 주며 벌금을 내라고 했다. 이쪽 도로에는 표지판도 없는데, 내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반대쪽의 표지판을 볼 수 있겠는가? 적은 돈도 아니고 500루블도 아니고 500달러를 종이에 쓰면서 돈을 요구한다.

말도 섞기 귀찮아서 돈이 없다고 바디 랭귀지로 응수한다. 그러면 카드도 가능하다면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밤중에 러시아 변방의 도로에서 카드깡이 가능한 곳은 여기 밖에 없을 것이다. 인터넷도 안 되는데다 러시아에서는 카드도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를 무한 반복해야만 했다. 결국 블라디카프카스에서 국경을 넘어가기 위해 사용할 마지막 돈 5,000루블까지 모두 빼앗겼다. 한 달 넘게 러시아 도로를 달리면서 아무 일 없었는데, 그것도 하루 만에 두 번씩이나 삥을 뜯긴 것이다. 그러면서 미안했는지 나에게 사과와 플럼이 든 과일 봉지를 안긴다.

“이것도 어느 누군가에게 뜯어 먹은 거겠지. 잘 먹고 잘 살아라!” 

웃는 낯을 띤 채 한국말로 말한다. 작은 복수다. 그러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과일 봉지를 받아들었지만, 그걸 보면 울화가 터져서 먹지도 못할 것 같았다. 물론 다음날 아침, 국경을 넘기 전에 돈 한 푼 없고, 카드도 안 되는 상황에서 먹은 사과는 세상 꿀맛이었다!

주타 밸리 트레킹 도중에 만난 피프스 호텔. 

차량 수출 강국 조지아

블라디카프카스에서 아침이라도 먹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곳이 없다. 배는 고팠지만 카프카스 산맥의 풍경에 취해 힘든 줄도 모르고 국경 검문소까지 도달했다. 화물차들은 엄청 많았지만 승용차는 별로 없어서 1시간 만에 국경을 통과했다. 한국인의 조지아 입국은 무비자로 360일 체류가 가능하다. 40일 만에 러시아 땅을 벗어난다는 해방감과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한다는 기쁨에 공기마저 상쾌하다. 아마 코카서스 산맥이 높은 지대라 그런 것 같다.

러시아에서는 캅카스라고 부르는 코카서스 산맥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를 동서로 가르는 산맥이다. 이 지역은 우랄 산맥과 더불어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유럽이나 서아시아로 분류되기도 한다. 코카서스의 최고봉은 엘부르스(5,642m)로서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몽블랑(4,807m)보다 높기 때문에 흔히 유럽의 최고봉이라 부른다. 엘부르스를 오르기 위해서는 조지아 쪽이 험해서 길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 쪽에서만 등반이 가능하다. 

피프스 호텔 뒤쪽으로 펼쳐진 험봉이 인상적이다.
피프스 호텔 뒤쪽으로 펼쳐진 험봉이 인상적이다.

코카서스 3국은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을 말한다. 코카소이드 또는 코카서스 인종이라고 부르는 백인종은 이 지역 이름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인종분포가 복잡하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접경 지역이라 다양한 민족들이 수 천 년 동안 로마-페르시아, 비잔틴-이슬람 제국, 러시아-오스만 제국 등 열강들의 전쟁으로 얼룩져 있다. 체첸, 조지아, 오세티, 아르메니아 인들이 서로 인종 청소를 한 지역이기도 하다. 종교적으로도 복잡해서 조지아는 동방 정교, 아르메니아는 아르메니아 정교(사도 교회)로 기독교를 믿는 국가이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이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는 로마보다 기독교를 먼저 공인한 국가로서 종교적인 자부심이 대단하다.

조지아 국경의 매점에서 운전자 보험과 유심을 구입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제재 때문에 러시아에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조지아에 들어서자마자 카드를 쓸 수 있어 새삼 딴 세상같이 느껴진다. 조지아 국경에는 러시아보다 훨씬 더 많은 화물차 대기 행렬이 줄지어 있는데, 수십km는 될 것 같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터키, 아르메니아, 러시아의 교역로 상에 조지아가 있기 때문이란다. 즉 인접한 국가의 모든 화물차들이 러시아로 들어가기 위해 조지아 국경에 대기 중인 것이다.

실제로 조지아의 주요 수입원은 운송, 관광, 자동차, 와인 순서라 한다. 그중 운송이 차지하는 부분이 엄청 크다. 그런데 카프카스 산맥의 경치가 수려해서 관광은 그렇다 치고, 마땅한 자동차 브랜드도 없는 나라에서 왜 자동차가 수입원일까? 알아보니 유럽과 일본의 중고차를 수입해서 새 차처럼 정비해서 주변 국가에 수출하기 때문이란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돌아다니는 차들을 보면 중고차라기에는 너무 새 차 같다. 하지만 언덕길을 오를 때 소음이나 매연을 보면 중고차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앞뒤 범퍼가 없는 차들도 많이 돌아다닌다. 오래된 차량이라 범퍼를 쉽게 구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일주 중 태어난 아이의 국적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로 가기 전에 카프카스 산맥의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걷기로 한다. 먼저 주타Juta 밸리, 트루소Truso 밸리, 그리고 카즈베기Kazbegi(5,047m) 산이 보이는 스테판츠민다 위의 언덕에 있는 교회(해발 2,200m)를 걸어 올라간다. 

카즈베기 산은 프로메테우스 신화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예외적으로 인간에게 우호적인 신이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티탄 신족의 일원으로 올림포스 신족과의 전쟁에서 티탄 족의 패배를 예지하고 동생과 함께 투항한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인간과 동물들에게 자신들을 지키는데 필요한 능력을 제공하고 프로메테우스는 그 작업이 끝났을 때 확인할 예정이었다. 에피메테우스는 여러 동물들에게 용기, 힘, 재빠름 등 다양한 능력을 제공했다. 하지만 모든 선물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인간에게 줄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츠민다 사메바 교회.
츠민다 사메바 교회.

그리하여 프로메테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 태양의 마차에서 자신의 횃불에 불을 붙여 인간에게 불을 전해 주었다. 인간들에게 신으로 숭배 받았지만, 불을 훔친 죄로 제우스로부터 벌을 받게 된다. 코카서스의 바위산에 묶여서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이 다시 회복되어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다 헤라클라스에 의해 독수리가 죽으므로 고통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카즈베기 산은 만년설로 덮여있다. 등반 장비가 없어서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담긴 산을 오를 수는 없지만 가까이서 그 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츠민다 사메바 교회(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는 높은 산을 배경으로 아스라이 절벽 위에 걸린 작고 소박한 예배당이다.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콘들 앞에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촛불이 환하게 빛을 밝히다가 스르륵 꺼져버린다. 그러면 또 다른 사람이 성화 앞에서 십자성호를 긋고 촛불을 밝힌다. 그렇게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이 교체하고, 교회 밖에는 무심한 구름이 흘러가고 낙엽이 떨어진다. 마을에서 교회를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이용하거나(70라리), 한 시간 반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주타 밸리 트레킹을 한다. 벨기에 부부가 예쁘게 생긴 여자 아이를 데리고 산길을 오른다. 그런데 여자가 한국 사람이다. 반가워서 그녀와 얘기를 나누는데 딸의 방학을 맞아 조지아로 여행 왔단다. 그녀는 결혼하기 전 세계 55개국을 다닌 베테랑 여행자였다. 아마도 그녀의 피 속에는 자유로운 노마드의 정신이 흐르나 보다. 

트레킹 도중 언덕 위에 덩그러니 호텔 하나가 설산을 배경으로 노을을 받아 빛나고 있다. 이름도 ‘Fifth Season’이라고 다섯 번째 계절이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머무른다. 숙박비는 조금 비싸지만 방은 절벽 위에 지어져 한쪽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다. 한밤중에도 별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호텔에서 설산이 시작되는 곳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가파르지 않아서 산보 삼아 걷기엔 최적의 코스다.

트루소 밸리 트레킹은 산길을 오른다기보다 길을 따라 걷는 곳이다. 하지만 코스가 길어서 왕복 6시간 걸린다. 물론 가다 힘들면 언제든지 되돌아오면 된다. 트레킹 도중 아들과 함께 걷는 사람을 마주친다. 그는 룩셈부르크에서 온 캠핑카 여행자로 세계 일주를 시작한 지 벌써 1년 6개월 되었단다. 큰 아들은 5살이며, 작은 애는 캠핑카 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캠핑카 안에서 태어나면 국적은 어떻게 되나요?”

“유럽을 여행하는 도중에 태어났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국가에 가서 신고하면 그 나라 국민이 돼. 그래서 작은 애는 세계 시민이라고 할 수 있지!”

조지아의 대표적인 와인, 사페라비와 무크자니
조지아의 대표적인 와인, 사페라비와 무크자니

포도 종류만 565종 조지아 와인

조지아는 와인의 본 고장으로 유명한데, 기원전 6000년부터 만들었다고 한다. 조지아 사람들의 술 문화는 ‘타마다’로 대변된다. 세 사람 이상이 모이면 술자리를 이끄는 사람인 타마다가 건배를 제의한다. 조지아인들은 기쁜 날은 일인당 26잔, 슬픈 날은 18잔의 와인을 마신다. 그리고 식사하기 전에만 기본으로 5번을 마신다. 그리고 또 계속 마신다. 심지어 잔도 유리잔이 아니라 뿔잔으로 끝이 뾰족해서 원샷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와인과 포도나무는 조지아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조지아 가정에서는 자신들만의 와인 제조 비법이 있을 정도다. 또 원료인 포도의 종류가 565종이나 된다. 그래서 와인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사페라비 종으로 만든 와인이 유명하다. 와인의 제조 방법은 오크통이 아닌 크베브리qvevri, 즉 점토 항아리를 이용해서 숙성시킨다. 이는 유네스코 무형 문화재이기도 하다. 크베브리는 크기가 커서 가마에서 일주일을 굽는데, 그들은 이를 “신이 세계를 창조한 시간만큼 걸린다”라고 표현한다. 

카헤티 지방에 있는 슈미Shumi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독수리 모양의 머리에다 사자의 몸을 가문의 표장으로 하는 슈미 와이너리에는 수명이 300년 이상 된 포도나무가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진짜 포도나무는 언덕 너머 800미터 위쪽에 있다고 한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는 원래 ‘따뜻한 곳’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트빌리시에서 북서쪽으로 20km 떨어진 므츠헤타Mtskheta가 5세기까지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므츠헤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산 위에서 마을을 굽어보는 즈바리 수도원과 스베티츠코벨리 교회가 유명하다. 즈바리 성당에서 바라보는 므츠헤타 마을 앞에는 두 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진다. 한쪽은 튀르크예부터 돌고 돌아서 강물이 혼탁한데 비해, 다른 쪽은 코카서스 산맥에서 비롯되어 물이 깨끗하다.

스베티츠코벨리 성당은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교회이자 요새인 셈이다. 예수가 처형당하자 12명의 사도들은 선교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조지아의 므츠헤타 출신으로 예수를 가까이 모셨던 엘리아라는 제자가 예수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자 로마군 병정으로부터 예수의 속옷을 샀다. 그는 그것을 가지고 므츠헤타로 돌아왔다. 

한편 엘리아의 여동생인 시도니아는 신심이 깊은 처녀였다. 그녀가 예수의 속옷을 받아드는 순간 감격해서 가슴에 품은 채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시도니아는 예수의 속옷을 안은 그대로 땅에 묻혔고, 그곳에선 한 그루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 나무를 잘라내고 세운 건물이 스베티츠코벨리 교회라고 한다.

300년 이상된 포도나무
300년 이상된 포도나무

니코 피로스마니라는 아주 가난한 조지아 화가가 살았다. 원시주의 풍의 그림을 주로 그렸는데 살아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한 작가다. 하지만 현재 조지아 최고의 화가이며, 조지아 화폐 1라리에 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상점의 간판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화가는 평소 짝사랑하던 프랑스 출신의 아름다운 여배우 마르가리타가 자신의 마을에 공연을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전 재산과 그림을 팔아 백만 송이 장미를 사고, 그녀가 묵는 호텔 앞 광장을 온통 꽃밭으로 만들어 흠모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의 사랑 표현에 감동한 마르가리타는 잠시 그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은 떠나가 버린다. 우리나라의 심수봉 가수가 번안해 부른 <백만송이 장미>가 바로 이 일화를 담은 노래다.

니코가 틀에 박히지 않은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은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열 살이 되기 전에 부모를 잃었다. 너무 가난해 그림 배울 엄두도 내지 못해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 50살이 돼서야 그의 미술을 인정한 유명 화가의 추천으로 화단에 정식 데뷔했다. 하지만 그의 화풍을 조롱하는 사람들한테 상처를 받고 5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지아 사우나.
조지아 사우나.

러시아와 격이 다른 조지아 사우나

1829년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은 붉은 벽돌로 지은 돔형 유황온천 아바노투바니를  방문하여 “트빌리시의 사우나보다 더 멋진 곳을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하였다. 조지아의 사우나는 러시아 사우나와는 격이 다르다. 온도는 39도 정도로 따뜻한 유황 온천물을 덥히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내부 장식도 이슬람식 궁전처럼 모자이크로 처리해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약 100라리(5만원 정도)면 두 명 이상이 들어가 사우나와 풀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대중목욕탕은 15라리로 훨씬 저렴하다. 내부 시설은 바퀴벌레가 나올 정도로 누추하지만, 유황 온천물은 똑같다. 20라리를 주면 때도 밀고 거품 목욕까지 황제 사우나를 경험할 수 있다. 

조지아의 GDP는 약 5000달러다. 물가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버스를 한 번 탈 때마다 1라리(500원)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돈으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구입해서 버스를 탄 후 단말기에 갖다 대야 한다. 여기도 우리나라처럼 노약자나 임산부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관습이 있다.

조지아의 옛 수도 므츠헤타,두개의 강이 만난다
조지아의 옛 수도 므츠헤타,두개의 강이 만난다

조지아 음식은 러시아에서도 유명해서 조지아 음식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하차푸리khachapuri와 킨깔리khinkali 등이 있다. 하차푸리는 보트 모양의 밀가루 빵 가운데 치즈와 계란 반숙을 넣은 음식이다. 킨깔리는 만두 안에 고기, 버섯, 치즈 등을 넣은 음식으로 뾰족한 끝 부분을 잡고 손으로 먹는다. 국물이 들어 있어 흘리지 않게 잘 먹어야 한다. 모든 음식이 대체로 짠 편이다.

조지아 기름 값은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1리터에 2000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종업원에게 원하는 양을 말하면 채워주고 돈이나 카드를 주면 된다. 그동안 러시아 도로 사정이 안 좋아서 차에 진흙이 묻고 지저분했는데 셀프 세차를 하면서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셀프 세차할 때는 지폐나 카드가 아닌 1라리 동전을 사용해야 한다. 먼저 오른쪽의 투입구에 동전을 넣고 호스의 트리거를 당기면 거품이 나온다. 그리고 왼쪽의 투입구에 동전을 넣으면 물이 나와 필요한 만큼 세차를 하면 된다.

정갑수

연세대산악회 OB. 악우회. 핵물리학 박사. 을지대 방사선과 교수 역임. 저서 <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세상>, <브레인 사이언스>,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 <세상을 움직이는 물리>,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암벽등반의 세계>, <암벽등반과 스포츠클라이밍>, <겨울산행과 빙벽등반>, <스포츠클라이밍의 거의 모든 것> 등. 히말라야 동계 에베레스트, 탈레이사가르, 트랑고타워 등반.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60m),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 등정. 대한민국 체육훈장 대한체육회 연구상 수상.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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