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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지리산 반달곰 안전할까?] 탐방로에서 반달곰 마주칠 확률 0.8%…사람 피해 없었지만 대물피해 514건

서현우
  • 입력 2022.12.08 07:05
  • 수정 2022.12.14 17:10
  • 사진(제공) :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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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달곰 습격 영상 온라인서 화제… 지리산은?

새끼와 같이 있는 어미 반달곰을 자극하는 행동을 할 경우 반달곰이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새끼와 같이 있는 어미 반달곰을 자극하는 행동을 할 경우 반달곰이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한 유튜브 영상이 지리산 반달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해당 영상(Bear attacks climber, youtu.be/fxJ-zAgJzt4)은 지난 10월 일본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후타고산에서 촬영됐다. 영상엔 하산 중인 한 등반가가 자신을 습격한 곰을 맨주먹으로 격퇴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영상 속 곰처럼 지리산 반달곰도 등산객을 습격할 수 있다”며 걱정 어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과연 지리산 반달곰은 안전할까? 또 반달곰의 습격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격해 온 곰에게 발길질을 가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에 따르면 상황 상 적절한 대응이다. 사진 Bear attacks climber 유튜브 갈무리
공격해 온 곰에게 발길질을 가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에 따르면 상황 상 적절한 대응이다. 사진 Bear attacks climber 유튜브 갈무리

일본 영상 속 곰도 ‘반달곰’

먼저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에 해당 영상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일본 등반가를 습격한 곰은 무슨 종이고, 왜 그랬을까? 

남부보전센터 김선두 팀장이 답했다. 그는 “일단 영상 속 곰은 반달곰이 맞다”며 “반달곰은 서너 살부터 교미와 출산이 가능한 것을 고려할 때 새끼 곰을 양육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니 네 살 이상의 성체 곰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영상 속 개체는 분류학상 반달가슴곰이 맞습니다. 다만 반달가슴곰은 서식하고 있는 지역에 따라 7개의 아종으로 분류되는데 일본 반달가슴곰Usus Thibetanus japonicus과 지리산 반달곰Usus Thibetanus Ussuricus은 다른 아종입니다. 전반적인 습성이나 생태에 큰 차이가 있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등반가를 덮친 것일까? 김 팀장은 “영상만으로 판단하자면 등반가가 베어 벨을 사용하지 않은 채 하산하고 있는데 그 방향에 새끼 곰이 있다”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접근하자 새끼 곰을 보호하고자 어미 곰이 위협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반달곰은 대인기피 습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먹이를 먹고 있거나, 새끼와 같이 있는 반달곰에게 접근해 사진을 찍는 등 자극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반달곰, 지리산에 79마리 日엔 수천 마리

현재 지리산 반달곰의 개체 수는 2022년 11월 현재 총 79마리다. 이들이 영상 속 곰처럼 등산객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공단의 입장은 “일본에 비하면 공격당할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확률을 엄밀히 따질 순 없지만 한국의 환경은 일본과 달라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며 “탐방객이 주의를 기울이고 곰과 마주치지 않는 방법, 또 곰과 조우했을 때 자극하지 않는 방법을 잘 숙지하고 있다면 일반적으로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반달곰 개체 수가 수천 마리에 이릅니다. 곰은 개체마다 성격이 상이한 데 아무래도 개체 수가 많다보면 이 중에서 공격성이 높은 개체가 출현할 확률이 높아요. 반면 지리산 반달곰은 일본에 비해 개체 수가 매우 적고,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야생성이 없거나 공격성이 높은 개체는 회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립공원공단은 2021년 한 해에만 두 마리의 곰을 회수했다. KF-63과 RM-68이라는 개체다. KF-63은 지속적인 민가 출현과 대물피해를 유발해 인명사고 발생 우려가 높아 회수됐으며, RM-68은 2020년 소막골야영장과 광양 백운산의 저지대 민가 주변에서 활동하며 사람에 대한 기피반응을 보이지 않고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해 회수됐다.

청학동 민가에 출현한 KF-63. 국립공원공단은 해당 개체가 인명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지난 2021년 회수했다.
청학동 민가에 출현한 KF-63. 국립공원공단은 해당 개체가 인명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지난 2021년 회수했다.

일단 2014년 벽소령대피소에서 비박 중인 탐방객의 침낭을 물어뜯은 이후로 반달곰에 의한 대인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집계된 대물피해는 총 514건에 이른다. 한봉피해가 3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봉피해는 117건, 기물파손이나 차량파손, 장독 파손 등 기타피해가 74건이다. 연평균 30여 건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2006년으로 161건이다. 2008년 60건, 2005년에 43건, 2021년에 41건, 2020년 38건 순이다.

눈여겨 봐야 되는 건 2020년, 2021년에 평균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2021년의 경우 지리산권에서 단 4건의 피해가 발생한 반면 나머지 37건이 지리산 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반달곰의 서식지가 확장되면서 피해 지역 또한 넓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립공원은 김천시를 비롯해 거창군, 무주군, 영동군, 성주군까지 확대해서 전기울타리를 설치해 대응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총 786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329개가 2020~2021년 두 해 동안 설치됐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현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반달곰에게 피해를 입었던 광양 백운산 지산벌꿀농원 농장주 신 모씨는 “당시 자고 일어나니 벌통이 죄다 쓰러져 있고 벌들도 떼죽음 당해 있어 정말 분통이 터졌다”면서도 “이후 공단 직원들이 전기울타리 공사를 해줬고, 지난해에도 반달곰이 관측되자 밤샘 경비를 서줬다. 또 반달곰이 섬진강 건너 백운산으로 오면 미리 알려준다. 지금은 특별한 불안감이 없다. 무엇보다 공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반달곰은 나무타기의 명수이므로 반달곰이 공격해 올 때 대피하려고 나무 위로 올라가는 건 나쁜 대응책이다.
반달곰은 나무타기의 명수이므로 반달곰이 공격해 올 때 대피하려고 나무 위로 올라가는 건 나쁜 대응책이다.

반달곰 마주치면 천천히 뒷걸음 쳐야

이처럼 대물피해만 발생하고 반달곰이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나오지 않는 것은 반달곰의 습성에 기인한다. 반달곰은 잡식성으로 대부분의 먹이활동을 식물성 먹이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먹이활동을 위한 사냥은 하지 않으며, 육식을 하더라도 죽은 사체를 먹는 정도다. 

또한 대인기피 습성도 뚜렷하다. 남부보전센터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반달곰이 정규탐방로에 20m까지 접근해 머문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또한 200m 떨어진 곳에 머문 비율은 9.8%, 500m 이상 떨어져 활동했던 위치 데이터가 89%에 달한다. 대부분 탐방로에서 500m 이상 벗어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1년 반달가슴곰 행동권 모니터링 자료. 반달가슴곰은 인기척이 자주 느껴지는 탐방로에서 멀리 이격된 곳에서 주로 활동한다.
2021년 반달가슴곰 행동권 모니터링 자료. 반달가슴곰은 인기척이 자주 느껴지는 탐방로에서 멀리 이격된 곳에서 주로 활동한다.

 

김선두 팀장은 “이 자료는 지리산 비법정탐방로 산행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정규탐방로에 비해 비법정탐방로는 인기척이 훨씬 적어서 상당수의 반달곰들이 서식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팀장은 “비법정탐방로는 반달곰뿐만 아니라 멧돼지나 벌, 뱀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며 “또 비법정탐방로 산행 동기 상당수가 성취감과 정복감이기 때문에 단독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위험성이 더 크다”고 전했다.

단 그렇다고 해서 탐방로가 절대 안전지대는 아니다. 김 팀장은 “반달곰은 거기가 ‘탐방로’란 걸 인지하고 접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인기척이 있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이라며 “오히려 반달곰 입장에선 우거진 수풀보다 정돈된 탐방로가 이동하기 더 편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선에서 이용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지리산 종주 중 탐방로 한가운데 찍힌 큼지막한 반달곰 발자국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공격 받으면 스틱이나 나무막대로 방어

반달곰과 마주칠 확률 0.8%도 줄일 수 있다. 공단이 안내하는 행동수칙은 다음과 같다.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할 것, 2인 이상 산행할 것, 갓 생긴 곰의 흔적이 보이면 되돌아 갈 것, 잔반이나 과일 등을 버리지 말고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취사 및 야영을 하지 말 것 등이다. 

곰과 마주친다면 ‘천천히 뒷걸음’ 치는 것이 가장 최선의 판단이다. 먼저 곰이 비교적 멀리 있을 경우에는 호루라기나 종, 베어 벨 등을 이용해 인기척을 내거나 손을 크게 흔들고, 곰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신속히 자리를 이탈하면 된다. 곰을 일부러 자극하거나, 공격성이 없어 보인다고 호기심에 접근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행위다.

곰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가 갑자기 마주했을 경우에도 뒷걸음질로 자리를 벗어나면 된다. 곰을 쫓아내겠다고 돌이나 물건을 던지는 것도 절대로 해선 안 된다. 곰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여 방어하기 위해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일본 등반가의 영상처럼 반달곰이 공격해 올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답이다. 단 맨손보다는 등산스틱이나 주변의 나무막대기 등으로 방어하는 것이 좋다. 모종의 이유로 저항이 어려울 경우에는 땅에 웅크려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한 채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김선두 팀장은 “북극곰이나 불곰이라면 포식 행위를 위해 사람을 공격하지만 반달곰은 아무 이유 없이 공격하진 않는다”며 “자극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서 가만히 있으라는 건데 물론 가장 최선은 미리 곰을 인지하고 회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 레인저가 곰 퇴치 스프레이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스프레이에는 후추나 캡사이신 등의성분이 포함돼 있어 후각이 예민한 반달곰을 퇴치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진 캐나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 레인저가 곰 퇴치 스프레이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스프레이에는 후추나 캡사이신 등의성분이 포함돼 있어 후각이 예민한 반달곰을 퇴치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진 캐나다 국립공원공단.

곰 퇴치 스프레이 도입 검토를

등산객을 공격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반달곰이 복원되는 이유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김선두 팀장은 “반달곰은 가령 멧돼지 같은 다른 중대형 포유류와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 이들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식물 종자의 산포자 구실을 하는 등 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종Keystone species 또는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국민들은 잠재적 위험성 탓에 반달곰 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했다. 2006년 국립공원공단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지역주민의 46%만이 반달가슴곰 복원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2012년 똑같은 질문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선 7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28.2%에서 6.8%로 크게 줄었다.

월간<山> 구독자 606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초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생물종 다양성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80%로 우세했으며, 나머지 20%의 응답자는 등산객을 공격할 우려가 있으니 중단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댓글 반응은 설문 결과와는 다르게 반달곰 복원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안전산행을 위해 곰 개체를 관리해야 한다’, ‘사람의 안전이 우선이다’, ‘일본에서 반달곰에 의한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걸 보면 개체 수가 증가하면 인명사고 위험도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곰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 정말 머리가 멍해지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등이다.

무엇보다 반달곰과 조우했을 때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반달곰에 대처하는 수단으로는 사전 예방 차원으로 배낭에 매달아 소리를 내는 종인 ‘베어 벨’이 전부다. 곰으로 인한 피해가 잦은 해외 국가의 경우 사전적 예방 차원에선 베어 벨을, 조우 시 대처로는 ‘곰 퇴치 스프레이’를 휴대하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선 이 두 수단 모두 이용 빈도가 낮다. 먼저 베어 벨은 국립공원공단에서 지역주민과 등산객에게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있지만 실제 등산로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른 탐방객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소음공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선두 팀장은 “베어 벨은 상시 패용하지 않더라도 등산객 스스로 인기척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곰 퇴치 스프레이는 사실상 국립공원공단 직원 외에 활용이 어렵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으로 인해 가스총에 준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휴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의 국립공원 입구에서는 까다로운 절차 없이 곰 퇴치용 스프레이를 구매할 수 있다.

남부보전센터 측은 “몇 년째 산악회를 이끄는 대장, 리더들이나 지역주민들에게 곰 퇴치 스프레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이 미적지근한 상태”라며 “현재 반달곰의 서식지가 확대되고 개체 수가 증가한 만큼 구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침이 국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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