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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한국산에 빠졌어요] 마리엘 “에스토니아는 숲은 울창한데 산이 드물어…한국 매력 짱”

조경훈
  • 입력 2023.03.20 07:45
  • 수정 2023.03.23 18:41
  • 사진(제공) : 마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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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가보지 못한 특별한 곳을 소개하고 싶어요.”

북악산에서 찍은 사진

“한국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꽉 차 있어요! 고즈넉한 분위기와 은은한 풀내음. 템플 스테이를 하고는 한국의 산사에 푹 빠졌어요. 한국산에는 절이 정말 많아요!”

문화의 힘은 대단하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출신의 마리엘씨(@mariel.s.k)를 한국으로 불러들였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한국문화를 접한 마리엘씨는 한국에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어학당이 없어 인터넷으로 한글을 독학했다. 한국이 궁금했던 그녀는 2019년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대학원을 졸업한 아직도 한국에 머물고 있다. 

“한국이 좋으니까요. 한국 문화에 한 번 빠진 사람은 헤어 나올 수 없을걸요?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것 투성이예요.”

마리엘씨는 프로 방송인이자 유튜브를 운영하는 미디어 인플루언서이다. ‘대한외국인, 별다리 연구소, 뜨거운 세계’와 같이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에스토니아의 문화를 소개한다. 유튜브에서는 한국인도 많이 가지 않는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며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을 그려낸다. 에스토니아와 한국의 문화를 연결하는 문화 전도사다.

북한산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산이다
북한산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산이다

한국에서 처음 본 산

마리엘씨는 북유럽 발트 3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에스토니아에서 왔다. 에스토니아는 영토의 1/3이 울창한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와 자연이 가득한 곳에서 자란 그녀의 유년기는 숲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로 가득하다. 

울창한 숲과 달리 에스토니아에서 산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그녀에게 산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녀에게 동네 뒷산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서울의 산들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동네마다 산이 있어 놀랐어요. 접근성이 좋아 심심할 때면 동네 뒷산으로 산책하러 가곤 했어요. 산책길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가볍게 운동하기에도 좋았어요. 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산과 친해진 것 같아요.”

산은 유학 생활의 재미를 붙여줬다. 그녀는 산이 선사하는 자연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은은한 풀내음과 상쾌한 공기가 가득한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민이 있을 땐 그녀만의 비밀 스팟을 찾았다.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에게 산은 최고의 휴식처였다.

흥미로운 초대가 그녀를 찾아왔다. ‘화엄사 템플스테이 해보시지 않을래요?’ 그녀는 고민하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사찰 화엄사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추억이 좋은 거름이 되었던 그녀는 한국 산사가 궁금해졌다.

마리엘씨는 템플스테이를 계기로 한국산사에 푹 빠졌다
마리엘씨는 템플스테이를 계기로 한국산사에 푹 빠졌다

화엄사를 시작으로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이산 탑사와 처음 갔던 구례 화엄사. 100년간 쌓여있는 돌탑과 우뚝 솟아있는 말의 귀를 닮은 봉우리. 봄날 홍매화가 아름다운 피어나는 화엄사의 전경이 그녀의 마음속에 큰 감동으로 밀려왔다.

“여러 템플 스테이를 해봤지만, 화엄사에서 맞이한 새벽이 제일 좋았어요. 스님과 함께하는 묵언 산책. 커다란 지리산 자락 속에서 맡은 차디찬 새벽공기가 정말 상쾌했어요. 한국의 자연과 산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소개하고 싶어

마리엘씨는 지방의 사찰들을 방문하며 자연스레 낯선 도시들도 여행하게 됐다.  고창, 청송, 순천, 광양, 하동, 부안, 구례 등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며 각 도시가 가진 이야기와 풍경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서울에만 있으면 금방 지루해져요. 하지만 서울만 벗어나면 무궁무진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어요. 정말 설레죠!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이한 음식이나 특산품을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무엇보다 풍경이 다채롭고 아름다워요.”

그녀는 모험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실패의 순간도 긍정의 에너지로 이겨낸다. 친구와 함께 오르다 포기하고 하산한 금오산 이야기. 겨울철 눈 덮인 한라산을 오르다 폭설 통제로 되돌아온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 좋아해요. 정상에 오르지 못했어도 도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금오산에서는 대혜폭포와 도선굴같이 멋진 곳을 알게 되었고, 한라산에서는 눈꽃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었죠.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양분 삼아 천천히 준비하면 언젠가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어요.”

그녀는 다양한 방송에서 문화를 알리는 문화 전도사다.

마리엘씨는 등산을 통해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녀는 등산하며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고 집게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산으로 나섰다. 이후로도 종종 플로깅 등산을 하며 자연보호에 작은 힘을 싣고 있다.

“자연은 소중합니다. 아름다운 한국산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산의 쓰레기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서야 해요. 작은 행동이지만 분명한 힘이 있습니다. 조금씩 행동하다 보면 언젠가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앞으로 마리엘씨의 목표는 한국 문화의 아름다운 매력을 알리는 것이다. 그녀는 활발한 방송프로와 유튜브 활동을 통해 본인의 목표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 한복을 입고 에스토니아를 여행하는 등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류 덕분에 한국을 접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렸고 한국어 배우고 싶은 사람도 많아졌어요. 저도 유튜브를 통해 한류를 접했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한국은 알면 알수록 새로운 것들이 정말 많아요. 양파 같은 매력이 좋아요. 아직도 궁금한 게 많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돌아다니며 숨겨진 한국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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