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는 청소년의 미래를 위한 예방주사”
[people]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장 김영식 교사 청소년 오지학교 탐사대 이끄는 김영식 교사 “아이들을 걷고, 먹고, 쉬게 해야”
영철이(가명)는 2년 동안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외부 세계를 향해 벽을 쌓은 아이는 우울증과 폐쇄공포증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다. 보다못한 아버지는 우연히 청소년 히말라야 탐사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다. 세상에 문을 걸어 잠근 아이를 다시 밖으로 나오게 해달라고.
자폐증 아이의 말문을 연 4박5일 트레킹
일선 학교 교사인 김영식씨는 18년째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를 이끌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충북연맹회장인 그를 충주시 목계영농조합이 운영하는 폐교를 이용해서 만든 캐러밴 캠핑장에서 만났다. 검게 그을린 얼굴의 김 교사는 여름방학 중에 아이들과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딩 선생님처럼 그는 아이들의 ‘캡틴’이다.
그의 이런 전문적인 노하우와 교사로서의 청소년에 대한 애정은 18년간 성공적으로 히말라야 청소년 탐사대를 이끌어온 원동력이다. 탐사대는 정부 지원을 한푼도 받지 않는다. 자비 참여를 원칙으로 하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탐사대를 거쳐간 선배들이 갹출해서 지원해 왔다.
정부 지원 한푼도 안 받아
폐교 캠핑장 교실 한켠에 있는 김 교사의 ‘아지트’는 등산뿐만 아니라 스키, 카약 등 아웃도어 장비로 빼곡했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는 이 모든 장비들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웃도어 활동에 쓰기 위해 차곡차곡 정리해 놓고 있었다.
김 교사는 아웃도어 활동은 공교육 시스템이 담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 도구라면서 “학생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교육의 본래 의미인데 지금 한국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세계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기본이 되는 상식과 집단 지성 시대에 필요한 자질을 길러줘야 하는데 오로지 점수, 점수예요. 아이들을 점수의 노예로 만드는 지금의 한국 교육은 뜯어고쳐야 해요.”
김 교사는 교육 현실에 대해 참았던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한국 학생들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답니다. 학교라는 공장에서 점수기계를 찍어내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 부른 비극이지요. 아이들을 걷고, 먹고, 쉬게 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적응력과 창의력은 놀랍습니다. 집 주변을 산책하는 등 간단한 아웃도어 활동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달라지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들이 먼저 놀랍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히말라야 탐사대를 찾은 여학생이 있었다. 4박5일 트레킹 마지막 날 1분 스피치를 했다. ‘너에게 히말라야란?’ 이라는 물음에 여학생은 “예방주사와 같다”고 답했다. 아웃도어 교육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예방주사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