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를 가다-아이스 피오르드] ‘쿵’… 붕괴된 빙하가 만든 파도에 배가 기우뚱
일루리사트의 마을을 이륙한 경비행기는 200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된 아이스 피오르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해빙된 바다 위를 지나는 배 한 척이 아이스 피오르드의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고 있다. 경비행기는 세계에서 가장 빙하침식이 심하다는 야콥스 하븐 빙하로 향한다. 하루에도 수십 m가 붕괴된다는 야콥스 하븐 빙하. 그 빙하를 하늘에서 본다는 마음에 가슴이 설렌다. 조종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이 그 야콥스 하븐 빙하란다. 둥글게 담벽을 친 듯한 빙하가 나타났다.
그런데 여태 보아왔던 빙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보통의 빙하는 위에서 흘러내려와 녹은 물이 고이며 생긴 빙하 호수가 있는데, 이 야콥스 하븐 빙하는 물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하얀 눈이 덮인 운동장 같은 모습만 보이는 독특한 빙하였다. 아마도 너무 빠르게 침식되어 빙하가 바닷물에 녹기 전에 계속 붕괴되는 현상 같았다.
검은색의 파헤쳐진 듯한 빙하 속살이 보인다. 주변의 흙과 함께 섞여 나타나는 색깔인 듯하다. 조금 더 빙하 위쪽으로 비행하니, 넓은 빙하 한복판에 에메랄드빛의 빙하 호수가 보인다. 그 에메랄드빛의 빙하 호수는 물길을 만들어 아래로 흘러 내려갈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저 호수 또한 커질 것이다.
넓디넓은 피오르드에 배 한 척
일루리사트에는 아이스 피오르드를 감상하는 산책로가 있다. 나무 보도블록으로 이어지는 길 끄트머리에 아이스 피오르드가 기다리고 있다. 하늘이나 선상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언덕에 올라 넓디넓은 세계유산 아이스 피오르드를 감상한다. 자연의 위대한 광경이 펼쳐진다. 비록 오늘은 이곳에 머물지만, 내일은 저 넓은 바다로 흘러가 녹아 사라질 것이다. 아이스 피오르드 속에서 자그마한 배 한 척이 다니고 있다. 이 넓은 아이스 피오르드에서 인간이 만든 조각배 한 척의 움직임이 고요한 피오르드에 생동감을 주고 있다. 어둠이 다가온다. 저녁노을이 아이스 피오르드에 비친다. 피오르드의 바닷물을 시작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황혼빛으로 물들고 있다.
빙하 붕괴 계속되면 온난화 빨라져
일루리사트에서는 세계자연유산인 아이스 피오르드를 관광하기 위한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다. 빙산과 쪼개진 얼음조각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아이스 피오르드를 감상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된다, 이곳에서 고기를 잡는 어선도 있다. 고무보트를 끌고 다니는 소형선이 이채롭다. 아이스 피오르드 사이를 운항하다가 아주 특이한 형태의 빙산을 보았다. 검은 띠를 두른 듯한 빙산이다. 아마도 흙속에 묻혀 있다가 떠내려온 빙산인 것 같다. 물 반 얼음 반인 세계자연유산, 아이스 피오르드…. 그 사이를 헤치고 운항하는 배의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거북이·책꽂이·계단… 기기묘묘한 빙하들
에키Equi 빙하Glaciers는 지구온난화로 수시로 낙하하는 특이한 빙하로서 왕복탐방하는 데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소형 배를 타고 빙하 가까이 가서 빙하가 떨어져 분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형 배가 한 시간쯤 달렸을까, 서서히 얼음조각들이 나타난다. 빙하지역에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조그맣고 평평한 빙산 위의 작은 빙산조각, 그 위에 앉아 있는 바닷새가 반긴다. 불현듯 앞을 가로막는 거북이 빙산과 파도와 바람에 씻겨 형성된 곰보형 빙산에서 자연의 오묘함을 느낀다. 비바람에 씻겨 책을 끼워놓은 듯한 책꽂이형 빙산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조각품 빙산, 비바람과 파도에 씻긴 듯한 원형 계단식 빙산과 터널이 보이는 아치형 빙산 등 빙산들의 퍼레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