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아가 빛으로 담아낸 Walls & Climbers] 운악산 용담암
꿈을 찾아 바위를 오르는 두 소녀
용담암은 전성룡(제산산악회), 강석현, 김천수, 함미경, 강금석씨 등에 의해 최근에 개척된 암장이다.
암장의 규모는 폭 50m, 등반길이 7m로 중상급자들이 등반하기 좋고 아늑한 바위터다.
경기등반계의 강자인 김자하, 자비와 달리 자인은 처음에는 클라이밍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끈은 참 묘했다. 자인은 초등학교 6학년 되던 해 우연히 이화여대 체력테스트에 참가했다가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야 두말하면 잔소리. 클라이밍에 가장 적합한 몸이라는 것이었다. 사춘기 소녀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주위의 전폭적인 지원도 그녀의 15m 인공암벽 여왕 등극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김자인! 그녀는 원석이 좋은 보석과도 같다. 훈련을 통해 자신을 가다듬는 최고의 세공사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보석을 다듬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최고의 보석이지만 그 보석이 더 깊은 곳에서 영롱한 빛을 발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보석이 되길 우리 모두 바란다.
그녀가 오늘 용담암에서 보여주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등반은 하루 하루 거칠고 투박하게 자신을 다그치고 또 다듬은 결과일 것이다.
연습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아가씨가 여기 또 한 명 있다. 여성 스포츠클라이밍계의 또 다른 강자 김인경은 1993년 덕성여대 산악부에 입회하면서부터 산처녀가 되었다.
2003년 덕성여대 산악부가 단독으로 매킨리 원정을 준비할 때 인경은 원정에 대비해 체력훈련 삼아 시작한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당시 암장에서 만난 이재용과의 인연으로 노스페이스 대회에 참가한 그녀는 여성 스포츠클라이머로는 늦은 서른의 나이에 상위에 입상하며 기염을 토했다.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김인경은 사실 경쟁이나 사람들의 시선 같은 것을 그리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선수생활 1년차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선수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했었다. 그러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여가생활로 운동을 접하기로 마음먹으면서부터 오히려 안정을 되찾았다.
당시 그녀는 스포츠클라이밍을 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확립했다. ‘첫째는, 스포츠클라이밍은 하나의 트렌드다. 둘째는, 내가 누군가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영역에서 꼭 정점에 서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결정 후 김인경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등반대회에만 전념했다. 성적도 항상 상위권에 입상하고, 노스페이스에서 지원도 받으며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정상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미 정상에 선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녀는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한다. 덕성여대에서는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바른 등반교육을 위해 1993년 연세대 체육학과에 편입해 졸업하고, 지금은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를 다니고 있다. 또 후배들을 위해 현재 애스트로맨 록짐에서 김자하씨와 함께 일반인들을 상대로 스포츠클라이밍을 강의하고 있다.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안정된 생활을 버리며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녀는 아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포츠클라이밍을 선택할 때부터 이미 남과 다른 최고가 돼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용담암에서 에너지 넘치는 등반을 마치고 내려서는 길, 선수와 지도자 모든 부분에서 최고를 갈망하는 그녀의 앞길에 따뜻하고 온화한 햇살이 가득하길 바라며 산을 내려온다.
운악산 용담암/ 글 강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