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4

[403호] 2003.05
입력 2003.05.28 17:39 | 수정 2003.05.28 17:39

일부러 붙이려 해도 붙지 않는 담뱃불
통제 일변도가 자연보호라는 독재정권식 발상

국립공원 입구의 라이터, 담배 보관함. 사유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횡포라는 견해도 나온다.
국립공원 입구의 라이터, 담배 보관함. 사유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횡포라는 견해도 나온다.
국립공원 어느 곳에도 ‘라이터를 비상용으로 휴대하고 비나 눈에 젖지 않도록 하세요’라는 안내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1일 눈 쌓인 경기도 포천 국망봉(1,168m)을 올랐던 세 형제 부부 6명 중 4명이 조난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라이터를 하나도 휴대하지 않았으며 추위 속에 불을 피워 몸을 녹이지도 못하고 죽어갔다. 산에서 약간의 불을 잠시 쬐어도 체온 유지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만약 이들이 불을 피워 체온만 유지하고 있었어도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을 것이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필수 등산장비는 우의(또는 방풍의), 랜턴, 그리고 라이터다. 기상변화가 심한 산에서는 여름철에도 비에 옷이 젖으면 추위에 떨기 마련이고, 하산이 예정보다 늦어져 해가 저무는 경우도 생긴다. 라이터도 체온 유지와 위치 알리기에 필수 장비인데, 인명을 중시한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라이터를 공원 입구에서 빼앗고 있다.

라이터는 필수 산행장비다

근거 없는 산불 발생 이유를 들어가며 산행의 자유를 막고 등산객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담뱃불과 야간산행, 그리고 야영이 산불의 원인이라며 라이터를 소지하거나 야영을 하면 벌금 50만 원을 물린다는 대형 경고 현수막과 입간판을 공원 입구에서부터 산 정상까지 줄줄이 붙여 놓았다. 요즘 TV에도 담뱃불이 산불 발생의 전부인 양 광고가 매일 나가고 있다.

그래서 공단은 라이터를 공원 입구에 비치한 보관함에 보관했다가 하산시 가져가라는 경고판을 게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라이터를 맡기지 않고 입산하고 있는데, 이러한 등산객들은 범법자인 셈이다. 간혹 양심적(?)인 등산객이 라이터를 보관시키고 입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매표소 직원이 보관증을 끊어주는 경우도 있다. 보관증에는 일주일 내로 찾아가지 않은 경우는 임의처분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천안 에델바이스산악회 등반대장 이효균씨는 “남의 사유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비민주적인 횡포다. 대부분 산을 넘어 다른 코스로 하산하는데 라이터를 돌려 받으려고 입산코스로 돌아올 등산객이 어디 있겠느냐? 하산 후 라이터를 다시 구입해야 한다. 택배로라도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 산악회 부회장 박용환씨(여)는 “라이터 휴대 여부는 권고사항으로 해야 옳다. 법적 구속력까지 동원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단의 주장과 TV광고와는 달리 담뱃불로 인한 산불발생 가능성은 실제로 극히 미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가 수십 년래의 가뭄이라는 시기인 2000년 5월에도 바짝 마른 낙엽을 모아 담뱃불 5개로 불을 붙이려고 입으로 바람을 내며 시도해 보았는데도 불꽃이 생기지 않았고 약간 타들어가다 꺼져 버렸다. 필자의 실험으로는 낙엽과 달리 종이에는 쉽게 불꽃이 생겼다. 낙엽에도 불꽃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는데 잔디 잎보다 더 연한 잎들을 모아 담뱃불로 붙였더니 불꽃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담뱃불이 산불 주범이라는 주장은 잘못

공단 자료에 의하면 2001년도 국립공원 내 산불 발생은 6회인데, 원인은 벼락 추정 1회, 군부대 사격실화 추정 1회, 공원 밖 묘지 소각 발화 1회 등이며, 입산자 실화 추정은 4회다.

입산자 실화 추정에 대해 공원관리소 직원들도 담뱃불이 원인이라 보지 않았으며, 버너 등으로 찌개나 물을 끓이다가 실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2000년 북한산 형제봉 등산로에서 발화한 산불도 커피 장사꾼이 버너를 사용하다가 실수로 불이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고지대에서 버너를 사용해 커피와 막걸리를 파는 곳은 내장산 신선봉, 서래봉 정상과 설악산 한계령, 오색 설악폭포, 마등령 등이다.

그렇다면 공단은 왜 라이터를 연중 강제로 빼앗고 있으며 금연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는가? 그것은 관리편의 상 담배꽁초 치우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담뱃불이 산불 원인이라면 장마철과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 그리고 적설기에는 통제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연중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산불예방이라며 공단이 내린 계엄령(?)이 또 있다. 공단은 1991년 12월부터 야간산행 금지령을 공포하면서 이유 중 하나로 산불예방을 들었다. 그러나 당시 필자가 확인해보니 공단이 발족한 해인 87년부터 92년 6월까지 35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나 전부 낮시간이었다.


공단이 직영하는 지리산 장터목산장. 백운동 매표소에서는 저녁시간 대 야간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밤이나 새벽에 도착하는 등산객들을 산장 관리인들이 귀찮아한다는 것이다.
공단이 직영하는 지리산 장터목산장. 백운동 매표소에서는 저녁시간 대 야간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밤이나 새벽에 도착하는 등산객들을 산장 관리인들이 귀찮아한다는 것이다.
산림청 산하 연구기관인 임업연구원도 “밤에는 이슬이 내리고 온도가 낮아져 산불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담뱃불로 인한 산불발생’에 관한 실험보고서를 보여 주었다. 산에서 잠을 자본, 약간의 관심만 가진 사람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해가 지면서 이내 텐트 위와 밖에 내놓은 등산복들이 물에 젖듯이 이슬에 젖어드는데 담뱃불로 산불이 난다는 일은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산불이 야간산행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공단의 공원 관리방식에서도 알 수 있다. 공단은 산불이 나기 쉬운 늦가을철과 이른봄(산불경방기간)에도 많은 등산객들이 산 위에 남아 있는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산불감시 직원들을 해지기 전인 오후 3시30분~5시 사이에 이미 감시현장에서 철수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불 때문에 야간산행을 금지한다는 공단의 공표와는 달리 야간산행은 사실 완전 개방되어 있다. 국립공원시민연대 현장조사위원회가 작성한 ‘야간입장료 불법징수 조사보고서’를 보자. 공단은 12년 전인 91년 11월15일부터 자연공원법 제28, 29조에 의해 ‘산악형 공원인 15개 국립공원의 야간입산을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그런데 조사보고서는 ‘통제원을 파견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고, 이상하게도 야간 입산객이 많은 코스와 주말에는 매표원을 파견하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국립공원 야간 입산객수는 연 15만 명 이상으로 11년 동안 150만 명 이상이며, 야간입장료 불법(?) 수입은 연 2억 원 이상으로 11년 동안 약 20억 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등산 통제수단이 된 야간산행 금지

산불에 이어 거짓말은 또 이어진다. 야간산행 금지 이유라는 안전사고를 보자. 공단은 야간산행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즉, 한겨레신문 91년 11월8일자에는 ‘매해 평균 5명’, 월간山 91년 12월호에는 ‘89년 5명, 90년 6명’, 주간레저신문 91년 11월5일자에는 역시 ‘89년에 5명, 90년에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단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89~91년 사이에 11명(89년 4명, 90년 4명, 91년 3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단의 주장과는 달리 89~91년 사이에 국립공원에서 야간산행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5시산악회 김영길 회장은 “초등학교 2학년생들도 오르고 있다. 야간산행은 안전하다. 헤드램프나 파카 등 장비를 갖추고 등산경험이 많은 사람을 따라 오르거나 산행 경험이 있는 등산객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산 50개 매표소, 덕유산 육십령과 안성, 지리산 정령치, 내장산 추령매표소 등도 24시간 개방되어 있다. 소백산 죽령·희방사·삼가, 덕유산 삼공리, 설악산 백담사·설악동매표소 등은 24시간 매표하는데도 역시 통제는 없다. 이렇게 15개 국립공원 150개 매표소 어디에도 야간통제는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야간산행 금지 실시로 야간입산자는 없다”라고 증언했다. 개방해 놓고 입장료를 징수하면서 위증한 것이다.

국립공원시민연대(공동대표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환경부 장관과 공단 이사장을 야간입장료 불법징수 및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해 9월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지검과 서울고검은 ‘야간산행 금지 내용을 신문에 공고했으므로 직무를 유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통보해왔다. 이에 시민연대는 대검찰청에 재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밤 1시에 지리산을 종주하려는 야간 등산객들이 노고단에서 입산하고 있다.
밤 1시에 지리산을 종주하려는 야간 등산객들이 노고단에서 입산하고 있다.
공단은 95년 8월1일자로 공원 관리사무소에 발송한 ‘입장료 징수 업무요령’(내부관리지침 관리 3200-1973)에서 ‘입장권 판매시간은 24시간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지시하고 있다. 96년 12월 당시 공단 기획부장 신범환씨는 “매표소는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다”라고 밝혔다. 공단은 외부적으로는 야간입장료 징수를 숨기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징수를 독려해왔던 것이다. 매표소마다 야간산행 금지라는 안내판을 내건 채 매표를 해왔다.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야간에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 곳은 북한산과 변산반도뿐이다.

저녁 시간에 입산을 금지하는 곳이 있다. 지리산 중산리·백무동, 설악산 장수대·한계령·오색 매표소 5개소다. 그러나 대부분 자정 또는 오전 2시를 넘기면서부터 매표하고 있어서 야간산행을 허락하는 셈이다. 계룡산 동학사매표소도 야간입산을 재작년부터 막고 있다. 그러나 동학사 경내 소란을 막기 위해 동학사에서 파견한 직원이 통제하는 것이지 야간산행 금지와는 별개 문제다.

5개 매표소는 공단이 직영하는 대피소가 있는 코스 입구에 위치한다. 이에 대해 설악산 오색 주민들은 “안전 때문이 아니다. 대청봉대피소(지금은 중청산장) 관리인이 밤늦게 올라오는 등산객들 때문에 잠을 깨야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저녁에 입산을 막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리산 중산리 주민도 이렇게 말했다. “산장 관리인이 밤늦게나 이른 새벽에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싫어한다”라고. 일부 매표소에서 저녁 입산을 막는 이유가 관리 편의라는 의혹을 보여주는 것이다.

야간산행 금지는 시행 초부터 허울좋은 통제령이었다. 야간 입산을 막으면 낮에 입산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야간산행은 계속됐고, 일부 야간산행팀은 국립공원이 아닌 다른 산으로 행선지를 바꿔버렸다. 공단의 의도는 빗나가 통제령은 실패작에 그친 것이다.

당일산행만 허락하려는 공원정책

저녁이나 새벽 입산을 금지하면 토요일 오후에 집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입산하지 못하고 공원 입구 유흥지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당일산행을 해야 한다. 대도시에서 휴일 아침 일찍 출발해도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의 정상을 당일로 산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 위에서 해돋이를 맞고 오후 12시30분~2시경 현지를 출발해 교통난이 심해지기 전에 귀가하는 패턴이 바쁜 도시인에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건전한 산행방식이다. 등반훈련에서도 야간산행은 필수적이다. 야간산행이 개방되어야 하는 이유다.

산행에서 라이터 휴대와 야간산행은 필요하다. 그런데 야영을 막고 대피소를 철거하며 당일산행만을 고집하는 것은 관리공단의 관리 편의주의다. 공단의 의도대로라면 순수 등산과 산악인의 모습은 국립공원에서 사라져야 할 운명이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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