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5] 국고낭비 부르는 부실 연구보고서들

[404호] 2003.06
입력 2003.07.28 18:49 | 수정 2003.07.28 18:49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정영식)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인 전남 완도군 정도리 해안가에서 잃어버린 ‘갯돌 돌려주기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다도해 해상공원이 198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21년이 지났다. 그런데 갯돌이 거의 사라져갈 동안 아무런 대책이나 관심조차 보이지 않다가 정도리 해안가를 복원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공적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훼손을 ‘방치해온 꼴’이다.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의 200년생 고로쇠나무조차 불법으로 수액을 채취당하고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대부분의 구역이 고로쇠 수액 채취밭으로 변했고, 이미 참혹하게 죽은 나무와 죽어가는 나무들의 모습이 황량하다. 불법채취가 극성을 부려 채취 허가량의 약 6배에 달한다.


이러한 사실을 공단은 ‘빤히 알면서도 숨기기에 급급’하다. 채취허가 현황자료를 요청했더니 자원보전처장은 ‘행정정보 공개를 신청하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중국이 사스 전염사실을 축소하다가 베이징을 공포의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이러다 고로쇠나무를 전멸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어느날 정도리 갯돌처럼 고로쇠나무가 사라졌다며 ‘고로쇠나무 되심기운동’을 벌이려는 것은 아닐까? 그 때도 공단은 자신들이 국립공원을 살리고 있다고 홍보하려는 것일까?



200년생 고로쇠나무 불법 수액 채취



고로쇠수액 채취용 PVC파이프들이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숲속에 철사와 못을 사용해 거미줄처럼 고정되어 있다.
고로쇠수액 채취용 PVC파이프들이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숲속에 철사와 못을 사용해 거미줄처럼 고정되어 있다.
지난 4월 지리산 정령치에서 심원 마을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갔다. 그런데 희한한 물체들이 좌우 숲속에 빤히 눈에 보였다. 굵고 가는 파이프들이다. 가드레일을 넘어서 숲속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고로쇠 수액채취 허가구역이 아닌데도 흰 색, 검은 색, 파란 색 파이프들이 그물처럼 설치되어 있었다. 공원관리소가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곳만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등산로에는 야생식물이나 산나물을 훼손하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경고판들이 서 있다. 등산객들을 범죄인 시하는 경고판들이다. 그런데 자연휴식년제니 샛길산행금지니 하면서 출입을 막은 숲속에는 고로쇠 수액 채취 PVC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통행을 막고 있다. 지리산에만도 생나무에 박혀있는 쇠못이 약 10만 개, 파이프나 나무줄기를 감은 철사줄의 길이가 4km는 족히 되고도 남을 것이다.

속리산 큰군자산(948m), 지리산 만복대(1,433m) 등의 절대보존구역이라 할 수 있는 자연보존지구에서도 수천 그루가 불법채취되고 있으나, 공단은 ‘묵인’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정한 「지리산 자연생태계 특별보호구역」인 반야봉과 노고단 일대 숲속에도 수액채취로 상당수의 나무들이 이미 죽었다. 이에 국립공원시민연대는 지난 5월6일 환경부장관과 공단 이사장을 서울지검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국립공원시민연대는 2001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에게 고로쇠 수액채취의 심각성을 알렸고, 이것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공단은 그제서야 용역비 2,890만 원을 들여 외부용역(기간 2002년 4월~12월)을 주었다. 제목은 ‘국립공원 고로쇠 수액채취가 산림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인데, 전남 순천대, 경남 밀양대, 광주 호남대 연구진이 공동 작성했다.

조사연구의 목적은 ‘고로쇠나무의 분포와 수액채취 현황파악, 단기적인 관리방안 제시 및 산림생태계 영향 장기 모니터링 방향설정 등’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런데 보고서가 밝힌 분포면적과 분포도를 보면 공단이 공식적으로 채취허가를 협의해준 공문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채취면적과 채취구역도 마찬가지다. 보고서 상의 채취면적은 실제보다는 약 6분의 1만 표시되었다.

공원관리사무소가 내준 공문만을 참고로 작성했음에도 보고서에는 이러한 사실을 밝히지 않으므로써 현장조사를 한 것으로 오인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엄청난 불법채취 사실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으며, 결과는 불법채취를 용인한 셈이 됐다. 게다가 현재 죽었거나 죽어가는 고로쇠나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연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단기 관리방안에 대해서도 공단이나 산림청의 기존 채취방법을 정리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고로쇠 서식·채취구역 조작한 보고서

연구 계약기간은 고작 9개월간이었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미 뱀사골과 피아골에 8개의 영구 조사방형구를 설치했다. 그리고 1년, 2년, 5년 주기로 조사한 후 최종 10년 후 산림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는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의 조사연구는 공원관리사무소가 담당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단 자연생태연구소 목영규 소장에게 전화로 문의했더니 소장은 보고서가 작성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연구소 담당자는 “공원관리사무소가 용역연구팀이 설치한 방형구 조사연구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리산 남부관리사무소의 말은 이와 다르다. “보고서에 따른 조사연구는 용역연구팀이 할 일이므로 우리 관리사무소는 별도 계획을 세운 바 없다”고 말했다.

용역연구보고서 상의 지리산 수액채취 고로쇠나무 분포도(왼쪽)가 관리공단이 허가(98~2001년)해준 수액채취구역도(오른쪽)가 대체로 일치한다. 실제 채취구역의 약 6분의 1만 표시된 연구보고서이자 허가구역도다.
용역연구보고서 상의 지리산 수액채취 고로쇠나무 분포도(왼쪽)가 관리공단이 허가(98~2001년)해준 수액채취구역도(오른쪽)가 대체로 일치한다. 실제 채취구역의 약 6분의 1만 표시된 연구보고서이자 허가구역도다.
 공단 자원보전처는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를 보자. 자원보전처 자연보전부장은 “용역보고서에는 ‘채취구멍을 적당히 뚫으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미국의 연구결과가 기재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은 ‘성장에 지장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순천대 연구팀 교수는 “성장에 지장이 적다는 것이지,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렇게 수액채취를 옹호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는 자원보전처다.

보고서는 부실한 내용에다 그나마 제대로 검토나 활용마저 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올해도 현장에선 불법채취가 당연시되어 만연하고 있고, 고로쇠나무의 수난은 여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구용역을 준 목적이 고로쇠나무 보호에 있는지, 채취행위를 합리화시키려는 것인지 분간키 어렵다. 고로쇠 문제가 제기되자 엉터리 고로쇠 용역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는 오대산 상원사 진입도로 포장이 여론에 오르자 공단 자연생태연구소가 조사연구에 착수했다. 지난 4월부터 올 12월까지가 1차 조사연구기간이다. 올해 말에 나올 이 보고서는 진정 생태계조사일까? 아니면 고로쇠 관련 보고서처럼 진입로 포장을 합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공단은 연구보고서를 자체 또는 외부용역으로 작성하고 있다. 연구소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를 보자. 1999년 12월 「국립공원 자연휴식년제구간 정밀조사」를 공단 자연생태연구소가 작성했는데, 식물상 조사(연구소 직원 4명 참가) 때 총 66개의 ‘방형구’를 설치했다고 하나 실제로는 설치하지 않았다. 포유동물·조류는 1개 코스 조사에 몇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하루에 2개 산을 조사하기도 했다. 곤충·포유동물·조류 등 생태계 조사는 각 분야별로 세분화된 전문가가 필요한데도 포유류와 조류를 1인이 담당했다(월간山 3월호 국립공원정책 해부② 참조).

엉터리 연구보고서 생산공장

「설악산·북한산 국립공원 자연휴식년제 구간 기초생태 조사」, 「지리산국립공원 자연휴식년제 구간 기초생태조사」, 「국립공원 생태계 모니터링 종합보고서」, 「국립공원 생태계 모니터링 종합보고서」, 「국립공원 생태계 모니터링 종합보고서」 등등이 나왔으나 휴식년제의 성과를 입증한 보고서는 없다.

2001년 12월 「국립공원 입산예약제 및 가이드제 제1차 시범시행 결과보고서」가 공단에 의해 작성됐다(월간山 4월호 국립공원정책 해부③ 참조). 그런데 노고단 입산예약제에 대한 고찰이 미흡하다. 데크계단이 깔려 있으므로 인원제한이 필요 없는데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전면 통제하고 있다. 공단은 98년에 자연생태연구소 직원을 파견하여 「백두대간 환경 대탐사 보고서」 식물조사에 참여케 했는데 확인하지도 않은 식물 389종을 확인한 것처럼 추가시켰다.

외부 용역을 보자. 자연공원협회는 1993년 속리산, 지리산, 계룡산, 덕유산 별로 4권의 자연자원조사보고서를 냈다. 여우, 표범, 곰, 사향노루가 서식하며, 속리산엔 휴게소가 17개 있다고 기재하고 있다. 현장조사 없이 기록한 것이다. 98년 「덕유산국립공원계획」도 마찬가지다(월간山 2001년 6월호 172쪽 ‘국민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참조). 이들 보고서의 엉터리 내용을 공단이 활용하고 있는데, 「국립공원 생태계보전 10개년 계획」과 18개 공원별로 작성한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보전계획」, 국회 국감 제출자료 등이다.

문제가 제기되면 보고서가 작성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때도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입산예약제 최대수용능력 450명이라는 인원산출의 기준은 시행 몇 달 전에 나온 「국립공원별 특성에 따른 공원관리방안 연구 1」에 의했다고 공단은 밝혔다. 이어 공단은 「국립공원별 특성에 따른 공원관리방안 연구 2」 용역을 입찰공고했다. 안건은 ‘공원별 적정입장료 산정방안’과 ‘적정수용능력 산정방안’이다.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공원별로 입장료를 차등시행하려는 것은 아닐까?

용역기간 2002년 8월~2003년 8월의 「자연공원 내 삭도의 필요성 유무 및 타당성 조사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는 아닐까?

보고서의 진실성·필요성 검증 필요

공단의 2002년도 연구 용역은 9건으로 용역비는 8억8천만 원이다. 공단 자연생태연구소 직영이 5건으로 6억9천만 원, 외부용역이 4건으로 1억9천만 원이다(표 참조). 적지 않은 용역비가 지출되고 있으나 보고서에 대한 효율성, 진실성, 용역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검증은 여태 없었다. ‘용역보고서들을 검증할 연구용역’을 시행해야 할 때다.

공단 직원 수는 본부 100명, 공원관리사무소 900명 등 약 1,000명에 달한다. 이 중 자연생태연구소 직원은 10명이다. 그리고 공원별로 생태조사 전담 직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생태조사를 믿어야 할까? 그리고 국고로 봉급을 받고 있는데도 1억8천만 원씩의 연구비 지급이 필요한 것일까? 엉터리 보고서 생산공장 역할을 하는 공단이 무슨 염치로 공원 입장료는 받을까?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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