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6] 산속으로 포장도로 끌여들여 보행 무시

[405호] 2003.07
입력 2003.08.13 17:05 | 수정 2003.08.13 17:05

상원사 진입로 포장계획은 보행 무시하고 당일 가이드제 추진 의도

오대산 오대천 수해복구공사. 오대천계곡을 메꾸며 비포장길을 확장하고 있다.
오대산 오대천 수해복구공사. 오대천계곡을 메꾸며 비포장길을 확장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존립 이유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공원 심장부의 호젓하던 오솔길이 어느새 포장도로로 변하고 심지어 차량까지 드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계곡과 정상의 동식물의 수난이 심각하다.

오대천은 비로봉(최고봉·1,563.4m)과 두로봉(1,421.9m), 상왕봉, 호령봉 등에서 발원하여 오대산의 깊은 심장부를 열목어와 가재를 품어 흘러내린다. 이러한 오대산의 대표격인 오대천이 처참하게 망가지고 있다. 지난해 입은 수해복구 공사라면서 강릉도로관리사업소가 오대천 계곡을 메꾸며 공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사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상원사 진입로를 폭 7.5~8m로 확포장한다는 계획에 맞춘 공사임을 짐작케 한다.

공단은 예산 50억5,000만 원을 들여 월정사~상원사 구간 7.2km를 포장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에 2억5,600만 원을 들여 기반공사를 마쳤다. 비포장도로 바닥을 평탄하게 해놓았고 울퉁불퉁하던 돌과 소박하게 자라던 풀들도 깡그리 제거했다. 자갈을 깔고 아스콘을 붓기만하면 포장은 끝난다. 올해에 전 구간 중 2.2km를 포장할 계획이다. 공단은 탐방 편의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으나 사찰진입로인데 왜 공단이 나서서 국고로 포장해주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차량 이용 위주 공원탐방 정책

공단은 차도가 아닌 등산로마저 포장하고 있다. 약 1억원의 예산을 들여 1992년 경 상원사 주차장~상원사 구간의 전나무숲 오솔길 약 500m를 타일로 포장했다. 이 길로 사찰과 공사차량이 오르내린다. 포장시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아름드리 전나무의 잘린 뿌리가 드러나 있다. 올해 국고로 보수공사 중인데 곳곳에 타일들이 쌓여 있다.


전나무 뿌리가 잘려 있다.
전나무 뿌리가 잘려 있다.
공단은 몰려올 차량에 대한 주차장 대책도 전혀 없다. 현재 상원사 진입 차량수는 연간 12만 대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비포장이어서 차량들이 진입을 꺼리는데도 성수기에는 상원사 입구 소형 주차장이 모자라 오대천변 진입로에 차량들이 줄줄이 늘어선다. 이러한 실정으로 미루어본다면 포장 후 늘어날 대소형 차량을 수용할 주차공간은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상원사 주차장을 확장하려면 오대천 상류계곡을 메꾸고 울창한 원시림을 베어낼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런데도 오대산 관리사무소는 주차장을 확장하지 않겠다고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있다.

매연에 대한 대책도 없다. 매연에 약한 오대천 주변의 적송(赤松)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 다른 공원을 보자. 내장산 내장사로 가는 차도 주변의 느티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속리산 밤치 횡단로 변의 소나무  한 그루도 잎이 붉게 물들어 죽어가고 있다. 설악산 설악동의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소나무와 도봉산 느티나무도 죽어가고 있다. 속리산 정이품송도 수세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모두의 공통된 점은 차량들이 왕래하고 있는 포장도로 옆이요, 나무뿌리 주변을 포장했다는 점이다.

상원사 진입로를 타일로 포장했다.
상원사 진입로를 타일로 포장했다.
내장산 상가 상인들은 “차량 매연으로 나무의 수세가 약해진 모양”이라며 “차도변의 느티나무에만 벌레들이 무수히 생기고 있으며 죽어가는 나무들도 많다”고 말했다. 속리산 할아버지는 “소나무를 멀리 두고 포장하라고 면사무소에 건의했는데도 듣지 않았다”며 “포장 직후부터 소나무가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고 침통해 했다. 설악동의 소나무와 도봉산 느티나무도 가지를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립공원 안에서 차에 치인 산짐승들을 가끔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늦가을 저녁이면 따뜻해진 아스팔트 위에 배를 붙이고 휴식을 하던 뱀들이 차에 치이는 수난을 당하고 있다. 또한 도로변에 세워둔 반사경에 비친 하늘을 실제로 착각하여 부딪치는 새들도 적지 않다. 개구리 등과 곤충들의 수난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생태통로 하나 만들면 된다는 주장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다.

상원사에는 셔틀버스만 통과해야

포장도로는 이미 보행가치를 상실한다. 성삼재나 정령치, 한계령을 걸어 오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신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어느 월간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ID 이영미씨는 “상원사 가는 길은 국립공원 내 마지막 남은 비포장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지 폴폴 날리는 길이면 어떻습니까? 이 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것은 제 혼자만의 생각일까요?”라고 비포장길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포장 예정지를 현장 답사한 충남 에델바이스산악회 이효균씨는 “자갈길, 돌길, 흙길, 풀길이어야지요. 사찰차량도 출입을 통제해야 합니다”라며 차량통제 대안으로 “꼭 필요하면 셔틀버스를 운행토록 하고 현재 하진부~상원사를 운행중인  군내버스는 그대로 다니게 하면 됩니다”라고 주장한다.

해마다 국립공원에선 상원사 진입로처럼 계곡을 메꾸며 산 위로 산 위로 진입로를 개설, 포장하고 있다. 소백산 천동계곡 진입로도 계곡을 메꾸고 차도가 개설되어 관리소 직원들의 출퇴근 차량 전용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관리사무소 위쪽 야영장 방향으로도 포장해나가고 있다. 죽령에서 연화봉까지도 포장해 놓았다.

화엄사 진입로의 보도를 가로수로 막아버렸다.
화엄사 진입로의 보도를 가로수로 막아버렸다.
 설악산 설악동에서는 신흥사 위쪽까지 차도를 개설했는데, 길을 직선화하느라 적송이 훼손되었으며, 노면을 평탄하게 하느라 중장비를 동원하여 트럭 약 50대 분량의 천불동계곡의 자연석을 파내다가 바닥을 높이는 데 사용했다. 도봉산 회룡사 진입로는 폭포를 메꾸며 확장했다. 94년 경 당시 북한산 관리사무소(서부)는 공사허가를 내준 적 없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리산 벽소령 횡단로 개설공사를 하다가 유인태씨(청와대 정무수석·당시 국회의원)의 지적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공단이 도로개설에 앞장서거나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을 네 동강 내겠다는 도로가 험준한 벽소령을 향해 남쪽과 북쪽에서 불도저 굉음을 울리고 있던 94년 유인태씨는 현장을 세 차례나 답사한 후 국회 국감에서 내무부장관을 질타하고 생태계 교란의 중요성을 주지시켰다. 이에 내무부장관은 95년 9월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벽소령 관통로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하늘 아래 첫동네라 부르는 지리산 뱀사골에 와운 마을 진입로 공사가 뚫리고 있었다. 이에 유씨는 남원군이 작성, 내무부에 접수시킨 신청서에 주민 7가구가 19가구로 허위 기재됐으며, 사유림 대신 국유림을 뚫고 더구나 국립공원위원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사실을 들어 93년 9월 국감에서 내무부장관을 질타했다. 유씨는 이렇게 등산로 보전에 대한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었다.

상원사에서 최고봉 비로봉까지는 1시간2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포장되면 몰려올 탐방객으로 비로봉 등산객은 당연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체증과 매연을 들어 자가용 차량을 자제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공단의 주문과는 달리 국립공원을 찾아가려면 자가용이나 대절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대중교통은 아예 없는 곳도 있고, 있다 해도 운행횟수가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는 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포장해 놓고 대중교통 없는 곳도

포장도로를 개설해 놓고 일반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이 오대산 진고개다. 고개 북쪽 연곡면에서도 남쪽 하진부에서도 대중교통은 없다. 북대령 횡단로는 포장할 수 있도록 정비해 놓고 자가용을 통과시키고 있다. 지리산 정령치 횡단로도 버스노선이 없다. 자가용이나 대절버스,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성삼재도 구례에서 하루 8회 운행하는 버스가 있을 뿐이요, 남원시 산내면 반선이나 주천면에서는 버스가 없다. 그나마 구례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는 빙판이라는 이유로 운행이 중단된다.

내장산 내장사 진입로변의 죽어가는 느티나무와 벌레.
내장산 내장사 진입로변의 죽어가는 느티나무와 벌레.
 소 백산 죽령을 찾아가려면 죽령 남쪽 풍기에서는 버스가 없다. 북쪽 신단양에서 하루 4회 운행될 뿐이다. 월악산 지릅재 횡단로도 하루 8회 운행될 뿐이다. 설악산 장수대, 한계령, 오색에는 직행버스가 정차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세우고 있다. 그래서 원통이나 양양에서 읍내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포장 위주의 정책은 관리편의, 보행무시 또는 등산무시 정책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지리산 화엄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에서 매표소를 지나 화엄사까지 이르는 약 1.3km는 2차선 포장도로다. 그러나 관리소 직원차량과 사찰 출입차량 외에는 출입금지다. 그런데 화엄사 진입로에는 보도가 거의 없을 뿐더러 그나마 있는 좁은 보도마저 아예 가로수를 심어 보행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탐방객들은 차량을 피해가며 차도를 걷고 있으며, 차량은 차도를 침범한 탐방객을 피하느라 중앙차선을 넘고 있다. 이러한 차도를 남부관리소 직원들의 출퇴근 차량들이 거리낌 없이 왕래했던 것이다.

전 지리산 남부관리소장 모씨는 “관리소장 중에 등산로 포장을 싫어할 소장은 없을 거다. (거의) 모두 원한다. 공원관리상 차량 이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었다.

“관리소장들은 등산로 포장을 원한다”

국립공원 등산로에는 돌멩이, 낙엽들이 아예 보이지 않는 곳들도 있다. 계류 건너는 곳에는 큰 돌로 메꿔져 평지화된 곳들도 있다. 자연현상이 아니라 공원관리소가 바닥에 박힌 돌멩이를 파내고 낙엽을 빗자루로 쓸고 계류 바닥을 돌로 메꿨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등산로는 자연 속의 보행로이지 인공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내의 보행로와는 다르다. 그런데 공단은 ‘돌멩이와 낙엽을 치워 자연등산로를 인공등산로로 개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횡단로나 진입로, 산속  등산로까지 자연의 보행을 무시하고 있다.

포장 위주의 정책은 등산 무시 정책과도 통한다. 공단은 여론의 눈치를 보아가며 ‘등산과 종주산행 금지정책’을 확산 중이다. 당일 정상 구경을 위주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니 포장도로를 산속까지 내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테마탐방이라며 개인으로 찾아온 탐방객을 기다리게 해놓았다가 일정수가 차면 직원을 따라붙여 설명을 듣게 하는 방식의 생태탐방, 사찰탐방 등 가이드제 탐방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자연파괴에다 통제형 탐방방식으로 인해 자연공원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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