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7] 가이드탐방이 생태계 파괴 부른다

[406호] 2003.08
입력 2003.08.27 11:17 | 수정 2003.08.27 11:17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생태탐방을 억지춘향식으로 시행하느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국고를 낭비하더니, 이제 다시 사육 동물을 방사, 관광시킬지도 모르는 사파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공단 자연보전부장 박문규씨와 환경부 자연공원과장 김준석씨 등은 아프리카 남아공화국의 핀란스버그 사파리국립공원을 돌아보고 귀국했다. 박씨는 “탐방객과 야생동물, 주민과 탐방객과의 관계, 차도 이용 현황 등을 살펴 보았다”며, “사파리 계획서는 금년 말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동물들은 차도에서 차바퀴에 치이고 반사경에 부딪쳐 죽어가고 있다. 산새, 나비, 고라니, 노루, 오소리, 너구리, 뱀, 개구리, 메뚜기, 장수풍뎅이 등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공단은 밀렵과 식물 도채를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최근에야 소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 검토에 소홀한 채 먹이사슬을 무시하고 특정 사육 동물을 방사하겠다고 구상한다는 것은 생태계 보호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미 공단이 95년에 수립한 「국립공원 생태계보전 10개년 종합계획」은 야생동물 보호대책으로 「국립공원 야생동물원」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육시설을 전시장화 관찰장화하고, 인공증식한 동물을 방사한다는 것이다. 인공증식 동물은 ‘노루, 산양, 고라니, 멧돼지, 오소리, 너구리, 멧토끼, 꿩 등’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리산 노루 사파리 추진하기도

인공증식하는 동안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개인 동물원에서 사육동물을 기증받아 방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10개년 종합계획의 연구결과를 검토한 자문위원은 서울대 ㄱ교수, 한양대 ㅇ교수, 호남대 ㅇ교수 3인이다. 외부 전문가까지 참여한 종합계획이다.

몇 년 전 지리산 남부관리사무소(전남 구례군 화엄사 입구)는 직원들을 2개조로 나누어 한라산을 답사했었다. 공단은 노루를 인공증식해 방사하여 지리산을 노루 천국화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라산은 울타리에 가둬 사육한 노루가 아니라 밀렵을 단속하자 수천 마리로 자연 증가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제주도에서는 관광사업 차원에서 국립공원 밖 100만 평에 사파리동물원을 계획한 바 있다.

10개년 종합계획은 조류보호로 ‘새집 달기 지속’을 명시하고 있다. 시행중인 산새 탐방 현장을 살펴보자. 인공새집을 달아 놓고 박새 알과 새끼를 꺼내 탐방객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구경시키고, 연구라며 저울 위에 털도 안난 새끼를 올려 놓고 무게를 재고 있다. 그러나 동물은 새끼를 낳을 즈음 사람이 안을 들여다보아도 새끼를 물어 죽이는 경우도 있다. 손으로 새끼를 만졌을 때 새끼 몸에서 인간의 냄새가 나면 죽이거나 버리기도 한다.

인공새집에는 대부분 박새들이 찾아들었다. 그러나 작은 몸집의 박새는 사람 손바닥이 겨우 들어가는 작은 틈새의 바위나 나무에도 둥지를 틀 수 있어서 인공새집이 부디 필요치 않다. 사람 왕래가 적은 숲속에 둥지를 틀었을 박새들이 전시효과를 노려 등산로에 설치한 새집에 둥지를 틀었다가 알이나 새끼를 버리거나 예정보다 일찍 둥지를 떠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인공새집을 달며 1,000개의 큰 쇠못을 박고 철사로 나무줄기를 동여 맨 공원들도 있다. 산새를 구경시키느라 행사 하루 전에 오염된 모이를 산에 뿌려 산새들이 모이게 유도하고 있다. 곤충의 겨우살이 모습을 보여주느라 눈 쌓인 겨울에 돌이나 썩은 나무를 들어내는 바람에 곤충들의 보금자리가 파괴되어 겨울나기를 힘들게 하고 있다.

생태탐방이 산새 물고기 벌레 죽여

물고기 탐방을 보자. 국립공원 어종은 오염과 남획, 인공물 등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환경부가 유해동물로 지정한 수입종인 붉은귀거북을 휴식년제 계곡에 풀어놓고, 휴식년제 계곡의 버들치를 잡아다 탐방안내소에서 구경시키다 몰사시켰다. 이번에는 물고기 관찰용 고정 망원경을 설치할 것을 거론중이란다.

태고의 신비감을 보여주던 노고단 일대에는 입장신청을 받는 초소와 출입단속용 자물쇠가 채워진 문과 망원경, 중장비를 동원해 만든 해괴한 돌탑, 그리고 노고단 오르는 데크계단과 정상의 전망대 등 이상한 공상영화를 연상시키는 인공물들이 너저분하게 도열하고 있다. 노고단은 이미 자연이 아니다.

노고단 정상은 반 년 동안, 즉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만 개방된다. 이에 대해 성삼재분소는 “겨울철엔 복구사업한 곳을 보여주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야생화는 대부분 5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10월이면 끝난다. 10월이 지나면 억새꽃 정도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노고단 개방 목적은 실적 홍보와 야생화 구경인 것이다. 야생화가 생태계의 전부는 아니며 특히 꽃만을 말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닐 것이다. 서울시산악연맹 복인규 환경보전 이사는 “잎이 사그라졌거나 눈속에 보이지 않더라도 겨우살이 등 나름대로 관찰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낮시간대 4회 한정 공개도 어불성설이다. 거기다 날씨가 나쁘면 예고도 없이 임의로 행사를 취소한다. 자연관찰은 대낮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밤과 낮, 그리고 아침과 저녁, 또한 날씨에 따라 여러 가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게다가 종류별로 야생화 화단을 만들고, 그 터에 그 야생화만 키우는 화단은 이미 자연이 아니요 조경에 불과하다. 또한 다른 식물 침투시 제거하는 등 인공관리도 불가피하다.

노고단은 원추리를 밀어내면서 점차 철쭉이 번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 관찰이 생태탐방이지 조경화단을 자연이라 해설한다는 것은 생태학적인 견지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적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크다.

더구나 1회당 100명씩 1일 4회만 개방하는데, 예약은 1회 60명만 접수하며 나머지 40명은 현장에서 접수한다. 전남 순천의 우리꽃사랑모임은 60명 한도 규제 때문에 예약에 불편을 겪었다. 노고단 오름길 바닥을 판자로 깔아놓아 등산로 훼손 염려가 없는데도 인원과 횟수, 계절,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관리편의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공단은 입장권과 주차권 매표원을 성수기에는 자정까지 또는 24시간 파견하고 있다.

생태탐방 신청자수는 가이드내용이 빈약해 소수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1회 20여 명의 인원수를 채우려다 보니 친지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참가하기도 한다. 유일하게 규정인원을 초과하는 노고단의 경우 모두 생태탐방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탐방객들은 백두대간 종주, 사진촬영, 경관 감상, 숲 관찰, 설경 탐방, 학술연구 등 직업과 취미, 탐방목적, 그리고 생태계에 대한 지적 수준이 다르고, 어른도 있고 아이도 있다.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강제로 공단업적과 야생화꽃 구경에 참여케 하여 공단이 내보낸 가이드의 일률적인 설명을 듣게 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행위다.

공단이 노고단을 살려냈다는 주장은 맞을까? 3년 동안 그대로 두면 등산로가 살아난다고 선전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요, 휴식년제를 선포, 방치하다 최근에야 복구한 것은 그동안 보호관리 임무를 망각한 직무유기인 것이다.

국민 기만한 노고단 휴식년제

10개년 종합계획은 식물보호사업으로 고산식물원 6개소, 일반수목원 15개소, 특수수목원 3개소 등 식물원 24개 조성을 들고 있다. 부대시설로는 관리사, 온실, 파고라, 가로등, 벤치, 음수대, 임간교실 등이다. 실제로 지리산 대원사 코스에 야생화 108종 1만2천 그루를 심어 놓았다. 성삼재 코스의 인공화단을 에워싼 콘크리트를 지적하자 공단은 통나무로 바꿨으나 흉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화단, 안내판, 나무판자 생태탐방로 등 야생화 탐방로 조성사업비(2000~2002년)는 12억4백만 원이다. 게다가 인공전망대를 소백산 연화봉과 설악산 오색 코스, 지리산 노고단에, 장승들을 지리산 정령치와 천왕봉 등산로에, 견우직녀 돌탑을 지리산 반선에 만들어 놓았다.

국립공원 정책이 왜 이렇게 전시성으로 흐르는가? 첫째 이유는, 공단 임직원들의 자연에 대한 무지다. 그래서 탐방안내소에 전시한다며 분재와 수석을 공개 수집하는가 하면, 조경화단과 사육동물 방사를 자연보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급급, 유행 따라 전시성 행사 창안에 바쁜 것이다. 그래서 공원을 휴지 줍기 행사장으로 활용하더니 최근엔 생태탐방객들을 억지로 끌어들여 ‘포퓰리즘 행사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보전 10개년 종합계획’은 ‘국립공원 파괴 10개년 계획’이라 단정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에 대해 무지한 공단은 포퓰리즘 행사 위주의 생태가이드에 몰두, 웃음거리 공원으로 만들어 순수한 자연을 찾고 싶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 환경보전의 기수



전재희 국회의원

“국립공원은 자연적인 상태로 보전 관리해야”



“국립공원은 자연적인 상태로 보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단의 사고는 아직도 개발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태탐방 프로그램이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젖어 오히려 생태계를 훼손시키고 있다.”

전재희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은 지난해 9월 정기국감에서 공단의 생태탐방 프로그램의 잘못을 이렇게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보전 10개년 종합계획의 야생동물 인공증식과 방사계획의 문제점을 수정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생태탐방 프로그램이나 야생화 화단 조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고도 말했다.

또한 공단의 제출자료는 물막이(보)가 모두 57개소라 했는데 실제보다 축소됐다고 밝혔으며, 물고기 이동을 막는 물막이와 인공폭포를 철거, 물고기 보호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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