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9] 국민의견 수렴 없는 공원정책 결정

[408호] 2003.10
입력 2003.12.05 16:40 | 수정 2003.12.05 16:40

케이블카 설치와 묘지공원 공청회 간담회조차 의견수렴 외면

국립공원 정책 결정이 누구 손에 의해서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케이블카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주최는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원장 윤서성), 후원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다.

원장 윤씨는 행사 안내장의 인사말에서 ‘케이블카가 자연공원에 허용될 수 있는 시설인지, 만일 허용될 수 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자리다’라고 공청회의 목적을 밝혔다.

공청회가 열리게 된 경위를 살펴보자. 환경부의 말을 빌리면, 한라산(2001.2), 지리산(2001.11), 설악산, 한려해상 등에 대한 지자체의 케이블카 설치 요청을 계기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찬반 양론이 대립되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자료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이해 6월에 삭도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 환경단체 2명, 경제단체 1명, 관광단체 1명, 학계 4명 등 12명이다.

삭도검토위원회는 5차례에 걸쳐 위원회를 열고 케이블카 검토 연구용역을 시행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그래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용역기간은 2002년 8월부터 2003년 8월까지 1년간. 용역을 2단계로 구분하여 시행했는데, 1단계(2003.6까지)는 케이블카 필요성 유무, 2단계(2003.8까지)는 필요성 인정시 케이블카 설치 평가기준 마련이다.

삭도검토위원회 참석위원 전원이 케이블카 설치 동의

삭도검토위원회는 5월30일 환경부 소회의실에서 제7차 위원회를 열고 ‘입지기준을 정해 이 기준에 맞는 제한적 허용’에 대해 참석자 10명 전원의 의견일치를 보았다. 즉 자연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데 동의한 것이다. 이어 국민들의 의견수렴 기회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 주제발표는 ‘자연공원지역 케이블카 설치 및 운영의 영향분석과 정책방향’이다. 좌장은 변우혁씨(삭도검토위원회 위원장)가 맡았다.

토론자로 나온 오색케이블카추진위 공동대표 박융길씨는 “케이블카 종점의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해 케이블카에서 내리지 않고 밖을 구경하도록 하고, 그 케이블카로 내려오도록 하겠다. 정상에 케이블카 종점을 허용하자”라며 필요성을 말했다. 방청석의 모 대학교수는 “한라산에 학생들과 같이 현장연구를 하다보면 희귀식물이 보여 나중에 몰래 캐오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다. 밀채를 막기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이지훈씨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오히려 공원 내 편의시설물을 철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편의시설을 늘이려 한다”며 케이블카의 불필요성을 설명하고, “케이블카 설치 허용기준을 지난번 보고서에는 녹지자연도 8등급이었는데 왜 9등급으로 완화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날 공청회는 케이블카의 필요성 여부와 허용기준 등에 대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그런데 공청회가 끝날 즈음 좌장인 변우혁 교수는 “오늘 공청회는 케이블카의 필요 유무가 아니라 설치허용 기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라고 말했다. 이에 방청석에서 “짜고 친 고스톱이다. 왜 공청회 시작할 때 분명히 말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좌장의 발언내용으로 보아 제7차 삭도검토위원회(2003.5.30)가 결정한대로 케이블카의 필요성은 이미 정해졌고, 설치허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공청회라는 의혹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행사 안내장에서 밝힌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논의는 물 건너간 것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 8월11일 환경부 대회의실에서 제8차 삭도검토위원회의가 열렸고, 허용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허용기준과 관련해 용역진과 최종 보완작업을 할 삭도검토위원회 소위를 구성했으며, 소위 위원으로 윤주옥씨(환경단체)와 정주현씨(동명기술공단 이사) 2명을 선정했다.

공청회를 방청한 삭도검토위원 서재철씨(녹색연합 국장)는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청회가 끝난 후 윤주옥 삭도검토위원 등과 회의를 가졌는데, 용역보고서 내용이 부실하지 않도록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그리고 환경부는 삭도검토위원회의 참가자 명단이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9월 중 최종 용역보고서가 나오면 보고서가 제시한 평가기준에 따라 케이블카 신청 건을 개별로 조치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민주묘지공원 신설도 기정사실화하려고 해

지난 9월3일 강북구민회관에서 열린 민주묘지공원 조성 관련 지역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살펴 보자. 정부가 북한산 국립공원 내 수유동에 추진중인 묘지공원사업이다. 회의 자료에는 간담회 목적을 ‘지역주민의 협조를 구하여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는 데 있다’고 적혀 있다.

민주묘지공원사업이란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위한 묘지공원 추진사업으로서, 정부기구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밝힌 바에 의하면 6월 7일 현재 정부가 인정한 민주화 운동자는 4,829명이며 이중 사망 59명을 제외한 약 4,700여 명이 생존자라고 한다. 이들 중 국립묘지 안치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북한산 묘지공원에 안치하겠다는 묘는 약 300기이며 전국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주민측은 간담회가 시작되자 “오늘 간담회의 목적을 북한산 국립공원에 묘지공원이 필요한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21녹색삼각산공동체 사무처장 이순희씨는 “회의 자료에는 공사방법에 대해 의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북한산에 묘지가 들어서도 되는지에 대해 검토하는 게 우선이고, 묘지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진 다음에 검토에 들어갈 의제”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주민측 토론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부분 퇴장해 버렸다.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주최측은 묘지공원사업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간담회를 연 것으로 보인다.

묘지공원사업은 지난해 5월20일 국립공원위원회가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조건’을 붙여 8,000평을 공원구역에서 해제하기로 가결함으로써 밀실행정이라며 여론을 들끓게 했다. 그리고 환경부는 1년이 지났는데도 조건부인 주민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도 환경부 고시를 미루고 있다. 즉 자연공원법 상의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간담회를 열었다는 의혹을 보여주고 있다.

총면적 2만7천 평의 북한산 묘지공원 사업에 대한 반대성명서를 낸 단체는 북한산묘지반대연합, 강북구의회, 서울시산악연맹, 충남산악연맹, 전북산악연맹 등이다.

케이블카 공청회나 묘지공원 간담회는 내부적으로는 신설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의견을 수렴했다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시민연대 조직위원장 복인규씨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하며, 의견 수렴과정은 투명성 있게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중대한 사업을 공청회 한두 번이나 용역보고서 하나 가지고  짧은 기일에 밀어부치기식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책사업이나 개인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관과 결탁한 횡포가 적지 않았다. 한 예를 들어 보자. 91년 가평 운악산의 가평골프장에 대한 사업설명회가 가평군청 주관으로 열렸다. 주민들은 “주민 의견 수렴도 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가평군은 “사업내용을 설명하는 것이지,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가평군은 이 설명회의 결과를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는 내용으로 공문을 경기도에 발송했고, 그래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국립공원 입장료 인상도 밀실 추진 의혹

국립공원 입장료 인상추진 소식이 알려진 것은 8월 중순이다. 공단 이사장이 8월14일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취임 인사차 찾아가서 협조를 요청했다는 신문 보도로 알려졌다. 공단은 “9월1일부터 인상 요금을 받으려고 했는데 조계종 동의 등 문제로 늦어졌으며 곧 시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23일 공단은  광주광역시 남도예술회관에서 국립공원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6개 주제 중 하나가 ‘국립공원 조직보강 및 재원의 안정적 조달방안’이다. 주제발표에서 김종인 교수(건국대 경영학과)는 “공원관리에 인원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현재 직원수는 665명이다. 그리고 수입원 확대방안의 하나로 통나무집 운영, 야영장 확충 등이 있다”고 말했다. 공단 직원수는 현재 1,000명(계약직 포함, 일용직 제외)이다. 그리고 공원시설물을 영업수입 차원에서 확충토록 주장하고 있다.

공단은 심포지엄 개최 이유의 하나가 입장료 인상인 모양이다. 입장료 인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더 이상 구할 계획은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공단 예산이 왜 부족한지 구체적인 홍보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인상 이유를 모른다.

1995년 ‘국립공원 생태계 보전 10개년 종합계획’이 수립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자 국민들은 내용도 모른 채 그냥 국립공원의 자연보전을 위한 소중한 정책이겠거니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국립공원 파괴계획이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자연공원과는 동떨어진 계획인데도 불구하고 이 종합계획서에 따라 18개 공원별로 ‘ㅇㅇㅇ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보전계획’이 수립되어 추진되어 오고 있다. 예산 관련 자료나 계획서 어느 하나도 탐방안내소에서 볼 수 없다.

덕유산 쌍방울리조트, 적상산 양수발전댐, 속리산 청소년수련원, 인공계단, 전망대, 오대산 상원사 진입로 포장 등도 국민의 의견개진이 거의 없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환경부는 의견수렴 자리가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쉬쉬 하고 있다. 구시대적 발상을 접어두고 투명하고 심도있게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할 때가 아닌가.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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