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23] 암벽등반 허가제 발상은 왜 나올 수 있었나

[423호] 2005.01
입력 2005.01.04 14:35 | 수정 2005.01.04 14:35

자연휴식년제·입산예약제·야영장 폐쇄를 일부 산악인이 동조했다

국립공원 내에서 암벽등반 등 전문등반을 하려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가? 전문등반을 제외한 일반 등산인들의 불편을 산악계가 모른 척해도 되는가? 이에 대한 산악인들의 고민이 미미하다보니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김재규)의 등산 통제정책은 해마다 확산되어 산악활동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12월6일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소장 조길제)는 ‘1월부터 북한산 국립공원 내 인수봉 등의 암벽등반을 허가제로 한다’고 공표했다가 대한산악연맹, 서울시산악연맹, 한국산악회가 북한산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강력 항의하자 발표 10일만인 12월15일 경솔한 결정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12월17일 공단본부(마포구 공덕동)에서 열린 북한산, 설악산, 월악산, 월출산 등 4개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장 회의에서는 ‘북한산 암벽등반은 1년간 예전처럼 시행하며, 허가제 대신 다른 방법으로 통제’키로 했다. 산악계의 의견개진도 없이 산악계를 안하무인격으로 무시하며 공단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를 파악해야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워킹이나 암릉 코스 출입통제에도 항의했어야

암벽등반 허가제 발상은 어디서 나왔는가? 산악계에 충격을 가한 이 사건은 국립공원관리공단 본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북한산 관리사무소장은 밝혔다. 공단 본부의 김영기 탐방시설처장은 “국위선양을 하는 해외원정등반, 전문산악단체 등의 경우는 ‘별도 교육’을 시킨 다음에 허가해 주면 좋지 않겠느냐. 북한산 설악산 월악산 월출산의 경우는 암벽등반 허가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공단의 기본방침을 피력했다.

이번에 시행하려다 보류한 암벽등반 허가제는 북한산 인수봉, 노적봉, 족두리봉과 도봉산 선인봉을 제외한 암벽등반 및 암릉산행을 전면 금지하고, 4개 암봉도 3일 전까지 전문단체의 추천서류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하며, 자격심사를 받고 서약서와 각서 제출 등의 조건들을 달았었다.

공단은 북한산 종주산행 코스 상의 주요 봉우리 정상을 이미 전부 통제하고 있다. 남서쪽 끄트머리 족두리봉에서 시작하여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 용암봉, 만경대, 백운대, 영봉 등 북동쪽까지 이어지는 주능선 상의 봉우리들 중 백운대 정상을 빼놓고는 이미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 만경대 등 5개 봉우리 정상 산행을 이미 막았으며, 족두리봉 산행도 1월부터 막겠다며 공표했다가 보류했다.

정상 부분이 바위여서 사고가 날 우려가 크다는 게 통제 이유지만, 영봉은 흙길인데도 자연휴식년제로 막고 있다. 도봉산도 예외는 아니다. 도봉산 망월사계곡의 두꺼비바위도 암벽등반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진 지 오래다.

이러한 통제구역이 늘어나는데도 그동안 산악인들은 워킹 내지 암릉코스는 자신들 등반에 별 제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산악인들은 그러나 전문등반 대상지가 아닐지라도 워킹 또는 암릉 코스의 출입금지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어야 하는데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인수봉 암벽등반 허가제 시행 운운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셈이다.

설악산은 이미 허가제 시행중

설악산은 이미 허가제가 시행되고 있다. 잦은바윗골과 설악골 등도 출입금지시켰다(사진 참조). 그리고 암벽등반이나 빙폭등반 등 산악훈련도 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아예 막영은 허가해주지 않아 훈련팀들조차 설악동 여관에서 자고 산속 현장으로 매일 출퇴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설경보가 내리면 철수여부는 등반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훈련 중이던 팀들은 관리사무소의 하산 지시에 설악동으로 철수하고 있다.

등반허가제를 시행하겠다는 공단은 북한산의 위험지구를 제대로 홍보했는가? 향로봉은 능선 양쪽 입구에 안내판이 있었다. 그런데 한 켠에 엉성한 글씨의 조그만 안내판이었다. 한 마디로 위험을 제대로 알려주는 안내는 없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등산객들을 위험지구로 불러들인 셈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의 등산로 양옆에 철조망을 치거나 줄을 쳐놓고 매단 표지판들도 가관이다. 위험성이 전혀 없는 곳에 ‘위험 출입금지’라고 붙여 놓았던 것이다. 출입금지 강조 의도로 위험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대형 경고판도 가관이다. 북한산 대남문 앞은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평지인데 2개의 경고판이 있다. 공단이 세운 사람 키 보다 훨씬 큰 대형 안내판의 내용은 헬멧 등 장비를 갖추고 산행하라고 적고 있다. 옆에는 낙석을 주의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내용의 ‘산악사고 다발지역’이란 경고판이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에 나붙은 벌금 경고와 출입 경고 등의 경고판과 안내판들은 약 1만 개나 된다. 위험이란 표지판을 아무 곳에나 내걸고 등산로를 따라 줄줄이 전시되다 보니 수많은 경고판에 누가 관심을 두겠는가? 탐방객들은 경고문구에 무디어진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코스는 자연휴식년제, 비지정등산로, 입산예약제라는 구실로 이미 곳곳이 막혔으며, 야간산행 금지로 이중 통제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지리산 홍계리~왕등재, 노고단 정상, 노고단~코재~종석대~성삼재, 큰고리봉~고기리, 덕유산 월음령~신풍령, 속리산 형제봉~천황봉, 문장대~밤치~눌재, 소백산 1272m봉~고치령~늦은목이, 오대산 매봉~소황병산~노인봉, 진고개~동대산, 두로봉~신배령, 설악산 점봉산~한계령, 마등령~미시령 등 10여 구간이 막혔다.

장기등반이나 백두대간 종주시에도 야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단은 노고단 야영장 등 산속의 야영장을 이미 여러 곳 폐쇄시킨 데 이어 나머지 몇 개소도 폐쇄시키려 하고 있다. 설악산의 야영장들도 여러 곳 폐쇄되었다. 야영장 폐쇄에 대해 산악인들이 동조한 점도 있다.

공단 이사장은 2001년 9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종주 금지를 종주코스가 짧은 공원부터 시범 시행해 본 다음 지리산 등 종주코스가 긴 산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증언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보통 2~4시간이면 오른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공단 이사장은 “정상 왕복은 당일로 가능하다. 당일 왕복으로 바꾸면 오염 방지에 효과가 있다”며, “당일 등산만을 하게 되면 산장이 필요하지 않다. 단계적으로 산장을 줄여나가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증언했다. 공단은 왜 야영장을 폐쇄시키고 있는가? 이사장의 국감 증언에서 보았듯이 종주등반과 야영을 금지시키고 당일등반만 허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의 등산통제 이유의 하나는 쓰레기 발생이다. 공단은 연간 7,000톤의 쓰레기를 등산객들이 산속에 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등산객들은 하산시 공원 입구에 마련된 분리수거 마대에 넣고 있다. 이 마대의 쓰레기를 차량으로 실어 나르면서 등산객들이 산속에 버린 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수거했다고 국감증언과 국립공원 백서에서 거짓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탐방객 수를 줄여야 한다며 공단의 정책에 동조하는 산악인들이 있다. 게다가 산악단체들이 국립공원에서 휴지 몇 장 줍고 자연보호행사라며 국립공원이 쓰레기장화한 것처럼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산악인들은 세미나 등에서 일반 등산객들 때문에 등산로가 패이고 있다며 자연휴식년제를 확대해야 하며, 등산객 수를 줄이기 위해 일정 인원만 입산시키는 입산예약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샛길이 늘어나 역시 자연이 훼손되고 있다며 샛길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야간산행이 등산로 훼손과 야생동물 수면방해를 부르고 있다며 야간산행 금지를 주장하고, 나대지가 넓혀지고 쓰레기가 생긴다며 야영장 폐쇄를 주장한 산악인도 있다. 이러한 주장들이 등반을 규제하겠다는 공단의 정책과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 등산과 전문 산악활동을 구분해서 입산을 허가해 달라는 산악인들의 주문도 있는데, 타당성이 있는 것일까? 북한산 암벽등반 허가제는 전문산악단체의 추천 조건을 달고 있다. 그러나 공단은 생태탐방이나 역사탐방을 제외한 입산자는 전부 산악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전문등반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다.

공단의 등산 무시정책에 동조하고 나선 단체의 예를 보아도 그렇다. 환경?사회 등의 16개 단체들 모임인 국립공원제도개선시민위원회는 서울시산악연맹에 보낸 공문(2002.6.24)에서 ‘국립공원은 휴식과 자연생태 체험, 역사문화 체험을 위해 오는 손님일 뿐’이라며 등산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또한 이 제도개선시민위원회는 2001년 11월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국립공원 100대 개혁의제 작성을 위한 100인 워크샵’에서 정상 등반을 ‘반자연 반문화 행위’로 규정했다.

이렇게 사회단체들이나 국민들은 전문등반을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기 때문에 전문등반은 예외로 하고 일반등산만 규제해야 한다는 일부 산악인들의 목소리는 전문등반까지 족쇄를 채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반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북한산 향로봉, 비봉, 문수봉 등도 전면 개방토록 산악계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산 암릉코스 전면 개방 요구해야

공단은 이미 가이드를 앞세운 입산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고단이다. 자연휴식년제로 묶어놓고 생태탐방이라며 1일 400명만 입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산악인들이 주장하는 자연휴식년제와 입산예약제가 백두대간 종주를 불법행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은 반달곰 보호라는 구실로 일부 등산로를 폐쇄시켰다.

산악계가 관리사무소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면도 있다. 2개 시도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에서 등산학교 개설 공문을 관리사무소에 보냈다. 한 단체의 회장은 공문을 들고 가 소장을 면담했으며, 한 단체는 우편으로 발송했다. 그런데 직접 면담한 단체의 등산학교만 국립공원 이용을 허가해 주었다. 이에 우편으로 공문을 발송한 단체의 회장이 직접 찾아가 인사했더니 그때야 허가를 내주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산악인들이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눈치 보는 경우도 있다. 공원정책을 분석해온 필자와 만났다는 사실이 관리사무소에 알려질까 우려하는 산악인들도 있었다.

암벽코스도 하나의 등산로다. 오랜 세월동안 다니던 길을 통제하겠다는 공단의 발상은 관리편의주의인 것이다. 산악계가 이에 대한 대책을 심각하게 강구하지 않는 한 산악인들의 산악활동 영역은 조만간 급속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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