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25)] 대간 종주마저 동강내는 등산억제정책

[425호] 2005.03
입력 2005.03.07 13:43 | 수정 2005.03.07 13:43

국가시책으로 권장해야할 건전한 종주마저 불법 간주

 “종주코스가 짧은 공원부터 시범으로 종주산행을 금지시키고, 그 다음에는 지리산 등 종주코스가 긴 산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정상 왕복은 당일로 가능하다. 당일 왕복으로 바꾸면 오염방지에 효과가 있다.”

이 발언은 2001년 9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립공원 관리방침에 대한 증언이다. 국립공원 내 등산은 모두 당일에 마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등산 무시정책은 공단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나타난다. 탐방수요 예측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설문을 보면 ‘등산’이란 용어는 아예 거론조차 없으며, 휴양, 자연체험, 직원동행 등을 거론하고 있을 뿐이다. 즉, 국립공원을 휴양지(피서지)로서 자연체험(야생화탐방 등) 장소로서만 허용하고, 직원동행(입산예약제)을 시행하겠다는 발상이다. 유명 피서지의 개인사업장을 연상시킨다.



 

당일 등반만 허용하고 있는 월출산 전경. 암벽등반도 허가제로 한다는 방침이다. 바람골대피소도 철거시켰고 겨울철에는 구름다리- 바람재 구간마저 통제하여 반쪽 산행만 가능하다.
당일 등반만 허용하고 있는 월출산 전경. 암벽등반도 허가제로 한다는 방침이다. 바람골대피소도 철거시켰고 겨울철에는 구름다리- 바람재 구간마저 통제하여 반쪽 산행만 가능하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휴전선 이남 구간을 흘러내리면서 여러 국립공원을 지난다.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등 6개 국립공원이 그것이다. 백두대간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종주금지정책 때문에 국립공원 곳곳에서 토막 난 상태다. 공원 관리사무소는 단체 이름과 통과시간을 빤히 알고도 방관하면서 금지구역 입장시 벌금 50만 원이니 100만 원이니 하며 경고하고 있다. 현재 백두대간 종주팀들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며, 그나마 관리사무소 직원의 눈치를 보아가며 떳떳하지 못하게 비굴한(?) 산행을 하고 있다.

황철봉 휴식년제 구역에선 주목도채꾼 설쳐

국립공원 내의 백두대간 종주코스가 막힌 곳을 살펴보자. 설악산 국립공원은 2003년 8월31일자로 미시령 북쪽 신선봉(해발 1,214m) 일대 2,434km2를 공원구역으로 편입시켰다.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산줄기를 따라 마산(1,051.9m)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오면 대간령이 나타난다. 이곳이 설악산 국립공원 경계의 시작이며 백두대간 줄기인데, 이 지점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막고 있다. 대간령~신선봉~미시령 구간 약 6km인데, ‘비지정등산로’라는 이유 때문이다. 공원구역 편입 이전에는 자유로이 걷던 산길이었다.

지난 2월 백두대간 종주팀이 진부령에서 출발하여 신선봉을 거쳐 미시령 위 능선에 도착했다. 미시령으로 내려서려던 종주팀은 관리사무소 직원을 발견하고는 다시 되돌아서서 진부령으로 북상했다. 이 팀은 마등령까지 간다는 당초 종주계획도 포기했다. 설악산 미시령과 오대산 진고개에서 단속하는 경우가 특히 빈번하며 상당수의 단체들이 벌금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시령에서 설악산을 종주하려 능선에 올라서면 철조망이 가로막는다. 철망 앞에 ‘자연휴식년제’ 출입금지란 대형 간판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초소가 지키고 있다. 미시령~황철봉~마등령 구간이다. 초소까지 세워놓고 지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연휴식년제 등산로 양쪽 숲속에선 수백 년생 주목 등 희귀수목 도채가 벌어지고 있다. 감시자 역할을 하는 등산객들이 거의 없자 도채꾼들이 설치고 있는 것이다.

 

자연휴식년제를 2001년부터 15년째 시행중인 미시령~마등령 구간의 시행 이유에 대해 공단은 2가지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나는 3년이면 등산로 바닥에 풀이 돋아난다는 것인데, 3년마다 5회째 연속 시행하고 있으나 생태계 복원효과는 별로 없다. 또 하나 이유는 안전사고 예방이다. 황철봉에는 바윗돌들이 널려 있는 너덜지대가 있다. 이러한 등산길을 걸어보는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다. 사고가 없어야 상급기관으로부터 책임추궁 당하지 않는다는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입장권 판매직원을 이른 아침부터 관리사무소에서 먼 이 곳까지 파견하기 불편하여 막아 놓은 것이다.

공룡릉을 지나면 희운각대피소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소청~중청을 거치지 않고 대청봉으로 직접 오르는 능선이 백두대간이다. 그런데, 공단은 비지정등산로라는 이유로 사람이 다니던 길을 막고 훼손이 심한 희운각~소청~중청~대청봉 구간의 훼손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청봉에서 서북릉을 거쳐 한계령에 이르는 구간은 2003년도에 입산예약제를 시행했다가 실패, 현재는 개방된 상태인데, 공단은 입산예약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한계령~점봉산 구간도 97년부터 9년째 자연휴식년제로 묶어 놓았는데, 등산로에 풀이 복원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점봉산~단목령~875m봉 구간은 비지정등산로여서 출입할 수 없다고 공원관리소가 밝혔다. 단목령~875m봉~북암령~조침령 구간은 유네스코 지정 천연보호구역이므로 출입할 수 없다는 경고판이 백두대간 능선에 서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백두대간 구간은 46km인데, 이중 69.1%인 5개 구간 31.8km가 묶여 있다.<지도1, 표1 참조>

설악산에서 남하하면 오대산 국립공원이 나오는데 신배령~두로봉 구간이 비지정등산로로 묶여 있다. 동대산~진고개가 2003년부터 자연휴식년제로 통제되고 있는데, 이곳 등산로가 훼손이 심하다는 환경단체의 충고를 참고했다고 관리사무소는 말했다. 더구나 노인봉~소황병산~매봉 구간은 비지정등산로이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서 있다. 이렇게 오대산은 3구간을 묶어 놓았다.

오대산은 백두대간뿐만 아니라 주변 산들과 이어진 능선 종주의 특징을 보여주는 산이다. 그런데 호령봉~비로봉 구간을 91년부터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묶었다. 물론 이 구간 이용자는 지정 초기까지만 해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운두령에서 계방산을 거쳐 호령봉~비로봉~두로봉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북쪽으로는 응복산~구룡령~방태산으로, 그리고 두로봉에서 동쪽으로는 노인봉~대관령으로 종주할 수 있다. 그러나 능선종주의 중간지점인 호령봉~비로봉을 묶어 버린 것이다.<지도2, 표1 참조>.

속리산 홈페이지는 ‘백두대간 탐방로 출입제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놓고, 문장대~밤티재, 그리고 밀치~대야산~악휘봉 2개 구간 20.9km는 ‘이용불가 백두대간 탐방로’라고 알리고 있다. 공단이 백두대간 종주를 아예 금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공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은 고기리~작은고리봉 구간과 성삼재~종석대~코재 구간이 비지정등산로로, 노고단 정상이 자연휴식년제로, 천왕봉에서 동북방향으로 뻗은 중봉~왕등재~935m봉이 비지정등산로, 왕등재는 자연휴식년제로 통제하고 있다.

국립공원 14개 구간 94km 통제

진부령~지리산 간 백두대간의 남한 총거리는 약 790km이다(거리산출은 포항 셀파산악회 측정자료 참고). 이중 6개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구간이 237.4km이며, 그 중 출입통제 구간은 94.8km로서 무려 39.9%에 해당한다.<표2 참조> 백두대간 종주를 사실상 금지시키고 있는 공단 정책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한산악연맹은 올 7월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50여 명을 세계 오지로 보낸다. 2001년도부터 올해 5년째다. 지난해 탐사는 5개팀 5개 지역으로 아시아 알라이산맥, 중국 캉딩지구, 캐나다 컬럼비아 해안산맥, 멕시코 푸에블라 산군, 뉴질랜드 남알프스 산군이었다. 오지탐사대의 목적에 대해 대산련 전무이사 김병준 씨는 “미지세계에 대한 탐험정신과 모험심, 개척정신을 심어주는 기회를 만드는 데 있다. 청소년들에게 진취적 기상과 강한 정신력과 담력, 그리고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탐험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 청소년들을 보내고 있는 반면 공단은 스스로 찾아오는 국민들과 청소년들조차 당일 탐방지의 일정한 등산로만 오르내리도록 규제하고 있다.

<나를 부르는 숲>(원제 A Walk in the Woods, 빌 브라이슨 저, 홍은택 역)이 발간되었다. 애팔래치아산맥은 미국 동부 조지아주에서 메인주까지 이어진다. 이 산맥을 타고 산길과 숲길로 이어진 무려 3,400km나 되는 애팔레치아 트레일(등산로)을 걸어서 종주한 두 사람의 여행경험기이다. 백두대간 남한구간 거리가 약 700km인 점을 생각한다면 무려 5배나 되는 거리다. 폭풍우를 만나기도하고 길을 잃고 눈속을 헤매고 식수가 떨어지고 굶기도 한다.

미 애팔레치아 트레일은 관공서가 막는 일 없어

텐트와 버너 등 야영장비를 담은 배낭을 짊어지고 개울이 막히면 물을 건넜고, 돌밭길도 걸었다. 트레일을 걷는 도중에 아연광산 경비가 총을 들이대고 길을 막긴 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관공서나 공원관리소 직원이 길을 막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트레일 하이커들이 식수가 떨어질 때쯤에는 샘터가 나타나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하루 정도 도보 거리마다 대피소나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백두대간 종주 상의 야영장과 대피소를 철거시키고 있다. 백두대간 14개 구간을 막아놓고 이 구간을 통과하는 팀들을 적발하여 벌금을 받아내고, 입산을 가로막느라 통제구간 입구에선 언쟁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백두대간은 역사찾기다. 일제가 숨긴 백두대간이란 이름을 고 이우형씨가 산경표 고문헌에서 발견했다. 이어 박용수씨(백두문화연구소장)가 16년 전인 1989년에 백두대간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학술논문보고서를 작성, <산경표>라는 표제로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시판중이다. 박용수씨는 “올해에 제2 보고서를 발간하겠다. 고문헌을 중심으로 연구한 보고서다”라고 말했다.

문헌연구가 중요한 것처럼 현장에서 발로 백두대간을 배우고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는 일도 중요하다. 백두대간 종주는 자연과 탐험정신뿐만 아니라 올바른 역사찾기까지 자연스레 이루는 셈이다. 이러한 종주산행를 공단은 불법입장이라는 카드를 내밀어 앞을 막아서고 있다.

 한국등산중앙연합회장 이구씨는 “백두대간 종주는 국가시책으로 권장해야할 사안이다. 휴전선 이북의 백두대간을 오르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데 남한 구역의 백두대간마저 막고 있다. 울분이 치민다”라고 말한다.

공단은 관리편의 위주와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백두대간 종주에 필요한 점을 파악하여 안내자로서 종주자들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펴야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정책을 펴서야 제대로 된 정부기관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글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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