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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코스] 호남의 산 - 입암산

월간산
  • 입력 2005.11.21 11:08
  • 수정 2005.11.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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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1m 전북 정읍-전남 장성
가을 단풍과 억새, 암릉과 폭포가 어우러진 산

▲ 노령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는 도중 내려다본 정읍 벌판.
▲ 노령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는 도중 내려다본 정읍 벌판.

입암산(笠岩山·626.1m)은 호남정맥이 내장산 신선봉과 백암산 사이의 분기점인 530m봉에서 서쪽으로 갈래를 친 영산기맥 상의 첫 관문이며, 갈재, 방등산(방장산), 문수산으로 이어진다. 입암산의 물줄기는 북쪽은 정읍천을 통해 동진강에 합수되고, 남쪽은 장성호를 통해 영산강으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정읍시 입암면, 전남 장성군 북하면을 경계한다.

입암과 입암산의 지명은 갓바위가 마치 갓(草笠)을 쓴 것 같은 형상에서 유래됐는데, 혹자는 힘을 불끈 쓴 남근을 닮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입암 주민들은 남쪽 산정의 암봉을 올려다보면 뚜렷이 다가오는 갓바위를 정상으로 부르고 있다.

▲ 갓바위 정상.
▲ 갓바위 정상.
이 산은 내장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으나, 내장산이나 백암산과는 달리 계곡이 깊고 수자원이 풍부해 남창골 입구에는 장성호의 푸른 물이 춤을 추고, 남창계곡은 여름에 많은 피서객들로 붐빈다.

자연경관은 사계절이 다 좋으나 특히 가을단풍과 억새가 빼어나고, 성곽 부근에서 조망되는 정읍쪽의 탁 터진 넓은 평야의 풍경도 좋다. 또 산세가 유순하고, 분지형이라서 겨울삭풍도 막아주어 겨울산행도 좋으며, 특히 눈꽃이 아름답다. 다만 장성갈재에서 애기봉과 어른봉을 거치는 입암산의 겨울산행은 암릉과 산죽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번산행은 소석현(입암체육회 회장), 소우택(입암면 사무소), 최병구(등촌리 원등 이장), 이정숙, 유귀래 주부, 전상호(아름다운산악회 회장), 최병옥(전주기전여대 전산실 실장), 입암산을 안방 드나들 듯 한다는 배기선씨와 함께 장성갈재 코스를 답사했다. 산행 들머리인 장성갈재에 있는 조국통일 기원 기념비와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랫말이 적혀있는 비석을 보니 불현듯 분단조국의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장성갈재~정상~상부 마을 코스

▲ 노령에서 올려다본 갓바위.
▲ 노령에서 올려다본 갓바위.
입구가 몇 군데라서 혼선이 오나, 비문 위에서 동쪽으로 오르는 것이 제일 쉽다. 군부대 진지와 철탑을 지나면 눈앞에 시루봉과 갓바위가 나타난다. 수풀과 가시가 우거져 여름철엔 산행에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헬기장 밑으로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터널이 지나가고, 군부대가 철수한 지하벙커가 쓸쓸히 나그네를 맞았다.

사람 흔적이 끊겨 거미가 진을 치고 있는 갈재에 닿았다. 소석현 회장이 40년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정읍과 장성을 육로로 넘나들던 고개였고, 전남 방향의 목란 마을의 목란이란 기생이 있던 주막에서 길손들이 묵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예부터 선조들이 갈대가 많은 곳이라 ‘갈재’로 불렸건만, 일제가 갈대 노(蘆), 재 령(嶺)으로 바꾸어 노령(蘆嶺)이란 사생아 지명이 태어나 지금까지 금과옥조로 이용되고 있다. 그뿐인가. 노령은 여암 신경준 선생이 편찬한 산경표의 호남정맥이 일제에 의해 ‘노령산맥’으로 왜곡된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어찌 해서 276m에 불과한 노령이 호남지방을 아우르는 산줄기를 대변한단 말인가. 하루빨리, 노령은 갈재로, 노령산맥은 호남정맥, 노령역은 입암역으로 바뀌기를 기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시루봉 능선상의 암릉.
▲ 시루봉 능선상의 암릉.
두번째 헬기장에 닿으니 동으로 암봉들이 우뚝 솟아있고, 좌측엔 갓바위, 그 너머로 내장산 망해봉도 고개를 내밀었다. 세번째 헬기장 주변에는 멧돼지들이 조찬을 즐겼는지 땅을 파헤쳤다. 숯가마터를 지나면 오름길이 시작되고, 작은 돌들에 발길은 자꾸만 뒤로 미끄러졌다.

다섯 봉우리 중에서 제1봉인 애기봉은 마치 엄마가 아기를 엎고 있는 형상의 바위다. 그곳에 올라서니 서로는 방장산, 남으로 목련 마을과 갈재터널, 북으로 입암의 황금빛 들녘이 한눈에 잡힌다. 제2봉의 머리를 압도할 듯이 눈앞에 다가서는 거대한 암봉은 오를 수가 없어 북쪽으로 비탈길을 내려갔다가 능선을 힘들게 올랐다.

▲ 산행 기점인 장성갈재.
▲ 산행 기점인 장성갈재.
특히 갈재에서 어른봉(시루봉)까지는 흐리거나 비가 오면 자칫 계곡으로 빠지거나, 바윗길이 위험해서 부상이 우려되므로 전북산사랑회나 아름다운산악회의 노란 리본을 보고 안전산행을 해야 한다.

제3봉도 역시 암봉이라서 좌측으로 내려갔다 능선에 오르면 이번에는 바위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등산로가 이어지며 제4봉의 암릉에 닿는다. 암릉산행은 힘들긴 했지만 모두가 스릴만점이라며 즐거워했다. 4개의 암봉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멋지고 조망도 좋다. 제5봉인 어른봉(시루봉)까지는 흙길이라서 편하다. 이곳은 지도 상에 시루봉으로 나와 있으나 입암면 주민들은 어른봉(제일 큰 봉우리)이라 부르며, 시루봉은 전혀 알지 못했다.

▲ 시루봉 오름길에서 본 갓바위.
▲ 시루봉 오름길에서 본 갓바위.
갈재에서 어른봉(2.5km)까지는 암봉을 우회하느라고 점심시간을 포함해 3시간이나 걸렸다. 만년 소녀 같은 이정숙씨와 유귀래씨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김밥과 소우택씨가 권하는 복분자주를 반주로 곁들이니 모두가 신선과 선녀가 된 기분이다.

어른봉에서 곧바로 나오는 갈림길에서 남쪽은 남창골로 가는 능선이므로 북쪽으로 내려가야 갓바위로 갈 수 있다.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 싸리나무, 잣나무 군락 능선은 지금까지의 힘든 암릉과는 달리 실크로드라서 발걸음도 가볍다. 단걸음에 사거리에 닿으면 서쪽은 등천리와 노령역(2km), 남쪽은 은선암과 남창골 주차장(4.3km) 하산길이고, 동쪽은 갓바위(1km) 길이다.

▲ 시루봉 정상.
▲ 시루봉 정상.
등산로가 넓은 소나무숲과 헬기장을 지나면 하단부에 10명쯤 들어갈 수 있는 구멍바위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소석현 회장의 아우가 예전에 그곳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공부하다 빨치산으로 오해를 받아 경찰까지 출동했다는 일급비밀을 털어놓았다.

10분쯤이면 철계단과 산정에 무덤 2기가 있는 갓바위다(장성갈재에서 3시간40분, 어른봉에서 40분 거리). 정상은 흙으로 덮여 있고, 사면에는 바위가 단애를 이루고 있어 위험했다. 사방이 탁 트여 입암저수지와 들녘, 호남고속도로, 방장산, 정읍 시가지와 두승산 등이 한눈에 잡혔고, 지형도까지 설치되어 금상첨화였다.

▲ 시루봉~갓바위 능선의 초원길.
▲ 시루봉~갓바위 능선의 초원길.
갓바위를 내려오면 우뚝 선 바위가 있는데 비녀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 이름도 많았으나 거북머리 형상에 가까웠다. 올 여름에 등산로를 정비할 자재를 헬기로 운반했는데, 입암 주민들이 거북바위를 헬기가 실어갔다고 오해를 해서 한바탕 비상이 걸렸단다. 사실은 겨울에는 바위의 모습이 잘 보이나, 여름에는 숲이 우거져서 거북머리만 살짝 보이기 때문이다.

북쪽은 석축이 쌓였고, 남쪽은 분지에 산성골에 민가가 있었던 등산로가 넓은 성곽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이 성벽의 넓은 돌을 구들장을 쓰려고 주워가 원형을 잃고 있어 안타까웠다. 갓바위에서 10분쯤이면 사거리에 닿는다. 남쪽은 남창(4.8km), 북쪽은 상부(2km), 동쪽은 한우재를 통해 오봉산으로 갈 수 있다.

김원식씨가 한우재에서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오봉산 등산로를 입암산산장가든 옆 번등 마을까지 개척했다. 입암산 정상은 사거리에서 왕복 30분 거리다. 북쪽으로 지독한 너덜길을 30분쯤 내려가면 절터와 계곡이 있는 넓은 바위, 측백나무숲, 휴경농지. 감나무단지를 차례대로 만난다. 탐방로가 아니라는 표지판을 지나면 외딴집과 조그만 저수지를 지나 708번 지방도 옆 상부 마을 새생명교회에 닿는다. 갓바위에서 1시간 거리다.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

|입암산성

고려시대에 첫 축성된 포곡식 성


협곡을 지나 8부 능선의 넓은 분지는 과거에 농사를 짓기도 했고, 예부터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산정 중앙에 입암산성(사적 제384호)이 있는데, 고려시대에 높이 3m, 길이 약 5km인 포곡식(包谷式) 산성이며, 성벽을 협축식(夾築式)으로 축조했다. 또 고종 43년(1256년)에 송군비(宋君斐)가 몽고군을 물리쳤으며, 선조 26년(1593년)에 현감 이귀(李貴)가 포루와 군량창고를 쌓았고, 효종 4년(1653년)에 이유형이 성벽의 폭과 둘레를 늘렸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관군, 승병, 의병들이 왜장 소서행장과 맞서 싸운 곳이며, 이 역사 깊은 산성은 성곽 일부를 빼고 대부분 훼손된 상태에 있던 것을 장성군이 옛 모습으로 복원했으나, 정읍 방향의 산성은 훼손된 채 복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산행안내

○제1코스  장성갈재~애기봉~어른봉(시루봉)~갓바위~정상~입암면 상부 <9km, 4시간40분 소요>

○제2코스  노령역~갓바위~정상~입암면 상부 <7km, 3시간 소요>

○제3코스  전남대수련원~갓바위~북문~남문~전남대수련원 <8.5km, 3시간30분 소요>

○제4코스  장성갈재~애기봉 2. 3. 4봉~어른봉~정상~남문~전남대수련원 <10km, 5시간 소요>

교통

정읍~입암 고창 군내버스 1일 20회 운행. 입암에서 장성갈재까지는 정읍 콜택시 이용(1588-5000).

정읍~장성 사거리(백양사역) 1일 7회 운행

장성사거리~남창계곡 군내버스 3회 운행

드라이브 코스  호남고속도로 내장산 나들목~708번 지방도~입암산장~상부(새생명교회)~노령역~장성갈재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북이면 소재지~할렐루야기도원~남창골 주차장

숙박&먹을거리

입암산장가든(대표 김용식, 063-534-2344) 내장산 나들목 입구에 있는 이 식당에서 오봉과 한우재를 거쳐 입암산으로 갈 수 있고 안내도 받을 수 있다. 한방백숙 30,000원, 청둥오리 황토구이 27,000원, 주물럭 25,000원, 토끼탕 45,000원, 100명 수용 가능.

방장산가든(대표 신양근 534-0566) 장성갈재 입암산저수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메뉴는 옻닭 30,000원, 백숙 25,000원, 자연 송사리가 4인분에 20,000원, 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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