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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코스] 호남의 산 '주작산~덕룡산'

월간산
  • 입력 2006.06.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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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억새, 암릉과 육산의 조화, 그리고 신이 빚은 만물상

신이 빚은 조각상인가, 아니면 하늘이 선물한 만물상인가. 두륜산과 경계를 이루는 오소재에서 주작산, 덕룡산, 소석문까지 이어지는 11km 암릉은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비상하는 형상이다. 봄이면 산꾼의 가슴을 태워버릴 듯 암릉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가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여름이면 은빛으로 빛나는 다도해와 누렇게 익은 보리밭의 조망,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 그리고 사시사철 신이 빚어 놓은 만물상이 연이어지는 스릴 넘치는 암릉이 산행의 백미다.

산줄기는 호남정맥 삼계봉에서 남동쪽으로 가지 친 땅끝기맥이 월출산, 도갑산, 별뫼산, 석문산을 지나면 덕룡산과 주작산을 빚어놓고 두륜산, 대둔산,  달마산, 사자봉(110m)을 거쳐 땅끝에서 여맥을 다한다. 게다가 강진 만덕산에서 시작된 암릉이 석문산,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달마산까지 북동에서 남서쪽으로 다도해를 따라 백리길이 이어진다. 

주작산에서 조망은 북으로 덕룡산, 만덕산, 월출산, 흑석산, 북동으로 제암산, 사자산, 천관산, 동남으로 덕암산, 삼문산, 청산도, 남으로 두륜산, 달마산, 상황봉, 서쪽으로 일성산, 첨찰산이 한눈에 잡힌다. 주작산은 강진군 신전면, 도암면, 해남군 옥천면, 북일면을 경계하고, 덕룡산은 강진군 도암면과 신전면을 경계한다.

덕룡산 정상에서 조망은 북으로 흑석산과 만의산, 만덕산과 월출산, 북동으로 궁성산과 국사봉, 수인산과 제암산, 동으로 천관산과 일림산, 남으로 두륜산과 상황봉, 서쪽은 두륜산과 첨찰산이 눈에 잡힌다. 덕룡산은 강진군 도암면과 신전면을 경계한다.

주작산 정상은 작천소령에서 동쪽으로 2km 지점에 위치해 주능선에서 벗어나 있고, 주능선의 암봉과 달리 밋밋한 육산으로 이루어져 주작산과 덕룡산 암릉을 종주하는 산꾼들은 이 정상을 들리지 않는다. 또 초보자는 주작산과 덕룡산을 하나씩 나누어 올라야하고, 눈비가 올 때는 칼날바위가 미끄럽고 위험해서 산행을 삼가야한다.

주작산은 두륜산을 잇는 오소재, 덕룡산은 강진의 소금강으로 일컫는 석문산 남쪽 소석문협곡에서 동봉과 서봉을 거쳐 수양리로 하산하거나 작천소령과 주작산 정상을 거쳐 수양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산행 들머리인 해남군 옥천면과 북일면을 잇는 827번 지방도에 있는 오소재는 일명 오심재, 또는 오십치로 불리는 고개로 옥천 방향에 오심약수가 있어 식수를 구할 수 있다. 해발 400m 암릉지대는 산간지역의 1,000m에 해당하며 밧줄을 수없이 타고 넘어야하는 웅장한 암봉, 오금을 저리게 하는 날카로운 칼날능선, 천태만상으로 빚어진 만물상, 부드러운 억새능선, 육산의 실크로드 등 천의 얼굴로 산꾼을 시험한다.

주작산 정상은 육산인데 비해 덕룡산 정상은 서봉(432.9m)과 동봉(420m) 두 개의 웅장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슴 태워버릴 듯 진달래꽃 흐드러져

이번 산행은 올 5월로 창립 19돌을 맞는 기념으로 전주 천등산악회(회장 이정홍) 회원 43명과 함께 했다. 전북의 천등산 마니아들이 모여 창립한 이 산악회는 종남산악회(회장 엄만희), 파티마산악회(회장 김홍준)와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으며, 전북산사랑회와도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

나주와 영산포에 들어서자 눈부시도록 하얀 배꽃이 눈을 즐겁게 하더니 주작산과 덕룡산 주변은 진달래꽃 잔치를 벌였고, 은빛으로 빛나는 다도해  조망이 하루 종일 빈객을 맞았다. 그런가 하면 두륜산과 주작산을 이어주는 오소재는 험준한 암릉산행을 예고하듯 돌풍이 불어댔다. 김홍준 총무와 김은중 등반대장이 회원들에게 암릉산행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말했다.

두륜산의 케이블카탑과 우뚝 솟은 산줄기를 뒤로하고 밧줄에 의지해서 예전에 황룡굴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는 톱날처럼 날카로운 첫 암봉에 올라서니 돌풍에 사람이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은빛으로 출렁거리는 다도해와 초록빛으로 물든 들녘의 청보리밭을 조망하며 암릉을 걷노라면 온 산과 산꾼들의 가슴을 태워버릴 듯 진달래가 흐드러졌다.

 

362m봉을 거쳐 401m봉을 내려서자 412m봉까지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양신자님은 암릉을 올라갈 때는 힘들어하다가 내려갈 때는 신바람을 냈다. 김정순님은 ‘꽃가마’라고 쓰인 리본을 보자 진달래꽃길과 잘 어울린다고 했다.

암봉을 힘들게 올라서자 고유가와 내수부진 등으로 힘든 중소기업인들의 심정을 헤아리듯 ‘중소기업인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리본이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뒤에는 두륜산 줄기와 걸어온 암릉이 용틀임하듯 다가오고, 눈앞엔 가야할 암릉이 까마득하게 다가오며 마치 험난한 인생여정처럼 느껴진다.

427m봉에서 작천소령 전위봉까지 1km 구간은 체력을 시험하는 본격적인 유격코스인데도 이정홍 회장과 유병주씨(파티마산악회 등반대장)는 재빠르게 통과한다. 어느 고운 손들이 이렇게 위험한 구간마다 밧줄을 매놓았을까. 나는 오늘도 가슴 따뜻한 분들의 사랑을 먹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산길을 걷고 있다.

송재선님(이서우체국장)이 신이 조각해 놓은 듯한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줄지어있는 것을 가르키며, 마치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선생님 질문에 “저요, 저요”하며 서로 대답하려고 손을 번쩍 든 모습 같다고 했다. 산부인과바위에서 고흥에서 온 박준태님을 만나고, 부산 곰돌이와 광주 자연보호답사 리본이 어깨동무하듯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이 영호남 화합의 장면 같다.

송재복님(전북산사랑회 재무)이 길따란 바위를 보고 프로펠러 같다고 했고, 헬스와 등산 등 9가지 운동을 좋아한다는 윤희남님은 고래가 바다로 뛰어드는 형상이라고 했다. 사물을 보는 시각, 방향, 계절, 사람에 따라 느낌과 생각이 다르나 보다.

양난재배 비닐하우스가 있는 작천소령은 임도가 서쪽 해남군 도림 마을, 동쪽은 강진군 신전면 수양리(수양리조트)를 잇는 곳이다(오소재에서 2시간25분 소요). 이정표가 주작산은 동쪽(1.7km, 30분 거리), 덕룡산은 북쪽으로 가라고 교통정리한다.

지금까지 암릉 구간에 비해 주작산은 주능선에서 동쪽으로 비켜나있고, 육산으로 밋밋하다. 중간에서 작천소령에서 오는 임도를 만나고 폐쇄된 목장과 잡목 구간의 흙길을 걸으면 밋밋해 아무런 특징이 없는 주작산 정상이다(오소재에서 3시간 소요). 조망은 서쪽 두륜산, 남쪽 다도해, 북쪽 덕룡산 암봉이 줄지어 다가온다.

이정표가 바람에 쓰러져 울먹거리고, 거리가 임도 종점 0.5km, 작천소령 2km로 표기돼 작천소령의 이정표보다 0.3km 멀게 표기됐다.

가용주와 푸짐한 반찬으로 오찬을 즐기고, 작천소령에 되돌아오니 바람이 더욱 거세다(주작산에서 30분 소요). 이정표가 소석문 7.3km를 알려준다. 그러나 실제 도상거리는 6.8km다. 필자와 호남정맥 종주를 같이한 황영택 선생의 친구인 송희맹(완산고교) 선생과 담소를 나누며 475m봉을 향해 힘겹게 올랐다. 억새능선이 이어지며 헬기장이 반겨 맞는다. 다도해와 청보리밭을 조망하는 맛이 쏠쏠하다.

암릉을 오르내리면 어느덧 무덤이 나타나고, 우뚝 솟은 덕룡산의 웅장한 암봉들이 줄지어 섰다. 곧이어 첨봉(북쪽)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주작산에서 1시간15분 소요). 덕룡산 서봉(동쪽)은 2km이고, 7분쯤 걸으면 남쪽으로 수양리 하산로를 만난다. 암봉을 밧줄에 의지해 힘들게 올라서면 이정표가 서봉(0.4km)과 남쪽 수양리(1.6km)를 알려준다.

우뚝 솟은 서봉(432.9m)에 올라서면 금릉산악회에서 설치한 표지석이 늠름하게 서있다(주작산에서 2시간20분 소요). 주변 조망이 훌륭하다. 덕룡산은 300m 거리를 두고 서봉과 동봉 두 개 암봉이 솟아 있다. 금릉산악회에서 설치한 동봉(420m)의  표지석을 만나고, 북쪽 소석문(3km)을 향해 아슬아슬한 암릉을 통과하면 남쪽으로 만덕광산이 산자락을 갈아먹으며 자연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위험한 암릉과 달리 진달래, 소나무, 바위가 어우러진 비단길이 이어지며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바위들이 바다에서 올라온 거북 형상, 또는 바다로 뛰어들 물고기 형상으로 줄지어 나타난다. 남쪽의 만덕광업과 수양리 하산길을 지난다. 암봉을 우회하면 서쪽에 봉황저수지가 잿빛으로 빛나고 그 아래에 저수지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하산지점인 소석문협곡 도로가 보이고, 남쪽은 도암 마을과 학교가 보인다.

낙석이 많은 마지막 암봉을 내려서면 우뚝 솟은 용출바위(?)와 김해김씨 묘소가  반기고, 건너편 석문산 아래는 폐쇄된 석문광산이 있다. 먼저 온 권건택님과 하종선님(미래산악회장)이 반겨 맞는다(덕룡산 서봉에서 1시간30분 소요). 봉황천에서 목욕하고 탁족 후 돼지고기찌개를 안주삼아 주고 받는 하산주가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준다.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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