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41)] 법정등산로 홍보도 없이 단속만 강화

[441호] 2006.07
입력 2006.07.13 17:26 | 수정 2006.07.13 17:26

공단 임직원들도 모르는 법정등산로를 국민들에게 강요

법정등산로란 무엇인가? 국민들은 아는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임직원들은 아는가? 공단은 비법정등산로(비지정등산로) 출입자에게 과태료 50만원씩 물리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 지정 이후 법정등산로에 대한 홍보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뜻조차 모르고 있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공단 임직원들조차 법정등산로 지정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비법정등산로 입구에서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기도 하다.

덕유산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열면 첫 화면 오른쪽 위에 ‘무주리조트 곤돌라 이용안내’라는 자막이 뜬다. 이어 주요 탐방로를 클릭하면 ‘무주리조트~향적봉 코스’가 맨 앞에 소개되고 있다. 홈페이지는 ‘무주리조트~설천봉 구간은 곤돌라를 이용하는데 15분이 소요된다’며 ‘곤돌라에서 내린 다음, 설천봉에서 향적봉(최고봉)까지는 0.6km로서 걸어서 20분이 소요되며, 경사는 가파르지 않고 목재 계단과 데크계단을 설치하여 어린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무난한 코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는 ‘35분이면 1,614m의 최고봉까지 오를 수 있는 편한 코스’라며 곤돌라 이용을 홍보하고 있다. 1시간이면 최고봉 등산과 하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단 홈페이지는 ‘통제 없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 덕유산 설천봉 정상의 곤돌라 종착지. 이곳에서 향적봉까지는 어린이도 걸어서 20분이면 쉽게 오를 수 있다고 공단이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코스는 비법정등산로다.

2001년에 폐지된 코스

적상산~두문산~설천봉~향적봉에 이르는 21km의 종주코스는 애초에 법정등산로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2001년도에 폐지됐다. 반면 삼공리 인월담~칠봉~향적봉 코스는 법정등산로로 남아있다. 그런데 공단 홈페이지와 안내지도는 출입을 금지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덕유산 사무소장은 “20개의 스키리프트가 운행 중이어서 탐방객들이 다칠까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무주리조트 사무소는 “겨울철에는 스키 리프트 약 15개를 운행하지만 스키철 외에는 설천봉까지 관광용 곤돌라만 운행한다. 곤돌라는 8인승이다”라고 말했다. 칠봉 코스를 연중 폐쇄하므로써 곤돌라(케이블카) 이용을 부추기는 셈이다.

무주리조트는 쌍방울그룹이 편법을 동원해 덕유산 심장부를 차지한 시설물이다. 공단 이사장은 당시 열린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에 위원으로 참석해 “구상나무, 주목 등의 일부 훼손은 불가항력이다. 공원개발쪽으로 의결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의 사업승인이 통과되자마자 스키장·골프장·콘도 공사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설물과 이어진 등산로 이용을 적극 홍보하는 공단의 뜻은 이해가 쉽지 않다.

백두대간 코스인 육십령~남덕유산 코스는 2001년 10월 등산로로 지정됐으나, 현재 덕유산 홈페이지는 법정등산로라는 홍보도 없이 육십령 입구에서 휴일이면 매표원이 지키고 있다. 비법정등산로 입구에서 입장료를 징수하는 공원도 있는데, 안내지도에는 등산로 노선과 심지어 매표소 그림까지 표시한 채 입장료를 받았다.

법정등산로를 공단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홍보하고 있는가? 홈페이지, 안내지도, 계간지를 살펴보자. 공단 홈페이지와 공원별 18개 홈페이지 어디에도 법정등산로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법정등산로가 아닌 코스들을 줄줄이 소개하고 있다.







▲ 설악산 주걱봉~가리봉 코스. 공단은 이 코스가 법정등산로로 고시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국민들에게 홍보한 적도
없으면서 출입을 통제했다. 안내지도에도 등산로로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 2001년 국민들도 모르게 폐지해 버렸다.

지도도 마찬가지다. 현재 판매중인 지도를 보자. 2005년 1월 발간한 설악산 지도는 법정등산로가 아닌 대승령~귀떼기청봉 코스와 비선대~금강굴 코스를 표시했으며, 2004년 9월 만든 지리산 지도는 달궁~심원, 음정~벽소령샛길, 뱀사골~와운, 추성 삼거리~벽송사 코스를 표시했다.

2004년 1월 만든 오대산 지도는 매봉~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동대산~두로봉에 이르는 백두대간 코스를 법정등산로로 소개하고 있다. 판매중인 가야산 지도도 마찬가지다. 신계동~정상 코스, 동성봉~용기폭포 코스를 기재하지 않았다.

지난날의 지도는 어떤가? 설악산 95년 지도는 대승령~안산, 수렴동대피소~용아장성릉~봉정암, 한계령~망대암산~점봉산~오색, 망대암산~용소폭포, 수렴동대피소~가야동계곡~희운각대피소, 양폭대피소~만경대~화채능선, 비선대~금강굴 코스를, 93년 지도는 비선대~금강굴, 소공원~비룡폭포 코스를 나타냈다.

지리산을 보자. 2000년 지도는 삼정리~영원사, 삼정리~삼정산~약수암, 왕시리봉~노고단, 상선암~종석대~코재, 석실~와운, 질매재~피아골대피소, 삼신봉~세석평전을, 96년 지도는 왕시리봉~노고단, 문수대~돼지령, 질매재~피아골대피소, 삼신봉~세석평전, 한신계곡~장터목, 삼정리~영원사, 삼정리~삼정산~실상사, 음정~명선봉 코스를 표시했다. 95년 지도는 만복대~다름재~숙성치, 왕시리봉~노고단, 질매재~피아골대피소, 피아골대피소~삼도봉, 반선~와운~영원령~삼정리, 삼각고지~영원사~실상사, 삼각고지~삼정리, 단천골~삼신봉~청학동, 삼신봉~세석평전, 중봉~추성리 코스를 표시했다.

2000년에 만든 가야산 지도는 가야산 정상에 도달하는 코스가 3개 코스다. 또한 비법정등산로인 청량사~홍류동 코스를 기재했다. 반면 법정등산로인 신계동~정상 코스와 동성봉~용기골 코스를 제외시켰다.

안내지도는 18개 공원별로 현재까지 약 80종 200만 부를 발행했는데, 여태까지 법정등산로를 제대로 표시한 지도는 거의 없다.


비법정등산로와 샛길을 등산로로 표시

왜 법정등산로를 기재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홈페이지나 안내지도는 그동안 법정등산로에 대한 개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용이 많은 등산로 위주’로 코스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법정등산로를 표시하기 시작했으나 매표소에서 현재 판매중인 지도들도 제대로 표시된 지도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나 안내지도는 ‘비법정등산로와 샛길조차 이용가능한 등산로로 표시’하고 있다.

공단이 발행하는 계간지는 법정등산로를 홍보하고 있는가? 계간지 <국립공원>은 공단이 1994년 12월부터 발간하고 있다. 창간호는 자연공원법 해설이란 제목으로 3페이지에 걸쳐 금지행위 위반의 경우 징역 또는 과태료에 해당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법정등산로에 대한 설명이나 법정등산로를 벗어난 출입자에 대한 벌칙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지금까지 45호까지 발간했으나 법정등산로를 구체적으로 나타낸 적은 거의 없다. 이렇게 홈페이지나 안내지도, 계간지의 법정등산로 홍보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법정등산로를 홍보해왔다.

법정등산로란 자연공원법에 따라 공원계획을 세우고 환경부가 고시(공고)하는데, 이때 등산로가 포함된다. 보통 공원이 지정된 후 몇 달 후에 등산로를 고시했는데, 법정등산로의 개념이 법정등산로만 이용해야 한다는 규제성보다 ‘많이 이용하는 코스’ 정도의 개념이었다. 그래서 공단 임직원들이나 국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큰 변동이 없었다.


소공원~비룡폭포 2001년에야 고시

그런데 최근인 2001년 10월8일자로 고시한 법정등산로의 내용은 20개 전 공원에 해당하며 대규모다. 6개 공원만 보더라도 폐지 18개 코스에 신설 20개 코스다(표1 참조).
그러나 설악산 삼형제봉~주걱봉~가리봉 능선이 등산로로 지정된 사실을 공단 임직원들은 몰랐다. 그러다 2001년에 3개 대피소(삼형제봉, 주걱봉, 가리봉대피소) 계획과 함께 등산로도 폐지된 사실도 몰랐다. 공단 직원들이 모를 정도이니 국민들이 알 리 만무다. 미시령~황철봉~저항령~마등령 코스 등 코스가 폐지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또한 등산로가 법정등산로로 새로 추가된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설악산 소공원~비룡폭포와 같은 신설 코스를 보면 이미 공단이 발행한 안내지도에 등산로로 표시되어 이용이 일반화된 코스들이었다. 공단은 공단이 제작한 홍보물을 통해 불법(不法)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정, 폐지, 신설이 모두 정부 내에서 밀실로 이루어져왔고, 변경 사실을 국민들은 까마득하게 몰랐다. 그러다 별안간 샛길 통제, 비법정등산로 출입통제를 꺼내들고 나온 것이다. 국민들은 무슨 말인지조차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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