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42)] 공원계획에 없는 등반 허가제는 불법

[443호] 2006.09
입력 2006.09.21 16:49 | 수정 2006.09.25 10:17

전면 개방후 일부 신고제로 전화해야

강릉산악연맹(회장 정해영)은 8월10일부터 2박3일간 초중고생이 참여하는 청소년 등산교실을 열고 기초 암벽등반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장소는 오대산 소금강계곡 암벽이었으나 오대산 관리사무소가 “암벽등반 허용 지정장소가 아니다”라며 등반을 허락하지 않았다. 방정호씨(강릉 반려산악회)는 “초중고생의 기초암벽 장소로는 강릉 일대에선 최적의 장소인데 거절당했다”며 “암벽등반을 일방적으로 막는 공단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박화강)은 지난해 등반(암빙벽)허가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에 등반허가제를 시행하겠다고 홍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행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발언에 산악계가 큰 일이 벌어졌다고 발칵 뒤집어졌다. 그러자 공단은 인수봉과 선인봉 등 몇몇만 제외시키고 다른 지역에 대해선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등반허가제를 시작한 것이다.







▲ 속리산은 암빙벽코스로 오는 10월부터 오송계곡 북쪽의 산수유리지 1개소만 등반허가제로 개방한다.

5월부터 암빙벽 등반허가제 시행 중

허용대상지를 보면 설악산, 월악산, 월출산 등 3개 공원이다. 설악산은 암벽 11개소, 빙벽 11개소, 리지 10개소다. 월출산은 암벽 3개소, 리지 1개소, 월악산은 빙벽 2개소다(표1 참조). 올 10월1일부터는 속리산 산수유리지 1개소, 변산반도 장군봉리지 1개소 등 2개소를 등반허용지역으로 추가한다고 공단이 밝혔다(표2 참조).

공단은 이렇게 소수의 코스만을 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암빙벽 대상지가 상당수에 달한다. 관리공단 본부는 ‘공원별 허용지역 지정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으며 지침만 시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계룡산 관리사무소는 “계룡산에는 암빙벽 장소가 별로 없고 자잘한 바위 정도뿐”이라며 허용지역 지정에서 아예 제외시켰다. 

그러나 대전시산악연맹 문옥석 이사는 “계룡산 등반 대상지로는 황적봉, 선불암, 바가지바위, 장군봉 등의 암벽과 칼릉리지, 호랑이능선, 수정봉리지 등의 리지와 황적폭포 등의 빙폭이 있으나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말했다.  

충북산악연맹 박상호 부회장은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산수유리지, 산수유빙폭, 낙영산 슬랩 등 암빙벽 대상지가 있다. 낙영산 슬랩에서는 충북연맹에서 클라이밍대회를 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릉 반려산악회 방정호씨는 “오대산 소금강계곡에만도 10여 군데 암벽과 빙벽등반 대상지가 있다”고 말했다.

설악산은 암빙벽이 여러 군데 있으나 일부만 허용하고 있다. 등산로 외의 계곡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빙폭 진입도 불가능하다. 북한산 인수봉, 노적봉 등과 도봉산 선인봉 등은 현재 개방되어 있다. 그러나 이외의 암빙벽과 리지를 공단은 진입 금지시키고 있다.

국립공원에는 암빙벽과 리지 대상지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단은 몇 개 코스만 개방하고 있는데, 개방 방식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면 개방한 후 위험성 등의 문제점이 있는 코스를 신고제나 허가제로 검토해야 한다. 

위험한 코스라면 공휴일만이라도 현장에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난코스와 쉬운 코스를 안내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공단은 위험코스에 대해 홍보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위험성이 없는 곳에도 ‘추락 위험, 출입금지’라는 경고판을 곳곳에 내걸었다. 거짓말 투성이 안내판에 탐방객들은 신경이 무디어져 이젠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해놓고 사고가 발생하면 등반허가제를 시작하는 것이다. 사고를 기다렸다가 등반허가제 시행 빌미를 삼은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계룡산은 전면 금지

신청절차를 보자. 공원 관리사무소나 분소에 직접 방문하거나 FAX로 신청할 수 있다. 방문접수의 경우 업무시간이 지나면 접수나 허가서 발급은 불가능하다. 등반 3일 전까지 신청해야 하며, 관리사무소는 등반 1일 전까지 유선전화로 허가여부를 알려준다.

화기와 인화물질 반입이 금지되며 대피소나 야영장에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설악산 토왕폭이나 잦은바윗골 등반은 설악동에서, 월출산은 천황사야영장에서 출퇴근을 해야 할 판이다. 또한 기상특보시는 철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어서 약간의 눈이나 비바람에도 입산이 거절되거나 공원관리소 직원의 지시에 따라 등반을 중지하고 철수해야 한다.

특히 여성이 오줌이 마려워 등산로 양쪽에 설치된 줄을 넘었다가 들키면 무안을 당하고 있으며, 비법정등산로와 샛길 통행에 50만 원씩의 과태료를 물리는 과정에서 등산객들의 인격도 무시당하고 있으며, 등산로 양쪽에 친 철조망을 넘은 아이들이 다쳐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산 삼천리골에서 산행하던 강산철씨(산산산악회 회장)는 “앞서 몇 명이 올라가기에 우리도 따라서 올라갔다. 그런데 뒤에서 관리사무소 직원이 따라오며 내려오라고 고함쳤다. 우린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계속되는 그 고함이 보통 욕 정도가 아니라 지나친 욕이었다. 우리 일행 중엔 여성도 있었다. 하도 화가 나서 되돌아내려가 그 직원의 멱살을 잡았다. 그랬더니 그 때서야 무릅 꿇고 잘못했다고 사과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 암빙벽 등반이 전면 금지된 계룡산. 뒤로 관음봉이 보인다.
공단은 비법정등산로 진입을 불법으로 간주해서 과태료를 물리고 있는데, 등반허용지역으로 지정한 암벽, 빙벽, 리지는 대부분 공원계획 상 탐방로에 해당하지 않는 비법정탐방로이거나 샛길이다. 허가 자체가 불법인 것이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이다. 자연에선 특히나 불법이나 편법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북한산 인수봉, 만경대, 노적봉, 그리고 도봉산 선인봉, 만장봉, 오봉 등의 암벽과 리지, 설악산 토왕폭, 금강굴, 잦은바윗골, 토막골, 칠형제봉, 울산바위, 천화대 등 공단이 등반허용지역으로 지정한 암벽, 빙폭, 리지 코스를 자연공원법에 의한 공원계획에 합당한지 검토하고 불법인 경우 등반허용지역 지정 자체를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암빙벽등반은 탐방행위다. 그런데 자연공원법 상 공원계획에는 일반인들이 왕래하는 지정탐방로만 인정하고 있지 지정하지 않은 모든 등산로와 이를 벗어난 암벽이나 리지는 제외되어 있다. 산악계가 말하는 산악활동은 올바른 산악정신을 든다. 그러나 불법이나 편법에 해당하는 활동은 정상적인 산악활동이 아닐 것이다. 관리사무소의 눈치를 보아가며 진입이 금지된 코스를 몰래 등반하는 행위는 산악정신이 깃든 산악활동이라 볼 수 없다.


전면개방 한 후 위험코스 신고제로 해야

공단은 등반허가제에 대해 홍보하는 데 인색해 홈페이지는 설악산을 제외하고는 홍보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대상 공원, 대상 코스를 선택한 기준조차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짤막한 일회성 홍보에 그치고 있어서 이러한 허가제가 있는지, 그리고 타당성이 있는지 조차 대부분의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

자연공원법 상의 공원계획을 빌미로 비법정이라며 공단 설립 이전부터 다니던 일반 등산로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역시 비법정인 암빙벽등반을 임의로 허용해준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관리하기에 편리하게만 보이던 ‘비법정’이라는 용어가 암빙벽등반에선 법리상 모순을 일으켜 시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제거하려면 모든 등산로와 암빙벽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난 후 정말 보호가 필요한 곳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방향으로 자연공원법을 개정하고 정책을 바꿔야 한다. 법령 몇 개 조항을 관리 편의 위주로 끌어들여 범법자를 양산하는 소극적인 관리정책을 펴려 들지 말고, 국민들에게 함께 자연을 보호하자고 참여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보존정책을 펴야 한다. 그것이 신임 이사장이 내건 참 국립공원 문화를 형성해가는 지름길이다. 

인위적으로 야생화단지나 만들어 탐방객들을 닭 몰듯 끌고 다닌다고 탐방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보지 않는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도 계류에 방뇨하지 않고,아무리 붐벼도 등산로 밖으로 튀어나가 새치기하지 않는, 그래서 탐방로가 더 이상 넓어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진정한 자연탐방문화의 형성인 것이다.

암빙벽 등반은 워킹이나 마찬가지의 탐방행위다. 안전을 이유로 암빙벽 등반만 허가제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암빙벽 등반에 대해 까막눈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임의로 몇 개 코스만 개방하는 소꿉장난식 행정은 지양해야 한다. 전면 개방 후 전문 산악단체의 자문을 얻어 위험성이 있는 일부 코스에 대해서만 허가제로 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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