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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국립공원 정책 해부(44)] 황당한 보도를 이용해 통제정책 수립

월간산
  • 입력 2006.10.16 13:14
  • 수정 2006.10.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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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똥이 설악산 형제봉리지 개척코스를 폐쇄시켜

어느 인터넷사이트 자유게시판에서는 설악산 금강굴 앞 형제봉리지 개척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7월17일 이 코스를 개척한 클라이머 원 모씨는 “개척 당시 금강굴과 마등령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인접해 있어서 산양 서식지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빠른 시기에 볼트를 회수하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댓글들은 “어렵사리 개척한 형제봉리지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폐쇄하지 말라”는 내용들이다.

▲ 민통선 안 대성산에서 밀렵꾼에 희생된 천연기념물 사향노루.
▲ 민통선 안 대성산에서 밀렵꾼에 희생된 천연기념물 사향노루.

클라이머 원씨가 자신이 개척한 코스를 폐쇄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 모씨가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이 원인이 됐다. 기고문은 ‘지난 여름 형제봉 제4피치를 막 넘었을 때였다. 앞서 가던 일행 한 분이 “어! 산양 똥이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그 느낌은 뭐였을까?’라며 ‘까맣고 동글동글한 산양똥 . 박그림씨의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하지만 바싹 말라있는 산양 똥을 보면서 여기서 가끔씩 쉬어갔을 산양이 오지 않은 지가 꽤 되었을 거라 짐작했다. 이 길을 개척한 것이 지난 7월이라 했으니 산양이 사라진 것은 그때쯤 아닐까? 사람의 발길이 닿으면서 쫓겨난 산양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마음이 아려왔다. 여기는 사람의 길이 아니다.

여기는 산양의 길이다. 문화재관리국에서 68년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할 때만 해도 1,000여 마리에 이르던 산양은 이제 100여 마리도 남지 않았다. 멸종위기다’라고 적고 있다. 그래서 산양 똥을 보고 등반을 중지하고 중도에 내려왔다고 주 모씨는 말하고 있다.

기고문 내용이 게시판에 오르자 주 모씨를 향한 반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산하는 ‘산양 하나만 살면 양호한 생태계가 아니다. 산에는 뱀도 살고 개구리도 살고 두더지도 산다. 생태계란 여러 동물이 어울려야 양호한 것이다. 뱀을 보았을 때나 개구리를 보았을 때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지 않고 산양 똥 보았을 때만 그렇다니 정상이 아닌 분이네요’라는 댓글이 올라 있다.

개척한 클라이머를 무지몽매한 집단으로 비쳐

▲ 설악산 장수대~서북릉 구간 등산로 곳곳에 보이는 산양 똥.
▲ 설악산 장수대~서북릉 구간 등산로 곳곳에 보이는 산양 똥.
아이디 강북산인은 “그 산양 똥을 보았을 터인데도 루트를 무심히 개척한 산악인들, 산양 똥을 보면서도 무심하게 그 루트를 따라 오른 산악인들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될까요? 환경훼손에 무감각한, 오로지 오르는 데만 정신이 팔린 ‘무지몽매한 집단’으로 매도당한 것 아닌가요. 게다가 그 뒤에 당신은 박그림씨의 ‘산악인 그대들 대부분은 설악산 환경을 위해 한 게 뭐 있느냐’는, 나무라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일반 독자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뭘까요?”라고 올렸다.

강북산인은 또한 “그런데 주ㅇㅇ씨. 당신은 이렇게 썼지요. ‘이 길을 개척한 것이 지난 7월이라 했으니 산양이 사라진 것은 그때쯤 아닐까? 마음이 아려왔다’ 라고요” “문장의 흐름은 멋집니다. 그러나 사실에서 크게 어긋났지요. 짐작으로 산악인 때문에 산양이 쫓겨 가버렸다고 단정 짓고 나서 ‘마음이 아려왔다’고 글멋을 부렸습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강북산인은 “천화대 암릉에서 화채능선쪽을 보아도 수많은 절벽들이 보입니다. 반대로 화채릉에서 공룡릉쪽을 보아도 곳곳에 수많은 절벽과 능선이 늘어서 있습니다. 내설악은 더하죠. 1275나 1383등의 릿지도 등반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죠. 이렇게 산양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은 많고 넓습니다. 더구나 클라이머 수는 설악산 탐방객 수의 0.01%에도 미치지 않습니다”라고 클라이밍이 산양 멸종위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산양 개체수가 줄어든 원인에 대해 강북산인은 “산양은 60년대에서 70년대를 거치며 급속도로 개체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당시인 70년대의 클라이머 숫자는 지금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그들이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산양 서식지를 점령해 버렸기 때문에? 아니죠. 밀렵 때문입니다. 1967년에 나온 설악산 학술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양을 해마다 수백 마리씩 잡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주ㅇㅇ씨. 당신은 클라이머 몇 명이 지나간 후 그 지역의 산양들이 공포에 부들부들 떨며 멀리 도주한 것인 양 썼습니다. 클라이머 몇 명의 암릉등반이 산양에 심대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단정 짓고 있습니다. 너무 제멋대로 상상으로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강북산인은 이어 “서북릉 곳곳에 보이는 산양 똥은 ‘사람길’과 ‘산양길’이 따로 있지 않고 혼재된 상태임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산을 오래 다녀보면 알지만, 실은 대개의 산짐승길이 사람길이기도 하죠”라고 서북릉 등산로의 산양 똥을 설명하고 있다.

산양 멸종위기는 클라이머가 아닌 밀렵

아이디 형제봉은 “산양 똥은 설악산에서는 형제봉뿐만 아니라 성골리지, 장군석봉리지, 천화대, 석주길 등 암릉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발견되고 있습니다. 산양 똥이 있다고 통제한다면 설악산 암릉 전체를 출입금지해야 될 것입니다”라고 올렸다.

아이디 산하는 “주ㅇㅇ씨는 설악산에서 워킹도 하지 마세요. 지난해 서북릉으로 오르는 장수대 등산로에서도 산양 똥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산양이 지나갔다고 출입을 금지하게 되면 설악산을 전면 통제해야 합니다”라고 일반 등산로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산양 똥을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북산인은 “또한 클라이머들은 의식하든 안하든 밀렵행위를 감시하는 눈이 되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며 오히려 산양 보호에 클라이머가 일조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산양 똥 사건으로 결국 설악산 관리사무소는 형제봉코스를 폐쇄시키고 말았다. 이것은 국립공원 정책이 동식물 보호를 통제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리산의 1/3에 해당하는 면적을 반달곰 보호라는 구실로 통제하고, 노고단은 복원한 야생화 보호라는 이유로 자연휴식년제와 입산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 크고 작은 돌이 널려 있었던 지리산 노고단고개. 공단은 중장비를 동원하여 등산로의 바위들을 치우고 지면을 평탄하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모 신문은 등산객들의 발길로 등산로가 자갈밭이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 크고 작은 돌이 널려 있었던 지리산 노고단고개. 공단은 중장비를 동원하여 등산로의 바위들을 치우고 지면을 평탄하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모 신문은 등산객들의 발길로 등산로가 자갈밭이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산양 똥처럼 허황한 근거를 들어 산행통제를 부추기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9월18일자 한국일보는 ‘지리산 비명’이라는 제목으로 ‘자갈밭 된 등산로, 뿌리째 뽑힌 초목, 속살 드러낸 산등성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훼손 원인을 ‘휴가철인 7, 8월에 지난해보다 30% 가량 많은 80여만 명의 등산객이 찾았고, 이 중 1/4이 종주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정상부에는 6월부터 사람들이 몰려 피해가 컸다’며 몰려든 등산객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 대책으로 휴식년제 시행지역을 확대하고 1일 최대 수용인원을 산정해 사전예약제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기사에서 지리산 노고단고개 사진을 싣고 ‘밀려온 등산객들로 자갈밭이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오보다. 노고단고개는 본래 큰 바위와 작은 돌이 어울린 곳이었다. 그런데 공단은 90년대 중반 큰 바위들을 중장비로 밀어치우고 작은 돌만 남기는 바람에 평지가 되고 말았다. 공단이 인위적으로 자연을 훼손한 것을 등산객들의 발길 때문이라 보도하고 있다.

또한 ‘반야봉 정상부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등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한 이후 각종 초목류들이 되살아나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휴식년제 시행 이후 생태계가 살아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등산객들에 의한 감시의 눈이 사라져 산나물과 희귀식물들이 대량 채취되었다.

또한 ‘노고단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상쾌한 숲 냄새 대신 등산객들의 배설물로 여기저기 악취가 풍겼다’라고 보도, 등산객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반면 기사는 공단이 관리가 귀찮아서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지 않았고, 게다가 기존 화장실 오물과 오수를 불법 방류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기사는 훼손원인을 등산객들 때문이라며 휴식년제, 사전예약제 시행을 부추기고 있다.

조선일보는 8월10일자 ‘북한산 구기계곡 버들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버들치 사진을 싣고 ‘계곡휴식년제가 북한산의 생태계를 되살리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버들치 사진은 8월8일 촬영했다. 버들치를 찾아 헤매는 기자에게 “지금은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에 버들치들이 급류에 계곡 아래로 휩쓸려 가서 개체수가 적다. 꼭 찍고 싶으면 구기동계곡을 가보라”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폭우로 개체수가 대거 줄어들었는데도 엉뚱하게도 ‘계곡휴식년제 시행으로 버들치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전무한 휴식년제 효과를 조작 보도

국민일보 2005년 8월8일자는 ‘북한산 생명력 회복중, 꺾지도 나타났다’는 기사에서 휴식년제 시행효과가 대거 나타났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사 내용 거의 전부가 황당한 내용이다. 고향산천 앞 매표소에서 들어선 곳이 9년간 휴식년제로 묶였던 코스다. 기사는 ‘길과 숲이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온갖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누리장나무 팥배나무 굴참나무 물오리나무 산딸기 맑은대쑥 등이 옛 탐방로에 둥지를 튼 것이다’라고 활자화했다. 그러나 현장 등산로에는 기사내용과는 딴 판으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새로 자란 것은 없다.

게다가 ‘우이계곡에서 꺾지가 발견됐다. 꺾지의 발견은 먹이가 되는 버들치의 개체수 증가를 의미한다’며 계곡휴식년제가 성공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꺾지가 본래 있다가 발견되었는지, 누군가 방류했는지에 대한 검증도 없다. 작년에 한번 확인되었을 뿐 그 전후로는 꺾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도선사 광장으로 오르는 우이천에는 탐방객들이 붕어, 잉어와 애완용 물고기를 방류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기사는 ‘북한산 관리사무소가 최근 펴낸 휴식년제 시행효과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0cm 이상 버들치는 2002년 정릉계곡 조사지점에서 1마리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2003년 160마리, 2004년 400마리가 발견됐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북한산 관리사무소는 이런 분석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산양 똥 사건이나 이러한 황당한 보도들이 국립공원 정책 수립에 들러리 역할을 단단히 하여 등반허가제, 휴식년제, 입산예약제, 야간산행금지 등 통제수단의 도입과 확대시행을 부추기고 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를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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