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45)] 대피 역할 보다 탐방 안내 공원관리가 우선

[445호] 2006.11
입력 2006.11.24 17:39 | 수정 2006.11.27 11:23

설악산 백담대피소 폐쇄, 개인사무실·탐방안내소·분소로 이용

산행을 억제하고 학습 위주의 탐방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공단의 의도로 대피소와 야영장이 사라지고 있는 대신, 기존 산장이 탐방안내소로 바뀌고 있는 곳도 있다. 공단은 국회 국감에서 “대피소의 주요 기능은 공원관리”라 말해 관리공단의 등산에 대한 의식이 어느 수준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지난 8월 하순 설악산 수렴동대피소에서 하루 저녁을 묵었다. 이때 어두운 시각에 백담계곡을 따라 수렴동대피소로 올라온 등산객이 “백담대피소가 대피소를 안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지난번의 수재로 뚜렷하던 등산로가 없어져 밤길을 헤맸다”며 “대피소를 막고 관리사무소를 둔 이유를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 설악산 백담대피소. 대피소 용도를 폐기하고 현재 2층은 개인사무실로, 아래층은 임시로 분소 사무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분소가 완공되면 탐방안내소로 개소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설악산 백담대피소를 2005년 3월부터 폐쇄시켰다. 대신 백담계곡 입구 용대리에 있던 백담분소를 옛 백담대피소로 이동시켰다. 설악산 관리사무소는 “용대리의 백담분소 신축공사 기간 동안 임시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임시사무소인 백담분소로 들어가는 비포장길을 공원관리소 직원 차량들이 매일 출퇴근하느라 드나들고 공원차량이 수시로 통행하고 있다. 현재 백담분소 임시사무소 앞 숲속 공터에는 차량 10여 대가 평상시에도 주차하고 있다. 백담분소 직원들 수는 현재 약 25명이다.

“2층 건물의 대피소 사용을 중단시켰는데, 건축물을 헐 거냐?”라고 물어 보았다. 이에 대해 설악산 관리사무소는 “아니다. 탐방안내소로 꾸밀 것이다”라고 말했다. “2층 이용은 어떤가?”라고 묻자 “설악녹색연합 박그림씨가 현판을 입구에 붙이고 개인 사무실로 현재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폐쇄한 백담대피소에 탐방안내소 추진

공단은 등산객들의 숙박지인 대피소 이용을 막고 대신 용도를 임의로 변경, 분소 사무실과 개인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거기다 탐방안내소까지 열겠다는 것이다. 국립공원내 시설물이나 용도는 자연공원법에 따른다. 그런데 이곳의 개인 사무실이나 분소 사무실은 공원계획에 들어있지 않다.

등산객이 이용할 대피소를 관리사무소로 바꾼 경우를 설악산부터 살펴보자.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과 중청봉에는 각 1개소씩 대피소가 있었는데, 공단은 대청봉대피소를 폐쇄시키고, 중청대피소는 헐고 그 자리에 대피소를 신축, 현재 대피소 겸 대청분소 역할을 하고 있다. 대청분소는 “상주 직원은 4~6명인데 하산했다 올라오기 힘들어 대부분 여기서 잔다”고 했다.

중청대피소 위치는 공원계획에는 본래 서북릉 상에 있었다. 그런데 공단은 서북릉이나 중청봉이나 용도지구가 동일한 자연보존지구라는 이유를 들어 ‘편법으로 위치를 변경’시켰다. 공단의 논리는 백담계곡의 대피소를 십이선녀탕이나 천불동, 황철봉, 마등령, 화채봉, 대청봉 또는 주걱봉이나 점봉산으로 위치를 옮겨 신축할 수 있다는 희한한 논리인 것이다. 모두 자연보존지구 안에 있으므로.

이러한 희한한 논리를 적용한 곳은 또 있다. 공단은 소백산 국망봉 대피소를 같은 자연보존지구라는 핑계를 들어 비로봉 남쪽 주목관리소 위치로 옮겼다. 대피소 신축계획을 보면 1층은 공원 사무소, 2층은 대피소로 설계했다. 그러나 땅 소유주인 단양군청의 거절로 무산되었다.

노고단 탐방안내소는 불법시설물







▲ 지리산 세석평전대피소 신축공사 당시. 대피소에 분소 사무소를 차렸으며, 야영장은 폐쇄되어 이용할 수 없다. 공단은 국회 국감에서 대피소의 주요기능을 공원관리라고 밝혔다.
인터넷을 통한 주말 대피소 예약은 불붙는다. 노고단대피소의 경우는 특히 심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피소 안에 탐방안내소를 만들어 대피소 공간을 축소시켰다. 대피소는 1층 일부를 노고단할매 탐방안내소라는 이름을 붙이고 개방 중이다. 노고단할매 탐방안내소는 공원계획에 들어있지 않다. 불법시설인 것이다.

지리산의 일본소나무(낙엽송)는 일제시대에 소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소나무로 만든 붉은 색을 칠한 할매 조형물을 문 앞에 세워놓고, 안에는 남성 성기 모양의 버섯 조형물을 전시하고 있다. 지리산의 자연을 소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조형물들이다.

노고단에는 대피소가 2동 있다. 제1대피소에는 맨 안쪽에 천왕봉실이 있었다. 특실로서 귀빈용인데 물론 공짜로 내주었으며, 욕조와 샤워시설이 있는 전용 욕실이 딸려 있었다. 그리고 공동세면장에도 욕조와 샤워시설이 있었는데 더운 물이 공급되었으며, 방마다 온돌시설이었다. 여론이 일자 공단은 이러한 시설물을 치웠다.

북한산 도선사광장 위쪽 매표소 앞 공터는 오르내리는 탐방객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공단은 쉼터에 컨테이너박스를 옮겨다 놓고, 탐방안내소로 꾸밀 계획이다. 이 역시 공원계획에 들어있지 않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맨몸만으로도 등산이 가능하다. 대피소가 모든 걸 해결해준다. 대피소에는 밥도 팔고, 생수도 팔고, 뜨거운 커피도, 과자도, 부탄가스도 판다. 여성용 스타킹을 판 적도 있다. 실내온도는 추운 겨울에도 영상 15℃를 유지시켜준다. 담요와 침낭도 대여해주고 있다. 이 정도면 산중 호텔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산행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주고 실내도 뜨뜻하게 해주고 있으니 단체 관광객들조차 빈손이다시피 해서 오르내리는 산으로 만들고 있다. 주말이면 대피소는 만원이 되어 콩나물시루가 된다. 이 때문에 대피소를 늘려야할 판인데 오히려 기존 대피소조차 폐쇄시키고 있다(표1, 표2 참조). 공단은 국회 국감에서 대피소의 주요기능은 ‘공원관리, 산불관리, 인명구조’라 밝히고 있다. 등산객 이용이 아닌 것이다.

야영장은 어떤가? 한 마디로 산속 야영장을 거의 폐쇄시켰다. 공원 입구 정도에 있을 뿐이다. 국립공원 안에 있다는 지리산 달궁야영장은 민가 옆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에서 산행하려면 차량으로 뱀사골 입구나 성삼재 또는 정령치로 이동해야 한다. 성삼재나 정령치로는 대중교통이 없으니 자가용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달궁야영장은 드라이브 여행하는 이들이 이용할 시설에 불과한 것이지 등산 목적의 야영장 성격은 벗어난 셈이다. 세석평전이나 노고단야영장도 이미 폐쇄시켰다. 이것은 ‘정상을 향하는 등산은 물론 종주산행마저 억제하겠다’는 공단의 의도인 것이다.

공단은 국회 국감에서 “등산 위주의 이용행태를 자연학습 위주로 전환 유도하겠다”며, “꼭 필요하지 않은 대피소를 철거하여 종주산행을 억제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등산 이용을 억제하기 위한 향후 추진계획에 대해 “탐방안내소 개설, 자연학습시설 조성, 자연해설프로그램 시행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피소 담요 대여 중단해야

자연공원법 제1조(목적)는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연공원법에는 등산과 종주산행을 억제하라는 조항은 없다. 그런데도 공단은 국립공원 이용방법을 공원을 찾는 국민들의 의향을 강제로 억제하고 자연학습 위주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대피소와 야영장을 폐쇄시키고, 탐방안내소와 인공화단 조성, 생태탐방 프로그램 시행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에서 의도적으로 등산을 막겠다는 발상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권과 행복추구권 침해다. 

대피소는 산속 숙박지다워야지 산중 호텔이어서는 안 된다. 실내온도는 영상만 유지토록 하고, 담요 대여를 중단하고, 매점 품목에 밥이나 과자를 없애야 한다. 제공하는 담요는 세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햇볕에 제때에 말리지도 못하고 있다. 산행에 필요한 장비나 식량은 스스로 챙기고 산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피소나 야영은 등산의 기본이다. 대피소와 야영장 폐쇄계획을 중단하고 폐쇄시킨 대피소와 야영장을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야영장을 산속 깊은 곳과 종주능선에도 개설토록 하여 등산객들의 산행을 도와야 할 것이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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