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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국립공원 정책 해부(46)] 특정 동식물 위주 복원은 오히려 생태계 훼손

월간산
  • 입력 2006.12.05 11:18
  • 수정 2006.12.0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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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년 멸종위기 동식물 복원 마스터플랜’으로 관광용 동식물원화 우려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곰이 또 죽었다. 이번에는 농민이 놓은 덫이 아니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치한 덫에 걸려 죽은 것이다. 환경단체 아름다운산하는 “인공으로 특정 종만 되살린다는 것은 심각한 생태계 훼손을 부른다. 여러 종이 자연적으로 어울릴 수 있어야 자연이다”라며 “국립공원은 관광용 인공동물원도 인공식물원도 아니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는 멸종·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전북대 선병윤 교수팀이 작성한 연구용역보고서 ‘멸종위기종 증식·복원에 관한 연구’(연구기간 2005.4~2005.11 8개월간, 사업비 9천2백5십만원)를 의뢰했으며, 이 보고서를 토대로 공단은 구체적인 복원대상 동식물 종을 선정하여 ‘10개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복원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그런데 공단이나 위 용역보고서는 방사 반달곰 2마리가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선을 넘어 동쪽으로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북으로는 88고속도로, 서쪽으로는 곡성, 남쪽으로는 섬진강 부근까지 활개치고 돌아다닌 사실에 대한 문제점을 제대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 길을 잃고 엄마를 잃은 것으로 보이는 올빼미 새끼를 주민이 보호, 치료하고 있다(지리산 문수골).
▲ 길을 잃고 엄마를 잃은 것으로 보이는 올빼미 새끼를 주민이 보호, 치료하고 있다(지리산 문수골).

복원 대상 선정, 이벤트성에 치우쳐

종 선정기준을 보면 대상종의 희소성, 기존 생태계 적합성, 복원 가능성, 상징성, 생태관광 등이다. 선정한 포유류를 보면 설악산 스라소니와 대륙사슴, 북한산 호랑이와 표범 등 6개 공원 8종이다. 조류는 가야산 올빼미 등 3개 공원 3종이며, 양서·파충류는 치악산 구렁이 등 2개 공원 2종, 곤충류는 오대산 장수하늘소 등 6개 공원 6종이다. 육상식물은 북한산 미선나무 등 17개 공원 66종이다. 대상 공원은 모두 17개 공원에 복원 종수는 모두 85종에 이른다(표 참조).

동물 종을 보면 북한산에는 3종, 덕유산, 월악산, 속리산, 치악산, 오대산에는 2종을 선정했으며, 지리산, 다도해, 태안, 가야산은 1종이다. 1개 공원에 1~3종을 정했다. 선정 기준이나 선정한 종을 살펴보면, 생태계의 섭리를 우선하지 않고 관광성, 상징성(깃대종) 등 이벤트성 종 선정에 치우쳤다는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종복원센터는 “반달곰은 지리산에서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이므로 먹이사슬 아래 동식물들도 자연스레 살아난다”고 말했다. 생태계 복원은 자연의 섭리가 충족되어야 하는데도 깃대종 하나 복원으로 자연이 살아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생태계 교란으로 다른 동식물의 훼손을 가져올 수도 있다.

산양은 절벽을 쉽게 타며 먹이를 찾아 먹는다. 70년대 말 겨울, 제주도 일출봉 해벽의 유일한 염소 한 마리를 바다 위에 띄운 배에서 총을 쏘아 맞혀 떨어뜨렸는데, 염소의 배 속에는 겨울철에도 파랗게 자라는 풍란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러한 사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양으로 인한 월악산 절벽의 식생교란에 대해서 심층 조사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풍란은 한려해상과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국립공원연구원이 작성한 ‘지리산 반달가슴곰 서식지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는 ‘반달곰이 먹이로 좋아하는 조릿대, 취나물, 열매, 그리고 벌, 개미, 소형 포유류의 지리산 분포량을 보면 최대 9,532마리가 살 수 있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먹이량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생성되는지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황당한 수치를 내놓고 있다.

여우는 사람의 시체를 뜯어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장사 지낸 묘를 파고 들어가기도 한다. 덕유산에 풀어 놓는다는 계획인데 일정 구역에만 서식하느냐가 문제다. 지리산 반달곰처럼 공원 경계를 넘어 민가 주변을 배회할 경우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 여우가 남한에서 멸종한 것은 가죽을 여우목도리용으로 쓰려고 사냥했으며, 또한 쥐약 피해가 원인인 것으로 농부들은 보고 있다. 농촌에서는 현재도 쥐약을 사용한다. 쥐약에 의한 여우의 피해는 없을 것인지도 문제다.

▲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종 복원사업으로 북한산에 호랑이와 표범 증식장을 만들 계획이다(북한산 삼천사 산신각 벽화).
▲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종 복원사업으로 북한산에 호랑이와 표범 증식장을 만들 계획이다(북한산 삼천사 산신각 벽화).

북한산 국립공원에는 호랑이와 표범 증식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증식해서 해외로 수출하지 않는 이상 어디다 풀어 놓겠다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대상 종 선정 기준 중 하나가 말해주듯이 관광용으로, 그리고 지리산 반달곰처럼 이벤트성 행사 위주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인다.

지리산 화엄사 입구 쇠창살 우리에는 야생적응에 실패한 반달곰 암수 두 마리를 지난해 회수하여 가두어 놓았다. 올해 1월19일 새끼를 낳아 두 마리 늘었다. 공단은 새끼 이름을 ‘장군이의 아들’ ‘장군이의 딸’로 붙였다. 그런데 부모 출생지가 어딘지 모르는 장군이와 막내다. 웅담(쓸개)과 발바닥 판매용으로 농가에서 사육하던 곰을 공단이 구입하여 지리산에 방사했었기 때문이다. 회수하지 않았다면 지리산이 출생지인지도 모르는 곰을 놓고 ‘반달곰 종복원했다’고 자랑할 뻔했던 것이다. 화엄사 입구 곰 사육우리는 한 마디로 개사육장이나 마찬가지다. 보신용 용도로 키우는 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러한데도 앞으로 늘어날 곰 처리계획도 서 있지 않다. 결국 지리산에 풀어 놓던가 아니면 공원마다 사육장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을 종복원이라 할 것인가. 동물원에게나 맡길 일이다. 지리산 반달곰처럼 북한산 호랑이와 표범이 늘어날 경우 어디다 풀어놓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10개년 멸종위기종 복원은 자연생태계 교란

1995~2004년간에 추진한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보전 10개년 계획’은 한 마디로 자연공원을 인공공원화하는 계획이었다. 동물원을 만들고 설악산 대청봉, 덕유산 향적봉, 지리산 노고단 등 24개소에 식물원을 만든다는 계획과 인공새집 달기 등이다.

이러한 계획을 계승하고 있는 게 공단이 올해 수립한 ‘10개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복원 마스터플랜’이다. 좀더 규모가 크고 광범위할 뿐이다. 동물과 식물을 깃대종(상징성) 위주로 선정해 놓고 관광용 이벤트성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잡초 하나 개미 하나도 나름대로의 자연의 구성으로서 역할을 한다. 깃대종이라고 해서 자연을 살리거나 보존하는 데 반드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공단의 연구는 전무하다.

보기 좋다며 사과나무, 매실 등 과일나무를 해마다 심었다. 북한산 국립공원에만 해도 자생한다는 근거가 희박한 주목과 구상나무를 약 500그루를 심어 놓았다. 생태탐방용이라며 인공화단에 야생화를 심고 있다. ‘10개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복원 마스터플랜’도 이러한 조경공원화, 인공공원화 사업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본격적인 인공공원화라 볼 수 있다.

자연은 인공으로 조성한다고 오래 지탱되거나 복원되는 게 아니다. 지리산 노고단의 원추리군락지를 철쭉이 야금야금 침범하고 있다. 일부러 철쭉을 제거하지 않는 한 원추리의 생태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공단이 만든 야생화 화단도 잡초를 제거하고 가꾸어주어야 지탱되지 그렇지 않고 자연에 맡기면 다른 풀이나 나무가 침범, 심은 야생화 밭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인공으로 만든 자연은 자연도태되기 싶다.

지리산 바래봉 철쭉 군락지 사이사이에 구상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구상나무가 우거지면 그늘 아래 철쭉은 자연도태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공단은 외래식물이 북한산 70종, 내장산 25종 등이 침입했다며 국립공원의 돼지풀, 서양등골나물 등의 제거실적을 밝혔다. 2003~2006년도 작업인력 2,474명, 127,869㎡이다.


종복원은 자연공원법 위배 우려

이렇게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데 막대한 공력을 기울이고 있는 공단은 이미 오랫동안 소나무, 갈참나무, 단풍나무 등의 천연림을 베어냈는데 그 면적이 적지 않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낙엽송(일본소나무), 리기다소나무, 편백나무 등 외래식물을 심어왔는데 그 양 또한 엄청나다. 공단은 “천연림을 베어내고 목재용 나무를 심는 임업은 국립공원에 적정한 자연을 가꾸는 사업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자연공원법 어디에도 그런 사업을 하도록 한 조항은 없다. 제1조(목적)는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을 보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8조(용도지구)는 자연보존지구 허용행위를 ‘자연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행위’라고 못 박고 있다. 공단이 현재 시행중인 출생지와 부모를 모르는 반달곰을 사육하는 행위, 깃대종 복원이라는 동식물 복원, 천연림을 베어내는 임업, 야생화 인공화단 조성 등 인공으로 자연을 조성하는 일이 자연생태계 보전이나 ‘자연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때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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