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해부정책(47)] 문화재관람료 1천억 원 어디다 썼나?

[447호] 2007.01
입력 2007.01.03 14:08 | 수정 2007.01.05 09:40

예전 합동징수매표소에서 문화재관람료 계속 징수

그동안 사찰이 거둬들인 1천억 원이 훨씬 넘는 문화재관람료와 1백억 원이 넘는 문화재 보수지원비는 어디다 쓰였을까? 문화재청도 지방자치단체도 국립공원관리공단도 모르며, 국민들은 더더구나 모른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문화재관람료 징수다. 그런데도 사찰 소유 땅을 지나간다고 현행법을 무시하면서까지 관람료를 여전히 징수하고 있다.

안개가 자욱한 지난 12월 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각. 지리산 천은사 경내는 사람 그림자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종무소도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러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저녁 6시부터는 노승 두 분이 극락보전에서 저녁예불을 올렸다. 방대한 사찰 건축물에 비해 쥐죽은 듯 사찰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천은사는 20여 년 전부터 건축물들을 신축해왔으며, 현재 건축물은 일주문, 팔상전, 관음전 등 모두 24채다. 경내도 넓어졌으며 가로등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전기료를 아끼려고 일부만 켜기 때문에 밤에는 랜턴을 들고 다녀야 경내를 왕래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전기료가 한 달 200~3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이러한 천은사의 방대한 건축물 신축공사비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천은사 주지는 “문화재관람료로 천은사가 이렇게 비대해졌다”고 관람료를 신축공사비에 사용했음을 밝혔다.







▲ 중창불사가 한창인 지리산 천은사(1992년 촬영). 천은사는 문화재관람료로 사찰신축공사와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사찰 신축과 운영비를 관람료로 충당


비대해진 사찰의 운영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주지는 “초하루와 보름날 예불에 참석하는 신도는 20~30명밖에 안된다. 인근에도 사찰들이 있어서 신도들이 분산되기 때문”이라며 천은사 신도 수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지는 “그래서 사찰운영비의 70~80%를 관람료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에서 노고단을 가기 위해 성삼재로 향하다보면 차도 오른쪽에 설치된 천은사매표소에서 징수한 관람료는 천은사 건축물 신축과 사찰운영비로도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관람료 징수액은 얼마이며, 어디다 사용하고 있는가? 국민들은 모른다. 그 이유는 조계종이나 사찰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징수액과 사용내역에 대해 밝힌 바 없기 때문이다.

1990~2000년(11년간)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액은 744억6천만 원이다(표1 참조). 2000년 한 해 징수액은 97억 원이다. 국립공원 내 22개 사찰이 그동안 입장객들로부터 거두어간 문화재 관람료는 1천억 원이 훨씬 넘는다. 적지 않은 금액인데도 그 사용내역이 알려진 바 없다.

언제부터 관람료를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였는가? 문화재 관람료는 60년대부터 징수했다. 1962년 12월 가야산 해인사, 1966년 7월 내장산 백양사, 1967년 3월 속리산 법주사, 1969년 3월 지리산 화엄사, 1969년 4월 계룡산 동학사와 갑사 등 6개 사찰이다.

이어 70년대에는 1970년 4월 내장산 내장사, 1971년 7월 오대산 월정사, 1973년 5월 주왕산 대전사, 1974년 4월 지리산 천은사, 1975년 3월 치악산 구룡사, 1977년 5월 소백산 희방사, 1978년 8월 덕유산 백련사, 1979년 3월 설악산 신흥사 등 8개 사찰이 걷었다.

80년대 들어 1981년 1월 지리산 쌍계사, 1984년 5월 연곡사, 1984년 9월 월출산 도갑사, 1889년 3월 계룡산 신원사 등 4개 사찰이 걷었다. 그리고 90년대, 2000년대 들어서는 설악산 백담사, 덕유산 안국사, 변산 내소사, 한려해상 보리암 등이 걷었고, 현재 국립공원 내 총 22개 사찰에서 관람료를 받고 있다.

성삼재를 지나는 통과객들에게도 관람료를 받는 데 대한 여론악화에 대해서 천은사 주지는 “사찰운영비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계속 받지 않을 수 없다. 올해에도 관람료를 징수할 위치는 예전처럼 지난해의 합동징수매표소 자리에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사 소유 문화재를 보고 가는 입장객 수는, 관리사무소 직원의 말을 참고한다면, 천은사매표소로 입장한 입장객 수의 0.001%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은사 문화재관람은 공원입장객의 0.001% 불과

문화재보호법 제39조 ③항은 ‘징수한 관람료를 당해 문화재의 보호·관리를 위한 비용에 우선 사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었다. 그런데 이 조항은 2000년 1월10일자로 개정, 삭제됐다. 그래서 현행법은 관람료 사용처에 대한 규정이 없다.







▲ 계룡산 동학사매표소로 입장하는 탐방객들. 이들 중 문화재인 남매탑을 관람하는 이는 5%로 추정된다.
천은사처럼 문화재 관람의도가 없는데도 관람료를 징수하는 곳은 이곳뿐만 아니라 전 국립공원에 해당된다. 계룡산 동학사 소유 문화재는 충청남도가 지정한 지방문화재로서 청량사지 쌍탑이다. 일명 남매탑으로 불린다. 남매탐은 동학사에서 오른쪽 산길을 따라 능선까지 1.3km 거리를 약 1시간30분을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동학사 경내만 돌아보거나 은선폭포를 거쳐 관음봉에 올랐다가 신원사 코스나 갑사 코스로 넘어가는 등산객들은 남매탑을 볼 수 없다.

더구나 동학사매표소에서는 봄, 여름, 가을철에는 오후 6시까지, 겨울철에는 오후 5시까지 매표하고 있다. 늦은 시각에 매표한 입장객은 어둡기 전에 남매탑까지 도착조차 못한다. 관리사무소는 동학사매표소에서 매표한 입장객들 중 남매탑을 보고 가는 이는 5% 정도로 추정했다.

설악산 백담사 소유 문화재는 목조아미타불좌상(보물 제1182호) 1점인데, 매표소에서 8km 거리에 있으며 걸어서 2시간이 걸린다. 이 역시 계룡산 남매탑처럼 늦은 시각에 매표한 이는 날이 밝은 시간에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관리사무소는 “백담사매표소를 통과한 입장객들 중 문화재를 관람하고 있는 이는 10%나 될까요?”라고 되묻는다.

문화재관람에 관심이 없는 입장객에게도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었던 것은 공원입장료와의 합동징수다. 그런데 합동징수의 법적인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공원입장료는 자연공원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보호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서 징수 근거마저 다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계종은 합동징수를 자연공원법에 명시해달라고 요청했었다.

1997년 10월14일 청와대에서 조계종, 내무부, 문화체육부 실무자가 모여 회의를 열고 합의사항에 서명했다. 내용은 ‘1 문화재관람료와 공원입장료를 합동징수한다. 2 공원입장료에서 일부를 문화재보수 지원비로 떼내어 사찰에게 준다는 내용을 자연공원법에 명문화한다’는 내용이다. 이 회의에서도 근거 법이 달라 합동징수를 자연공원법에 명문화하지는 못했다.

사찰 땅 통과자 관람료 징수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사찰이 가져간 것은 문화재관람료만이 아니었다. 공원입장료 1,600원 중에서 사찰별로 10~30%를 때내어 가져갔다. 국립공원 입장료 한 장에는 문화재관람료와 공원입장료가 들어 있다. 그런데 공원입장료 1,600원 중에서 문화재 보수지원비라는 명목으로 사찰이 별도로 가져갔다는 사실을 입장객들은 모르고 있다. 문화재관람료만 가져가는 줄 알 뿐이다.

법주사와 해인사가 공원입장료 1,600원 중 30%인 480원을 떼내어 가져갔다. 1,600원 중 480원을 뺀 1,220원이 공단 몫이요 법주사 몫은 2,680원(2,200원+480원)으로 공단 몫의 2.4배(2,680원/1,220원)나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몰랐다. 해인사 몫은 2,380원(1,900원+480원)으로서 공단 몫의 2.1배(2,380원/1,220원)다(표2 참조).

공원입장료에서 10~30%를 떼어내 사찰이 가져간, 1983~2005년 문화재 보수지원비는 181억7천만 원이다(표3 참조). 관람료와 마찬가지로 보수지원비의 사용처도 알려진 바 없다.

지리산 남부관리사무소는 “천은사 문화재보호구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관람료를 징수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문화재보호법 제39조 제①항은 ‘문화재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합동징수 때문에 입장객에게 강제 징수할 수 있었던 문화재관람료를 여전히 예전 매표소에서 징수함으로써 관람 의사가 없는 사찰 경내 통과자에게도 관람료를 징수하게 될 전망이다. 통과자가 아닌 관람자에게 관람료를 징수한다는 규정을 둔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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