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50)] 국민도 공단도 잘 모르는 법정등산로

[450호] 2007.04
입력 2007.04.17 10:00 | 수정 2007.05.01 09:04

엉터리 홍보해 놓고 임의로 과태료 부과

설악산 오색분소 앞에 세워진 대형 등산안내판. 비법정등산로라 밝힌 한계령~점봉산 구간과 오색 용소폭포~망대암산 구간이 등산로로 표시되어 있다.

 ‘국립공원 법정등산로를 아세요?’라는 질문을 환경시민단체인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가 여론조사에 내걸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응답자 181명 전원이 여태까지 모른다. 법정등산로를 대부분의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 그런데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박화강)은 등산객들에게 법정등산로를 벗어났다며 1인당 50만원씩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자연탐방객을 죄인시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는 원인인 법정등산로에 대해 국민들이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공단 임직원들조차 모르고 있다. 이에 대해 홍보도 없는 과태료 부과는 적법한가, 공단은 과태료 부과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3~2006년(1~8월)의 과태료 부과자 수는 비법정등산로 출입이 718명, 자연휴식년제 출입이 179명, 야간산행이 18명, 산불통제기간 출입이 132명, 기상특보기간 출입이 28명 등이다(표1 참조).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올해부터는 매표소에 종사하던 직원들을 불법행위 단속에 투입하고 있다. 공원이 온통 단속구역으로 변한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휴일이면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공공근로자와 10개월 계약직 직원까지 현장 출동했으며 제일 바쁜 날이었다. 그 이유를 탐방객들이 많은 날이니 당연한 일로 생각해서는 착각이다. 적지 않은 수가 입장권을 매표하느라 출동한 것이다.


비법정등산로 출입 연간 200명 과태료 부과

겨울철에는 오전 7시부터, 보통 때는 7시30분부터 매표를 시작하는데, 관리사무소와 분소는 차량으로 매표원을 매표시각 전까지 매표소에 태워다 주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오후 2~3시경에는 징수한 입장료를 매표소마다 들려 회수, 장부를 정리하고 은행에 입금시켰다. 이렇게 매표에 관여한 직원만도 관리공단 직원의 약 70%다.

그렇다면 입장료는 어디다 쓰였는가? 2006년도 공단 예산내역에 대해 문의하자 기획예산처는 ‘입장료, 인건비, 사업비 액수를 알고 싶으면 일반 국민은 문서로 요청하면 공개여부를 검토하겠다. 공단 예산은 일반 행정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공단이 공개를 꺼리는 예산을 살펴보자. 2005년도 일반예산 중 입장료 수입은 255억2천만 원인데, 임직원 인건비는 286억1천만 원이다. 2002~2005년도 입장료 수입은 944억7천만 원, 인건비는 937억4천만 원으로서 거의 같다(표2 참조). 한 마디로 입장료 용도는 공단 임직원들 봉급인 셈이다.

공단 정규직원과 10개월 계약직 임시직원과 공공근로자들은 자연이나 국립공원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췄거나 국립공원의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일까? 불행하게도 일부는 공단 임직원들의 고향 사람들로 채용했다. 올해부터 매표작업이 불필요해지면서 공단 임직원수도 줄이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공단은 지난해 2005년 10월21일, 2006년 3월10일, 9월18일, 12월11일에 이어 올해 1월31일, 2월9일, 2월23일, 3월8일자로 직원들을 계속해서 신규채용하여 늘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명 ‘쪼그린’ 매표소를 비롯한 매표소 곳곳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 입장권을 매표소에 보관했다가 야간에 뭉텅이로 분실했는가 하면, 입장료를 받고도 입장권을 일부러 내주지 않거나, 단체 등산객 대표와 흥정해 입장권을 발권하지 않고 대신 입장료를 적게 받거나, 등산객이 놓고 간 입장권을 다시 내주어 입장료를 가로채는 일도 있었다.

분소장을 비롯한 분소직원 거의 전원이 입장료 횡령에 관여한 경우도 있었다. 매표원들은 매표에 매달리느라 공원관리에는 거의 무관심했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자전거 행렬이 오르내리기도 했으며, 약초와 희귀식물 채취꾼들이 낫을 들고 매표소 앞을 버젓이 통과했다.

입장권은 법정등산로 입구뿐만 아니라 비법정등산로에서도 판매했다. 관리사무소는 매표 위치를 법적등산로인지 여부는 검토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용률 높으면 법정등산로로 착각

비법정등산로는 비법정등산로라는 이유로 통제하면 된다. 그런데 비법정등산로를 휴식년제로 지정하여 출입을 통제했다. 설악산 미시령~마등령 구간 8.5km를 2001년부터 15년 동안, 그리고 한계령~점봉산 구간 6.1km도 97년부터 9년 동안 통제했다. 그러다 지금은 휴식년제 구간이라는 이유를 비법정등산로라는 이유로 바꿔 통제하고 있다.

국립공원에는 곳곳에 대형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법정등산로뿐만 아니라 비법정등산로도 등산로로 그려져 있다. 이러한 안내판을 설악산에서는 지난해부터 철거하고 대신 법정등산로만 표시한 안내도로 교체하고 있다. 설악산 비룡폭포는 관광객들이 몰려가는 탐방명소다. 이 코스도 비법정등산로였다.

지리산 성삼재~노고단 코스에도 공단은 샛길을 등산로로 표시한 안내도를 세워놓았다. 차가 오르내리는 큰 길을 따라 코재를 지나면 노고단대피소로 오르는 샛길이 나타난다. 차가 다닐 수 없는, 폭이 좁고 경사가 있는 오솔길로서 바닥에는 인공계단을 만들어 놓았으며, 등산로 양옆에는 줄을 설치하고 안내도를 세워놓았다(사진 참조).

공단은 공원별 등산지도를 제작, 판매해 왔는데, 비법정등산로도 개방등산로로 표시했다. 공단은 공원별로 소개책자를 발행했으며, 계간지 ‘아름다운 국립공원’도 발행하고 있다.

국립공원 홈페이지는 공원별로 열리는데, 이곳에 소개한 등산로 역시 비법정등산로도 개방등산로로 소개되고 있다. 속리산 홈페이지와 지도, 계간지 등은 상학봉, 묘봉, 관음봉 코스를 등산로로 표시하지 않았다. 운흥리, 중흥리 주민들이 등산로롤 개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묘봉 코스는 법정등산로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하자 최근에 공단은 홈페이지에 ‘위험한 코스로서 등산금지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렇게 공단은 1987년 7월 창단 이래 법정등산로와 비법정등산로를 구분하지 않고 입장권을 매표했고,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했으며, 공단이 세운 안내판과 공단이 발행하는 지도와 소개책자, 계간지, 그리고 홈페이지가 많은 비법정등산로를 등산로로 소개했다. 공단은 왜 이런 착오를 시행하고 있는가?

그것은 등산로를 이용율을 기준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즉 등산객이 많이 오르내리면 등산로로 여겼고, 이용객수가 적으면 등산로로 표시하지 않았으며, ‘등산로가 아니니 그 코스는 가지말라’고 했다. 공단이 2002년 발행한 ‘국립공원 탐방로 관리 종합계획’은 ‘국립공원별 법정·비법정등산로 현황’에서 계룡산, 주왕산, 치악산, 월출산, 변산반도,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는 ‘비법정등산로 전무’라고 기술하고 있다. 공단 직원들이 법정·비법정등산로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기록이 나온 것이다.

그러다 공단은 법정등산로가 아닌 곳의 출입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를 물렸다. 그런데 어느 게 법정이고 비법정이냐고 항의하자 그때야 비로소 잘못을 깨달은 공단은 지난해부터 대형 안내판과 홈페이지 내용을 고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법정등산로를 모르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바람에 법정등산로 출입자까지 단속대상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비법정등산로를 개방코스로 홍보하기도

공단이 말하는 법정등산로란 자연공웝법에 의해 관리부처인 건설부, 내무부, 환경부 등이 등산로로 고시한 등산로를 말한다. 공단은 출입단속을 하면서도 공단 관련부서나 공원관리소장이나 직원들 어느 누구도 자연공원법에 의해 고시한 법정등산로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는 없었으며,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법정·비법정등산로가 뒤죽박죽이라는 항의에 지난해부터야 수정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지도와 홈페이지에는 고시하지 않은 등산로도 등산로로 홍보하고 있다(표3 참조).

자연공원법 제12조(국립공원계획의 결정)는 ‘①국립공원에 관한 공원계획은 환경부장관이 결정한다. ②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환경부는 그 내용을 ‘고시’해야 한다. 그런데 공단은 이러한 현행법을 무시하고 임의로 등산로를 지정하거나 등산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이 스스로 자연공원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속리산 묘봉 코스는 자연공원법에 따른 법정등산로다, 그런데 공단은 임의로 등산로에서 제외시켰다가 현재 위험코스라며 다시 임의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등산객들은 법정등산로란 공단이 지정한 등산로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래서 공단이 벌금 물리는 코스는 공단이 지정하지 않은 코스라고 여기고 있다. 그런데도 탐방지원센터에는 고시한 코스와 날짜, 위치, 거리에 대한 자료는 전혀 비치되어 있지 않으며, 고시현황,  안내판, 안내지도가 잘못된 것에 대해 알려주는 직원도 없다. 물어봐도 제대로 모른다. 지난해까지 매표소에는 시인의 마을 또는 탐방지원센터라는 현판을 걸어놓고 직원 한두 명이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공단은 과태료 부과 대상코스에 대해 파악조차 제대로 못한 채, 그래서 홍보도 엉터리로 해놓고 단속을 해왔으며, 지금도 정확한 홍보 없이 단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단은 불법을 스스로 저지르고 있다.


법정이라고 만능은 아니다

법정과 비법정의 한계를 이렇게 가르면 어떨까? 법정등산로란 해당 행정부처가 법으로 지정해 관리공단에게 관리를 맡긴 안전한 등산로라는 뜻이고, 비법정등산로는 관리하지 않으니 만약 탐방객이 사고를 당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공단에게 물을 수 없다는 뜻으로 말이다.
비법정이라 해서 벌금을 물려야한다면 법정이 하나도 없는 암벽·암릉 루트에 대한 벌금은 왜 물리지 않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법정, 비법정을 가리며 벌금을 물리는 행위가 얼마나 한심한 행정력 낭비인 데다가 등산인들과 공단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지 인식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면(面) 개념의 보호제도를 도입해 공원뿐만 아니라 일반 산악지역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른바 계곡휴식년제 같은 것들이다. 국립공원에서는 이보다 더욱 강력한 용도별 보호제도를 계곡휴식년제 훨씬 이전부터 도입해 실시해오고 있다.

등산인들도 이제는 자연보호에 대해서 알만큼은 안다. 쓰레기 버리는 것이 나쁘다는 것, 등산로 밖으로 다니는 것이 나대지를 넓혀 좋지 않다는 것, 취사 후 음식찌꺼기 처리가 완벽하지 않으면 산이 금방 더러워진다는 것쯤은 안다. 그래서 선(線) 개념의 등산로 정도는 열어 놓아도 크게 자연이 다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야간산행을 왜 금지시키는가? 등산을 모른다면 야간산행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사고를 당하는 것은 당시의 날씨나 지형 등 자연조건이 악화돼 그렇게 된 것이다. 그들은 공단이 공원관리를 잘못해 사고를 당했다고 억울해하지 않는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개척하고 모험하는 것이 등산의 본질이다.

공단은 암벽등반이나 암릉등반도 비법정인데 왜 가만 놓아두는가. 전문등반에만 등산의 본질이 존재하고 일반 워킹족들에게는 오로지 건강만 문제되기에 통제된 등산로에서만 놀다가 가라는 것인가? 차라리 산에 오지 말고 집에서 러닝머신을 뛰라고 하라.

우리에게는 양보도 포기도 할 수 없는 행복추구권이 있고, 이동의 자유가 있다. 이 권리를 하위법 중에서도 하위법인 비법정등산로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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