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51)] 등산객 구조 역할 무시하는 대피소정책

[451호] 2007.05
입력 2007.05.18 09:29 | 수정 2007.05.18 09:42

지리산 노고단제2·뱀사골·오대산 노인봉대피소 철거 계획

지리산 노고단제2·뱀사골·오대산 노인봉대피소 철거 계획

 “노고단 제2대피소를 철거하려는 이유를 알려면 관리사무소로 직접 찾아와야 밝혀줄 수 있다. 전화상으로는 말할 수 없다”고 지리산 남부관리사무소(전남 구례군 화엄사 입구 소재)가 말했다. 새 대피소가 왜 별안간 폐쇄되는 것일까?

지리산 노고단에는 대피소가 현재 2개소다. 매점·탐방안내소·관리직원 숙소가 있는 제1대피소와 그 왼쪽(아래쪽)에 있는 제2대피소다. 제2대피소를 별안간 철거하려는 이유를 공단은 이렇게 설명했다. “제2대피소는 가족과 단체용으로 내부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가족이나 단체의 이용률이 저조하다.”

노고단 대피소는 예약신청이 가장 밀리는 곳 중 하나로, 예약 개시 10분 전부터 계속 신청해도 예약 개시시각에는 이미 예약이 끝난다는 곳이다. 그런데 공단은 “노고단은 1년 가동률 즉 평균이용률로 보면 제1대피소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공진씨(전북 김제시 신풍동)는 “공휴일에는 오지 말고 대피소 이용공간에 맞춰서 비수기나 평일에 찾아오라는 것인가? 평균이용률을 따지면 국립공원에 대피소가 하나도 필요 없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더구나 제1대피소 1층에는 공원계획에도 없는 탐방안내소를 불법으로 만들어 숙소공간을 줄였다.

광주산악연맹 서은호 사무국장은 “노고단은 대피소 수용공간이 부족한데 오히려 줄인다는 소식을 들으니 충격적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단은 철거이유를 ‘자연경관훼손’이라고 밝혔는데, 공단의 주장과는 달리 제2대피소에 비해 제1대피소가 훨씬 인공물이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조난구조 본부로서 중요한 위치인 지리산 뱀사골대피소.
노고단 제2대피소와 뱀사골대피소 철거추진

지리산 주능선 상에 벽소령대피소와 2시간 거리에 있는 연하천대피소는 철거대상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연하천대피소를 리모델링해서 계속 이용하고, 반면 뱀사골대피소를 폐쇄시킨다고 한다. 공단 공원시설처와 지리산 북부관리사무소는 폐쇄 이유를 ‘이용률 저조’와 ‘계곡오염원’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건축물을 철거한 자리에는 대신 5평 규모의 숙소가 없는 탐방지원센터를 신축하여 ‘탐방안내와 조난구조처’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직원의 현장출근은 북부사무소(반선 소재)에서 9시에 출발할 것인가?”라고 물어보았더니 공단은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북부사무소에서 뱀사골대피소까지는 4시간20분이 걸린다. 점심시간도 없이 현장까지 출퇴근하노라면 하루해가 저물 것이다. 국립공원 시설물을 즉흥적으로 변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축 탐방지원센터를 조난구조처로도 이용한다는 공단의 발상도 문제다. 조난구조는 현장 지형을 알고 등산실력도 있어야 한다. 등산경험은 예외로 치더라도 상주직원도 없는데 조난구조는 가능할까.

전북산악연맹(회장 엄호섭)은 ‘뱀사골대피소 철거를 결사반대 한다’라는 성명서에서 ‘뱀사골대피소가 노고단으로부터 6.7km 떨어져 있고, 벽소령대피소로부터 7.7km 떨어진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산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파악한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산악사고가 빈번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며 ‘그래서 전북연맹 산악구조대 구조본부도 뱀사골대피소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악사고는 뱀사골계곡과 화개재, 반야봉, 토끼봉, 삼도봉 일원에서 해마다 발생하고 있으며, 구조대는 남원이나 전주에서 출동한다. 조난사고는 1995~2006년(12년간)에 총 42건으로 실종 및 사망이 6명, 구조한 경우가 45명이다(표1 참조). 오대산 노인봉도 숙박지로서뿐만 아니라 조난구조시 요긴한 지점이다.

분뇨를 밤에 불법 방류해온 노고단대피소 대형 화장실.
뱀사골계곡 수질오염 때문이라는 공단의 주장에 대해 성명서는 ‘전국의 어느 대피소와 견주어도 뱀사골대피소의 친환경적 보존 노력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반면 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노고단대피소의 경우 대피소 앞 대형 화장실은 1997년에 신축했는데 수거식이며 차도가 뚫려있다. 그런데 공단은 근 10년 동안 비 오는 날 밤에 비밀배출구를 통해 일부 분뇨를 방류했으며, 방류 때면 계곡 숲속은 악취가 진동했다.

환경시민단체 아름다운산하는 대피소 앞 계류를 채수하여 광주시 소재 환경업체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2급수 물은 마시지 못한다. 그런데 비밀방류 다음날 깨끗한 물을 흘려보낼 때 채수했는데도 검사결과는 2급수 수질기준의 100.8배인 BOD 302.40mg/L로 나타났다. 농업용수로도 공업용수로도 사용 불가능한 수치다(표2 참조).

배출구멍 아래 비탈 폭 1~1.5m 바닥에는 생명력이 강한 조릿대가 뿌리째 죽었으며, 바닥은 분뇨오니에 덮여 서리가 내린 것처럼 허였다. 계류는 400m 아래에서 등산로와 만나는데 등산객들이 쉬면서 양손으로 그 물을 떠 마시고 있다.

노고단 제1대피소 2층 맨 안쪽에는 천왕봉실이란 팻말이 걸린 특실이 있었다. 노고단을 방문한 공단 이사장이나 귀빈들이 사용했는데, 욕조가 설치된 욕실과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 연중 뜨거운 물이 나오고 세수비누와 빨래비누도 물론 있었다. 그러다 여론이 일자 천왕봉실을 폐쇄시켰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장과 수세식 화장실은 2층에 별도로 또 있다.
등산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야외에 있는 반면 귀빈용은 실내에 있는데, 샴푸와 빨래비누까지 비치되어 있는 샤워장을 겸한 수세식 화장실은 벽소령대피소, 세석대피소, 장터목대피소에도 있다(사진 참조).

벽소령대피소의 귀빈용 실내 수세식 화장실. 샤워시설과 샴푸가 보인다.
귀빈실·욕실·샤워장·수세식 화장실 만들어

성명서는 ‘노후화 시설물이 혐오스럽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대형 신축 건축물이 자연에 어울린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연하천대피소를 건축물 노후화 때문에 철거하겠다던 공단은 별안간 리모델링해서 이용케 하겠단다.

등산이나 대피장소로서 꼭 필요한 위치를 변경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설악산 백담대피소와 서북릉대피소, 소백산 국망봉대피소다. 백담대피소는 필요한 곳이었는데, 이용을 중단시킨 후 철거하지 않고 2층을 개인사무실로 빌려주고 있다.

중청대피소는 원래 공원계획에는 서북능선상(한계령 위쪽)에 있었는데, 공단은 편법(불법?)으로 위치를 현재의 중청대피소로 변경시키고 신축했다. 소백산 국망봉에 있던 대피소 계획을 역시 편법(불법?)으로 비로봉 주목군락지 옆(현 주목관리소)으로 변경시켜 대피소를 신축하려 했으나 땅 소유주인 단양군의 거부로 무산됐다.

또한 성명서는 ‘뱀사골대피소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를 드는데, 위치의 중요성보다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라고 또 반문하고 있다. 뱀사골대피소보다 연하천 이용객이 많다. 능선 종주 상에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설악산 중청대피소 등 이용객이 많은 곳에 대피소를 신축해왔다. 담요 대여와 숙박비 수입은 시중의 웬만한 여관의 수입과 맞먹으며, 매상을 올리려고 얇은 여성용 스타킹을 대피소에서 팔기도 했다.

대피소뿐만 아니라 지리산에만도 노고단휴게소, 정령치휴게소, 달궁도계휴게소를 국고를 들여 신축, 운영 중이며, 그래서 지리산을 관광유원지화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 2월26일 제99회 공단 이사회는 3개안을 검토했는데 의안번호 208호로 출판사업과 캐릭터사업 등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공단 정관을 개정키로 의결했다. 공원관리에 영업이익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대피소 주요역할은 ‘공원 관리’라고 공단 밝혀

공단은 총 39동이던 대피소 중 지난 해까지 11개동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지리산 노고단과 뱀사골, 그리고 오대산 노인봉, 설악산 수렴동 제2대피소 등 4개 동을 철거한다. 대피소를 철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단은 등산과 산중 숙박을 막아야 자연이 보존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상등산과 종주산행을 생태탐방, 역사탐방, 문화탐방으로 유도하여 당일 이용을 권장한다는 것이며, 입구에서 기다리게 했다가 일정 인원을 채우면 가이드(공단 직원)를 앞세워 입장시킨다는 안도 거론한 바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대피소를 관리사무소 역할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단 이사장은 ‘대피소의 주요역할은 공원관리’라고 밝힌 바 있다. 공단은 대피소 관리에 대해 산악계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산과 자연을 제대로 모르는 환경단체, 조경학자, 식물학자의 주장을 전문가나 각계 의견 수렴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등산객을 위한 대피소는 사라지고 있다.

/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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