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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국립공원 정책 해부(53)] 검찰, ‘문화재관람료 불법징수 형사처벌할 수 없어’

월간산
  • 입력 2007.07.27 11:10
  • 수정 2007.07.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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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관람료 안 내도 문화재보호법으론 처벌 못해’

아름다운산하는 4월11일 조계종 총무원장과 지리산 천은사, 소백산 희방사 주지를 문화재관람료 불법징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초동)에 형사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종로경찰서에 수사를 이첩했다.

문화재보호법 제44조와 전라남도 문화재보호조례 제46조, 경상북도 문화재보호조례 제38조는 ‘문화재 공개시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 관람자에게 관람료를 받도록 했다. 문제는 천은사가 성삼재 횡단로를 막아서서 통과객 모두에게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희방사는 매표소를 제2주차장에 설치하고 연화봉으로 올라가는 등산객들로부터 받고 있다. 매표소 위쪽 100m 지점에서 왼쪽이 희방사로 올라가는 포장길이고, 오른쪽이 희방폭포를 거쳐 연화봉으로 가는 흙길이다.

지리산 천은사 수홍루. 여기서부터 천은사 문화재 구역이다. 매표소가 있는 횡단로에서 200m 떨어져 있어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다.
지리산 천은사 수홍루. 여기서부터 천은사 문화재 구역이다. 매표소가 있는 횡단로에서 200m 떨어져 있어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다.

천은사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35호 천은사는 매표소부터 도로 좌우가 모두 문화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전남 구례에서 전북 남원으로 넘어가는 861번 지방도인 성삼재 횡단로변에 위치한 도계암과 수도암,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500여m 떨어져 지붕만 조그맣게 보이는 상선암(시암재 아래)도 차도에서 보이니 관람료를 내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면 구례군청은 ‘문화재자료 제35호인 천은사는 수홍루(횡단로에서 200m 떨어짐) 안쪽이어서 도로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발장은 횡단로를 지나는 승객 중 천은사 문화재를 방문하는 경우는 0.000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벌조항이 있어야하는 죄형법정주의

이러한 상황인데도 검찰은 수사결과를 ‘혐의 없음(범죄 인정 안 됨)’으로 통보해왔다. 종로경찰서 수사관은 “문화재보호법 제44조에 대한 처벌조항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담당 검사는 “종로경찰서가 작성한 수사결과 문서를 읽어 보았다. 처벌조항이 없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관람료 불법징수 수사결과 검찰 통지서. 범죄인정이 안 된다고 적고 있다.
문화재관람료 불법징수 수사결과 검찰 통지서. 범죄인정이 안 된다고 적고 있다.

이에 “처벌은 불가능할지라도 문화재보호법 위반여부는 판단해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것은 검찰의 월권이다.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에 입각하여 범죄를 규정한 조항과 처벌조항이 없으면 수사할 수 없다. 도로법도 마찬가지”라며 “60~70년대 독재정권 시절 관련법을 임의로 적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구속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은 죄형법정주의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도에서 관람료징수에 대한 처벌조항 역시 없다는 게 경찰서와 검찰의 설명이다. 죄형법정주의는 범죄내용과 형벌내용을 법률로써 규정해야 처벌할 수 있다는 근대형법의 기본원칙을 말한다.

종로경찰서 수사관은 “고발장에 적힌 천은사와 희방사의 문화재보호법 위반사례는 다 맞다”고 말했다. 문화재보호법에 관람료 불법징수에 대한 범죄규정과 처벌조항이 없는 데 대해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 이길배 사무관은 “규정을 하면 범죄자를 양산하게 된다. 관람료 안 내고 여러 명 또는 심지어 버스 한 대가 관람료를 안 내고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며 “처벌조항이 없을 경우가 사찰측과 등산객 사이에 분쟁이 오히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 처벌조항을 넣으면 등산객들이 처벌받게 되므로 등산객을 위해서 문화재보호법 개정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불법징수 해결의지 보이지 않는 문화재청

남산제1봉에 휴식년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해인사 경내에 내건 현수막. 등산로 훼손사진 60여 장도 게시하고 있다.
남산제1봉에 휴식년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해인사 경내에 내건 현수막. 등산로 훼손사진 60여 장도 게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람료를 불법징수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듯, 등산객이 관람료를 내지 않고 통과해도 처벌조항 역시 없기 때문에 문화보호법에 의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 관람료를 내지 않고 매표소 앞을 통과하여 문화재 관람을 하지 않고 사찰 부근을 통과했을 경우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 아름다운산하는 문화재청에 법령을 문의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형법 제319조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 주거침입죄의 성립여부는 관람시설 관리자의 승낙을 받았는지 여부에 있다. 따라서 문화재 관람 여부에 불구하고 관람시설의 관리자로부터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관람시설 안으로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법령해석은 관리자(사찰 주지)의 승낙여부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국립공원 등은 자연공원법이 등산로를 지정 고시하여 등산로로 알렸으며, 또한 국립공원이 아닌 일반 산의 등산로나 산책로도 일반적으로 통과 코스로 인식되어 있는 셈이고, 사찰에서 오랫동안 통과를 묵인해온 코스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주거침입죄를 일방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 해당여부는 관람료 징수가 불법인 경우 정상적인 업무로 보기 힘들어 적용 대상이 아니다(표 참조).



가야산 남산제일봉의 황당한 경우

남산제1봉 정상부에 해인사가 3군데 설치한 철조망 위치.
남산제1봉 정상부에 해인사가 3군데 설치한 철조망 위치.

가야산 해인사는 남산제1봉 청량사 코스(1.9km)에 총 101m 길이의 철조망을 설치하여 등산을 막고 있다. 청량사 입구 95m, 정상 부근 철사다리 3군데에 각 2m씩 6m의 철조망을 설치했다. 이에 공원 관리사무소는 해인사측에 철거를 요청했으나 철거하지 않자 합천 경찰서에 철거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해인사는 탐방객을 통제하려고 자연공원법이 고시한 법정등산로에 무단으로 시설물을 설치했으며, 법질서 확립을 위하여 고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해인사는 공원 관리사무소를 가야산을 보존관리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여 등산로 훼손을 방치했다며 등산로 훼손 현장사진 20장을 첨부하여 창원지방검찰청 거창지원에 고발했다.

사찰측이 관람료 매표소가 없는 코스를 막아 홍류동 매표소로 입산토록 유도하여 관람료 수입을 올리려 하고, 청량사 코스에도 관람료 매표를 시행하게 되면 그 때 가서 개방하려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가야산 관리사무소는 해인사의 남산제1봉 청량사 코스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요청을 반대해왔다.

남산제1봉 정상부 철계단에 해인사가 설치한 철조망.
남산제1봉 정상부 철계단에 해인사가 설치한 철조망.

이에 대해 해인사 종현 스님은 “철조망 때문에 해인사의 종교적 신뢰가 떨어졌다. 그동안의 과정을 말하자면, 공원입장료가 폐지되자 공원 관리사무소는 매표소에 근무하던 직원 2명을 철거시켰다. 해인사는 늘어난 탐방객으로 인한 등산로 훼손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두 달 동안 관리사무소에 요청했으나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철조망을 친 것이다”고 말했다.

해인사 일주문 앞에서는 등산로 훼손대책으로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라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경남지역 환경단체들이라고 한다.

해인사의 고발장은 수려한 암벽에 철제 계단까지 설치하여 등산객을 유치하고 계단을 싫어하는데도 통나무계단 등을 설치하여 계단을 벗어난 곳까지 노폭을 확산시켰으며, 또한 뿌리 노출과 희귀동식물 감소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자연휴식년제나 정원제, 입산예약제, 안내원이 인솔하는 안내제도 등을 시행하지 않아 훼손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산제1봉 등산로 부근에는 무더기로 버려진 쓰레기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관리사무소가 공원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을 주는 현장이다. 해인사의 고발장이 지적한대로 관리공단은 등산로마다 인공계단을 무차별적으로 설치, 자연을 파괴해왔다. 고발장에 첨부한 사진들을 보면 통나무계단 양옆으로 새로운 등산로가 생겨 노폭을 2배로 넓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도 공단은 국고를 들여가며 지금도 인공계단 설치공사에 여념이 없다. 조만간 철거해야할 시설인데도 말이다.


문화재관람료 안내기운동 벌여

고발장이 요청한 자연휴식년제는 공단의 기만극으로서 자연복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정원제나 입산예약제 역시 훼손이 심한 등산로를 더 심화시키는 제도라는 게 설악산 한계령 코스 시행에서 드러난 바 있다. 안내원제도는 희망자에게만 시행할 제도다. 이러한 자연보존과 무관한 제도를 해인사가 요청한 것은 그동안 공단이 자연휴식년제 등 이벤트성 사업을 자연보호라고 엉터리 홍보를 한 때문이다.

성역화사업과 매표소 위치는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해인사나 화엄사는 성역화사업이라고 별다른 사업은 없다고 한다. 가야산 국립공원의 중심부인 홍류동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가야산 정상, 깃대봉, 남산제1봉, 매화산, 가산 등 바라보이는 산들이 전부 해인사 사유지다. 이곳을 수도도량으로서 분위기를 보존하는 사업이 성역화라고 해인사는 밝혔다.
지리산 화엄사는 매표소 위치를 옮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화엄사 사찰건물만 화엄사라는 인식하고 있는데, 화엄사 구역이 현 매표소부터 연기암 등 여러 암자를 포함하여 노고단 정상까지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 현 위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금년에 화엄사 소유 사유지의 경계를 측량한다. 불교성역화사업은 매표소를 현 위치에서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재청의 소극적인 대응과 불교성역화사업, 그리고 관리공단의 반자연적인 공원관리정책이 맞물려 매표소 위치 문제는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산악연맹(회장 이인정)과 국민생활체육전국등산연합회(회장 안종만), 동두천시소요산발전추진위원회, 아름다운산하 등은 ‘사찰 문화재관람료 안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6월17일 아름다운산하 회원 30여 명은 지리산 천은사 매표소를 관람료를 내지 않고 통과했다.


/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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