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54)] 국립공원에서는 이벤트성 사업 벌여선 안돼

[454호] 2007.08
입력 2007.08.08 09:10 | 수정 2007.08.08 09:10

국립공원 40일 도보순례단이 보여준 한심한 탐방행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공단 창단(1987년 7월) 20주년과 국립공원 제도도입(1967년 12월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 40주년을 맞아 행사명에 국립공원 비전 2040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 행사 중 하나로 국립공원별 깃대종 선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취지는 생태·사회·문화적으로 그 국립공원을 대표할 수 있는 종을 선정해 홍보한다는 것이다. 공단이 밝힌 깃대종의 선정 목적은 ‘깃대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깃대종 보전계획을 세워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단체, 학계, 전문가 등 13명으로 구성한 깃대종선정위원회의를 지난 6월18일, 7월9일 2회 열었다. 그런데 국민참여사업이라면서도 깃대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토 중인 종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공원별로 동식물을 통털어 1개종인지 동물 식물 각각 1개종인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3차 회의를 거쳐 9월 중순에 심포지엄을 열고 확정한 깃대종을 발표한다고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생태계는 여러 종의 동식물이 어울려 살아간다. 그런데 공원별로 1개종을 별도로 선정 보호 관리한다는 발상이 과연 생태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일까? 생태적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히려 인공적으로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 수도 있으니 그만 두는 게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야 옳지 않을까?

관리공단 창단 20주년을 맞아 40일 도보순례단이 보여준 ‘새로운 탐방문화 창출’의 현장이다. 대규모 인원이 정상에 모여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념촬영하고, 라이터도 못 가지고 들어가게 하면서 촛불을 켜고, 순례단을 환대한답시고 아래에서 요리를 져날르고, 계곡물에 탁족하고, 고증도 되지 않은 시산제를 올리는 등 일반 등산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호화산행을 하면서 ‘새로운 탐방문화를 창출’했다고 한다.

국립공원 비전 2040 사업 중에서 압권은 바로 국립공원 40일 도보순례다. 대형 깃발을 앞세우고, 대원마다 삼각기를 배낭에 꽂고, 배낭 뒤에는 홍보판을 붙인 일행이 지난 4월16일 월악산 국립공원 천황사야영장에 나타났다. 4월부터 7월까지 매주 5일씩(월~금) 8주간 진행된 이 도보순례에는 공단 본부와 관리사무소 직원, 일반인, 그리고 환경단체로는 국시모(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와 녹색연합이 참가했다.

공단이 밝힌 순례단의 목적은 ‘새로운 국립공원 탐방문화 창출’이다. ‘명소탐방, 그리고 자연해설전문가와 함께 하는 순례를 통한 국립공원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또한 순례단은 취지문에서 ‘대장정이 아니다. 산을 얼마만큼 빨리 올랐는가도 아니다. 체력단련도 아니다. 호연지기 키우는 탐방도 아니다. 그리고 종주도 정상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생태·역사·문화의 가치를 돌아보는 새로운 탐방문화 방식을 만드는 계기’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취지문에서 ‘우리가 지나온 길에는 온 듯 아니온 듯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호 외치고, 술 마시고, 촛불 켜고, 담배 피고…

이들이 몸소 창출했다는 새 탐방문화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둘러보자. 순례단은 천황사 야영장 출정식에서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쳤다. 구호를 외치는 이러한 방식의 출정식은 주왕산 달기약수터, 속리산 유스호스텔 야외공연장 등 20개 국립공원에서 치러졌다. 이미 등산인들은 산에서 야호 외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런데 환경단체까지 낀 순례단이 국립공원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면 지나가던 들쥐가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순례단은 공원마다 최고봉에 올라 대형 현수막과 대형 깃발을 앞에 놓고 합동기념촬영을 했으며, 덕유산 향적봉에선 정상주라며 양주와 과일주를 들이켰다. 지리산 천왕봉에서는 ‘지리산 천왕봉 시산제’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정상비석 앞에 촛불을 켜고 떡, 북어, 곶감, 대추, 배 등과 막걸리를 올려 시산제(始山祭)를 지냈으며, 다른 등산객들의 정상비석 관람을 막아선 채 막걸리를 마셨다. 게다가 라이터 휴대를 금지하고 있는 국립공원 안에서 라이터로 촛불을 켰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행패성 행사를 치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관리 주체이자 단속 주체인 관리공단이 벌이는 잔치니 너희들은 잔 말 말고 보고만 있어라, 이런 심보였나 보다. 게다가 제례의식의 의미도 모르는 무식함마저 노출시켰다. 

태백문화원 김강산 원장은 “우리 선인들은 산을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하여 산기슭에서 산제를 지냈다. 산을 발로 밟고 서서 정상에서 산제를 지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에서는 하늘에 고하는 천제를 지냈다”고 설명했다.

순례단이 치른 시산제에 대해서 김 원장은 “우리나라 역사에는 산 위에서든 아래서든 시산제를 지낸 기록이 없다. 최근 들어 등산동호회가 무사고를 기원하는 뜻에서 연초에 산중턱이든 정상이든 편한 곳에서 시산제를 지내고 있는데, 선인들의 산제나 천제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탐방행태

공단은 누누이 백두대간 종주가 등산로 훼손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비개방구간 출입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단은 국립공원 내 백두대간 일부를 출입금지시키고 있는데, 5개 공원 7개 구간 50.4km다. 그런데, ‘종주도 산줄기 타기도 아니다’라는 순례단은 설악산 한계령에서 백두대간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쳤는가 하면,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속리산, 월악산의 백두대간 구간도 종주했다. ‘종주와 산중 숙박을 줄이겠다’는 공단이 종주를 하고, 종주를 위해 대피소에서 묵을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그들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체력단련도 호연지기 키우기도 아니다’라면서 덕유산 향적봉에서는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는 등산로 가운데에서 양말까지 벗은 채 맨발을 뻗고 앉아 소주를 마시고, 지리산 계곡에선 흐르는 물에 맨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했다. 계곡가에 줄을 쳐놓고 일반 탐방객들에겐 물조차 만지지 못하게 하면서 말이다.

대원들은 맨몸으로 참가하기만 하면 됐다. 대피소에선 침구가 제공되고 식사준비는 관리사무소가 전담했기 때문에 대원들은 아침에 점심과 간식을 넘겨받아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지리산 노고단, 벽소령, 덕유산 삿갓재, 설악산 중청대피소 등에는 관리사무소가 아예 식당을 새로 차리다시피 했다. 중청대피소에는 압력밥솥을, 지리산 노고단대피소에는 식당용 대형 물통을 올렸으며, 그 외에도 취사도구와 먹을거리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운반했다. 직원들은 새벽 2시부터 일어나 수십 명분의 아침식사와 점심과 간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덕유산 삿갓재대피소의 저녁식사는 도심지 만찬과 비슷했다. 밥과 찌개, 돼지고기보쌈, 더덕무침, 콩잎김치, 상추에 오징어해물파전까지 나왔다. 지리산 벽소령대피소에서는 통닭안주에 소주와 맥주를 밤늦게까지 마셨으며, 담배들을 피웠다. 노고단에서는 야외식당을 마련해 오리고기 등 푸짐한 식사를 즐겼다.

이것도 모자라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등산로 중간지점에 수박, 오이, 참외, 방울토마토, 영양갱 등의 간식을 준비해 대기했으며, 지리산 종주 중에는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가 신문지로 포장해 운반한 차가운 수박과 냉커피를 내놓았다. 안개비가 내리는 날에는 뜨거운 쌍화차와 커피를 내놓았다. 덕유산 삿갓골재대피소에서는 20여 명이 얼굴에 오이 마사지를 하고 잤다. 혀를 찰 노릇이다. 이것이 그들이 내세운 새로운 탐방문화라면 그런 탐방문화 없어도 잘 돼왔으니 국립공원 아낀다는 말 꺼내지도 말라. 철저히 개인 장비와 식량을 준비해가는 등산인들이 그대들보다 훨씬 건전하고 바람직하다.

대규모 인원이 일시에 입산하면 등산로가 훼손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래서 단체입산을 막겠다고 공단도 공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순례단 대원수는 35~73명이었다. 공원마다, 그리고 대피소마다 현수막을 걸어놓고 관리사무소장과 직원들이 일렬로 도열하여 박수 치며 순례단을 맞이했으며, 늦게 하산할 때는 퇴근하지 않고 대기까지 했다. 가는 곳마다 벌인 출정식과 해단식은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치는 등 거창한 행사였다.

새로운 탐방방식을 창출하겠다며 종주와 산중숙박을 금지해나가겠다는 공단이 순례단 일정에는 종주와 산중숙박을 넣은 것을 보면 그제서야 등산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안 모양이다. 가소롭기 그지없다. 조경학자들을 동원하면서까지 마련한 탐방정책들이 탁상공론이라는 것을 이번 순례단이 몸소 실천해 보인 것이다. 예산을 써가며 조경해 만든 불요불급한 새 탐방로는 필요없다. 기존의 등산로나 폐쇄하지 말라.

박제 동물, 병든 동물 사진전 된 공원사진전

1 지리산 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 검토 중인 반달곰이 생태학습장의 콘크리트 우리에서 얼굴을 밖으로 내밀고 있다.. 2 지리산 노고단할매탐방안내소의 사진첩에 게시 중인 죽어가는 가재.. 3 국립공원 사진공모전에 입상한 앞발이 다친 청개구리. 눈을 게슴츠레 뜨고 왼쪽 앞발은 발등으로 딛고 있으며, 오른쪽 앞발도 비정상이다.

‘국립공원 비전 2040’ 사업은 또 있다. 국립공원 사진공모전이다. 그런데 죽어가는 동물, 박제동물 사진을 우수상으로 선정, 아름다운 자연이라 홍보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에 전시한 제8회 공모전에서 전시된 동물사진들을 보면 일부러 연출한 흔적들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청개구리인데, 다친 개구리다.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으며, 왼쪽 앞발(사진 화면은 오른쪽)은 다쳤는지 구부러진 채 발등으로 딛고 있으며, 오른쪽 발가락 하나는 풀잎 바깥에 딛고 있는가 하면 발가락 사이의 간격이 일정치 못하고 두 개의 발가락이 붙어 있다. 작가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제1회 사진공모전에 입상한 작품에는 고슴도치가 등장하며. 2마리가 박제품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작가는 “앞쪽 한 마리만 박제품”이라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리산 노고단 탐방안내소에 전시 중인 사진첩을 보자. 표지에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라 적혀 있는데 죽어가는 가재가 실려 있는가 하면, 웅담(곰 쓸개) 판매목적으로 개인 농가에서 기르던 반달곰을 공단이 구입한 장군이 사진도 올려 있다. 공단 홈페이지에는 ‘국립공원 자연의 미래’라며 사진을 올렸는데, 가야산 고슴도치와 덕유산 두더지는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단은 갓 낳은 새 새끼를 촬영하느라 새집 주변의 풀을 제거하고, 새끼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촬영하고, 무게를 재느라 저울 위에 올려놓고 있다. 야생동물은 새끼 몸에서 사람의 냄새가 나거나 새끼 주변을 사람이 서성거릴 경우 새끼를 죽이는 경우가 있다.

공단 직원이 아닌 경우를 보자. 자칭 사진작가라는 사람들이 자연을 촬영한 작품들 중에는 자연을 훼손하며 연출한 사진들이 보인다. 톱으로 철쭉을 밑둥째 잘라 주목 앞에 놓고 촬영했는가 하면, 이끼 낀 바위 계곡을 촬영한 다음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도록 이끼를 뭉개버린 경우도 있다. 곤충 등 동물은 이동하거나 도망가기 때문에 촬영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자칭 사진작가들 중에는 동물을 때려 다치게 해놓고 촬영하거나 일부러 싸움을 붙여놓고 촬영하는 경우들도 있다. 공단이 벌이는 공모전이 이런 행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인위적인 훼손행위가 벌어질 것 같은 행사는 아예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도보순례단은 국립공원 탐방방식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고, 깃대종 선정사업은 생태계 보호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공단은 자연의 미래라며 제시한 사진에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는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후진적인 이벤트성 사업을 벌일 때는 지났다.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