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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포커스] ‘국립공원 탐방로 어떻게 할 것인가’

월간산
  • 입력 2007.10.24 09:23
  • 수정 2007.11.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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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령포럼 세미나…설악산 수해복구 탐방로 중심으로
공단·환경론자·식물학자 등 각자 입장 따라 현격한 시각차

국립공원 탐방로 관련 우이령 포럼 세미나.
국립공원 탐방로 관련 우이령 포럼 세미나.

우이령포럼(대표 정연규)은 9월18일 서울 중구 정동 배재정동빌딩에서 ‘국립공원 탐방로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정연규 대표는 인사말에서 “설악산이 작년에 폭우로 전례 없는 수해를 입은 이후 설악산 관리사무소가 설치중인 탐방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아 이와 같은 주제의 세미나를 열게 되었다”고 밝혔다.

세미나는 설악산 노윤경 탐방시설팀장의 수해 현장보고와 탐방로 보수현황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노 팀장은 수해 직후와 탐방로 보수를 마친 다음의 각 지역 모습에 대한 영상 설명 후 “보수하지 않은 상태로 두면 많은 국민들이 크게 불편을 겪거나 위험에 빠지게 되고, 적설기에 탐방객들이 길 아닌 데로도 가면서 등산로가 넓어지는 등의 이유로 수해복구는 빠른 시일 내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공단의 입장을 밝혔다.
 
설악산 환경운동가인 박그림씨는 설악산의 이러한 시설물 실태에 대해 “계곡이 최고 수위 때를 기준으로 목제데크를 설치, 지나치게 높고 과도해져 자연경관을 해친 구간이 대부분”이라면서 “폭우로 위험하면 당연히 가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때도 갈 수 있게끔 데크를 설치함으로 해서 험하고 힘든 자연조건으로써 자연스레 탐방객의 숫자를 제한할 수도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공단이 제시한 목제데크 설치 전후의 모습.
공단이 제시한 목제데크 설치 전후의 모습.

그러나 이 날 사정상 불참한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설악산 대청봉 살리기’란 발제문에서 “대청봉 일대를 완전히 출입금지하지 못한다면 식생 보호의 유일한 대안은 바닥에서 일정 높이만큼 떨어져 있어 햇볕이 들 수 있는 목제데크”라고 밝혀 대조를 이루었다.

한편 윤영일 교수(공주대 산림자원학과)는 발제를 통해 “과거 설악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보호 범주 5등급이었으나 2005년 2등급으로 격상되었으며, 이는 자연에게 인간이 머리를 숙이는 지역을 말하는데, 공단은 여전히 5등급 수준의 인식으로 설악산을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설악산 신용석 소장은 “국제자연보전연맹의 1~6등급은 수직적 개념이 아니라 수평적 개념, 즉 그 자연지역의 특성에 따른 구분일 뿐”이라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또한 국제자연보전연맹 등급에 관한 전문가인 허학용씨가 이는 수직 아닌 수평적 개념임을 밝혔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조규원씨는 “사실 국립공원에서 탐방로를 어떻게 낼 것이냐 하는 문제는 미미한 것”이라면서 “지자체나 종교단체의 대형 개발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훨씬 더 심각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맨땅은 수만 명이 밟으면 깊이 패이고 말기 때문에 튼튼한 시설물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외 정계조 대산련 환경보전위원장,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 등의 등산로 시설물에 대한 견해 발표가 있었다.

이 날 포럼이 끝난 뒤 일부 참석자들은 “주제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국제자연보전연맹 등급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초한 발제, 등산로 시설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치우친 인적 구성 등으로 인해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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