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56] 공단 눈에 국립공원은 온통 무법천지

[456호] 2007.10
입력 2007.10.12 09:41 | 수정 2007.10.12 09:41

온갖 수단 동원해 통제 일색 정책 펼 준비 중
△북한산 등산로 절반 폐쇄 △백운대 입산료 징수 △입산시간제 △매월 휴식일제 △주민등록번호 2부제 △교육확인제 △공원지킴이 선발 △기동단속팀 운용 △무인단속장비 설치 △펜스·차단시설 설치 등

입장료 폐지로 입산객이 늘어 통제정책 시행에 국고지원이 필요하다는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그 후 6개월’이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7월26일 만해NGO교육센터 강의실.

‘입장료 폐지로 탐방객이 늘어 국립공원인지 관광지인지 분간키 어려운 공황상태다. 관리비용이 필요하니 국고지원을 늘여달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7월26일 만해NGO교육센터 강의실에서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그후 6개월’이란 제목의 토론회가 국시모(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와 환경운동연합 공동주최로 열렸다.

주최측은 토론회 목적이 ‘환경시민단체와 학계는 입장료 폐지에 따른 관리예산 부족을 100% 국가가 지원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주제발표자 최종관 비서실 팀장을 9월11일 관리공단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팀장은 “올해 입장료 폐지 후 북한산은 자연수용력보다 인원이 초과되어 혼잡, 샛길 훼손, 음주, 고성방가, 단체 이용, 정상등반, 종주, 계곡 이용, 상가혼잡, 안전사고 증가 등 불법과 무질서가 심하다. 통제와 복구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추가 지원해 주어야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이 발표한 북한산 통제방안을 보자. 현재 시행 중인 자연휴식년제와 별도로 ‘국립공원 휴식일제’를 올해 말 계룡산부터 시행, 내년에 북한산을 비롯한 전 공원에 확대 시행한다는 것이다. 계룡산 관리사무소는 전 구간을 통제할 것인지 또는 몇 개 구간을 통제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또한 ‘국립공원 지킴이’를 창설한다. 500명으로 구성하며 탐방안내, 탐방객수 통계내기, 안전관리, 위법단속을 한다. 당연히 해야할 평상업무를 맡을 팀을 별도로 구성하겠단다. 거기다 ‘기동단속팀’을 창설하고, 경찰청과 연계하여 ‘북한산보전협의체’를 가동하고, ‘무인단속장비’를 구입 설치하겠단다. 국립공원이 온통 무법천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탐방객 양떼몰이식 공원 관리

입장료 폐지 이후 관리공단이 내놓은 특별관리 대책을 보자.
북한산 개방등산로를 현재 74개(160.26km)에서 거의 절반인 45개 코스(95.56km)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입장객이 늘어나면 개방 코스를 더 늘려야 하는데 거꾸로 줄이겠단다. 지금도 몇 개 안 되는 등산로로 인파가 몰려 등산객은 양떼나 마찬가지다. 전망바위도 줄쳐서 막고, 이러다보니 먼지 나는 등산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 점심을 먹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차라리 개방 등산로를 3배로 늘려 양떼몰이 현상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등산로가 많아지면 샛길 산행이 없어진다. 원래 없던 길을 뚫고 샛길을 만들며 가는 것이 아니다. 원래 있던 길을 공단이 지정하지 않아 샛길로 변질된 것뿐이다. 겉으로는 자연자원 보호라는 기치를 내걸지만, 속으로는 관리하기 편하게, 또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고 탐방로를 공원 지정 이전보다 훨씬 줄여 지정고시한 것이다.

공원 지정 이전보다 자연이 깨끗해졌다는 것은 국민의식수준이 높아져서이지, 공단이 관리를 엄격히 한 결과는 미미하다. 그것은 공원이 아닌 다른 산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공원 수준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깨끗해진 것을 우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등산로 바닥 훼손대책은 자연형 계단을 조성하면 된다. 걷기 편한 자연형 계단을 피해 옆길로 걷는 탐방객은 보이지 않으며, 바닥 훼손도 생기지 않는다. 바위에 구멍을 뚫으며 억지로 낸 인공등산로 때문에 이를 피하느라 등산로가 2배로 넓어지고 있는데, 등산로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을 탐방객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 40일 도보순례단’은 식량, 수박, 얼음 등 무거운 짐을 민간산악구조대가 나르게 하고 단원들은 괴나리봇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산행하며 가는 곳마다 불법과 무질서를 스스로 저질렀다. 공단은 새로운 탐방문화 창출이라며 2,1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북한산 공원 경계는 적과 대치한 비무장지대를 연상한다. 철망(펜스) 위에 대전차용 철조망까지 올려놓아 출입을 막고 있는데, 입장료가 없어지면서 샛길 출입이 줄어들고 있다. 당연히 철거해야할 펜스를 22개소에 43.6km를 더 설치하겠단다. 게다가 주탐방로와 연결된 샛길 279개소에 차단시설을 하겠단다. 공원을 펜스로 둘러치면 ‘생태섬’이 돼버리고 말 것이다.

특정구역 입산료 징수도 제시하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백운대 등 정상이나 특정구역을 통과할 때 입산료를 받겠단다. 예약제도 시행하겠단다. 구체적으로 전구간 예약제, 특정구간 예약제, 주탐방로 예약제를 들고 있다. 탐방총량제도 시행, 일정 인원만 입장시키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있다. 입산시간제라는 도입해 미리 산정된 일정 일원이 입장하면 출입을 막겠단다.

주민등록번호 2부제라는 것도 들고 나왔다.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를 기준으로 입장시키겠다는 말이다. 앞으로 북한산에 가려면 주민등록증을 지참해야 한다. 교육확인제라는 것도 있다. 영상교육을 실시 후 교육이수증이 있어야 입산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제제도 실시에 필요하다며 출입자수 자동계측기 도입도 계획했단다. 정말 짜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짜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로 나와 주제발표한 국시모 윤주옥 사무국장은 백운대 입산료 징수 등을 나열했는데, 공단 비서실이 발표한 내용과 거의 같다. 이들의 눈에는 국민이 오로지 통제대상으로밖에 비치지 않는 모양이다. 공원 관리를 내세우며 머리를 맞대고 짜낸 이들의 통제정책들이 바로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토론회에 앞서 5월17일에는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정릉 소재)에서 간담회가 있었다. 공단북한산대책팀이 주관했다. 간담회에서는 등산로 축소 조정, 백운대 입산료 징수, 휴식일제 시행 등이었으며, 간담회 두 달 후 토론회로 확대해 열린 셈이다.

보전정책을 비서실·감사실·홍보실이 주관

토론회를 비서실이 주관하고 비서팀장이 주제발표를 했다. 국립공원 40일 도보순례 감사실과 홍보실이 주관하고 감사가 단장을 맡았다. 공단은 해마다 직원을 신규 채용하고 부서도 신설해왔다. 그래도 직원이나 전문가가 부족해서 보전정책 수립을 비서실, 감사실, 홍보실에 맡기는 걸까?

6월22일 주왕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는 기금전달 협정식이 있었다. 한국서부발전(주)과 공단 박화강 이사장은 상호협력에 관한 협정서에 서명하고 한국서부발전은 1억원 기금증서를 전달했다. 5년간 총 1억원의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행사였다. 농협에 후원금 입금계좌를 신설하고 홍보하고 있으나 인터넷 등을 통한 국민들의 참여는 한 건도 없다. 공단은 기금을 자연보호, 시각장애인을 위한 숲 조성,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용이라 밝혔다.

국립공원 40일 도보순례단은 ‘괴나리봇짐 순례단’이었다. 식량, 수박, 얼음 등 무거운 짐을 민간산악구조대에게 져 나르도록 하고 순례단원들은 치솔, 수건, 옷가지 정도를 담은 괴나리봇짐 하나 달랑 메고 소풍하듯 걸었다. 산행식량으로 내준 오이로 얼굴 마사지하고, 담배 피고, 촛불행사 벌이고, 양말을 등산로 가운데 벗어던지고 맨발로 앉아 술판 벌이고, 앰프 설치하고 대형 모닥불을 태우며 기타 치고 노래하고, 춤판 벌여 고성방가하고, 상가에서 어깨춤 추고, 도보순례라며 트럭 화물칸에 타고 이동하고, 곤돌라 타고, 폭포수에 발 담그고, 대피소에선 공원사무소가 제공한 술과 만찬으로 식사하고, 야간산행을 하고, 호텔에 묵었다.

공단이 토론회와 간담회에서 탐방객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행태보다 몇 배나 심한 불법과 무질서를 스스로 저질렀다. 순례단은 참가단원으로부터 원고를 받아 현재 보고서를 작성 중이며, 조만간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한다. 앞으로 지출하게 될 보고서 인쇄비나 출판기념회 행사비가 아니더라도 공단은 이미 도보순례단에 2,1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러한 공단이 예산이 부족하다며 토론회를 열어 정부에 예산증액을 요구하는 헤프닝을 벌이고 있다.


자연을 모르는 환경단체를 앞세워

토론회나 순례단 등 공단 행사에 주동이 되어 참여하는 단체가 있다. 국시모다. 이 단체의 역대 회장을 보면, 정치인들과 학자들이 거쳐 갔다. 그리고 회장을 맡았던 학자는 국립공원 생태계 관련 용역보고서를 냈다. 간사는 노동운동을 했던 이다. 북한산 우이대피소의 위치도 모르고, 백운대를 오르려면 우이동을 거친다는 것조차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연을 제대로 모르다 보니 2000년 당시 벌어진 41억 원 예산의 북한산 인공계단 공사에 동조했다가, 지난 6월에는 설악산 오색지구 인공계단 공사를 반대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2003년 5월 오대산 상원사 진입로 7.2km 포장을 찬성한다며 서명한 이 단체는 지리산 성삼재 횡단로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순례단에 참가, 오이 마사지를 한 이 단체는 등산을 반자연 반문화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노동운동을 했던 이를 올해 지리산 연하천대피소 관리인으로 추천했는데, 대피소 관리인은 산악사고시 구조활동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연하천대피소에는 자연인지 시위현장인지 구분키 어려울 정도로 안내판들이 다닥다닥 나붙었다. 이 단체가 공단의 주장과 똑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공단이 이 단체를 앞세워 정책을 펴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입장권 매표 업무가 없어졌다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현장관리에 나서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더 태만이다. 등산로를 오르내리며 비닐봉지 몇 개든 줍던 직원들을 요즘은 만나기 힘들다. ‘입장료 받으면서 일 안하고 뭐 하나’ 라는 질책이 사라지자 탐방객 눈치를 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단이 입장객 통제에 필요하니 예산을 더 달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하는 토론회나 간담회에 시민환경단체들이 참석하여 동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비뚤어진 공원정책은 계속 비뚤어진 채 진행되고 있다.


/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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