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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과학풍수] 왜 권력·부·명예 가진 문중은 화장 안 할까

월간산
  • 입력 2008.09.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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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덕과 동기감응 이치 알면 조상 유골 매장으로 안장

지난 호에서 풍수지리학의 근본 목적이 조상에 대한 효(孝) 사상에서 출발했다는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이번 연재 내용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풍수를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친자감응론 親子感應論)과 생기론(生氣論)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

온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 소질을 개발하고 능력에 따라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풍수지리학의 음택풍수에서는 태어날 후손이 돌아가신 조상의 유골에 의한 동기감응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즉, 유골이 놓인 위치에 따라 산천생기의 영향이 다르므로 후손의 발복은 물론 절손이 되거나 빈부의 차이가 생기고, 각종 길흉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자연훼손을 가져오는 가족묘와 납골묘.
오히려 자연훼손을 가져오는 가족묘와 납골묘.

일반적으로 조상의 동기감응(친자감응)이 살아 있는 자에게만 미칠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 태어날 후손의 남녀 성별이나 일생 운명을 어느 정도 결정짓는, 소위 사주팔자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운명을 마치게 될 때, 그 유골을 어떻게 모시느냐가 그 집안의 인물이나 부귀영화에 영향을 가져와 대대로 삶의 질을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나의 뿌리가 되는 조상의 유골을 편안히 모시기 위한 방법은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다.

풍수지리학적인 측면에서 매장문화와 화장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그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여 가정은 물론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만 해도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조상의 유골을 불에 태워 처리하는 화장문화가 널리 보급되어 내려오다가 조선시대로 접어들어 유교사상으로 전환되며 매장문화로 바뀌게 되었다. 매장문화는 오랫동안 생전에 부모님을 지극 정성을 다하여 모시고, 사후에는 길지에 모셔 유골이 손상됨이 없이 영면(永眠)하여 오랜 세월 동안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을 후손으로서 도리라 믿어왔다.

특히 유골을 길지에 모심으로써 잘 보존되어 황골(黃骨=자골 紫骨)이 되기를 원했다. 만약 길지가 아닌 흉지에 모셔져 수렴의 침범을 받아 체백이 불에 탄 것처럼 시커멓게 되거나, 목근이 들어 나무뿌리가 유골을 칭칭 감는 것을 극히 경계해 왔다. 길지에 모신 유골(遺骨=황골 黃骨)은 기의 파장 논리에 따라 동기감응으로 후손에게 음우(蔭佑)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믿어왔다. 이것이 앞서 설명한 동기감응론이다.

영원히 썩지 않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납골묘.
영원히 썩지 않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납골묘.

풍수지리학의 근본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고, 그 맥이 계속 이어져 오늘날 과학적인 학문으로 인정되어 발전하게 된 것이다.

매장문화는 바로 조상을 좋은 지기가 뭉쳐있는 곳에 모셔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에 다른 이기적인 목적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 전달되어 언젠가부터 조상이 모셔져 있는 광중의 유골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오직 산소 꾸미기에 혈안이 되어 산천을 마구 훼손하거나 석물로 치장하면서 외형에만 관심을 가지는 잘못된 풍습이 생겨나 풍수지리학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안타깝다.

납골묘는 자연산천에 엄청난 흉측물

선대합동묘의 토관작업을 지시하고 있는 필자. 이 선대합동묘는 대구의 어느 중학교 교장의 선대합동묘를 경북 안동에 있는 문중산에 옮겨 조성하기 위해 작업했다.
선대합동묘의 토관작업을 지시하고 있는 필자. 이 선대합동묘는 대구의 어느 중학교 교장의 선대합동묘를 경북 안동에 있는 문중산에 옮겨 조성하기 위해 작업했다.

매장에 따른 조상의 묘소는 개인의 가정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조상에 대한 효의 교육장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후손들이 선대의 묘소를 찾아가 성묘나 제사 등으로 예를 표하면서 자녀들에게 조상에 대한 충효사상의 교육은 물론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유지하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좁은 국토의 잠식이나 자연훼손 등과 같이 이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는 부분이 있다. 반면에 화장문화가 도입되면서 선대에 대한 증표가 없을 때에는 조상에 대한 예는 물론 가족이나 문중간의 인화를 도모할 기본을 잃게 된다.

화장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조상의 묘소를 찾아 벌초를 하거나 예를 갖추는 조상숭배가 쉽지 않은 측면 때문에 많이 한다. 또 앞서 설명한 동기감응론에 대한 이해와 사고의 부족으로 지기의 오묘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과 현실 속에서 편리성만 내세워 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게다가 정부정책도 한 몫 하고 있다. 자연의 지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국토가 잠식되어 간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화장을 권유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정부정책에 관여하는 사람은 물론 권력이나 명예를 가진 사람들의 이중적 처신에 관한 문제다. 만약 화장문화로 가려면 권력, 명예, 부를 가진 사람이 먼저 선조의 묘소를 개장하여 화장하거나 가족들을 화장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후 점차 확대하여 어느 누구나 똑같은 조건으로 화장한다면 평등한 조건이 되지 않겠는가?

스님들은 혈통계승이 없고, 또한 불교의 교리이기 때문에 화장문화를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후손이 없는 자나 미혼자도 화장하여 강이나 바다에 뿌려 묘의 증표를 만들지 않으면 부모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지 못할 것이다. 증표를 만드는 일이 한을 달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즈음은 수목장도 많이 하고 있다.

1990년대 말에 화장문화를 권장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개개인의 조상 유골을 화장하여 납골묘를 조성할 때 정보 보조금까지 지급한 적이 있다. 이 보조금은 2003년 12월31일 중단됐다. 국가시책인 화장문화에 많은 국민들이 뜻을 같이 하여 현재 납골당 또는 납골묘, 수목장으로 조상의 유골과 부모의 시신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권력, 부, 명예를 가진 상류층에서는 이에 아랑곳 않고 매장문화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뚜렷한 현실이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전 국민이 화장을 하고 있다. 평범한 서민이나 국가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나 똑같이 화장을 한다. 이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 중 풍수지리학적으로 살펴보면 섬나라인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은 아름다운 산천이 없어 산천 생기가 응집된 곳, 즉 지기가 약하여 사람의 시신을 매장해 둘 생기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섬나라이다 보니 땅을 파고 구멍을 내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따라서 음택(묘지) 문화가 발달할 수 없어 불교의 교리인 화장문화를 도입하여 실제 생활에 적용하게 된다. 때문에 조상의 유골을 모두 화장하여 납골당에 조그마한 위폐를 만들어 모시게 되는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우리나라와 본질적으로 다른 환경의 차이에 의해서 생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양택풍수(살아있는 자에게 적용하는 풍수)를 많이 연구하여 삶의 지혜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기가 충만한 자연의 축복을 받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웃나라가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무작정 뒤따르려고 하는 것은 우리 고유 문화와도 맞지 않으며, 풍수지리학을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치인 것이다.

화장문화를 처음 도입할 때 매장문화의 단점으로 국토잠식과 자연훼손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으나, 실제 현장에 나가보면 돌로 지은 납골당 또는 납골묘는 멀지 않은 미래에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후손들이 관리를 잘 하고 있을 때는 큰 문제점이 없겠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후손이 돌보지 않을 때 대리석 납골묘나 가족묘의 돌집은 아름다운 자연 산천에 엄청난 흉측물로 남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 처리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산천의 오염은 물론 산천을 더 훼손하게 되는 것이다.

선대합동묘 토관작업. / 선대합동묘 토관작업과정을 지켜보는 제자들.
선대합동묘 토관작업. / 선대합동묘 토관작업과정을 지켜보는 제자들.

그러나 매장문화로 인한 묘지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매장문화로 인한 동기감응에 대한 이론이 오랜 세월동안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전해져 내려오는 반면 오늘날에 이르러 화장문화를 도입하면서 확실한 근거도 없고 증명해본 사람도 없으면서 화장을 해도 10~20% 정도의 기는 살아 있으므로 조금은 동기감응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풍수지리학은 그냥 막연한 생각과 추측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매장된 지 백 년이 넘은 유골 한 조각은 DNA로 확인할 수 있어 누구의 선조 유골인지 알 수 있지만, 화장으로 인한 유골은 화장되는 순간부터 DNA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론 망인이 매장이나 화장에 대한 무지에 의해 지나치는 말로 “내가 죽으면 화장해라”고 말한 것을 마치 유언이라는 핑계로 화장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진정 조상을 편안히 잘 모시기 위한 방법일까? 아니면 후손이 자신의 편안함, 즉 벌초나 조상 묘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화장을 택하는 것이 아닌가를 냉철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피치 못할 이유로 조상의 유골을 화장한다면 화장한 유골을 구태여 항아리에 넣어서 기도 통하지 않는 대리석에 안치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화장한 유골 가루를 한 그루의 나무 밑에 뿌리거나 묻어 주는 것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데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수목장이라는 것이다.

풍수지리 강의 도중에 많은 분들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조상의 유골을 화장하면 매장문화의 단점인 흉지에 모셔 놓은 것 보다는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은 맞을지 모르지만 “지자(知者)는 지(知)요, 부지자(不知者)는 부지(不知)”라는 말을 이해한다면 조상의 유골을 함부로 화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가진 훌륭한 집안에서는 지자에 해당되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선대합동묘의 내부도.
선대합동묘의 내부도.

옛 고전에 조상의 유골을 명당(좋은 곳)에 모시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 첫째가 망인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 선한 일을 많이 하고, 둘째 그 자손은 효심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위 두 가지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을 때 정심으로 땅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풍수지관을 만나야 한다고 한다.

천기는 아무에게나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명당은 돈만 있다고 해서 구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풍수지리학 경전에서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이라 했다. 즉, 적선을 많이 하는 가정에는 복을 주고, 선을 쌓지 않는 가정에는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하여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선을 베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서로에게 선을 베풀면서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화장 땐 수목장이 나을 듯

지금까지 설명한 매장문화와 화장문화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대합동묘에 대해서 알아보자. 선조합동묘는 중국에서 활용한 장법 중 하나였다. 이를 연구 개발한 방법으로 하나의 묘 속에 수십 구를 안장하는 장법이다. 때문에 조상의 유골을 화장하지 않으면서 한 묘소 내에 여러 분의 조상 유골을 동시에 모실 수 있는 장법이다. 선조합동묘의 내부는 사진처럼 가로 30cm×세로 40cm의 토관을 별도로 만들어 조상 한 분 한 분의 유골을 각각 안장시킨다.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화장문화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국 진나라 곽박의 장서 금낭경(金囊經)에는 ‘葬者乘生氣也면 同氣感應이라’(장자승생기야면 동기감응이라)하여 사자는 정기를 승하여야 자손에게 그 기가 감응되어 번창함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풍수비조라 할 수 있는 도선국사는 ‘통맥풍수법에서 길지에 모신 조상 묘소가 후손에게 미치는 영향은 몇 십대까지 친자반응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며, 현장 답사를 통해 제자들에게 확인시켜 보다 과학적인 풍수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적어도 몇 대 내에 한 자리 정도만이라도 명당에 선조의 유골을 모시게 되면 지기의 힘으로 가운이 이어져 간다고 예부터 전해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례(家禮)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고조 묘까지는 방안 제사로 모시고, 그 후 5대조의 현조부터는 시제로 모셔오고 있다. 조상을 모신 이후 동기감응에 따른 그 지기는 후손이 가까울수록 영향이 크며, 세대가 멀어질수록 영향력도 점차 감소된다. 그러나 실제 나라에 큰일을 하시는 분들의 선산을 찾아 풍수지리학적으로 살펴보면 그 보다 훨씬 윗대 조상분이 모셔져 있는 묘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때문에 세상을 떠난 분의 유골은 물론 몇 대가 지난 조상의 유골을 함부로 화장이나 기타 방법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고 문중세장묘(선대합동묘)에 모셔 시향(時享)을 한다면 후손들의 효사상의 교육장과 문중화목의 장으로 활용될 것이다. 아울러 무연고 묘는 별도로 무연총(無緣塚)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정책적으로 봉안함으로써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개인의 조상숭배에도 도움이 되어 국민들의 정서를 순후케 함으로써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선조합동묘를 조성하는 현장작업을 해본 결과 풍수를 하는 분들에게는 물론 일반인들로부터 타당성과 합당성에 상당한 동감을 얻고 있다. 선조 묘에 대한 벌초와 성묘 과정에서 보여주듯이 묘지 난에 처해있는 오늘날 매장문화는 우리 모두의 중대한 관심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곳에서 이어온 오랜 전통의 매장(묘지)문화에 대한 정서를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자연의 산천이 아름다워 어느 나라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충만하고 오묘한 지령을 가진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자연의 축복이 주어진 지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여 천혜의 지기를 헛되지 않도록 값있게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연구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국토의 훼손을 막고 나아가 개인의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윤태중 풍수지리학 박사 ytj12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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