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국립공원 정책 해부] 입산예약제로 자연생태계를 살린다?

월간산
  • 입력 2008.09.18 09:15
  • 수정 2008.09.19 16: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산 우이령길에 생태탐방 입산예약제 시행하자는 포럼 열어

 ‘북한산 국립공원 우이령길에 입산예약제를 시행하여 개방하자’는 취지의 포럼이 6월1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우이령보존회(회장 이수용) 부설기구인 우이령포럼(공동대표 노익상·정연규)은 ‘우이령길 탐방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수용 회장은 주제발표에서 우이령보존회의 추진계획을 밝혔다. 즉, 군사상의 이유로 통제되고 있는 우이령길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자연관찰만 허용하는 입산예약제’ 시행을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안도 발표했다. 1단계 준비과정은 자연관찰로 조성이다. 자연관찰을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는 우이령길 주변의 인공림을 점차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의 숲으로 복원하고, 야생식물을 심는다. 또한 우이령고개 서쪽(장흥면)의 공터에는 자연숲을 조성하며, 야생동물이동통로를 만든다. 두 번째 작업은 방문자안내센터, 생물다양성해설관, 자연문화해설교육장, 귀화식물비교교육장, 자생식물관찰원, 수생식물원, 숲속문고를 마련한다.

2단계 개방방법은 교육 목적의 자연관찰탐방만 허용하는데, 입산예약제와 1일총량제(1일 일정 수만 입장)를 시행하며, 생태가이드의 안내를 따른다는 것이다. 점차 일반인에게도 허용할 경우도 입산예약제로 한다는 것이다. 즉, 영구 입산예약제와 총량제를 주장하고 있다.

우이령은 북한산과 도봉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고도 약 325m로 그리 높지 않은 고갯길이다. 우이령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와 강북구 우이동을 잇던 산길이었다. 걸어 다니던 산길을 6·25전쟁 중 미군 공병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하여(사진) 차량통행을 가능케 했으며, 민간인도 이용하던 길이다. 당시에는 도봉산 오봉을 등반하려는 산악인들이 우이령길을 이용하고 주변에서 야영하기도 했다.

우이령고개 정상의 군시설물. 적군 침투시 좌우의 무거운 콘크리트구조물을 가운데로 떨어뜨려 적 전차의 서울 진입을 늦추려는 데 있다./ 미군 공병대가 우이령길을 개통했다는 표지석이 우이령 정상에 설치되어 있다.  /1·21사태시 생포된 김신조씨(사진 중앙)가 자유의 몸이 된 후, 북한산 비봉능선을 넘어 	세검정길로 들어간 침투노선에 대해 진관사계곡 침투 현장에서 설명하고 있다(1991년 촬영).
우이령고개 정상의 군시설물. 적군 침투시 좌우의 무거운 콘크리트구조물을 가운데로 떨어뜨려 적 전차의 서울 진입을 늦추려는 데 있다./ 미군 공병대가 우이령길을 개통했다는 표지석이 우이령 정상에 설치되어 있다. /1·21사태시 생포된 김신조씨(사진 중앙)가 자유의 몸이 된 후, 북한산 비봉능선을 넘어 세검정길로 들어간 침투노선에 대해 진관사계곡 침투 현장에서 설명하고 있다(1991년 촬영).

김신조 사건으로 막힌 우이령길
그러다 1968년 1월21일 김신조 청와대 침투사건이 터졌다. 그래서 이듬해 1969년 양주쪽에 군부대와 유격훈련장이, 서울쪽에 전투경찰부대가 주둔하면서부터 40년 동안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어왔다. 우이동 우이지구대에서 전경부대 정문 도착 전까지 구간 1.5km의 식당 밀집지구 출입만 허용되고 있다.

그러다 1993년 양주군민의 요청으로 내무부가 우이령길 개통을 허가하려 했다. 그러자 산악계가 주동이 되어 환경·사회·종교·학술 등 100개 단체가 참여한 북한산우이령보존협의회가 구성되어 막아냈다.

우이령은 우이지구대 옆으로 들어간 우이동유원지 끝지점에서 우이령 정상까지는 1km 남짓한 완만한 비포장길이며 20분 거리다. 여기가 개방되면 유원지 이용객들이 단체로 밤낮 몰려다니려고 할 것이고, 북한산과 도봉산에서 종주객들이 능선을 타고 넘어오거나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40년 동안 군부대와 전경대가 상주함으로써 횡단로 개통을 막아낸 셈이 되었으며, 덕분에 생태계도 보전되었다. 이 때문에 개방은 등산로로든 자연관찰로로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곳이다.

포럼 토론자로 나선 국시모(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 윤주옥씨는 “우이령 개방시 입산예약제와 총량제 시행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산 탐방객에 대해서는 “샛길이 너무 많다. 북한산과 도봉산에 입산예약제와 총량제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며 “정상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산 백운대와 도봉산 신선대, 만장봉에 별도로 예약제와 총량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의제 100인이요 포럼 토론자인 상지대 관광학부 조우 부교수는 생태관광만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개방을 찬성한다. 철저한 생태관광을 전제로 한 입산예약제를 시행하고 가이드의 전적인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 주제발표자나 토론자 2인은 생태탐방만 허용하는 입산예약제 시행을 주장하고 있는데, 2001년 1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립공원 100대 개혁의제 워크샵’이 선택한 100대 개혁의제와 상통한다. 워크샵은 ‘등산을 반자연 반문화 행위’로 간주하여 ‘국립공원 등산 전면금지’, ‘입산예약제, 공원총량제 시행’, ‘자연관찰로 조성’을 개혁의제로 택했다.

워크샵은 14개 사회·환경단체가 참여한 ‘국립공원 제도개선 시민위원회’가 주최했다. 개선시민위원회 구성단체는 우이령보존회, 국시모, 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시민모임, 그린훼밀리운동연합,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개발네트워크한국본부, 조계종국립공원제도개선특별대책위원회, 대한불교전국산악인연합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불교환경교육원 등이다. 대한산악연맹 이름도 올라 있었는데, 김병준 전무이사는 워크샵 진행 중 행사장을 나와 “등산의 가치를 모르는 행사에 대산련이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에서의 등산 전면금지라는 개혁의제를 택한 개선시민위원회를 주도한 단체는 우이령보존회와 국시모다. 개혁의제 채택을 전담한 기구는 개선시민위원회 실무위원회이며, 실무위원장은 이수용씨(당시 우이령보존회 부회장·국시모 부회장)다. 등산을 제대로 모르는 환경단체들이 만드는 자연보호정책 제안에 국립공원 정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산예약제 주장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산악계는 오히려 등산금지를 주장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산악상을 수여하여 등산통제를 부추기고 있다. 대한산악연맹은 2003년 9월 산악환경 부문 산악상을 우이령보존회(당시 회장 최중기)에 수여했다. 우이령보존회 부회장 조상희씨에게도 2006년 산악환경 부문 산악상을 수여했다.

그렇다면 대산련 심사위원에는 환경 관련 전문위원은 누구였는지 살펴보자. 2003년은 노영대씨(대산련 환경보전이사) 씨다. 노 위원은 문화일보 기자로서 1992년 9월 자연휴식년제 시행 1년만에 설악산 대청봉 눈잣나무 등 지리산, 덕유산 등 전 국립공원에서 식물생태계와 동물생태계가 살아났다고 기사를 낸 이다.  자연에게 자생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 정도로 빠르지는 않다.

2005년은 이수용씨(2003년 산악문화상 수상자, 국시모 부회장, 우이령보존회 부회장), 노영대씨(대산련 환경보전이사)가 맡았다. 2006년 심사위원은 최중기씨(우이령보존회 회장)와 현진오씨(대산련 환경보전이사, 우이령보존회 이사)다. 현진오 이사는 설악산 대청봉 식물생태계가 위급하다며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면 생태계가 회복되므로 5년 동안 등산을 통제하자고 주장하는 이다.

이렇게 등산 통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산악상 환경부문 전문심사위원으로 있다. 세미나나 언론이 내세우는 입산통제를 한국 산악계는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심층검증 중이라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오히려 입산예약제를 내세우는 이들에게 산악상을 시상함으로써 등산통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산악계마저 이러다보니 포럼이나 세미나에서 여러 단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 등산 전면금지, 입산예약제 시행, 정상입산료 징수 등을 거침없이 발표하고 있으며, 신문과 방송도 입산통제가 시급하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이며 보도하고 있다. 산악계의 무관심 속에 공단은 내년에 입산예약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연구보고서를 내고 있는가 하면 입산자수 자동계측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우이동에서 우이령으로 오르는 코스 중간에 경찰통제선이란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뒤로 전경초소가 보인다./ 지리산 세석평전. 헬기가 흙을 담은 마대를 공수하고 있다. 공단은 철쭉과 풀포기를 심어 	식생복원사업으로 나대지가 줄어든 것을 세석평전 입산예약제 시행결과라고 오판하고 있다./ 생태탐방로 개방을 위해 우이령보존회가 		작성한 우이령길 생태지도 표지./ 국립공원 연구원이 작성한 ‘국립공원 수용력 관리시스템 연구’ 연구보고서 표지.
우이동에서 우이령으로 오르는 코스 중간에 경찰통제선이란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뒤로 전경초소가 보인다./ 지리산 세석평전. 헬기가 흙을 담은 마대를 공수하고 있다. 공단은 철쭉과 풀포기를 심어 식생복원사업으로 나대지가 줄어든 것을 세석평전 입산예약제 시행결과라고 오판하고 있다./ 생태탐방로 개방을 위해 우이령보존회가 작성한 우이령길 생태지도 표지./ 국립공원 연구원이 작성한 ‘국립공원 수용력 관리시스템 연구’ 연구보고서 표지.


‘입산예약제로 세석평전 회복됐다’는 보고서

공단은 지난 5월 ‘국립공원 수용력 관리시스템 연구’라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연구방법은 국내외 수용력 관련 문헌·통계자료 분석과 탐방객 설문조사다. 연구내용은 등산로 훼손 여부의 생태적 수용력과 혼잡성 여부의 탐방객 만족도 두 가지다. 보고서는 공단이 2000년, 2004년, 2005년 작성한 ‘국립공원별 특성에 따른 공원관리방안 연구Ⅰ,Ⅱ,Ⅲ’의 통계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입산예약제 시행은 지리산 세석평전과 노고단 정상, 그리고 설악산 한계령~중청 코스에서 시행되었다. 세석평전부터 살펴보자. 보고서는 190쪽에서 ‘입산예약제와 같은 직접적인 규제는 지리산 세석평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정책효율성이 매우 크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지리산 세석평전에 입산예약제를 시행했더니 생태계가 살아났다고 시행 전후의 세석평전 사진을 싣고 있다.

세석평전은 야영 등으로 나대지가 드러나 있었다. 그러다 공단은 1995~2000년 6년 동안 15억8천만 원을 들여 흙을 담은 마대를 덮고 구상나무, 철쭉, 진달래 등의 나무와 산오이풀, 쑥부쟁이 등 초본류를 심어 복원사업을 벌였다. 보고서는 복원사업으로 나대지가 줄어든 것을 입산예약제 시행으로 생태계가 살아났다고 오판하고 있다. 보고서의 기술과는 달리 생태탐방을 예약한 탐방객들에게 공원 직원이 세석평전 식물에 대한 설명이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실적은 4회 36명이었고, 올해는 그나마 신청자가 없어서 실적이 아예 없다.

한계령~중청 구간은 1일 적정수용력이 400명이라는 용역보고서 내용대로 1일 400명을 입산시켰다. 그런데 공단은 시행결과 한계령 등산로의 훼손도나 탐방객 만족도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결과를 발표한 적은 없다. 노고단 역시 세석평전처럼 흙을 담은 마대를 깔고 풀포기를 심어 복원사업을 했다. 그리고 데크계단과 돌을 깔아 등산로도 정비했다. 이곳 역시 한계령처럼 1일 400명만 입산시키고 있으나 시행 효과에 대한 검토나 분석결과, 그리고 적정인원에 대한 고찰도 발표한 적이 없다. 

노고단에 야생화가 피는 시기는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다. 복원사업을 벌여 소수 인원만 입산시키니 혼잡은 적을 수 있으나 예약을 해야 하고, 몇 시간 전부터 대기해야 하고, 야생화 설명을 억지로 들어야 하는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소백산 비로사~비로봉(최고봉) 구간이 이용객이 많으므로 입산예약제 시행을 제안하고 있다. 이 코스는 포장되지 않은 구간만 비교한다면 비로봉에 이르는 최단 거리지만, 공원 입구인 영전고개(금계호 부근)서부터 따지면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공단은 야영장이 있는 삼가통제소까지 금선정계곡변을 따라 4km를 포장했고 대형주차장도 만들었다. 수려한 금선정계곡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차량이동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삼가 통제소에서 비로사까지 2km도 포장했다(콘크리트 포장 0.8km, 소형 고압블록 포장 1.2km). 공원 입구서부터 비로봉 정상까지 전 구간의 65%를 포장해 놓은 것이다. 주차장을 공원 입구로 옮기고 포장을 걷어내서 걸어다니게 하면 해결될 문제를 입산예약제로 해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입산예약제 효과 검증 없이 추진

보고서는 1일 적정인원수와 시간대별 적정인원수를 산출하고 있다. 북한산의 경우 등산로 노폭 1.5m 기준으로 1일 최대 12,563명, 노폭 2.5m 기준으로 1일 최대 78,288명이 최대 수용능력이라 밝히고 있다. 또한 1시간 최대 통행량을 노폭 1.5m인 경우 2,523명, 노폭 2.5m인 경우 21,717명이라 적고 있다. 설악산의 경우 등산로 노폭 1.5m 기준으로 1일 최대수용력은 24,350명, 노폭 2.5m인 경우 56,189명이다.

2001년부터 입산예약제 시행 8년째지만 시행결과를 제대로 분석한 보고서는 없다. 이래 놓고 수용력이라며 숫자를 늘어놓은 보고서는 단계별 시행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단계 교육항목은 입산예약제와 특별보호구제에 대한 교육, 2단계 구역별 관리는 탐방객 분산을 위한 탐방로 정비와 신규 탐방로 개발, 3단계 요금징수제는 혼잡노선 요금제와 피크시기 요금제, 4단계 행위제한에서는 탐방객수 제한방법으로 입산예약제(계절별, 요일별, 시간대별)와 안내원 동행시만 입산허가를 제안하고 있다.  

공단은 입산예약제 본격 시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입산자수 자동계측기를 8천5백만 원을 들여 북한산 19개소, 계룡산 14개소, 지리산 7개소, 설악산 7개소 등 68개소에 설치, 입산자수를 집계 중이다. 통제제도 하나 만들어 실적 보이기식 공원행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