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경기] 2008 빅월 페스티벌

[469호] 2008.11
입력 2008.11.05 09:37 | 수정 2008.11.05 09:37

극한등반 추구하는 별종들의 잔치
제7회 마운틴하드웨어 익스트림라이더 빅월 페스티벌

제7회 마운틴하드웨어 익스트림라이더 빅월 페스티벌이 10월18, 19일 이틀간 경기도 양주시 유양리 익스트림라이더(ER) 등산학교 교육장에서 열렸다. 이 등산학교가 주관하고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에서 후원한 이 대회는 전국적으로 거벽등반을 즐기는 남녀 63명이 선수로 참가하여 남녀통합 난이도 경기와 여자부 유마링 경기로 진행되었다.

결선 진출자 중 유일하게 완등한 민준영씨가 100kg 무게의 홀 통을 끌어올리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대회장은 가을 특유의 화려한 색감이 참가선수와 관객의 옷차림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그간 시내 인공암벽에서만 벌어지던 대회와 차별된 자연암벽에서 열린 대회이다 보니 자연 속에 하나 되는 느낌에 자연스러움이 한결 더 했다.

대회 예선은 첫날인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었다. 남자부와 여자부를 따로 나누지 않고 동일 코스에서 남자는 20분, 여자는 3분을 더해 23분의 시간동안 등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코스의 특성이나 필요 장비를 가늠할 수 없기에 참가선수들마다 상단 기어랙과 하단 벨트에 평균 15kg 정도의 각종 빅월 장비로 중무장을 하고 경기에 나섰다.

권영한씨가 크랙에 확보물을 끼워넣기 위해 왼팔을 쭉 뻗고 있다. / 여자 선수로 유일하게 결선에 오른 이명희씨가 퀵드로를 걸고 있다.

등반 후 장비 걷어 100kg 홀색 끌어올려야
상단 오른쪽 벽에 만들어진 3개 루트에서 각 3명의 결선 진출자를 가리는 방식인데, 이는 3개 코스 모두가 자연암벽에 난 길을 따라 코스를 만들어 코스별 난이도를 따로 산정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순위를 정하였다.

가을치고는 조금 더운 날씨에 시간초과 등으로 등반이 중간에 종료되었을 때 다음 출전자를 위해 코스에 설치된 장비를 회수하는 진행요원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선수 중에는 많은 등반경험으로 능숙하게 등반을 펼치는 선수도 있고, 어설프고 시간이 지나도 속도가 나지 않는 선수도 생겼다. 기량과 경험이 부족한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더 크게 보내는 관객들, 참가한 응원단의 열띤 응원이 유양리 교장을 한껏 달구며 열린 예선은 땅거미가 내리는 오후 6시에 종료되었다. 이제 순위별 9명만이 내일 결선에 설 수 있는 것이다.

1 대회장인 문광수 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2 선수마다 15kg이 넘는 무게의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등반을 펼쳤다. / 3 유양리 교육장에서 열린 개회식.

저녁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선수와 응원단 등 유양리 교장에서 야영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최측에서 간단한 저녁을 제공하여 화기애애한 가운데 1년에 한 번 있는 빅월 축제를 만끽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선수와 응원단도 있고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처럼 만난 빅월 등반인들이 서로 정보교환을 하느라 밤이 새는 줄 몰랐다.

일요일 아침은 작은 이벤트로 시작되었다. 지난해까지 남자부, 여자부로 겨루던 유마링 경기는 올해부터 여자부만 치러졌다. 20m 높이의 오버행 2개 코스를 어센더를 이용해 오르는 경기인데, 9명이 출전하여 평소에 잘 하기 힘든 유마링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특별 이벤트로 유마링 속도경기 단체전도 진행되었다. 서울, 인천, 충북, 강원, 제주 팀으로 남자 3명 여자 1명이 릴레이로 벌이는 특별 경기다.

여자부만 치룬 주마 속도경기에서 여성 참가자가 세련된 자세로 오르고 있다. / 허공에 매달려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박준규씨.

오전 10시부터 개회식이 진행되고 문광수 교장은 개회사에서 등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한 빅월 페스티벌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도약의 청사진을 약속하였다. 문 교장은 이번 대회 결과 1위에서 5위까지 설악산 적벽에 초대해 무라길 속도경기를 펼친 다음 내년부터 최고기록을 갱신한 클라이머에게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에서 제공하는 상금 100만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하여 선수들과 응원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개회식에 이어 메인 경기인 난이도 결선이 진행되었다. 한 코스에서 3위 동점자가 나와 총 출전선수는 10명이다. 지난해 우승자 이상우 선수도 무난히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고, 여자부 우승자 이명희 선수도 여자로는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본선도 예선처럼 여자는 5분의 시간이 더 주어지는 방식으로 결선이 진행되었다.

1 조금이라도 빨리 종료지점까지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벤트로 열린 주마 속도경기 단체전. / 2 등반을 마친 뒤 환한 웃음을 짓는 민준영씨. 난이도 우승을 차지했다. / 3 김성두씨가 버드빅을 입에 문 채 실크랙을 살피고 있다.

결선은 3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각종 장비를 이용하여 루트를 오르고 홀링 줄을 고정하고 하강하여 장비를 회수하고 바로 100kg이 넘는 홀통을 올려야 하는 경기였다. 그러나 예선에서 엄선된 선수들이라 등반이 매끄럽고 어려운 난관도 잠시 생각에 바로 자신만의 코스를 그리며 등반에 열중했다.

예선의 역순으로 출전하다 보니 경기가 진행될수록 관중은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함께 탄식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각 조 1위인 이상우 민준영 한정희 선수는 빅월등반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승부를 보여 주었다. 비록 결과는 순위를 가려야 하는 대회인지라 등수를 결정해야 하지만 등반에서 보여준 그들의 기량은 관중 모두를 빅월등반의 매력으로 이끄는 시간이 되었다.

난이도 수상식.

빅월등반기술 겨루는 국내 유일의 대회
대회를 진행하며 과연 이 대회를 이토록 열광케 하고 선수와 관중이 하나가 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서로 힘을 모아 대회를 준비하고 하나가 되어 진행한 ER등산학교 강사진과 동문회 가족들, 오랜 세월 변함없는 믿음으로 메인 스폰서를 하여준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 그리고 등반을 즐기며 대회에 참가하여 마음껏 즐겨준 ER 등반인들 등 이 모든 이들이 어우러져 용광로처럼 하나로 만든 신명나는 축제의 한마당이 바로 빅월 페스티벌이라 생각한다.

한 해 한 해 열린 익스트림 빅월 페스티벌이 벌써 7년째 대회를 맞았다. 극한의 벽 등반을 추구하는 별종인 이들을 대회로 이끄는 힘은 아마도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문화에 대한 교감이 아닐까 한다. 요세미티, 트랑고타워 등 프리클라이밍이나 고산등반의 기술만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극한의 등반을 위해 꼭 필요한 빅월 등반기술을 겨루는 국내 유일, 세계 유일의 빅월 페스티벌이 가지는 의미일 수도 있다.


/ 글 심광섭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총무이사
  사진 허재성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