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새] 청딱따구리

[475호] 2009.05
입력 2009.05.21 10:20 | 수정 2009.05.21 10:20

먹이 찾아, 둥지 지으려, 세력권 알리려나무에 구멍 뚫어
뇌 작고 두개골과 최대한 접해 나무 쫄 때 충격 완화

봄날의 아침이 다시 시작됐다. 연분홍의 꽃보라를 맞아서라기보다 어젯밤 퇴근 길에 여름 손님의 도착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뒷산 어귀에 접어들자마자 “뾰, 뾰, 뾰, 뾰”하고 청딱따구리가 울었다. 작년과 같은 날이다. 호랑지빠귀, 숲새 등 손님들이 찾아오고, 연둣빛 세상엔 분홍, 노랑, 주홍의 홍역 반점들이 돋아나고 올해도 세상은 정확히 봄으로 가득하다. 한낮의 아지랑이 속에선 여름도 자란다. 딱따구리들은 “따…르르륵, 따…르르륵” 세상에 ‘알람’을 울려댔다. 더는 지체 말고 일어나야겠다. 봄이 한창이다. 

 국내에 기록된 딱따구리과(科)에 속하는 조류는 쇠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까막딱따구리, 크낙새, 쇠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 개미잡이, 붉은배오색딱따구리 등 총 10종이다. 이들 중 쇠딱따구리는 몸길이 15cm 내외로 국내에 서식하는 딱따구리 종류 중 크기가 가장 작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림, 공원 등에서 연중 관찰되는 텃새이다. 몸의 윗면은 짙은 갈색이며 흰색의 반점으로 이뤄진 줄무늬가 가로로 나 있고 몸의 아랫면은 크림색이다. 나무의 목질부나 껍질에 서식하는 벌레의 유충이나 성충을 주로 먹지만 나무 열매, 씨앗 등도 먹는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 분포한다.

(위) 청딱따구리 암컷이 먹이를 찾아 감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다. (아래) 청딱따구리 수컷이 나무 위에 앉아 있다.

 오색딱따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림지역에서 쉽게 관찰되는 텃새이며 몸길이는 23~26cm 정도다. 정수리와 뒷목, 등을 포함한 몸의 윗면은 검은색이며 중앙에는 ‘V‘자형의 커다란 흰색 반점이 있다. 아래에는 흰색의 작은 반점이 가로로 나 있다. 얼굴과 멱, 가슴을 포함한 몸의 아랫면은 옅은 갈색이 도는 흰색이며 아랫배는 붉은색이다. 눈 아래의 검은색 뺨선은 가슴과 뒷목으로 이어진다. 성별은 수컷의 경우 뒷머리에 붉은색 반점이 있는 것으로 구분된다. 나방이나 딱정벌레의 유충을 주로 먹지만 먹이가 귀해질 경우 나무 열매도 먹는다.


크낙새는 1990년 이후 관찰 안 돼

큰오색딱따구리는 흔하지 않는 텃새로 몸길이는 24~26cm 정도다. 몸의 전반적인 형태는 오색딱따구리와 유사하지만 등에는 ‘V’자형의 흰색 반점이 없고 흰색의 점으로 이뤄진 굵은 줄무늬만 있다. 가슴에는 검은색의 가는 세로줄이 있으며 턱선까지 이어진다. 몸 아랫면의 붉은색은 오색딱따구리보다 더욱 넓다. 수컷은 정수리 전체가 붉고, 암컷은 검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서식하며 오색딱따구리보다 분포 범위가 위도상으로 조금 높다.

까막딱따구리는 주로 침엽수림에 서식하는 드문 텃새로서 몸길이는 45cm 정도이며 날개를 편 길이는 70cm에 달한다. 몸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며 수컷은 정수리 전체가 붉은색인 반면 암컷은 뒷머리만 붉은 것으로 구분된다. 번식기에는 고음의 단음절 소리를 내며 날 때에는 “끼륵, 끼륵, 끼륵…”하고 울기도 한다. 천연기념물(문화재청 지정)과 멸종위기종II급(환경부 지정)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크낙새의 경우 까막딱따구리와 유사하지만 배가 흰색으로 차이가 난다. 수컷의 정수리 전체는 붉고, 붉은색의 뺨선이 있는 반면 암컷은 머리 전체가 검다. 중국의 남부와 인도, 동남아 등 아시아의 열대 지역과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며 15개 정도의 아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반도에 서식하는 아종의 경우 최북위에 서식하는 무리이며 북한의 개성과 경기도 광릉 부근에서 아주 적은 무리가 서식했다. 하지만 경기도 광릉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클락, 클락, 클락…”하고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의 음을 따서 크낙새라고 부른다.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 광릉의 서식지 또한 천연기념물이다. 멸종위기종I급으로도 지정돼 있다.

1. 사람 머리 위에 앉아 머리카락 쪼기를 하는 새끼 청딱따구리. 2. 연구실 인공 둥지에서 잘 자라던 새끼 청딱따구리. 3. 연구실 인공 둥지에서 훌쩍 커 버린 청딱따구리. 4. 연구실에서 키운 새끼 청딱따구리가 인공 둥지 위에 있다.
아물쇠딱따구리는 몸길이 14cm 내외의 소형 딱따구리로 드문 텃새다. 쇠딱따구리와 유사하지만 등에는 흰색 반점이 크다. 동북아 지역에 분포한다.

개미잡이는 드물게 관찰되는 나그네새 또는 겨울철새이며 몸길이는 18cm 내외이다. 몸의 윗면은 회색이며 날개에는 갈색과 회색의 반점이 산재한다. 윗면의 중앙에는 검은색의 줄무늬가 세로로 나 있다. 멱은 황토색 바탕에 가로 줄무늬가 있고 배는 옅은 갈색이 도는 흰색이며 ‘v’자형의 작은 반점이 있다. 개미잡이의 영명은 목을 접는다는 뜻의 ‘wryneck’이다. 이는 위협을 느꼈을 때 목을 좌우 혹은 앞뒤로 180° 접는 특이한 행동에서 기인했다.(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VKiSRTE6pRs&NR=1)


붉은배오색딱따구리는 우리나라에는 2~3회 채집 기록이 있는 희귀한 조류로 히말라야와 만주, 북한에서 번식하며 인도,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등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의 윗면은 검은색이며 흰색 반점이 있다. 몸 아랫면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이다.

청딱따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림에서 흔히 관찰되는 텃새로 몸길이는 25~28cm 정도이며, 몸은 전체적으로 녹색을 띤다. 등과 꼬리 같은 몸의 윗면은 녹색이며 배와 가슴, 멱을 포함한 아랫면은 옅은 회색이다. 머리는 짙은 회색이며 눈 아래는 검은색의 뺨선이 있다. 첫번째 날개깃에 해당하는 날개 끝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의 작은 반점이 있다.

수컷의 이마에는 붉은색 반점이 있는 반면 암컷에게는 없는 것으로 성별이 구분된다. 구북구의 중위도에 걸쳐 넓게 분포하며 곤충의 유충뿐만 아니라 가을철에는 나무 열매, 겨울에는 씨앗도 먹는다. 번식기에는 “뾰, 뾰, 뾰, 뾰” 하고 고음의 4음절 소리를 낸다. 대체로 4월과 5월 사이에 5~10개 정도의 알을 낳고 15~17일 동안 포란하며 깨어난 새끼는 한 달 정도 둥지에서 자란다.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새를 키워본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픈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연구 목적 이외에는 새를 기르지 않는다. 연구 외에 마지막으로 새를 기른 것이 청딱따구리다. 2005년 봄이 한창일 즈음 학교 안 길가의 참나무 구멍에서 번식하는 청딱따구리를 우연히 보았다. 오가며 잠시 멈춰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민 새끼들을 잠시 동안 구경하곤 했다. 둥지 위치를 연구실 후배들에게도 알려 주었고 그후론 둥지의 소식을 눈으로 뿐만 아니라 귀로도 알게 되었다.

1. 오색딱따구리가 나무 줄기 위에 앉아 주위를 살피고 있다. 2. 쇠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다. 3. 등에 흰색의 점으로 이뤄진 줄무늬가 있는 큰오색딱따구리. 4. 겨울철새인 개미잡이는 목을 좌우, 앞뒤로 180도 젖히기도 한다.

청딱따구리는 한반도 전역서 관찰되는 텃새

그러던 어느날 둥지에 어미가 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 뒤엔 새끼들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후배는 나무를 잘라 둥지 속에 살아 남은 두 마리의 새끼를 구조했고 연구실에서 동거가 시작됐다. 먹이는 애완동물의 먹이로 사용되는 ‘밀웜(mealworm)’이라는 딱정벌레의 유충과 동물성 사료를 먹였고 둥지는 연구용으로 제작된 나무로 만든 인공새집을 제공했다. 처음엔 둥지 속에서 고개만 내민 채 먹이를 받아 먹던 놈들이 한 주가 지나자 둥지 밖으로 나와 조금씩 날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둥지 주변에서 시작해 나중엔 연구실 전체로 범위가 확대됐다.

날개를 퍼덕이며 날다가 컵이나 연구장비를 넘어뜨리고 책장이나 책상 위에 배설을 하는 것이었다. 컴퓨터 작업을 하던 사람은 한 번씩 머리에 폭탄을 맞았다. 둥지 맞은편에 컴퓨터 작업대가 있어서 작업하는 사람의 등과 어깨에 올라 타서는 꼭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서 배설을 했다. 사고가 잦게 되자 모두들 그 자리에 앉기를 피했다.

날이 지날수록 행동 반경이 커지고 비행 능력이 좋아지자 연구실 이곳저곳을 번갈아 가며 오르고 사람도 번갈아 가며 올랐다. 앉은 사람보다는 서 있는 사람을 더 선호했다. 그러던 어느날 연구실 문이 열리더니 학과장께서 핀란드 대사를 소개해주셨다. 그리고 그분께 우리 연구실에 대해 설명을 하려던 순간 연구실 어딘가에 앉아 있던 녀석 중 하나가 커다란 키의 핀란드 대사 팔에 푸드덕 날아 앉더니 어깨로 오르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양복에는 한창 깃이 자라는 새가 떨어뜨리는 비듬가루가 묻기 시작했다. 학과장님과 연구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어깨에 도달한 녀석은 두리번거리며 다음의 목적지를 찾고 있었다. 그러더니 머리카락을 뜯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어붙은 우리와는 다르게 대사의 표정은 감동의 일색이었다.


“역시 딱따구리는 큰 나무를 좋아하는군요” 라며 농담과 함께 작은 소리로 경이로운 감탄사를 연발했다. 결국 걱정대로 실례를 했고 어깨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대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사진을 찍은 뒤 흡족해하며 돌아갔다. 한참 뒤 학과장께서 오셔서는 대사가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 딱따구리 얘기만 했고 좋은 경험을 준 연구실에 감사의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단다. 한국에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비록 푸르른 자연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새끼 청딱따구리 두 마리는 함께 하는 동안 우리에게 많은 웃음과 비명을 안겨 주었다. 숱한 아픈 추억과는 달리 소중한 추억 속에 웃음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연구실에 들어서자면 배선관 위쪽이나 형광등 위와 같이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남아 있는 그네들의 배설물로 인해 추억이 가슴보다 코를 먼저 자극한다.

이제 곧 어딘가에서 ‘알람’처럼 청딱따구리 새끼들의 먹이 조르는 소리가 울릴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처럼 가는 계절을 따를 것이다.

1. 자신이 직접 쪼아서 만든 나무 속의 집에서 모습을 드러낸 까막딱따구리 수컷. 2. 숲속 나뭇가지 위에 모습을 보이는 까막딱따구리 암컷.

TIP  조류 생태
눈 보호 위해 두꺼운 순막 덮고 있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뚫는 새’ 이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 둥지를 짓기 위해서, 세력권을 알리기 위해서 나무에 구멍을 뚫거나 두드린다. 딱따구리는 나무를 두드리거나 구멍을 뚫기 용이하게 일반적인 새와 다른 몇 가지 특징적인 형태를 지녔다. 대부분 동물들은 혀뿌리가 목에 위치한 반면 딱따구리의 혀는 목 뒤를 지나 뒷머리에서 시작한다. 그만큼 혀를 길게 내밀 수 있다. 또한 딱따구리의 꼬리는 나무를 두드릴 때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되므로 사람의 손으로도 쉽게 휘거나 부러지는 일반적인 새들의 꼬리 깃과 달리 굵고 매우 단단하다.

뇌는 작고 두개골과 접하는 면적을 최대화해 나무를 두드리거나 쫄 때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구조를 지녔다.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움켜쥐기 좋도록 발가락은 앞, 뒤로 2개씩 위치한다. 다른 조류의 경우 앞쪽에 3개, 뒤쪽에 하나이거나 퇴화한 반면 딱따구리는 4개 모두를 사용한다.

딱따구리는 먹이를 먹기 전에 먼저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나무를 두들겨 본다. 주먹이인 딱정벌레류의 유충이 나무의 목질부를 갉아 먹으며 지나다닌 통로가 있으면 다른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나무 속에 빈 공간이 확인되면 4개의 발가락으로 나무를 움켜쥐고 꼬리를 나무에 단단히 밀착시킨 다음 나무를 쪼아 구멍을 내기 시작한다. 이때 두꺼운 순막(瞬膜:Nictitans Membrane)은 튀는 나무 조각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안구를 덮고 있다. 마침내 벌레가 지나다니는 통로와 연결이 되면 통로 속으로 끈적한 긴 혀를 집어넣어 타액에 벌레를 묻혀 끄집어내 먹는다.


/ 글·사진 정옥식 박사·한국조류학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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