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국립공원 정책 해부] 우이령 입산예약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월간산
  • 입력 2009.05.25 11: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산 적대적 시각' 가진자들이 정책 다루는 게 진짜 문제
자연형 계단으로 등산로 정비하면 많은 등산객 지나도 훼손 염려 없어

강북구 우이동에서 양주시 교현리로 넘어가는 우이령 횡단 등산길이 조만간 개방된다. 완전개방이 아니라 입산(탐방)예약제 조건이다. 더구나 한북정맥 구간인 울대고개~사패산 구간과 우이암능선~우이령~상장능선 구간은 여전히 통제한다.

김성수 국회의원(한나라당·양주시·동두천시)은 서면질의를 통해 국방부와 경찰청에 등산객 통행 가능 여부를 물었는데 “국민들의 통행권 보장 차원에서 등산객 등의 통행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지난해 8월 27일 밝혔다. 강북구청에 의하면 전투경찰부대는 “개방해도 좋다”고 했으며, 군부대는 “개방시 등산객 통행을 막거나 검문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부대가 이사 가지는 않는다. 군시설물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현재 우이동 방향에는 전투경찰부대가, 장흥면 쪽에는 육군부대와 유격훈련장이 있다.

우이령에서 한북정맥 산줄기를 타고 도봉산 우이암 능선으로 오르다 우이령 횡단길을 내려다보며 촬영했다. 사진 오른쪽 아래로 휘감아 돌아가는 우이령 횡단길이 보인다. 왼쪽이 우이동이고 오른쪽이 양주시 교현리다. 우이령 너머 오른쪽 산줄기를 타고 북한산 상장능선으로 한북정맥이 이어지고 있다. 우이암~우이령~상장능선 갈림점~육모정은 법정등산로인데도 통제 중이다.
우이령에서 한북정맥 산줄기를 타고 도봉산 우이암 능선으로 오르다 우이령 횡단길을 내려다보며 촬영했다. 사진 오른쪽 아래로 휘감아 돌아가는 우이령 횡단길이 보인다. 왼쪽이 우이동이고 오른쪽이 양주시 교현리다. 우이령 너머 오른쪽 산줄기를 타고 북한산 상장능선으로 한북정맥이 이어지고 있다. 우이암~우이령~상장능선 갈림점~육모정은 법정등산로인데도 통제 중이다.
일부 환경단체 “입산예약제로 야생화 탐방만 허용” 주장

이에 개방하자는 여론이 일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양주시청과 강북구청 그리고 민간단체로는 양주시 우이령재개통추진연합회, 우이령보존회,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들의 모임(국시모)이 ‘우이령 개방에 따른 이용방안 협의체’를 구성하고 자문을 받았다. 협의체는 우이령을 차도가 아닌 등산로로 개방하는데, 1일 몇 명 기준을 정하고 입산예약제·가이드동행제 등 제한적 개방을 조건으로 달았다. 즉 완전개방이 아니라 생태관찰만을 허가하자는 의견이었다.

환경부는 “차량과 자전거를 제외한 일반 산행과 산책로로 7~8월경부터 개방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입산 인원이 많을 것에 대비한 대책으로는 입산예약제와 가이드동행제를 검토 중이다.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공단은 “육군부대와 전투경찰부대의 초소가 있지만 지금의 초소시설로는 통제가 곤란하다”며 “현재의 초소 이상의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입산예약제를 시행 중인 노고단처럼 울타리를 둘러치고 사람 키보다 높은 문을 만들어 자물쇠를 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북한산 우이령길의 합리적인 보존 및 관리방안’이란 제목으로 외부 용역을 주었으며, 기간은 4~6월이다. 용역 보고서가 나온 후 개방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등산로는 자연공원법에 의해 등산로로 지정돼야 하나 우이령 횡단길은 현재 법정등산로가 아니다. 등산로 지정은 환경부 소속 국립공원위원회가 자연공원법에 의거, 결정한다. 강북구 우이동에서 우이령을 넘어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를 잇는 거리는 6.8km다.  공단은 이 중 우이동유원지 마을길, 즉 우이동공원 경계~전경부대 초소 구간의 마을길을 뺀 4.467km를 등산로로 지정해주도록 지난 3월 10일 국립공원위원회에 공문을 발송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4월 21일 열린다.

우이령을 포함하는 한북정맥(漢北正脈)은 이름 그대로 한강 북쪽을 지나 황해로 이어지는 산줄기다. 한북정맥은 금강산 서쪽에 위치한 추가령 부근 식개산에서 백두대간과 갈라져 남쪽으로 백암산(1,220m)을 거쳐 휴전선을 통과해 남하한다. 대성산(1,175m), 백운산, 가평 운악산(936m), 불국산을 지나 도봉산으로 진입한다.

우이암~우이령~육모정 길은 법정등산로인데도 통제 중

경기도 송추 부근 울대고개에서 공원 구역으로 진입하며 사패산을 거쳐 포대능선과 자운봉을 지나 우이암 능선에서 서쪽으로 꺾어 산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우이령이 나타난다. 우이령은 도봉산과 북한산 경계다.

우이령에서 북한산으로 넘어와 육모정 고개로 향하다가 서쪽으로 난 산줄기가 나타나는데 상장 능선이다. 상장봉(543m)을 지나면 공원 경계에 위치한 솔고개가 나타난다. 공원 밖으로 나간 정맥은 황해 방향으로 뻗었는데 노고산(487m), 고봉산을 지나 장명산에 이른다.

도봉산과 북한산국립공원 구역의 한북정맥에는 자연공원법상 등산로로 지정되지 않은 구간이 있으며, 공원사무소 직원을 파견해 지켜 서서 샛길이라며 출입을 단속하고 있다. 통제구간을 보면, 도봉산은 3.9km이며 북한산은 전 구간인 4.0km가 샛길로 간주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봉산과 북한산을 지나는 정맥 15.4km 중 개방 구간은 7.5km인 데 비해 비개방 구간은 51.2%에 해당하는 7.9km로서 절반이 통제되고 있다.<표 참조>

정맥 진입로를 보자. 우이동과 교현리에서 우이령으로 오르는 우이령 횡단길은 조만간 개방되지만 육모정에서 상장봉 갈림길과 사기막골에서 상장봉에 이르는 구간은 막혀 있다.

우이령은 한북정맥상에 있다. 그런데 우이령에서 북쪽 도봉산 우이암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나 우이령에서 남쪽 북한산 장성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자연공원법상 법정등산로다. 그런데도 공단은 개방할 생각을 않고 있다.우이령보존회는 우이령 횡단길에 현재 야생화와 나무를 심고 있으며, 국시모 그리고 공단과 함께 우이령 횡단길은 등산로가 아니라 야생화 탐방로로만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등산로로 개방하면 우이령 부근에서 숲으로 올라서서 도봉산이나 북한산으로 넘나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이제야 생긴 것일까? 아니다. 환경부와 공단 그리고 환경단체는 등산활동이 정상과 능선 훼손의 주 원인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2005년 11월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제2차 국립공원 정책 포럼이 국시모, 한국환경생태학회 등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포럼에서 토론자인 환경부 자연자원과장 홍정기씨는 “등산은 맹목적이다. 맹목적인 등산이 등산로를 훼손한다. 정상입산료 징수 등을 이용해 정상등산을 통제하는 해결방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수용(국립공원제도개선시민위원회 실무위원장·현 우이령보존회장·현 국시모 부회장)씨는 “산을 오르는 모든 행위를 등산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등산은 정상등산과 능선 종주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서 등산로 훼손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구균(호남대 조경학과·국시모 초대 회장) 교수는 ‘국립공원 탐방로 훼손실태와 대안모색’이라는 포럼 주제발표에서 “국립공원은 전면 입산예약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단이나 환경단체들은 등산 통제가 긴요하다며 입산예약제를 주장하고 있다.

우이령 북쪽에 위치한 육군부대 유격훈련장.
우이령 북쪽에 위치한 육군부대 유격훈련장.
“등산은 미개인의 행위”라는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이  우이령 정책 좌지우지

등산은 건전한 활동일까? 이에 대해 14개 환경?사회단체의 모임인 국립공원제도개선시민위원회(실무위원회 위원장 이수용)는 2001년 11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100인 워크숍’을 열고 100대 개혁의제를 채택했다. 워크숍은 등산을 ‘미개인의 행위’로 간주했으며, 국립공원 이용은 ‘등산을 전면 금지시키고, 생태·역사 탐방만을 허용해야 한다’는 개혁의제를 채택했다. 또한 입산예약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개혁의제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들은 우이령 개방 방식에 등산과 능선종주를 통제하고 생태관광만을 입산예약제로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즉 한북정맥 산행을 막고 생태관광 탐방만 허용하자는 것이다. 우이령은 해발 약 330m로서 야트막한 고개다. 우이동유원지 끝지점의 전경 초소로부터 우이령 고개까지는 약 1.3km로 20여 분 거리다. 이러한 산책길을 1일 통과자 수와 입산 시간을 정해 입산예약제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태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가이드의 해설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리산 노고단이 그렇다. 아이, 어른, 학생, 교수 등 지적 수준이 다르고, 노고단 방문 목적이 개인마다 다를 텐데도 일률적으로 가이드의 해설을 강제로 듣게 하고 있다. 해설 내용도 공단이 시행한 복원사업 실적 자랑과 야생화 이름 알려주기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는 야생화가 안 보인다며 아예 입산금지다.

양주시우이령재개통추진연합회 현동옥 회장은 “도봉산과 북한산으로 넘어가는 등산객들을 막기 위해 양주시에서 일부 구간에 펜스를 쳤다”고 말했다. 양주시는 국립공원을 비무장지대로 착각했을까? 아니면 등산객을 남아 있을지 모를 김신조 일당으로 매도하는 것일까? 요즘은 의식 수준이 높아져 스스로 등산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우이령 횡단길 생태관광 및 가이드동행제·입산예약제 추진에 대해 대한산악연맹 감사 김병준씨는 “아이들 소꿉장난을 보는 듯하다. 국립공원의 자연을 제대로 모르는 환경단체와 공단 직원에게 공원정책을 맡겨두고 있는 현실이 걱정된다. 도봉산·북한산은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한북정맥과 정맥 진입로를 활짝 열고 등산 활동을 존중,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원을 줄이면 등산로가 보호된다는 논리도 이치에 맞지 않다. 입산예약제 시행으로 국립공원 등산로가 보호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등산로를 자연형 계단으로 정비하면 많은 등산객이 지나가도 훼손 염려가 없다. 1980년대, 1990년대 초만 생각해 ‘등산객의 나쁜 행태’ 때문에 입산예약제로 생태관광만을 시행하겠다는 발상은 자연생태계와 국민 의식 수준을 모르는 데서 나온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울대고개, 우이령, 상장능선을 지나는 한북정맥 등산로는 개방이 긴요하다.

등산객 통제보다 차량 통제가 훨씬 중요

장흥면 주민은 지난해 “우이동으로 넘어오려고 군부대 초소 앞에 차를 세우고 2시간 기다렸더니 통과시켜 주더라”고 말했다. 지금도 통행이 가능한데 우이령 횡단로가 개방되면 공원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게 뻔하다. 그리고 양주시 주민들이나 서울시민들이 넘어간다며 통과시키라고 할 때 공원직원이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 우이령 양쪽 진입로에 돌과 흙을 덮어 아예 차량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기 전까지는 통제가 어려울 것이다.

전국 국립공원 주요 코스를 보면 오솔길이었던 것이 확·포장돼 차량출입금지란 팻말이 무색하게도 공원 차량과 일반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차량 통제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면 개방을 후일로 미뤄야 할 것이다.


/ 글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처장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