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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피플] 빛나는 벽 스판틱 북서벽에 도전하는 K2 익스트림팀 김형일 팀장

월간산
  • 입력 2009.06.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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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등반에서 오는 최고의 성취감 느끼고파”

김형일(金炯日·41·서울시산악연맹 이사·교육기술위원회 부위원장)씨가 또 다시 고산 거벽 신루트에 도전한다. 김씨는 네 명의 후배 클라이머와 함께 파키스탄의 스판틱(7,027m·일명 골든피크) 북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뚫을 야심찬 계획으로 6월 2일 출국한다. 스판틱 북서벽은 표고차 2,100m의 혼합벽이다.

김씨는 1990년대 말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거벽등반가로 활동해왔다. 1999년 익스트림라이더 강사들과 함께 불곡산 채석장에 고난도 인공 등반루트를 8개나 개척한 데 이어 2004년 천등산 하늘벽에 A3급 인공 등반루트를 뚫었다. 그가 해낸 인공 등반의 극치는 2005년 파키스탄의 대암탑 네임리스타워 크럭스존 신루트 등반이었다.

그 등반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대한민국 산악상 개척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이후 새로운 스타일의 등반을 시도했다. 많은 장비를 이용하는 인공 등반 대신 가능한 한 적은 장비를 가지고 빠른 속도로 등반을 펼치는 알파인 스타일 등반가로 변신한 것. 지난해 성공한 카라코룸 히말라야의 아딜피크(5,300m) 신루트 ‘아버지를 위하여(For Our Farthers, Ⅵ·5.11a·M7)’는 그의 변신을 보여준 등반이었다.

그는 알파인 고산 등반을 위해 단단히 준비를 했다. 심폐기능과 근지구력 강화를 위해 산악구보를 생활화하고 눈과 얼음·바위와 뒤섞인 히말라야 벽 상황에 맞는 훈련을 위해 혼합등반에 주력했다. 그는 알파인 스타일 등반의 매력을 극한 등반에서 오는 최고의 성취감으로 꼽는다.

김형일씨는 한동안 본인의 이름보다는 ‘형진의 형’으로 불리곤 했다. 김형진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고산 거벽 등반가로 활약하다 1998년 9월 최승철·신상만과 함께 인도 히말라야의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 중 정상 설원에서 원인 미상의 사고로 추락사한 산악인이다. 김형일씨는 동생이 사고를 당한 뒤 탈레이사가르 북벽에 두 번이나 도전했다.

“요즘 들어 꿈에 나타나는 횟수가 줄어들었어요. 그래도 떠오를 때면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탈레이사가르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 번 등반하고 싶어요. 적당한 높이, 난도 높은 빙설벽 등 여러 면에서 등반가에게 좋은 시험무대거든요.”

김형일씨는 지난해 8월 한국을 대표하는 등산장비 제조·수입 및 판매업체인 K2에 전격 스카우트됐다. 그가 맡은 일은 클라이밍팀의 지원 및 체계적인 운영이다. 김씨는 회사를 위해 상업적인 면도 치중해야겠지만 그와 함께 등산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와 함께 고산 거벽에 대한 끊임없는 꿈을 밝혔다.

“내년에는 티베트의 7,000m급 미등벽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제 그만해야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등반은 제게 살아가는 과정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중독됐나 봅니다.”


/ 한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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