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야기] (1) 나비

[477호] 2009.07
입력 2009.07.28 10:28 | 수정 2009.07.28 10:28

연약하지만, 나비는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
나비 날개 만지고 눈 비비면 정말 장님 될까?

나비가 난다. 가벼운 듯 살짝 튕기며 사뿐한 날갯짓으로 공기를 타고 나른다. 네 장의 나비 날개는 다 해야 새의 깃털 하나 정도에 지나지 않는 크기지만, 자유자재로 공중을 날아가게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호접몽(胡蝶夢), 황홀한 나비의 움직임을 바라보던 장자(莊子)는 그대로 나비가 되어 자연 속에 스며들었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나비’라는 우리말은 나불거리다, 나부끼듯 날아다니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풀밭에서, 숲에서, 계곡에서, 그리고 산꼭대기에서도 나비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날아다닌다. 밝은 색의 나비는 화창하게 볕이 드는 곳을 넘나들고, 어두운 색의 나비는 그늘 속을 헤쳐 다닌다. 가볍고 튼튼한 재질의 나비 날개는 간단한 시맥으로 지지되고 앞뒤 날개를 서로 붙여 훨훨 너울거리듯 난다. 공기를 밀고 기류를 타다 나비는 산 위를 훌쩍 넘기도 한다. 그들의 비행력은 일반적인 상상을 훨씬 뛰어넘어, 바다를 건너거나 대륙을 이동하는 일도 있다.

나란히 꿀을 빠는 노랑나비와 암먹부전나비.

‘중국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뉴욕에 태풍이 분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다. 처음의 작은 사건이 예상 못할 파급 효과를 거치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카오스 이론을 쉽게 설명하고자 만든 예다.

나비 날개의 화려한 무늬는 예로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거꾸로여덟팔나비는 뒤집어진 팔(八)자 무늬가 있다. 시가도귤빛부전나비의 날개에는 시가도(市街圖)가 그려져 있다. 그 무늬는 작은 비늘 가루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나비 날개를 만지고 눈을 비비면 정말 장님이 될까? 아직 의학계에 그런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 입체적인 비늘가루의 미세 구조는 빛을 구부리고 반사시켜 다양한 색깔로 비쳐지게 한다. 금속광으로 빛나는 열대 나비들의 체색은 빛의 마술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비가 나비를 쫓는다. 사랑싸움을 한다. 훨훨 나는 저 나비, 암수 서로 정답구나. 나비는 날개로 상대를 유인한다. 뚜렷한 날개 무늬는 멀리서도 자기 짝을 알아볼 수 있는 수단이다. 수컷의 날개에는 특유의 사향 냄새가 나는 발향린이 있다. 암컷은 그 냄새에 못 이겨 수컷에게 이끌린다. 오르락내리락,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쌍의 나비는 그렇게 밀월여행을 떠난다.

큰멋쟁이나비. 네발나비과로 4개의 다리가 보인다.

주둥이가 몸 길이만큼 쭉 펴져

나비가 앉았다. 꽃밭은 나비의 레스토랑이다. 돌돌 말았던 주둥이가 몸길이만큼 쭉 펴진다. 꼭꼭 찔러 꿀을 빤다. 그런데 나비가 꽃에만 앉는 것은 아니다. 더러는 단 냄새가 나는 과일, 땅에 떨어진 감이나 쓰레기통, 배설물, 땀 흘리는 사람의 몸, 심지어 짐승의 시체에 내려앉기도 한다. 영양분이 있는, 빨아먹을 수 있는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축축한 물가에 무리지어 내려앉은 나비는 연신 물을 들이켜며 몸을 식히고 가벼운 날갯짓으로 바르르 떤다. 향불과 제삿밥에 이끌린 나비는 신령한 자의 영혼이 현신한 것일까?

여기저기 날던 나비가 잎에 앉아 배를 살짝 구부린다. 작은 움직임 속에 서서히 알이 나온다. 끈끈한 것으로 잎 뒷면에 잘 붙은 알은 별일 없다면 어미의 바람대로 자랄 것이다.

이키!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몸부림친다. 부르르 힘써 보지만, 질긴 거미줄은 나비를 옥죄고 또 다른 생명의 먹이로 전락하게 만든다.

모시나비 암컷은 배 끝에 짝짓기한 수컷이 기념처럼 매달아 둔 정조대를 차고 있다.

개미들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나비도 있어

나비 중에는 날개에 눈알 무늬가 있는 것들이 있다. 공작의 꼬리에 달린 눈알 무늬처럼 나비의 눈알 무늬도 시선을 잡아끈다. 나비를 잡아먹으려고 덤비던 새는 눈알 무늬를 먼저 공격한다. 날개는 조금 찢어졌지만 덕분에 나비는 목숨을 건졌다. 비에 젖어 서서히 날개 비늘은 떨어지고 가장자리도 너덜거리기 시작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화려한 나비의 날갯짓도 서서히 잦아든다. 나비 시체는 대번에 개미의 먹이로 끌려간다.

풍경 소리를 따라 오래된 사찰에 들렀다. 목탁 소리가 나는 방문을 살펴보니 나비경첩이 붙어 있다. 나비 그림이 있는 병풍과 접시, 베갯머리 장식, 촛대…. 사람들은 여러 디자인에 나를 그려 넣었다. 그렇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내 모습이 사실 징그러운 애벌레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비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먹고 자란다. 제비꽃을 먹는 표범나비, 산초나무를 먹는 호랑나비, 환삼덩굴을 먹는 네발나비, 특이하게 개미집에서 개미들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부전나비도 있다. 그러나 어린 나비의 모습은 하나같이 날개가 없고 꿈틀거리는 애벌레 모양이다.

푸른 잎과 꽃을 뜯어먹고 잠자고, 다시 뜯어먹고 잠자고, 그러다 나는 번데기가 되었다. 죽은 듯 한참을 잠자는 번데기…. 그러나 몸속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조직 개편이다. 애벌레 때 기어가는 데 쓰던 배다리는 없어지고 애벌레가 가지지 못한 날개가 서서히 만들어진다. 생명의 박동은 여기저기 필요한 것을 나르며 작은 생명체를 완성해 간다.

밤새 나는 등껍질을 가르고 이윽고 나비로 태어났다. 쭈글쭈글한 날개를 서서히 활짝 폈다. 나는 날아올랐다. 나는 이제 자유다.

(좌) 산호랑나비. (우) 애기세줄나비.

Tip 한국의 나비

우리 산야에서 만날 수 있는 나비는 대략 200종 정도가 되며 자세한 종류에 대한 설명을 하기엔 너무나 방대하다. 크게 호랑나비과, 흰나비과, 부전나비과, 네발나비과, 팔랑나비과로 구별할 수 있다. 이 중 네발나비과가 90종으로 가장 종류가 많고, 다음은 부전나비과로 약 55종이 있다.

네발나비과는 앉았을 때 4개의 다리로 걸어다니는 모습에서 붙은 이름인데, 퇴화한 한 쌍의 앞다리는 가슴 털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부전나비과는 크기가 작지만 색종이처럼 알록달록한 색깔을 가진 나비들로 이루어져 있다. 부전은 색헝겊으로 만든 전통 노리개를 가리키는데, 작은 나비들의 모습이 그와 비슷하다.

호랑나비과에는 호랑나비를 비롯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가장 커다란 날개의 나비들이 속하며 흰나비과에는 배추흰나비를 비롯하여 대체로 노랗거나 흰색의 나비들이 속한다. 마지막으로 팔랑나비과는 겉으로 보았을 때 짧은 날개와 통통한 몸통 때문에 나비라기보다는 나방과 비슷하며 색깔도 대체로 칙칙하다. 날아가는 모습도 보통 나비들과 달라 동작이 민첩하므로 북한에서는 이들을 까불나비라고 부른다.

필자 김태우 박사는 ‘한국산 메뚜기목의 분류학적 재검토’로 박사학위를 받은 메뚜기 전문가다. 딱딱한 곤충이야기를 쉽게 풀어쓰는 재주를 가진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가 쓴 책만 하더라도 벌써 6권이나 된다.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재미있는 곤충이야기>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곤충이야기> <놀라운 벌레 세상> 등 제목만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을 썼다. 곤충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재주는 다양한 곤충교육 강사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강서습지생태공원, 두레생태기행, 숲해설가협회, 북한산 국립공원, YMCA 등 다양한 환경단체와 숲 단체에서 인기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립공원 육상곤충 분야 전문조사원과 농업과학기술원 잠사곤충부를 거쳐 현재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무척추동물연구과 환경연구사로 재직하고 있다.
앞으로 <월간山> 독자 여러분께 다양하고 재미있는 곤충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다.


/ 글·사진 김태우 국립자원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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