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야기] 사슴벌레

[478호] 2009.08
입력 2009.08.27 10:06 | 수정 2009.08.27 10:06

참나무와 천생연분 껍질 틈 파고들기 알맞게 생겨
나무 상처 부위서 항상 보여… 어린이 애완곤충으로 인기

여름 숲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난다. 누군가 먹다 버린 과일이 삭은 듯한 냄새 같기도 하고 짙은 막걸리나 포도주 냄새 같기도 하다. 코를 킁킁거리며 그 진원지를 찾아가면 그것은 참나무 등걸에서 나는 냄새다. 나무 줄기에 상처가 나거나 어떤 일로 틈이 벌어지게 되면 식물의 영양분을 전달하는 체관부로부터 수액이 흘러나와 새게 된다. 거기에 효모균이 퍼져 발효하면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진해진다. 굵은 참나무에서는 많은 수액이 흘러넘친다.

한낮에 가지에 붙어 있는 톱사슴벌레.
이 나무 수액은 더운 여름철 목마른 곤충들이 즐겨 찾는 것이다. 가장 먼저 말벌이 붕붕 소리를 내며 날아온다. 이미 와 있던 다른 작은 곤충들은 흠칫 겁을 먹고 달아난다. 말벌은 혀를 내밀어 달짝지근한 나무 수액을 실컷 들이켠다. 좋은 자리를 찾아 왔다 갔다 하다가 내키지 않으면 대신 다른 벌레를 잡아먹는 경우도 있다.

힘이 약한 꽃등에와 나무쑤시기, 청띠신선나비는 말벌이 떠나길 기다리며 눈치를 보다가 겨우 한 모금 수액을 마신다. 한 바탕 어수선한 곤충들의 한낮 식사가 끝날 무렵, 단단한 갑옷을 입은 사슴벌레가 나타난다.

사슴벌레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정말 나무를 좋아하는 곤충이다. 납작한 몸은 나무 껍질이 벌어진 틈을 파고들기에 알맞게 생겼다. 한낮보다는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나무 틈바구니에서 기어나와 나무 수액을 마시고 힘을 차려 날아다닌다. 새로운 서식처와 새로운 짝을 찾아 나무숲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불빛에 잘 이끌리는데, 흔히 사슴벌레를 숲의 화장실에서 줍거나 야간에 주차장 불빛 속에서 발견하는 일이 생긴다. 사슴벌레는 생각보다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동네에 작은 야산과 참나무, 밤나무, 베어 놓은 나무들이 좀 있다면 어디든지 사슴벌레는 산다고 보아야 한다. 도심 한복판 시민공원에도 나무가 많다면 사슴벌레는 흔히 출현한다.

사슴벌레는 우리나라에 약 15종이 알려져 있다. 대부분 크고 단단한 모양의 딱정벌레이며 수컷은 특히 두드러진 큰 턱을 갖고 있다. 반면 암컷은 작지만 날카로운 턱을 갖고 있는데, 잘못 물리면 매우 아프다. 수컷들의 큰 턱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통해 사슴의 뿔과 마찬가지로 크게 발달했다. 암컷의 작은 턱은 알을 낳을 때 썩은 나무를 파내는 데 알맞다.

야간에 짝짓기하고 있는 사슴벌레 한 쌍.
수컷 큰 턱은 암컷 차지 위한 경쟁으로 발달

어린이들은 사슴벌레를 참 좋아한다. 커다란 턱을 가진 사슴벌레 수컷을 붙잡아 싸움도 시키고 먹이도 주며 잘 돌본다. 특히 장수풍뎅이와 함께 사슴벌레는 요즘 어린 학생들이 많이 키우는 애완곤충이 되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반에 항상 사슴벌레를 잡아와 자랑하는 친구가 있었다. 책상에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장난치다가 잘못 만지면 깨물리기도 하는 사슴벌레를 어디서 그렇게 잡아오는지 친구는 절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스스로 사슴벌레를 찾아보겠다고 책을 보고 산에 가서 나무를 찾아 이리저리 쑤시다가 나무 구멍 속에서 동그란 눈을 뜨고 있던 청개구리가 펄쩍 튀어나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토종 사슴벌레를 몇 종 소개하면 우선 넓적사슴벌레(Dorcus titanus castanicolor)가 있다. 몸은 짙은 흑색인데, 매우 납작한 편이고 몸길이나 큰 턱은 사슴벌레 중에서도 가장 큰 편이다. 여름철 등산을 하다가 굵은 참나무에 상처가 난 부분이나 숨을 만한 곳을 찾아보면 흔히 한두 마리씩 숨어 있다. 불빛 아래에 검고 커다란 곤충이 떨어져 있으면 대부분 넓적사슴벌레다.

다음으로 흔한 것은 애사슴벌레(Dorcus rectus)다. 몸은 흑색 또는 약간 광택이 나는 적갈색인데, 크기는 작지만 수컷의 큰 턱 모양에 변화가 많다. 애벌레 시절 충분한 영양을 취한 건강한 개체는 크고 강한 큰 턱을 자랑하지만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던 개체는 뿔이 조그만 수컷으로 태어난다. 야간에 숲에서 랜턴을 들고 다니다 보면 흔히 나뭇가지 위로 기어 다니고 있는 작은 애사슴벌레를 만나기도 한다.

톱사슴벌레(Prosopocoilus inclinatus)는 아래로 휘어진 큰 턱이 멋지다. 큰 턱 안에 작은 이빨 모양의 거치가 즐비하다. 몸은 적갈색이 돌며 광택은 강하지 않다. 몸은 좀 약한지만 성질이 사나워 건드리면 화를 잘 낸다. 사슴벌레(Lucanus maculifemoratus dybowskyi)는 머리 뒤쪽이 위로 넓게 늘어나 사각형의 판자 모양으로 솟아 있다. 몸은 적갈색인데 갓 태어난 개체는 금빛이 도는 짧은 털이 덮여 있다. 넓적다리 마디 안쪽에 밝은 갈색 부분이 있다.

사슴벌레의 유충은 굼벵이 모양이며 썩은 나무 속을 파 먹고 자란다.
애벌레는 죽은 나무서 몇 년 보내

사슴벌레 중에는 환경부에서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두점박이사슴벌레(Prosopocoilus blanchardi)도 있다. 두점박이사슴벌레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만 있는데, 멸종위기곤충 1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몸은 밝은 갈색이며 앞가슴 등판 양쪽에 짙은 두점박이 무늬가 있다.

사슴벌레는 모두 나무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애벌레는 반쯤 죽은 나무 속을 파 먹으며 굼벵이 모양으로 몇 년을 보낸다. 비록 강인한 생명력으로 도심에서 사는 종류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사슴벌레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까지나 건강한 숲이 우리 주위에 늘 가까이 있기를 희망한다.


Tip  사슴벌레 만나기

1. 수액이 흐르는 참나무를 잘 찾아본다. 수액이 흐르는 나무는 멀리서도 시큼한 냄새가 나며 흔히 말벌이나 나비, 파리 같은 종류가 날아와 빙빙 맴돈다. 낮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사슴벌레가 나무 껍질 틈이나 나무아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2. 숲에서 밤에 불 켜진 곳에 가 본다. 화장실이나 주차장 등 밝고 환한 수은등 불빛에 흔히 날아온다. 바닥을 기어가는 곤충을 유심히 살펴본다.

3. 나무에 바나나를 걸어두고 기다린다. 나무 수액 대신 바나나 같은 과일 냄새를 맡고 날아와 끌리는 경우도 많다. 양파 주머니에 바나나를 몇 개 넣어 으깨어 매달아 두고 하루나 이틀 정도 기다려 본다.

4. 썩은 나무 속을 갈라본다. 사슴벌레 애벌레는 흔히 죽은 나무 속에 살고 있으며 겨울철에도 이 방법으로 사슴벌레를 찾을 수 있다. 어른벌레로 월동하는 애사슴벌레와 같은 종류도 나무를 쪼개어 속에 숨어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 글·사진 김태우 국립자원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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