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황당무계의 극치' 보고서로 세운 황당한 공원정책들

[478호] 2009.08
입력 2009.08.28 10:51 | 수정 2009.08.28 10:51

5년 출입금지했다고 식물종이 어떻게 68종이나 새로 출현하나

특별보호구는 자연공원법에 어긋나지 않게 공고했으며 제대로 된 효과 검증이나 근거를 가지고 구역을 지정한 것일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 공고 제2007-1호로 ‘국립공원 특별보호구 시행’을 공고했으며, 시행일은 2007년 1월 15일부터다. 시행법적 근거는 자연공원법이다. 자연공원법 제28조(출입금지 등) ①항은 ‘일정한 기간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제28조 ②항은 ‘제①항에 따라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려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미리 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동법 시행규칙 제20조(출입제한 또는 금지의 공고)는 ‘법 제28조 ②항의 규정에 의한 출입제한 공고를 함에 있어서는 기간을 명시해야 한다’라고 정했다.

지리산 북쪽에 위치한, 함양군 마천면 금대산(852m)에서 촬영한 천왕봉 전경. 앞쪽 가운데 특별보호구로 묶인 칠선계곡이 천왕봉 정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왕봉 오른쪽으로 제석봉·연하봉이, 사진 왼쪽 앞의 주목 뒤로 중봉·두류봉 능선이 보인다.(사진 함양군청)

자연공원법은 ‘일정한 기간’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동법 시행규칙은 ‘기간을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공단은 시행 시작일만 공고했을 뿐 종료 일자를 밝히지 않았다. 공단의 공고는 자연공원법을 위반인 것이다. 이래 놓고 출입금지구역 출입자에게는 자연공원법 제86조 및 동법시행령 제46조에 근거하여 과태료 50만 원씩을 물린다고 공고했다. 이 역시 불법인 것이다.

불법시행 중이던 공단은 자연공원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이듬해 국립공원 공고 제2008-2호로 수정공고했다. 즉 기간을 2008년 1월 17일부터 2026년 또는 2027년까지 기간을 ‘20년간’으로 수정했다.

특별보호구는 자연공원법 위반한 불법이자 편법

“특별보호구를 20년간 통제한다고 공지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공단의 답변은 이렇다. “출입금지기간은 실제로 영구적이다. 자연공원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20년간이라고 표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20년 후에는 다시 기간을 추가로 새로 설정해가며 편법으로 영구통제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공단이 공지한 시행 목적은 ‘국립공원 내 보호할 가치가 있거나 인위적·자연적 훼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공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곳을 설정했는가? ‘보호필요성이 있는 계곡, 야생동물 서식지, 야생식물 군락지, 습지 등’이라 공지했다.

북한산 우이천 주변은 식당에서 나온 쓰레기 수십 트럭 분량이 묻혀 있거나 방치되고 있었으며, 쓰레기를 계곡 가운데서 소각했다. 식당 이용객들 중 150여 명은 계곡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소변까지 보고 있었다. 우이천 계류가 시커먼 곳들도 있었으며 물고기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공원관리소는 이를 알면서도 방치했다. (2008년 8월 촬영)

특별보호구는 현재 17개 공원, 68곳이다. 계곡 11곳, 자연휴식년제(훼손지) 5곳, 야생동물 서식지 9곳, 야생식물 군락지 38곳, 습지 5곳이다. 지리산 칠선계곡(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비선담~천왕봉)은 2007년까지 자연휴식년제 시행구역이었고, 2027년까지는 특별보호구로 지정했다. 지정면적은 12만4,000㎡. 특별보호구로 지정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지리산국립공원 자원 모니터링> 보고서 칠선계곡편은 ‘칠선계곡 생태계 모니터링은 자연휴식년제 도입 이후의 식물상 관찰이 목적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조사구는 11개다. 조사 결과를 본다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적이 발생했다. 그런데 공단은 연도별·조사구별 식물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왜 숨기는 것일까?

보고서 일부 내용에 의하면, 2차년도 조사인 2003년 조사 결과 1년 만에 새로운 종이 가장 많이 출현한 조사구는 제8조사구인데 구상나무, 주목 등 ‘무려 13종’이다. 종이 줄어든 조사구는 없다. 3차년도 조사인 2004년 조사에서 2003년에 비해 가장 많은 종이 새로 출현한 곳은 제7조사구로서 신갈나무 등 ‘무려 23종’이다.

북한산 정릉계곡. 이미 계곡으로 들어설 수 없는데도 특별보호구로 지정했다. 생색내기 이벤트성 제도라는 것을 말해준다. 공단이 인공폭포를 만들어놓았다.

1차년도와 6차년도를 비교하면 총 68종이 늘었고, 제8조사구는 새로운 종이 25종, 제7조사구는 22종, 제9조사구는 21종이 생겼으며, 전 조사구가 각각 10종 이상씩 증가했다. 1년 만에 1개 조사구에서 새로운 종이 무려 23개 종 생기고, 5년 만에 11개 조사구에서 68개 종이 새로 출현했다. 이건 기적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별도 분석은 없다.

공단은 한국환경생태학회에 ‘지리산 칠선계곡 일원 자연자원의 가치평가 및 합리적인 관리방안 연구(책임연구원 유기준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 용역을 의뢰하여 칠선계곡 개방 여부를 물었다. 생태학회는 2007년 11월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내용은 ‘모니터링 결과 분석’과 ‘여론조사’다. 모니터링 결과 분석을 보자. 조사연구 용역팀은 공단이 작성한 모니터링 보고서 식물상편에 대해 분석 결론을 적고 있다.

지리산 칠선계곡 식물모니터링 보고서. 1년 사이에 수십 개의 새로운 식물종이 나타나는 등 '기적'이 발생했으나, 공단은 연도별·조사구별 출현식물 목록을 숨기고 있다. 조작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적 발생’한 칠선계곡 식물 목록 숨겨

‘식물상은 출입통제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고 있는 분야로 휴식년제 이전 개체수가 감소 추세였던 만병초, 산겨릅 등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분포역도 확장되고 있는 추세임’이라며 보고서 50~51쪽에 표 2개와 글 세 줄이 전부다. 출입통제 효과, 즉 자연휴식년제 시행이 효과적이라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생태학회의 보고서는 모니터링 보고서가 기록한 ‘식물종 대량 증가’에 대한 원인분석도 없다.

공단은 칠선계곡 연도별·조사구별 식물 목록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희귀식물이 도채 등 훼손될까 봐 그렇다고 했다. 1차년도 조사보고서는 조사구별 식물명을 전부 기재했다. 물론 희귀식물도 공개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조사보고서가 조작되었기 때문에 조작 사실이 드러날까 봐 숨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산국립공원 자원 모니터링’을 보자. 2002년 1차 조사를 시작하여 2005년 4차 조사를 시행한 모니터링은 보고서를 4회 작성했는데, 조사보고서의 물고기편  <가. 서론> 항목을 보자. 1차 보고서부터 4차 보고서까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똑같은 문구를 적고 있다. ‘계곡휴식년제 등을 시행한 후 수서생물의 서식환경이 더욱 좋아짐에 따라 계곡 내에 버들치 등 1급수 지표종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결론을 이미 정해 놓은 기미가 짙다.

휴식년제의 효과가 크다는 결론을 낸 조사보고서는 또 있다. 제3기가 끝나는 1999년 12월 공단은 <국립공원 자연휴식년제 구간  정밀조사>를 냈다. 조사구를 한 개도 설치하지 않고 66개를 설치했다고 하는가 하면, 하루에 2개 산, 즉 설악산과 점봉산을, 전남 월출산과 전북 내장산을, 경북 속리산 천황봉과 충북 칠보산을 1인이 조사했다고 한다. 다람쥐, 청설모 등 산짐승 몇 마리를 발견하고는 휴식년제 효과로 산짐승이 늘었다고 적었다. 전문가가 아닌 직원이 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릉계곡에는 2~3급수에 사는 다슬기가 수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 약 1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오염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황당한 보고서를 공원정책 수립에 근거로 활용했다. <2003 국립공원 백서>는 ‘휴식년제 제4기(2000년 1월~2002년 12월) 시행구간 선정은 <국립공원 자연휴식년제구간 정밀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특별보호구는 휴식년제 연장한 영구통제

공단은 ‘특별보호구 시행공고’를 통해 ‘특별보호구는 기존 휴식년제를 개선·보완한 제도이며, 제6기 휴식년제는 특별보호구에 포함하여 시행’이라 밝히고 있다. 즉 특별보호구는 휴식년제의 연장이란 뜻이다. 3년 동안 출입통제해서 놔두면 자연회복된다는 휴식년제는 1991년 시작해 올해 19년째 시행 중이다. 그러나 하늘에서 돌과 흙이 날아와 파인 곳이 메워진 곳도 없고 파인 곳에 풀과 나무가 자라난 곳 역시 없다.

효과가 좋다면 휴식년제를 계속 시행하면 될 것이지 특별보호구란 문구를 새로 창안해낸 이유가 뭘까? 야생식물 군락지는 지리산 세석평전, 장터목 훼손지, 제석봉 구상나무복원지,  연하천 주목군락지, 그리고 설악산 대청봉의 정상식물 군락지 등이다. 그리고 계곡보호구는 지리산 뱀사골계곡, 북한산 정릉계곡, 인수천, 우이계곡, 구기계곡, 평창계곡, 그리고 도봉산 송추계곡 등이다.

지리산 연하천 주목군락지는 오래전부터 철망이 둘러쳐져 있으며 등산로는 개방하고 있다. 이미 출입금지 구역인데, 특별보호구라 공고하면 보호되고 지정 안 하면 훼손되는 걸까?

위에 열거한 식물 군락지나 계곡은 이미 출입이 금지된 곳이며 등산로만 열려 있다. 휴식년제처럼 별도로 특별보호구라 공고하면 생태계가 보호되고 보호구로 지정 안 한 곳은 생태계가 훼손된다는 것일까? 이미 등산로만 다닐 수 있고 출입금지된 곳들이다. 특별보호구도 휴식년제처럼 이벤트성 제도요,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동안 국고를 낭비해가며 국립공원에서조차 조작한 보고서와 불필요한 외부용역 보고서들이 난무했다. 그리고 한 해가 멀다 하고 공원에서 이벤트성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젠 생색이 아닌 진정한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정책을 시행할 때다.


/ 글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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