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테마 토론] 고미영의 죽음을 계기로 짚어보는 한국 산악계의 어제, 오늘, 내일

월간산
  • 입력 2009.09.16 09: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반은 파트너를 찾아가는 과정”
한국 고산 등반가들의 허심탄회한 대화

8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월간山> 편집실에 현재 히말라야를 비롯한 고봉과 거벽에서 열정적으로 등반을 펼치는 산악인들이 모였다. 이들 산악인들은 자신이 관심 없는 등반 분야에서 활동하는 산악인들을 이유 없이 비난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좌담회에는 여성 산악인을 대표한 이명희씨와 최근 파키스탄 히말라야 골든피크 북벽에 신루트를 내고 귀국한 김형일씨, 8,000m급 9개 봉 무산소 등정자인 김창호씨, 8,000m급 14개 거봉 완등을 목표로 등반 중인 김미곤씨가 참석하고, 암빙벽뿐 아니라 고산거벽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최석문씨가 뒤늦게 합석했다. 최석문씨와 이명희씨는 산악계에 잘 알려진 부부 클라이머다.

좌담회는 낭가파르밧 정상에서 8,000m급 고봉 11개째 등정을 끝내고 하산하던 7월 11일 오후 7시경 추락사고를 당한 고 고미영씨에 대한 추억담으로 시작되었다.

테마토론에 참가한 김창호·김미곤·이명희·김형일(왼쪽부터)씨가 한국 히말라야 등반의 앞날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환하게 웃고 있다.
테마토론에 참가한 김창호·김미곤·이명희·김형일(왼쪽부터)씨가 한국 히말라야 등반의 앞날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환하게 웃고 있다.

◆ 고미영씨의 사고에 대해 모두 안타까워해


이명희=1996년 금정실내인공암벽에서 인연을 맺었어요. 미영 언닌 스포츠클라이밍 분야에서는 정말 독보적인 존재였어요. 남녀 통틀어 가장 열심히 운동했어요. 목표량이 채워지기 전까지는 다른 일을 전혀 안 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어렵게 습득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알려주었어요. 그래봤자 좇아서 할 순 없었지만요(웃음).

벽등반에 한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14좌 완등을 끝냈더라면 분명 거벽으로 갔을 거예요. 저한테도 꼭 함께 하자고 했으니까요. 고산거벽 멀티피치 프리클라이머가 탄생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쉬워요.

김미곤=맞아요. 고미영씬 히말라야 거벽 등반에 관심이 많았어요. 2005년 낭가파르밧 루팔벽 등반을 끝내고 귀국했을 때 등반 얘기를 듣고 싶다며 대원들을 찾아왔으니까요.

김형일=미영이가 빙벽 등반을 배울 시기에 여러 해 동안 함께 등반을 했어요. 톱 스포츠클라이머답게 빨리 감각을 익혔어요. 세계대회에서도 입상할 정도로 급성장했으니까요. 얼마 전부턴 동갑내기 모임인 ‘양들의 침묵’에도 참석했어요. 같은 양띠(1967년)거든요.

◆ 8,000m 14좌 신드롬과 바람직한 등반 문화

김미곤
=아직 6개밖에 못 올랐어요. 히말라야를 좋아하지만 막연히 다니는 것보다 뭔가 목표를 정해 놓고 다니는 게 낫겠다 싶어 14좌 완등을 하기로 한 거예요. 14좌 완등을 꿈꾸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질 거예요. 히말라야 고봉에 한 번이라도 올라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는 꿈이니까요.

김창호=우리나라에도 여러 명 나오고 있지만 히말라야를 등반할 때 만나는 외국 산악인 중 많은 사람이 14개 거봉 완등을 꿈꾸고 있어요. 저 역시 그 길을 가고 있어요. 아마 에베레스트가 마지막 봉이 될 것 같아요. 그땐 색다른 루트로 등반해보고 싶어요.

8,000m 고봉 등반이 1990년대에 비해 성공 확률이 높아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아요. 한 루트에 많은 원정대가 몰리면서 쉬워지고 있기도 하지만 인터넷이나 위성전화를 통해 정확한 날씨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결정적인 것 같아요. 예전 선배들 등반을 보면 마지막 캠프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일이 허다했어요. 그렇게 몇 번 오르내리다 결정적일 땐 힘이 빠져 못 올라간 적이 많아요. 이젠 달라요. 날씨 예보에 맞춰 단번에 끝내니까요.

김형일=이제 우리나라 클라이머들의 등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어요. 스포츠클라이밍에 몰입하는 사람도 많고, 5,000m대 벽등반하는 클라이머도 많아요. 어렵지 않은 등반이 어디 있겠어요. 중요한 건 서로 폄하하지 않고 서로를 인정해줄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등산전문지를 비롯해 미디어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이명희=맞아요. 서로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 같아요. 다 자기가 가는 길이 있잖아요. 아쉽다면 히말라야 원정에는 후원업체가 그래도 있는데 저처럼 작은 산이나 벽을 가는 사람들은 돈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모르는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에베레스트 같은 산에 간다 하면 일반인도 대단하게 생각할 테니까요.

◆ 히말라야 거벽 등반

김형일=외국인도 많지 않아요. 에베레스트는 봄시즌이면 네팔이건 티베트이건 30, 40개 팀이 몰리지만 벽등반은 달라요. 한 팀만 만나도 행운이에요. 말이 잘 안 통해도 무척 반가워요. 이번에 성공한 골든피크처럼 각이 센 벽은 등반 라인이 단순해요. 그렇지만 등반고도가 4,000m나 되고 난해한 울타르사르(7,388m·파키스탄 훈자) 같은 산은 정말 어려워요. 길을 찾는 것도 어렵고, 날짜와 식량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이번에도 벽 등반보다 막판 설릉 구간이 더 어려웠어요. 특히 화이트아웃에 걸려 애를 먹었어요.

김창호=낭가파르밧 루팔벽 등반 때 막판에 현조(이현조·2007년 봄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반 중 사망)가 툭하면 “형은 어떻게 그리도 길을 잘 찾느냐”고 묻는 거예요. 대학시절 열 번도 더 본 라인홀트 메스너의 <검은 고독 흰 고독>에 나온 루팔벽 사진을 가져갔거든요. 그 사진을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헷갈릴 때마다 꺼내본 거예요(웃음).

김미곤=첨예한 속도등반을 펼치는 친구들은 6mm 로프 30m 정도만 지니고 솔로등반을 펼쳐요. 스위스의 율리 스텍 같은 친구는 알프스 3대 북벽을 속공으로 끝냈어요. 아이거 북벽 헤크마이어 루트를 단독으로 3시간54분 만에 올랐고, 그랑조라스 북벽은 2시간30여 분 만에 올랐어요. 2005년에는 촐라체 북벽 단독등정, 타워체 동벽 단독등정, 아마다블람 북벽 등반으로 황금피켈상 2차 심사까지 올랐지만 너무 작위적인 등반이란 평 때문에 탈락했어요.

김창호=사실 위험하긴 해도 그런 등반이 재미는 있어요. 특히 속도등반할 때의 느낌은 대단해요. 7,000m대 고소에 적응된 상태인데도 숨이 헉헉 차오르고, 헛구역질이 수시로 나와요. 노멀하게 하는 등반에 비해 안전할 수도 있어요. 고소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이 그만큼 짧으니까요.

김미곤=그렇지만 로체 남벽 같은 데는 너무 위험해요. 1999년과 2004년 두 차례나 등반했는데 그때마다 정말 긴장했어요. 오전 10시면 퍼붓기 시작해요. 영화의 한 장면이에요. 성 위에서 벽을 타고 올라오는 적을 향해 돌을 쏟아붓는 것 같으니까요. 이건 등반이 아니다 싶었어요. 저는 그렇게 위험한 데보다는 내 의지나 능력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치에 도전하고 싶어요.

◆ 줄 깔더라도 살아서 내려오는 게 좋은 등반

김창호=올 봄 카자흐스탄의 세르게이 사모일로프가 서벽 쿨와르 루트로 로체 정상에 오른 뒤 사우스콜을 거쳐 에베레스트를 오른 뒤 서릉으로 하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어요. 아쉽게도 로체 서벽 쿨와르에서 사고를 당해 무산되었지만요. 모험적인 등반을 추구하는 스위스의 에르와르 로레탕은 20여 년 전 로체샤르~로체~에베레스트 3개 봉 종주등반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그 역시 로체샤르에도 못 올랐어요.

김미곤=우리도 등정주의에서 벗어나 등로주의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로프 없이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해야 하지 않느냐, 벽 등반이 진짜 아니냐는 등의 주문도 자주 들어와요. 하지만 그건 책상머리에서나 할 수 있는 소리예요. 특히 능력 안 되는 사람들에게 벽으로 가라는 건 사지로 몰아넣는 거나 다름없어요. 히말라야 등반이 곧 목숨을 건 등반은 아니잖아요? 등반도 해야 하지만 즐길 줄도 알아야 하는 거고요.

왜 노멀루트 등반은 그리도 폄하하는지 모르겠어요. 시즌이 바뀐 다음 가면 모든 걸 다시 해야 해요. 또한 등로주의에 입각한 등반을 제대로 하려면 준비과정이 길어야 해요. 경비도 뒷받침돼야 할 거고요.

김창호=2003년 파키스탄의 카플루에서 그렉 차일드 팀을 만났어요. 그때 누군가 왜 로프를 쓰면서 등반하느냐고 묻더군요. 아무도 시원스럽게 대답하지 못했는데 그렉 차일드 팀 요리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하다 죽는 것보다는 줄 깔고 살아 내려오는 게 더 나은 등반 아니냐고. 명답인 것 같아요. 가족도 가족이지만 사고를 당한 이나 동료를 잃은 파트너들이나 얼마나 슬프겠어요.

김형일=하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쳤을 때의 상황에 대비하는 영리함이 있어야 할 것 같고요. 골든피크 북벽 등반에 성공하고 하산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장비와 식량 등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비박을 하려니 자신이 없었어요. 골든피크 등반하다 만난 일본 산악인들에게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지난해 황금피켈상을 받은 클라이머들답게 정말 철저하게 등반하더군요.

◆ 평론이나 위원회를 통해 등정 시비 가릴 수 있어야

김형일=8,000m 고봉을 오르다 보면 고소증세와 체력저하로 인해 정신이 몽롱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정보나 자료를 찾는 데 충실하지 않은 상태로 원정에 나섰다가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셰르파들 때문이기도 해요. 이 정도면 등정으로 인정해준다며 하산하자고 꼬드기는 셰르파도 종종 있으니까요. 물론 등반가 자신이 ‘이 정도면 됐다’는 식으로 나오기도 하지만요. 가장 나쁜 것은 갔다 온 척하면서 모든 이들을 기만하는 사람이에요. 더 나쁜 건 아예 거짓말하는 거고요. 그건 사기지요.

김미곤=등정 시비는 마지막 캠프 출발 이후 사진 다섯 컷이면 해결될 것 같아요. 요즘엔 알프스의 명봉들처럼 8,000m 고봉도 어지간하면 정상에 흔적이 있어요. 그거라도 찍어오면 의심받을 필요 없는 거죠.

우리나라에 산악평론 문화가 없는 게 아쉬워요.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이건 정말 훌륭한 등반이다라고 평해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전문지 쪽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등정 시비니 산소 사용 유무 같은 문제도 평론을 통해 가려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김창호=하긴 국고 보조를 받고 원정을 다녀온 팀들 가운데 많은 팀이 등반 보고는커녕 국고 사용에 대한 내역도 제대로 안 밝히는 팀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명희=그거야 너무 적게 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요?

◆ “등반 중 애 생각나면 슬며시 내려가요”

이명희=지난해 파이네 중앙봉을 등반하고 강풍 속에서 하산하는데 크랙 밖으로 비어져나온 자일 여러 가닥이 바람에 날리는 거예요. 이전 팀들이 자일이 크랙에 끼자 끊어내고 남아 있는 자일들이었죠. 마침 저희 자일도 크랙에 낀 상태였거든요. 줄이 잡아당기기 직전까지 안 나오면 어떡하나 정말 걱정했어요. 점점 힘이 빠지는데도 아이 때문에라도 살아야겠다 싶더군요. 남편을 생각하니 새 장가 가게 하면 안 된다 싶어 이를 악 물었고요(웃음).

김창호=저는 대학시절 네임리스타워를 등반할 때 가장 위험한 상황을 겪었던 것 같아요. 100m나 떨어졌어요. 정신을 차리고 로프를 살펴보니까 외피는 완전히 벗겨져 나가고 내심도 열 가닥 중 네 가닥만 남아 있지 뭐예요. 위쪽 자일을 잡을 때까지 어디가 다친 줄도 몰랐어요. 그때 다친 갈비뼈가 지금도 어긋나 있어요.

K2 등정 후 하산할 때는 C3까지 기어서 내려왔어요. 화이트아웃 현상이 나타나니까 바로 옆에 있는 동료도 안 보이는 거예요. 엎드렸어요. 그리곤 오줌 자국을 찾았어요. 오줌똥은 색깔이 여간해서 변하지 않거든요. 어쨌든 죽음을 생각하고 등반에 나서는 클라이머는 없을 거예요. 죽는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거죠. 부나비처럼 말이에요.

이명희=올해 아이거 북벽을 등반하기에 앞서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평소 전화가 잘 안 터지는 지역인데 영상통화가 된 거예요. 엄만 나한테 위험한 짓 하지 말라고 하면서 왜 엄만 위험한 행동해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랬는지 경험해보지 않은 슬러시 상태의 설벽을 만나니까 자신이 없더군요. 내 능력 밖이다, 이 벽에 대해 너무 모르고 왔나 보다 싶어 포기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남편한테 화풀이만 실컷 했어요. 걸어가면 되는 데라 했는데 왜 그리 위험하냐고요(이명희씨의 남편 최석문씨는 1998년 알프스 3대 북벽을 완등한 바 있다).

김미곤=남자들도 마찬가지예요. 등반하다 슬며시 내려가면 대개 아내나 애들 생각이 나서 포기하는 거니까요. 표정이 안 좋은 대원에게 어디 아프냐 물어보면 애 얼굴이 떠올랐다느니 꿈자리가 사나웠다고 하곤 해요. 간혹 아이가 제가 어디 간다 하면 공항 가는 거 아니냐 물어요. 원정 가느냐는 거죠. 아이도 히말라야 등반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는가 봐요.

◆ “등반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팀워크”

김형일=등정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등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팀워크인 것 같아요. 기술력은 두 번째예요. 원정 계획이 서면 대원들은 수시로 만나야 해요. 훈련을 통해 힘든 상황도 겪어 보고 술자리에서 얘기도 자주 나눠야 해요.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등반 중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대상 산에 대한 공부, 특히 하산로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고요. 주요한 결정은 다수의 판단에 따라야 하고요. 똑똑하고 훌륭한 리더라도 고산에서는 간혹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으니까요.

이명희=형 말이 맞아요. 아시잖아요. 산 하나 하나를 갈 때마다 수많은 산 중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람의 산이라는 거 말이에요.

김창호=산도 산이지만 파트너를 알아가는 게 등반이다 싶을 때가 많아요. 서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2001년 멀티피크 원정 때 하산길에서 눈보라를 만나 당황한 적이 있어요. 한데 파트너인 석문이가 “아, 등반하다 보면 눈이 올 적도 있고, 눈사태를 만날 수도 있는데 뭔 걱정이냐”고 했어요. 그러니까 안심이 되는 거예요. 만약 석문이가 당황했더라면 저 역시 흔들렸을 거예요(자리를 옮겨 저녁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던 중 마침 최석문씨가 들어왔다).

김미곤=송형근·주우평 같은 선후배가 제겐 가장 잘 맞는 파트너인 것 같아요. 내가 내려가자 하기 전까지 아무 말 않고 기다려주고, 주우평은 황소 같은 힘으로 등반에 큰 도움을 줘요. 송형근 선배는 뒷마무리가 깔끔해요. 하산길에 들어서면 캠프 정리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장비는 다 챙겨 가지고 내려오니까요.

최석문=성향이 똑같으면 안 돼요. 루트에 대한 감각, 위기에 대한 반응 등 여러 면에서 달라야 서로 보완도 돼고 더 심사숙고하면서 등반을 할 수 있어요. 저와 창호 형 같은 경우 성격이 전혀 달라요. 그래서 좋은 파트너일지도 몰라요.

김창호=라인홀트 메스너는 정말 창의적인 등반을 많이 했잖아요. 하지만 그 스스로 실패한 등반 인생이라 말했잖아요. 그건 평생을 함께 할 좋은 파트너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일 거예요. 성격도 성격이지만 지나친 경쟁심 때문이라고 봐요.

◆ 한국 산악계를 대표하는 등반가들의 꿈

이명희=마음 맞는 파트너와 트랑고타워 같은 데를 등반하고 싶어요. 사실 뛰어난 등반을 하려면 여자끼리는 어려워요. 아무래도 남자 파트너가 낫지요. 그렇지만 다양한 장르의 등반을 해보고 싶어요. 남편이 많이 조언해주고 있어요. 어쨌든 너무 위험한 등반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늘 애가 걸리거든요.

최석문=6,000~7,000m대 혼합벽 등반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계속 그쪽으로 나갈 계획이에요. 어떤 산에서든 재미나게 신나게 등반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부부가 함께 하는 원정은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혹시나 싶어서죠.

김미곤=14개 거봉을 다 오르고 나서 할지 도중에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온다면 재작년 연속등정한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연결하는 종주 등반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 성공한 사람은 없지만 그 등반에 맞는 기술과 체력을 익히고 과학적인 데이터 등을 잘 조합한다면 가능하리라 생각해요.

김창호=올 가을 안나푸르나를 등반해요. 그리고 10월 말쯤 석문이와 중국 쓰촨성 공가산군의 6,000m급 3개 봉 등반에 나설 거예요. 그리고 내년 봄 캉첸중가 등반을 마친 뒤 여름에 낭가파르밧 나제노리지에 도전할까 해요. 밀레니엄을 맞아 해결해야 할 8,000m 고봉에서의 6대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리지예요. 7,000m급 고도로 13km나 이어지니까요. 탈출로도 없어요. 6,000~7,000m급 봉에 신루트 등반을 하다 보면 언젠가 에베레스트 남벽이나 K2 서벽 같은 데도 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형일=창호는 가고픈 데가 저보다 엄청 많아요. 저는 일단 회사에 다녀야 하니까 많이는 못 다닐 것 같아요. 올 겨울 타워체 북벽, 내년 3월엔 초오유 남벽을 등반해볼까 해요. 그리고 내후년 회사 창사 40주년에 맞춰 K2 신루트에 도전해볼까 해요.

이명희(36)
타이탄산악회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1999년 요세미티 엘캐피탄 노즈, 조디악 등반
2001년 카라코룸 혼보로·무스툼·레이디핑거·카체블랑사 등반
2006년 알프스 타퀼 삼각 북벽·에귀 디 미디 북벽·그랑조라스 북벽·몽블랑 등반
2008년 파타고니아 파이네 중앙봉 윌란스-보닝턴 루트 등정
2004~2007년 익스트림라이더 인공등반대회 4연패
2005년 대산련 빙벽선수권대회 우승
2007년 대산련 빙벽선수권대회 우승
2009년 알프스 원정

김미곤(37)
서강정보대 OB
한국도로공사 산악팀(수원지사 근무)
버그하우스 후원 전문산악인

1998년 알프스 3대 북벽 등반
1998년 마나슬루 등반
1999년 로체 남벽 등반
2000년 마나슬루 등반, 초오유 등정
2001년 초오유 등정
2002년 시샤팡마 등반
2004년 로체 남벽 등반
2005년 낭가파르밧 루팔벽 등반
2006년 가셔브룸2봉 등정·1봉 등반
2007년 로체-에베레스트 등정
2008년 가셔브룸1봉·2봉 등반
2009년 다울라기리 등정, 안나푸르나 단독등반

김창호(40)
서울시립대산악회 회원
한국대학산악연맹 이사
히말라야-카라코람 연구소장
몽벨 자문위원

1993년 파키스탄 그레이트 트랑고타워 완등
1996년 파키스탄 가셔브룸4봉 동벽 신루트 등반
2000년 파키스탄 힌두쿠시 단독탐사
2001년 카라코람 카체브랑사(5,560m) 세계 초등정
         혼로보피크(5,500m) 신루트 등반
         시카리(5,928m) 신루트 등정
2001~2002년 카라코람·힌두쿠시 산맥·빙하 단독탐사
2003년 딜리상사르 등 6,000m급 4개 봉 세계 초등정
2004년 네팔 로체 남벽 신루트 등반
2005년 파키스탄 낭가파르밧 루팔벽 중앙직등 루트 세계 2등
          유럽알프스 오트루트 등반·몽블랑 등정
2006년 파키스탄 가셔브룸2봉·1봉 연속 등정
2007년 아르헨티나 아콩카구아 등정
          칠레 파이네 중앙봉 윌란스-보닝턴루트 한국 초등
          K2(8,611m·무산소)·브로드피크(8,047m) 연속 등정
2008년 네팔 마칼루(8,463m) 무산소 등정, 로체 무산소 및 최단시간 등정
          파키스탄 바투라(7,762m) 세계 초등정
2009년 네팔 마칼루(8,163m)·다울라기리(8,167m) 등정

김형일(42)
K2익스트림산악회 K2클라이밍팀 팀장

1999년 캐나다로키 부가부 등반
2001년 로체샤르·로체 등반
2002년 알프스 등반
2003·2004년 인도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
2005년 트랑고타워 신루트 개척
2006년 로체 남벽 등반
2008년 카라코람 히말라야 아딜피크 신루트 개척
2009년 울릉도 송곳봉 북벽 신루트 개척
2009년 파키스탄 스팬틱 북서벽 신루트 개척


/ 정리 한필석 차장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