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야기] 매미

[479호] 2009.09
입력 2009.09.30 10:31 | 수정 2009.09.30 10:31

여름 알리는 ‘숲속의 성악가’
땅속 애벌레로 상당기간 보내지만 정확한 수명 기록 없어

여름이면 어린이들은 매미채를 들고 동네 가로수를 기웃거리며 매미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는다. 그렇지만 눈치가 빠른 매미를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찍 오줌을 싸며 매미는 금세 다른 나무로 높이 달아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매미 소리가 들리면 어떤 이는 시끄럽고 덥다고 말하지만, 필자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 한결 시원한 기분이 든다. 여름에 동유럽을 여행했을 때,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달리 이상하게 매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더 더운 느낌에 숨이 찼던 기억이 있다. 사실 유럽 대륙의 북쪽으로는 매미가 매우 드물고 남쪽 지중해 방향으로 가면서 많아진다고 한다.

맴맴 운다고 매미 또는 쓰름쓰름 운다고 쓰르라미라고도 부르는 매미는 어떤 곤충일까? 도시의 확대로 주변에서 흔히 보던 많은 곤충이 사라지고 있지만, 매미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또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보내고 어른벌레가 되면 일주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약 15종의 매미가 있고 이들의 수명이나 생태적 특성도 각기 다양하다. 사실 우리나라 매미가 땅속에서 몇 년을 사는지, 그리고 어른벌레의 수명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미국에는 17년마다 등장하는 매미가 유명하고, 일본에는 장기간 사육을 통해 약간의 기록이 있을 뿐이다. 울음소리를 내는 어른 매미로서의 삶은 짧지만, 애벌레 굼벵이로서 땅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것만은 확실하다.

(좌)도심지 가로수에 흔히 붙어서 매우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는 말매미. (우)매미와 달리 화려한 붉은 무늬의 꽃매미는 울지 않는다.

기차나 차 경적소리 정도 큰 소리 내는 매미도 있어
매미는 특유의 울음소리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그렇지만 맴맴맴~ 하고 우는 것은 ‘참매미’라는 종이며 다른 매미들은 각각 다른 울음소리를 낸다. 쓰름~쓰름~ 우는 ‘쓰름매미’ 외에 도심에서 차르르르~ 하고 가장 큰 소리로 우는 것은 시꺼멓고 커다란 ‘말매미’다. 한 차례 소나기가 퍼붓듯 쏟아지는 말매미 소리는 정말 귀가 따가울 만하다.

열대지방에서 매미의 울음소리는 대단한 소음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낮뿐만 아니라 해질 무렵부터 울기 시작해 어두운 열대의 밤하늘은 괴상한 사이렌 소리 같은 매미 소리로 가득 차 울려 퍼진다. 매미는 가장 큰 소리를 내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프리카산 매미 Brevisana brevis라는 종은 50cm 떨어진 거리에서 106.7데시벨(dB)의 소음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기차나 지하철, 자동차 경적 소리와 비슷한 정도다. 수컷 매미는 텅 빈 뱃속에 힘센 근육으로 강력한 진동을 일으켜 큰 소리를 낼 수 있다. 이때 근육을 떠는 방식의 차이로 다른 울음소리가 생겨난다.

계절이 바뀌어 기온이 내려가면 매미소리가 점차 줄어든다. 사실 매미소리는 5월부터 들리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소요산매미와 풀매미가 나타나 울기 시작하고 여름에 참매미, 애매미, 말매미, 유지매미 등 많은 매미가 소리를 내다가 가을이 오면 늦털매미가 나타나 소리를 낸다. 늦털매미는 1년 중 가장 늦게까지 우는 매미로 11월까지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컷 매미가 나무에 무리지어 붙어 울면 멀리 있는 암컷을 유인하기에 알맞다. 매미의 비행력은 상당히 훌륭해 필자가 살고 있는 19층 아파트의 방충망에도 날아와 붙는 것을 심심찮게 보곤 한다.

매미는 예로부터 유교 문화에서 선비를 상징했다. 매미의 오덕(五德)이라는 말이 전해지는데, 이는 선비가 본받아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을 가리킨다. 즉 문(文), 청(淸), 염(濂), 검(儉), 신(信)으로 매미의 얼굴을 앞에서 보면 긴 주둥이가 아래를 향한 모습이 갓 쓰고 끈을 늘어뜨린 것 같아 글 읽는 문인으로 보았다. 또 맑은 이슬을 먹고 살므로 깨끗하며, 사람이 먹는 곡식을 먹지 않아 염치가 있고, 집을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살므로 검소하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매미는 때가 되면 나타나 울다가 때가 되면 사라져 없어지므로 가히 믿을 만한 곤충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조정의 대신과 임금은 매미의 오덕을 기리기 위해 매미의 날개 모양을 한 익선관(翼蟬冠)을 머리에 쓰고 정치에 임했다고 한다.

도시의 매미는 시골 매미와 달리 매우 시끄럽다. 아무래도 많은 매미가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녹지를 조성하기 위해 심은 가로수 단지는 매미가 번성하기에 매우 알맞다. 더구나 매미를 잡아먹는 천적인 큰 동물이 도시에 많이 살지 못한다. 늦은 밤 불 켜진 가로등 밑에서도 열심히 울고 있는 매미를 보며 무더위를 실감하기보다 어두운 땅속에서 수년간 인내하는 굼벵이의 삶과 짧지만 정열적인 매미의 세레나데, 그리고 매미의 오덕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좌)참매미는 ‘맴맴맴-’ 소리로 우는 대표적인 매미이다. (가운데)나무 껍질을 닮은 털매미, 울음소리에 이끌려 암수가 만났다. (우)밤중에 허물을 벗고 있는 소요산매미. 경기도 동두천 소요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Tip

매미는 매미지만 ‘울지 못하는 꽃매미’

최근 몇 년 전부터 도심지를 중심으로 크게 번성하는 곤충이 있다. 아파트 화단, 가로수 등에 떼 지어 나타나 뉴스에 오르내리는 꽃매미라는 곤충이다. 매미라고 부르지만 울음소리를 내는 진짜 매미와는 다르다. 흔히 중국에서 넘어온 중국매미라고도 말하는데, 위협을 받으면 빨간 뒷날개를 펼치며 껑충 뛰어 날아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지만 사람을 물진 않으며 매미처럼 나무에서 즙을 빨아먹고 산다.

한 나무에 너무 많은 수가 붙어 즙을 빨고 액체로 된 배설물을 아래로 뿌리므로 배설물이 묻은 식물 잎에는 끈끈한 성분의 곰팡이가 생겨 그을음병을 일으킬 수 있다.

꽃매미는 예전 우리나라에 분포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많은 수가 넘어온 것인지는 불확실하며, 왜 도시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지, 온난화나 기후변화와 관련된 현상인지 여러 가지 얘기가 떠돌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기 힘들며 이들의 세력 확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 글·사진 김태우 국립자원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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