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산] 중국 태항산, ‘중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는 대협곡 장관

[481호] 2009.11
입력 2009.11.16 10:31 | 수정 2009.11.16 10:31

신선놀음하기 딱 좋은 산들일세

중국 태항산(太行山)은 하남성, 하북성, 산서성 3개 성에 걸쳐 남북 600km, 동서 250km로 뻗어 있는 거대한 산군이다. 예로부터 ‘태항산 800리’라 불려온 이 산맥을 현지인들은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빼닮아 ‘중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자 ‘行’은 ‘걷다, 가다’라는 의미일 때는 ‘행’으로 읽지만 ‘줄’이나 ‘항렬(行列)’의 뜻일 때는 ‘항’으로 읽는다. 태항산맥은 커다란 산이 줄지어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연상케 하는 태항산 대협곡. 답사단원이 구련산 천제 계단길 위에서 진입로 주변의 대협곡을 촬영하고 있다.
왕망령 관일대에서 만선산 계곡으로 내려서다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난 선경에 모두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다.

그 중 하남성과 산서성 경계 남단에 위치한 남태항의 구련산(九蓮山)과 왕망령(王莽嶺·1,655m)~만선산(万仙山·1,672m) 일원은 거대한 협곡으로 이름난 곳으로 특히 올해 들어 우리 등산인들로부터 관심을 얻고 있는 지역이다.

태항산은 덩치가 큰 만큼 명소와 절경지가 곳곳에 널려 있으나 위동항운과 하남성여유국·청도중국여행사가 공동주최한 태항산 답사는 세 개 지역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천길 낭떠러지의 8부 능선 길을 따르는 구련산(九蓮山) 탐승, 장쾌한 조망을 만끽하며 능선을 따르다 선경이 펼쳐지는 계곡으로 내려서는 왕망령(王莽嶺)~만선봉(萬仙峰) 트레킹, 그리고 설악산 비선대나 비룡폭포를 오르내리듯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비경을 엿보는 도화곡(桃花谷)~왕상암(王相岩) 트레킹이 그것이다.

위동항운의 3만 톤급 여객선인 뉴골든브리지호를 타고 밤새 서해를 가로질러 청도에 도착한 일행은 고속도로를 7시간 가까이 달려 하택(河澤)에 도착해 하룻밤 묵은 이튿날에도 새벽부터 서둘러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리다 보니 산을 보기도 전에 엉덩이가 뻐근할 정도로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1 황감두를 향하다 바위절벽 위에 올라 멋진 포즈를 취하는 박주열씨. 2 전동승합차로 연결되는 후정궁. 도교사원이다. 3 120m 높이의 절벽에서 물줄기를 쏟아붓는 천호폭포. 4 거대한 절벽을 끼고 황감두로 이어지는 임도길. 5 100여m 높이의 바위벼랑은 섬뜩함과 함께 멋진 풍광을 보여주었다.

200~300m 높이의 절벽 길 따르는 구련산 트레킹

그런 상황에서도 답사단원들은 구련산 대협곡으로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오고 딱딱한 표정은 흥분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수백 미터 높이의 바위 절벽이 양옆으로 펼쳐진 대협곡을 따라 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선 천호폭(天壺瀑)이 감동을 주었다. 120m 높이의 거대한 절벽을 타고 구련담(九蓮潭)으로 떨어지는 수직폭은 무엇보다 그 규모에서 입이 벌어지게 했다.

“산서성에서 물을 끊으면 물이 말라 버립니다.”

천호폭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같은 분위기를 풍겼으나 실상은 하북성 멀리서 흘러오는 물이었고, 하북성에서 물 공급을 끊는 순간 마른 절벽으로 변해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폭포 탐승로는 곧바로 천제(天梯·하늘 사다리)라 불리는 999개 계단으로 이어졌다. 계단 길을 올라서자 뜻밖에 널찍한 도로가 나 있고, 전동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승합차를 타고 절벽 길을 5분쯤 달린 뒤 내린 곳은 후정궁(后靜宮) 도교사원 앞. 소녀 기사는 후정궁을 지나 산 임도로 접어드는 우리를 보더니 그리 가면 안 된다는 의미의 손짓을 보냈다. 탐승객들은 대개 예서 다시 되돌아가는가 싶었다.

아찔하리 만큼 높고 웅장한 바위 절벽이 길게 이어지는 홍암협곡(紅岩峽谷), 날개 활짝 펼친 독수리처럼 살벌한 외모의 유수성(劉秀城)이 올라앉은 석애구(錫崖헓句)로 이어지는 구련산 트레일은 말 그대로 하늘 길이었다. 발아래는 천길 낭떠러지요, 눈높이로는 거대한 협곡이 한없이 펼쳐졌다.

하늘 길은 그냥 밋밋한 산림도로만 따르지 않았다. 간간이 널찍한 테라스나 바위 돌출부가 나타나 멋진 조망처가 돼 주었고 답사단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망처에 올라 학과 같은 우아한 포즈를 취해 보았다. 그러다 똑같은 풍광에 지루해질 즈음 모퉁이를 돌아서면 데빌스 타워(Devils Tower·미국 와이오밍주)를 연상케 하는 기암이 우뚝 솟구치고, 손오공의 다섯손가락을 보는 듯한 기암이 앙증스런 모습으로 봉긋 솟아올라 있었다.

이렇게 거대한 기암절벽과 기암괴봉은 예로부터 격전의 장소로 이용되어 왔다. 전한(前漢)을 멸망시키고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王莽)과 후한(後漢)을 세운 유수(劉秀)가 치열한 싸움을 벌였고, 그로부터 20세기 이상 지난 일제강점기에는 우리 광복군이 중국의 팔로군과 힘을 합쳐 일본군과 맞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지금 일행이 따르는 허릿길의 막판을 장식하는 대암벽 석애구 위에 지금도 남아 있다는 성이 약 2000년 전 후한을 세운 세조 광무황제(광무제) 유수(25~57년)가 왕망령의 신나라와 맞서기 위해 쌓았던 유수성(劉秀城)인 것이다.

후정궁을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났을까. 허름하고 집 주변이 쓰레기와 오물로 어수선한 민가가 나타났다. 황감두(黃龕頭) 마을이었다. 집 앞으로 몇 발짝 나아가면 천길 낭떠러지이건만 민가 주변은 개암나무와 산사과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오히려 도원경 속 신선의 그것처럼 느껴졌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사과를 따는 모습에 답사팀을 인도하는 양걸석(산악투어 대표)씨는 “이래서 트레커가 지나가는 길에 남아나는 게 없다” 했지만 선경 속의 도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인지 모두 사과 따먹기에 바빴다.

왕망령 서문에서 능선길을 따르다 뒤돌아 본 무명 암봉. 산허리를 깨내고 구멍을 뚫어 만든 괘벽공로가 보인다.
황감두를 지나면서 널찍한 산림도로 대신 좁은 산길이 나타났다. 네팔 히말라야를 트레킹하는 기분이었다. 좁은 산길은 중간 중간 허물어지거나 낭떠러지 쪽으로 흙이 깎여 나가 멍하니 걷다가는 선경 같은 화폭 속의 인물이 되고 말 것 같았다. 절벽으로 길이 끊긴 구간은 절벽을 깎아내 걸어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내놓았으나 높이가 낮아 절로 머리를 숙이거나 몸을 낮춰야 했다. 이러한 산길 대부분이 양을 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만든 길이라 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길 위쪽의 풍광은 어마어마한 절벽이 덮칠 듯하면서도 산록이 키 작은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런 풍광 때문일까. 예로부터 석애구가 세외도원(世外桃園), 즉 세상 밖의 무릉도원이라 불려왔던 것인가.

산골마을을 지나 잘 다듬어진 콘크리트길을 따르자 어느 순간 제법 커다란 마을이 나타나고 노변에는 노점상들이 이 지역에서 나오는 산나물과 버섯, 마른 산열매 같은 것을 팔고 있었다. 꼭 설악산이나 속리산 같은 유명산의 들머리를 지나는 기분이었다. 구련산 트레킹 종점이자 왕망령·만선산 트레킹의 기점인 주가포(周家鋪)였다.

고승포도를 따르다 만나는 기암. 중국인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움 조망처다.

안개 속에 선경 자아내는 왕망령~만선산 트레킹

“청도에서 구련산 밑에까지 오는 데 버스로 10시간도 넘게 걸렸는데 하남성에서 산서성 오는 데는 한나절밖에 안 걸렸잖아?”

아침에 출발한 구련산 입구는 하남성이었고, 점심을 먹기 위해 머물고 있는 주가포는 산서성이었다. 22개 성(省), 5개 자치구(自治區), 4개 직할시(直轄市), 2개 특별행정구로 행정구역이 나뉘어지는 중국은 우리의 땅덩어리에 비해 97배나 되다 보니 성 하나만 해도 가로지르려면 한나절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전 한나절에 하남성에서 산서성으로 이동했다 생각하니 한편으로 신기하다 싶었다.

5년 전부터 5억 위안을 들여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는 주가포에서 점심을 먹고 셔틀버스를 타고 왕망령으로 향했다. 우리가 달리는 관광도로 역시 바위를 뚫는 등 난공사를 통해 만든 도로다. 셔틀버스를 타고 15분쯤 달리자 고원처럼 널찍하고 아늑한 고갯마루 아래 닿았다.

계단 길을 15분쯤 오르자 능선 너머 좌측으로 산허리를 가로지른 도로가 보였다. 절벽을 깎아 만든 괘벽공로(掛壁公路)였다. 중국인들의 ‘만만디(慢慢的)’ 기질은 태항산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999계단 길과 200m 높이의 바위 절벽 길 같은 길들은 모두 오랜 세월 동안 사람 손으로 깎고 다듬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배경이 되는 산이 또한 태항산이다. 90세가 넘은 우공(愚公)이 둘레 700리가 넘는 태항산을 발해만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비웃었으나 우공은 자손 대대로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산을 옮길 수 있다 믿고 계획한 일을 묵묵히 했고 이에 옥황상제가 감동받아 산을 옮겨 주었다는 얘기(<列子> 湯問篇)가 나온 산이 태항산이다.

계단 길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붙는 사이 대자연의 풍광에 감탄스런 표정을 짓고, 진한 감동을 참지 못해 함성을 지르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에게도 태항산은 새로운 풍광을 보여주는 관광지인 듯싶었다.

계단 길은 화강암 판석이 깔린 탐승로로 이어지고, 그러다 가파르거나 절벽이 나오면 철계단이 길을 이어주었다. 구련산 허릿길은 수백 길 절벽 위로 난 길이지만 시종 해발 800~900m에 불과했다. 반면 왕망령 산길은 해발 1,300m에서 시작해 1,600m대까지 높이를 올렸고, 그로 인해 기온이 한층 낮아졌다. 점심 먹기 전에는 조금만 빨리 걸어도 등줄기에 땀이 촉촉이 배었는데 지금은 꽤 가파른 계단 길을 올라도 숨만 가쁠 뿐 더위를 느낄 수가 없었다.

답사팀이 따르는 고승포도(高僧布道)는 산 왼쪽 사면을 따를 때는 기암괴봉의 절정을 보는 듯하다가 산릉 위로 올라서자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지면서 왕망령 서문 뒤편의 만선산은 거대한 기암들이 경쟁하듯 솟구쳐 올라 힘이 넘치는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능선 길은 기암의 전시장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아들이 다정히 껴안고 있는 듯한 모자(母子)바위, 너무 좋아 입을 맞추려는 한 쌍의 개구리바위 등 크고 작은 기암들이 다양한 형상으로 능선이 만화동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왕망령은 오후 4시를 넘어서자마자 우리 눈의 호사를 시샘했는지 안개를 불러들이고, 웅관태항(雄冠太行)이란 지명의 능선마루 관광지에 도착하자 거센 바람을 몰아쳤다. 그래도 안개가 살짝이라도 걷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운남성 곤명의 ‘소석문(小石門)’ 축소판 같은 분위기의 소태항(小太行)을 지나 해맞이 명소라는 관일대(觀日臺)에 다가섰으나 안개는 오히려 더욱 짙어지고, 하산로마저 감춰 버렸다.

중국 현지 가이드로 몇 차례 답사를 해온 양걸석 사장 등 여러 사람이 길목을 찾아 나섰는데도 오리무중. 그러다 관일대를 중심으로 도는 산길을 두어 바퀴 돌고 나자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산길을 열어주었다.

묘한 풍경이었다. 알프스 산록을 보는 듯 파란 초원이 나타나더니 신비감 넘치는 기암 숲 속으로 들어섰다. 절벽 허릿길 앞으로는 우리의 입성을 축하해주기라도 하려는 듯 두 개의 기암이 비쭉 솟아 있고, 그 아래로는 산봉과 산릉이 겹을 이루며 선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관일대 부근에서 안개 속을 헤맬 때의 짜증스러움은 언제였냐는 듯 사라지고 대신 휘둥그레진 눈과 입에서는 신음소리와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둠 속의 만선산 계곡을 어렵사리 빠져나와 예정대로 오후 7시30분경 태항풍경원(太行風景苑)으로 내려섰으나, 우리를 태운 버스가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맨 데다 고속도로에서는 앞차 고장으로 정체되면서 임주의 숙소에 도착한 것은 예정 시간을 두세 시간 넘긴 밤 12시경이었다. 그렇게 피곤한 상태에서도 새로운 풍광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답사단원들은 이튿날 아침 약속된 시각에 숙소 앞에 모여 도화곡(桃花谷)으로 이동했다.


중국 10대 협곡 도화곡과 왕상암 트레킹

중국의 10대 협곡 중 하나라는 도화곡은 왕상암(王相岩) 풍경구와 이웃해 있었다. 도화곡은 협곡 속의 비경지였다. 골짜기를 들어서자마자 ‘飛龍峽(비룡협)’이란 글자가 새겨진 절벽단애(絶壁斷崖·제1경)가 웅장하게 협곡을 이루고 있고, 곧이어 절벽을 뚫고 쏟아지는 듯한 물줄기와 너른 황룡담(黃龍潭)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다. 철계단 길을 따라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협곡 안에 들어서 이번에는 궁주(宮珠)라는 묘한 터가 잠시 숨을 돌리게 하더니 아예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골짜기가 좁아졌다가 넓디넓은 암반 뒤로 거대한 바위 절벽이 우뚝 솟구쳤다.

30~40분간 이어진 도화곡 탐승은 주렴을 늘어뜨린 듯한 인공폭포 앞에서 끝나고 빵차 드라이브로 이어졌다. 빵처럼 생겼다 하여 일명 ‘빵차’라 불리는 승합차는 우리나라의 다마스 승합차처럼 작고 문이 양쪽으로 나 있어 타고 내리는 데 수월했다. 빵차 드라이브 코스는 기암절벽을 가로지른 23km 길이의 환산선(還山線)이었다. 환산선은 산골 마을과 마을을 잇는 촌촌통로(村村通路)가 3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가 5년 전 2차선 콘크리트 도로로 변모한 것이다.

1 답사단원들이 왕망령을 내려선 다음 신선들의 거처 같은 기암괴봉 숲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2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화곡 트레킹. 3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상이라는 이룡희주(二龍戱珠). 4 절벽을 타고 내려서는 왕상암 탐승로.

구련산이나 왕망령~만선산 트레킹이 풍광 위주라면 환산선 탐승은 산간오지에 사는 중국인들의 생활도 함께 엿볼 수 있는 코스였다. 넓적한 돌로 지붕을 얹은 가옥을 드나드는 이들은 허리 구부정한 노인이 대부분이었고, 무거운 절벽의 좁은 테라스마저도 그냥 놔두지 않고 옥수수나 콩을 심어 놓은 것을 보면 고속도로를 서너 시간 달리는 동안 끝없이 펼쳐지는 대지에서 사는 이들과 달리 삶이 그리 녹록치 않으리라 싶어졌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빵차를 타고 20분쯤 달리다 하차해 올라선 조망대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중국 청소년들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환산선을 반쯤 돌았을 때 양걸석씨는 “여기서 계속 차를 타고 왕상암 입구까지 갈 팀과 걸어 내려갈 팀과 나누자”고 했으나 모두 도보 탐승 쪽에 손을 들었다.

절벽 길과 계곡 길을 이어놓은 왕상암 관광지는 예로부터 중국의 명인들이 숨어 산 곳이다. 지금 이름 ‘왕상암’은 중국 최초의 나라인 상(商)나라 왕(王)과 노예 출신의 재상(宰相)이 함께 거주했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절벽 중턱에 자리 잡은 고색창연한 도교 사원을 지나 숲 속으로 들어서자 산길은 부드러워지고 곧 기암절벽 밖으로 빠져나왔다. 선경을 눈과 마음속에 듬뿍 담고 내려선 답사단원들의 얼굴은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남태항산 접근법

태항산 트레일 개척 주도한 양걸석씨
“옛길과 목축로를 이어 계단 길을 피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리 등산인들이 싫어하는 계단 길을 피하기 위해 옛길이나 목축로를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고 또 그들에게 안내를 부탁하며 길을 찾아다니자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항산 산길 개발에 기여한 사람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의 양걸석(梁杰錫·49·산악투어 대표)씨다. 양씨는 태항산 트레킹 코스 개발을 위해 올해 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10여 회나 태항산을 찾고, 한 번 갈 때마다 10여 일 이상 현지에서 지내면서 우리 길 개척에 애를 써왔다.

1980년대 말부터 여행업에 몸담아오다 1999년 산악투어의 문을 열고 중국과 일본 트레킹과 관광에 주력하고 있는 양걸석씨가 추천하는 태항산 트레킹 코스는 이번에 답사한 천호폭~천제 길 대신 천문구나 노제구 협곡을 거슬러 천길 낭떠러지 허릿길로 올라붙은 뒤 200~300m 높이의 기암절벽이 도열한 홍암협곡과 유수성이 올라앉은 석애구 일원을 탐승하며 주가포까지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이어 관광도로 대신 산길을 따라 관일대에 올라섰다가 선경을 자아내는 만선산 계곡으로 내려서는 약 8시간 코스다. 양걸석씨는 임주보다는 트레킹 기점과 차량으로 1시간 거리인 신양에 머무는 게 태항산을 트레킹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고 귀띔해주었다.

노산과 태산 같은 중국 명산에서 풍광이 뛰어나고 자연미 넘치는 옛길 코스를 개발해온 양걸석씨는 “태항산 일원에는 아직도 비경지가 많다”며 “현재 네 가닥 정도 더 파악하고 있는데 길이 완성되는 대로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선박·항공으로 중국 도착 이후 차량으로 이동해야

태항산맥 답사단은 인천에서 위동페리로 서해를 가로질러 청도에 접근한 다음 하택(荷澤)~신향(新鄕)을 거쳐 구련산과 왕망령·만선산을 트레킹한 뒤 임주(林州)에서 하루 더 묵고 이튿날 도화곡과 왕상암 풍경구 답사를 마쳤다. 이후 제남에서 하루 묵은 다음 청도로 돌아온 뒤 위동페리를 타고 인천으로 되돌아오는 여정을 따랐다. 선박 이동시간은 왕복 약 30시간, 차량 이동거리는 약 1,800km로 이동시간이 길기는 했으나 중국이 얼마나 넓은 땅으로 이루어졌는지 실감할 수 있는 코스였다.

위동해운 청도행 뉴골든브리지5호(2만9554톤·660명)는 매주 일·화·목요일 오후 5시 인천 제2국제여객터미널을 출발, 이튿날 오전 9시경 청도에 도착한다. 식당(1인당 4,000~7,000원) 외에도 카페, 노래방, 무료영화관, 대중탕, 면세점을 운영한다. 문의 032-777~0490, www.weidong.com.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태항산 트레킹 기점은 하남성 임주시(林州市)로,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은 승용차로 약 2시간 떨어진 하남성 정주시(鄭州市)이며, 임주시와 약 4시간 거리인 산동성 성도 제남시(濟南市)에도 국제공항이 있다. 정주는 대한항공이 주 2회 운항하고, 제남은 대한항공과 북방항공이 각각 주 2회씩 운항한다. 여행 문의 산악투어 02-730-7227.

중국 태항산 위치도


/ 글 사진 한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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