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 김인경·문지연씨, 100평 규모 실내인공암장 ‘매드짐’ 개장

[488호] 2010.06
입력 2010.06.16 09:49

덕성여대 女傑들이 실내인공암장 만들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교육 전용 실내인공암장이 탄생했다.

“머릿속에 그렸던 모습 그대로 매드짐이 완공돼 너무 기쁘다”는 김인경씨와 문지연씨(앞).
5월 13일 클라이밍 동호인들의 축하 속에서 개장한 매드짐(Mad Gym)이 그것이다. 303㎡(100평) 넓이의 실내 공간에 242㎡(약 80평) 규모의 암장이 들어섰고, 부대시설로 트레이닝실·남녀 샤워장·휴게실 등이 갖춰져 있다.

암장지기는 덕성여대 산악부 출신의 열성 클라이머인 김인경(金寅慶·35)·문지연(文芝連·34)씨. 덕성여대 산악부 선후배 사이인 두 여성 산악인이 새벽부터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한 달간 이 암장 개설에 매달렸지만 구상은 1년 전부터 해왔다.


1년 전부터 구상… 한 달간 공사로 완공

외벽 공사에 1장당 약 1평 넓이(244×122cm)의 합판 170장이 사용된 매드짐의 특징은 단열과 환기를 위해 건물벽과 70cm의 공간을 두고 인공벽을 빙 둘러세웠고, 각기 40평 규모의 볼더링 공간과 지구력 향상 및 강습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5개의 볼더로 구성된 볼더링 공간은 다양한 각도와 모양의 벽이 만들어져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에 막 입문한 초급자를 위해 95~110도 벽과 칸테 코스도 만들고, 중급자를 위한 좁은 루프, 그리고 수준 높은 클라이머들이 훈련할 수 있는 폭이 넓은 루프와 맨틀링 벽도 세웠다.

합판 3장을 가로로 매끈하게 연결해 다른 구조물을 쉽게 붙일 수 있는 루프 벽은 매드짐이 심혈을 기울인 벽이다. 실내암장 바닥에는 30cm 두께의 매트 외에 이동식 보조 매트가 깔려 있지만 층고(層高) 3.4m의 공장용 건물이라 추락 위험이 높아 천장에는 인공홀드를 부착하지 않았다.

매드짐이 가장 신경쓴 공간은 ‘지구력 향상 및 강습 공간’이다. 95도의 초보벽(등반벽 길이 4.5m), 110~120도의 중급벽(4.5m), 145~160도의 고급벽(4.5m), 80~180도의 루프벽(6m)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무엇보다 강습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 중 다른 회원에게 방해받지 않기 위해 입구도 좁게 만들어놓았다.

‘클라이밍에 폭 빠진 사람들의 실내암장(Mad for Climbing in Gymnasium)’이란 의미의 매드짐은 한국여성산악회 회장인 배경미(덕성여대 OB·아시아산악연맹 사무국장·대한산악연맹 국제교류이사)씨가 남편 김태삼(푸른여행사 대표)씨와 함께 무교동에서 운영했던 실내인공암장의 이름이다.

(좌)매드짐 볼더링 공간. 다른 인공구조물을 붙일 수 있도록 루프를 단순하면서도 길게 만들었다. (우)암장 명칭은 대학 선배가 운영하던 실내암장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저희가 늘 존경하던 배경미 선배한테 부탁했어요.‘매드짐’ 이름 좀 사용하게 해 달라고요. 2000년 개장 후 1년간 문을 열었을 때 제가 운동한 곳이기도 하거든요. 언니가 흔쾌히 허락했어요. 전국의 여러 암장을 직접 답사해보고, 또 웹사이트를 통해 외국의 실내암장들도 꼼꼼히 살펴봤어요. 수백 장의 사진을 펼쳐놓고 단면도와 3D 영상을 비교하면서 설계했고요. 머릿속에서 구상한 설계도면과 똑같은 실내인공암장이 만들어져 너무 기뻐요.”

개장을 이틀 앞두고 한창 전기공사 중인 매드짐에서 만난 김인경씨와 문지연씨는 “여자 둘이서 남자 기술자를 상대해야 하는 실내암장을 만들자니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홀드를 무상으로 제공해주겠다 하여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 약속을 깨뜨린 게 가장 황당한 일이었고, 목수를 비롯해 남자들도 대하기 어려운 건축전문가들을 상대하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아마 여자 둘이서 80평 실내에 바닥 깔면서 인공암장 만든 건 저희가 처음일 거예요. 처음엔 돈에 맞춰 60평 정도 생각했는데 누가 홀드를 무상으로 주겠다고 해서 100평으로 늘린 거예요. 갑자기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이 약속을 깨뜨리는 바람에 황당했고 평수를 줄일까 고민도 했어요. 한데 ‘돈에 무릎 꿇지 말고 당당하게 나가라’며 도와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너무도 많은 거예요. 벌면 갚아라 하시면서 말이에요. 설계에서부터 간판, 전기공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중동고 OB 선배님들이 도와주셨어요. 대한산악연맹 이인정 회장께서는 ‘덕성여대 출신들은 정말 극성’이라면서 봉투를 건네주기도 하셨고요. 그런 좋은 선배님들 덕분에 암장공사를 하면서 희망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수시로 떠올랐어요.”

김인경씨는 강습과 홍보…문지연씨는 운영과 관리 담당

“매드짐을 최고의 교육장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김인경씨와 문지연씨(왼쪽).
김인경씨는 여성 클라이머로서는 노장이랄 수 있는 30대 중반 나이에 10, 20대 어린 후배들과 기량을 겨뤄 지난해 아시안챔피언십에서 통합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통합 5위가 목표였는데 초과 달성해 정말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는 김인경씨는 20대 후반 스포츠클라이밍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히말라야 고산 등반의 꿈을 고수해왔다. 그 꿈이 1997년 대학산악연맹 가셔브룸2봉 원정에서 이루어지는가 했는데 거기에서는 죽음의 공포만 체험해야 했다.

“크레바스에 빠져 15m나 떨어졌는데 운 좋게도 눈턱에 걸렸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이 점점 주저앉지 뭐예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설벽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빤빤한 얼음 벽이 손에 잡힐 리 있겠어요. 손톱으로 계속 긁기만 했죠. 구조될 때까지 다섯 시간은 걸렸나봐요. 한낮에 빠졌다가 한밤중에 빠져나왔으니까요. 크레바스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그대로 실신했어요. 탈진했던 거죠.”

그렇게 처절한 상황을 겪었음에도 6년 뒤인 2003년 또다시 흰산에 도전했다. 이번엔 북미 최고봉 매킨리였다. 그 등반 역시 정상을 올려치다 폭풍설에 밀려 철수하던 중 후배 대원이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후송하는 데 애를 먹고 정작 등정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귀국 후 김인경씨는 스포츠클라이밍에 열중했다. 원정에 앞서 균형감각을 키우기 위해 시도한 실내인공암벽 등반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말 밤낮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운동했어요. 넬슨스포츠에 근무할 때는 새벽에 두 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퇴근 후 저녁 8시부터 실내암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운동을 했어요. 거기에 만족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한 1년간 아예 스포츠클라이밍에만 전념했던 거예요.”

김인경은 학문에 대한 열정도 뜨거워 대학 전공(회계학)과 무관한 사회체육학을 공부하기 위해 연세대 사회체육학과에 학사 편입했는가 하면 지난해 한국체육대학에서 ‘배낭 부하에 따른 알파인 폴의 사용 유무가 하지 모멘트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김인경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꾸준한 대회 참가를 통해 자신의 결점을 파악해 훈련을 극복해온 현역 스포츠클라이머이기도 하지만 스포츠클라이밍 강사로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해왔다. 코오롱등산학교 실기강사, 한국등산지원센터 자문위원, 대학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위원, 등산아카데미 대표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인경씨는 경희대에서 스포츠클라이밍 강의를 맡고 있고, 간혹 고려대에서 특강도 한다.

(좌) 쾌적한 환경의 샤워장 내부. (우)80명이 이용할 수 있는 라커시설.
“강사를 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누군가 열정적으로 가르치다 보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일정 공간을 차지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죠. 이 암장 저 암장 떠돌아다니며 강습을 하다 보니 보따리장사하는 기분도 들었어요. 그래서 지연이랑 1년 전부터 우리 암장을 지을 생각을 했던 거예요.”

김인경씨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통해 피드백을 쌓아 재생산하고, 또 나이 든 분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는 법을 배운다”며 “교육을 천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배에서 ‘동업자’로 한 단계 상승한 문지연씨는 매드짐에서 운영과 관리가 주 업무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만만찮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얼마 전까지도 수학 강사 생활을 해온 문씨는 대학 2학년 때 산악부를 그만둔 뒤 도보 산행만 즐겨왔다.

그러다 선배 김인경씨가 한국체육대학 대학원에 다니면서 문씨는 전문등반에 다시 재미를 들였다. 당시 일산 집에서 송파구 오륜동 한체대까지 다니자니 너무 멀다 싶어 고민하던 중 수학 강사 생활을 하는 후배 문지연씨가 학교 부근에 산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그래서 김인경씨가 문지연씨에게 내건 조건이 “얹혀 사는 대신 스포츠클라이밍을 가르쳐주겠다”는 것이었다.

“수학 문제 풀다 죽는 게 꿈”이라 말할 만큼 수학을 좋아한다는 문지연씨는 턱걸이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체력이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었다. 인공등반이 마치 퍼즐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실내암장에서 문제를 못 풀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천장에 홀드를 그려 놓고 몸까지 써가며 상상등반을 하곤 했다. 그렇게 점점 마니아로 빠져들 즈음 김인경씨는 또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그게 매드짐이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암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문지연씨가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김인경씨는 강습과 홍보에 주력할 생각이다. 1주일에 1회씩 운동을 통해 체지방을 확인하고 문제 풀이 능력을 체크한 뒤 다음 문제를 제시해주는 ‘운동처방반’, 1주일에 2회씩 운동을 통해 스트레칭 능력을 향상시키고 복부·둔부·하부·척추기립근으로 이루어진 파워존을 강화시키는 ‘스트레칭·파워등반반’, 턱걸이와 캔버싱 운동을 통해 등반에 필요한 근력을 단련시키는 ‘체력트레이닝반’ 등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최고의 스포츠클라이밍 교육장 만드는 게 꿈


서울뿐 아니라 안양·수원·인천에서 접근이 쉬운 전철 1호선 독산역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김인경씨와 문지연씨는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프로그램도 더욱 다양하게 개발하고 일반인을 위한 다이어트반, 유아반, 중·고생을 위한 특별활동반도 끌어들일 생각”이라며 “매드짐이 최고의 교육장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첫 번째 꿈이라면 2호점, 3호점 계속 늘려나가는 게 두 번째 꿈”이라고 밝혔다.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예요. 그렇지만 모두 선수로 성공할 순 없잖아요?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열심히 아름답게 운동해온 후배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어요. 자신이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드짐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거예요.”

김인경씨는 “모든 일을 생산적으로 끌고 나아가는 게 저희를 도와주신 선배님들의 뜻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매드짐 주소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331-44.
문의 02-809-5014 


  /글 한필석 부장 사진 허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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