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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심포지엄 | 산림문화와 인문학] ‘교목·관목에 양분 주는 훌륭한 숲’ ‘삶이 죽음을 부둥켜안고 있는 숲’

월간산
  • 입력 2012.12.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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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과 아름드리나무가 어울린 숲에 대한 두 해석

깊은 숲속에 고목나무가 쓰러져 있고 그 옆으로 아름드리 나무들과 초목들이 무성히 우거져 자라고 있다. 이 상황을 생태과학적으로, 그리고 인문학적으로 묘사하면 어떻게 될까?

1 미국의 숲해설기획 전문가 리사 브로추(Lisa Brochu)가 초청연사로 나서 ‘숲해설의 기획과 기법’에 대해서 강연하고 있다.
1 미국의 숲해설기획 전문가 리사 브로추(Lisa Brochu)가 초청연사로 나서 ‘숲해설의 기획과 기법’에 대해서 강연하고 있다.

우선 생태과학적으로 살펴보자. ‘교목과 관목이 고사목에서 나오는 자양분을 영양분으로 푸르른 숲을 구성하고 있으며, 건강한 숲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인문학적으로는 ‘죽은 나무가 다른 살아 있는 나무를 키우고 있으며, 삶이 죽음을 부둥켜안고 있는 장면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숲은 미래로 진행되고 있는 아주 오래된 과거이며, 과거가 미래를 향해서 전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숲에 대한 미학적 접근이며, 인문학적 가치 해석이다.

탁광일(캐나다 네이처워커 에듀케이션) 대표는 11월 2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림문화와 인문학’이란 주제로 열린 산림문화 심포지엄에서 ‘숲의 인문학적 이해’를 발표했다. 그는 “인간은 동물·새·곤충 등 뭇 생명과 나무가 어울린 숲 속에서 아름답고 평화롭고 경이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매년 남한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1,600만㏊의 숲을 파괴해, 한때 지표면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숲이 현재는 30%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숲에 대한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모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산림을 제대로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과학·기술·생태학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결국 인문학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숲의 인문학적 가치는 미적 가치와 영성적(靈性的) 가치로 구분된다. 숲은 비의도적이며 자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미적가치가 크다. 이는 인간의 의도와 꾸밈이 있는 박물관, 미술관, 정원처럼 인공적인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원시의 숲에서 인간은 진정한 야생의 감정을 깨달을 수 있다.

숲은 영혼의 안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영성의 공간이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비추고 들어오는 햇빛과 숲속의 나무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을 비교할 때 어느 빛에 더 영성이 느껴지는지는 상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현대 인간은 더 이상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놀거나 다른 생명체들과 교감하지 않으면서 신체·정서적 문제가 발생하는 ‘자연결핍증’ 증세를 갖고 있다. 나아가 숲의 아름다움을 이해 못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림과학계는 인문학적 접근을 강조해야 하고, 인문학계는 과학적 이해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탁 대표는 주장했다. “숲해설은 인간을 위한 해설이지, 숲을 위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고 그는 덧붙였다.

“숲은 긍정적 힘을 발휘하게 하는 요소”
이어 김동주(숲감성프로그램연구소) 소장은 ‘숲해설을 위한 감성학’이란 주제를 발표하면서 “숲을 느끼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다”며 “동심의 아이들은 나무를 보는 순간 나무가 되고, 나비를 보는 순간 나비가 되는 등, 오감을 통해 무의식적 프로세스가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감성이 열리면 긍정적 힘이 매우 강해지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결국 “숲은 인간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힘을 발휘하게 하는 요소”라며 “감성을 열고 꿈을 볼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뇌에서 긍정의 힘이 열리고 모든 스트레스로부터 치유가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2 ‘숲의 인문학적 이해’를 발표하는 탁광일(캐나다 네이처워커 에듀케이션) 대표. 3 ‘숲해설을 위한 감성학’
에 대해 발표하는 김동주(숲감성프로그램연구소) 소장.
4 ‘숲과 문화콘텐츠’에 대해 발표하는 유영초 (산림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5 ‘산림미학, 숲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숲해설’을 발표하는 김기원(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2 ‘숲의 인문학적 이해’를 발표하는 탁광일(캐나다 네이처워커 에듀케이션) 대표. 3 ‘숲해설을 위한 감성학’ 에 대해 발표하는 김동주(숲감성프로그램연구소) 소장. 4 ‘숲과 문화콘텐츠’에 대해 발표하는 유영초 (산림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5 ‘산림미학, 숲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숲해설’을 발표하는 김기원(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유영초(산림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은 ‘숲과 문화콘텐츠’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숲이야말로 모든 콘텐츠의 원천”이라며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인 진선미도 숲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를 ‘문화콘텐츠의 시대’라고 가리키면서 가우디의 “예술에서 창조(Originality)는 근본(Origin)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라는 말로 갈음했다.
김기원(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도 ‘산림미학, 숲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숲해설’에 대해서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숲해설부회장을 지냈고 미국의 숲해설기획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사 브로추(Lisa Brochu)가 초청연사로 나서 ‘숲해설의 기획과 기법’에 대해서 강연했다.

그녀는 “미국숲해설협회에서는 숲해설을 고객의 호기심과 자연 및 문화자원에 내재된 의미 사이에 지성·감성적 결합이 일어나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훌륭한 숲해설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자신이 쓴 <해설적 기획: 성공적인 기획 프로젝트를 위한 5-M 모델>의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첫째는 관리(Management). 이는 기관의 운영구조를 말하며, 목표는 예측 가능하게 설정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시장(Markets), 이는 개별 매체의 주 타깃이 특정 고객을 향하도록 고객 분할은 물론 가격 매김과 홍보전략을 의미한다. 이어 메시지(Message)는 자원과 연관된 주제적 콘텐츠를 말한다. 왜 이 주제가 중요한지, 무슨 연관이 있는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절차와 방법(Mechanics)은 목표로 하는 방문자의 경험을 설계하는 종합적 방법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Media)는 추구하는 목표를 지지하는 타깃, 청중이나 고객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인간적 또는 비인간적 방법들의 조합을 가리킨다. 이는 해설자와 방문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요 요소라고 강조한다.

현대는 인문학의 빈곤시대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 만큼 인문학이 부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문학적 사유와 물음은 모든 학문의 기초를 이루고 인간행위를 정하는 형식을 이룬다. 문학은 복잡한 인간현상과 인간관계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고, 역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키는 고리역할을 하는 동시에 삶의 좌표를 그릴 수 있게 하고, 철학은 체계적 방식으로 삶을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문사철(文史哲)’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적사유와 내면의 세계를 키워주는 인문학. 그 인문학이 숲과 연결돼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치유(Healing)’란 이름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날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열린 ‘산림문화와 인문학’ 심포지엄에도 200여 명의 전국의 숲해설가와 관련자들이 모여 초청강연과 주제발표를 듣고 열띤 질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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