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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원더풀 라이프&캠핑 | 견지낚시] “연날리기보다 쉬운데 손맛은 월척급!”

글·손수원 기자 | 사진·한준호 기자 | 취재협조·한국민속전통견지협회, 단양 보발캠핑장
  • 입력 2013.07.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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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씨 가족의 단양 견지낚시 체험
강물에 들어가 누치, 끄리 낚아…포인트 찾으면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어

나무 아래 그늘에 해먹을 걸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여름캠핑의 매력을 만끽하고 있는 이경호씨 가족.
나무 아래 그늘에 해먹을 걸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여름캠핑의 매력을 만끽하고 있는 이경호씨 가족.

큰일 났다! 어느 달 한 번 크고 작은 문제가 터지지 않은 때가 없었으나 이번에는 정말 ‘대박 사건’이 터졌다. 견지낚시와 캠핑체험을 하기로 했던 가족에게 갑자기 다급한 상황이 생겨 취재 당일 아침에 참가를 취소한 것. 워낙 다급한 사안인지라 무조건 오라고 할 수도 없어서 부랴부랴 체험을 대체할 가족을 섭외했다.

급박한 사정을 듣고 한 걸음에 충북 단양까지 달려온 가족은 이경호(43)씨와 아내 서수정(35)씨, 그리고 한 살 난 딸 현이다. 급하게 경호씨 가족이 단양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일정이 많이 늦어졌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견지낚시를 하기엔 땡볕인 정오보다 오히려 나은 시각이다. 바로 가곡리 근처의 강에서 만나 낚시체험부터 하기로 했다.

400여 년 전통의 전통레포츠

견지낚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낚시다. 견지란 ‘외짝 얼레’란 뜻이다. 연을 날릴 때 실을 감는 도구가 바로 얼레다. 그러니까 외짝 얼레란 말을 쉽게 풀이하자면 ‘한쪽에만 손잡이가 있는 얼레’가 될 것이다.

견지낚시는 하는 방법이 쉬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견지낚시는 하는 방법이 쉬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견짓대는 길이가 50~60cm 남짓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낚싯대면서도 제 몸보다 큰 물고기를 척척 낚아 낼 수 있는 재주꾼이다. 모양은 섭대(머리 부분)가 살짝 비틀어진 파리채를 닮았다.

견지낚시는 방법이 쉬워 초등학생만 되어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전통레포츠인 셈. 수온이 올라가 강물에 들어가도 춥지 않은 6월 초부터 10월 초까지가 견지낚시철이다.

견지낚시의 역사는 분명하지 않지만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그린 ‘소요정’이란 그림에는 삿갓을 쓴 강태공 두 명이 배에서 견지낚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정선이 이 그림을 그린 연도가 1600년대 말쯤 되니 견지낚시의 역사는 최소한 400년은 넘는 셈이다. 견지낚시는 얼음구멍을 뚫고 즐겼던 삼봉낚시, 장어낚시, 쏘가리낚시 등 20여 가지의 종류가 있지만 현재는 배견지와 여울 흘림낚시 두 가지만 전해 오고 있다.

오늘 체험할 견지낚시는 강여울에서 하는 흘림낚시다. 단양의 남한강은 충주호의 최상류로, 물이 깨끗하고 여울목과 돌무덤이 많아 견지낚시를 하기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한국민속전통견지협회 조성욱 협회장의 지도에 따라 바지와 장화가 결합된 웨이더(낚시 바지)를 입고 구명조끼도 착용했다. 견지낚시는 물살이 있는 여울에 직접 들어가서 하기에 구명조끼는 기본이다. 더구나 웨이드를 입은 상태에서 넘어지면 옷에 물이 차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수영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구명조끼는 필수다.

(왼쪽)미끼로 쓰는 구더기는 양식이라 깨끗하다. 보통 바늘 하나에 세 마리를 끼운다.  /  여름철 잘 잡히는 누치. 힘이 장사라 손맛이 제법 좋다.
(왼쪽)미끼로 쓰는 구더기는 양식이라 깨끗하다. 보통 바늘 하나에 세 마리를 끼운다. / 여름철 잘 잡히는 누치. 힘이 장사라 손맛이 제법 좋다.
장비는 간단하다. 4호나 5호 정도의 바늘이 달린 견짓대와 미끼통, 그리고 잡은 물고기를 산 채로 넣어 두는 망인 살림망과 이것을 걸어 두는 수장대만 있으면 된다.

미끼통에 구더기와 깻묵을 붓고 물을 끼얹어 충분히 불린 후 미끼통을 목에 걸었다. 구더기는 양식한 것으로 깨끗하다. 그래도 아이들이나 여성들이 보기에 징그러운 것은 마찬가지라 요즘은 구더기 모양으로 만든 가짜미끼를 사용하기도 한다. 견지꾼들은 구더기를 ‘구씨’ 또는 ‘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더기란 단어의 어감이 좀 나쁜 탓이기도 하고, 짜릿한 손맛을 주는 기특한 녀석이기에 귀여워서 그러기도 한다.

흘림낚시의 포인트는 여울이 끝나고 소(沼)가 시작되는 지점. 견짓대를 손에 들고 등에 끼우고 포인트까지 걸어간다. 물살이 제법 센지라 한 걸음을 제대로 옮기기 힘들다.

뒤뚱뒤뚱 걸어 겨우 포인트에 도착했다. 수장대를 세우고 살림망을 매달았다. 수장대는 여울에서 지팡이 대용으로도 쓸 수 있어 편리하다. 살림망 설치까지 마치고 등에 꽂았던 견짓대를 빼서 왼쪽 겨드랑이에 끼우고 구더기를 세 마리 정도 바늘에 꽂았다. 경호씨야 별 어려움 없이 구더기를 만지지만 수정씨는 아예 쳐다보지도 못하는 지경이다. 보다 못한 경호씨가 대신 구더기를 끼워 줬다.

누치를 잡고 즐거워 하는 수정씨. 포인트만 좋으면 3~4분에 한 마리씩 낚는 것도 어렵지 않다.
누치를 잡고 즐거워 하는 수정씨. 포인트만 좋으면 3~4분에 한 마리씩 낚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자, 미끼를 다 끼셨으면 물살을 이용해 줄을 4~5m쯤 푸세요. 바늘이 자연스럽게 떠내려가죠? 이제 물과 수평으로 채비를 채면서 줄을 조금씩 풀어 줍니다. 이것을 스침질이라 하고요, 동작은 크게 해주시고요. 자, 해볼까요? 당기고, 풀고~ 당기고, 풀고~”

경호씨와 수정씨는 “당기고~ 풀고~”를 읊조리며 스침질을 했다. 그런데 아직 동작이 영 어색하다. 게다가 빠른 물살 때문에 기우뚱거리는 몸을 가누느라 정신이 없다. 나름 줄을 푼다고는 하는데 바늘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런 때는 깻묵가루를 풀어 물고기를 모으는 게 상책이다.

황금어장에 미끼를 흘려보내라

하지만 물고기도 사람을 가리는지 불과 1m 간격으로 줄을 드리우는데도 강사의 견짓대만 분주하고 경호씨와 수정씨의 견짓대에는 당최 물고기가 붙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침질을 과감하게 해주어야 해요. 미끼를 물살이 갈라지는 곳으로 흘리지 말고 한 곳으로 흐르되 유속이 느려지는 곳으로 흘리면 잘 물어요.”

하지만 15m 반경 내에서 15분 이상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자리를 옮기는 편이 낫다. 견지낚시는 물고기를 기다렸다가 낚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찾아가 낚는 능동적인 낚시이기 때문이다.

강사가 조언을 하는 사이 경호씨가 들고 있는 견짓대의 마루대(손잡이 부분)가 힘차게 서너 번 휘더니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어, 이거 뭐지? 잡은 건가?”

“물었네요. 견지낚시는 입질이 따로 없이 갑자기 미끼를 잡아채니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해요. 이제 견짓대를 두 손으로 잡고 곧추 세운 후 천천히 줄을 감으세요. 물고기가 견짓대를 끌고 도망가려 하면 줄을 조금 풀어 주다가 힘이 빠져 멈추면 다시 감으면 돼요.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하려고 하면 안 돼요. 제 스스로 힘이 빠지게 하는 게 중요해요.”

처음 잡은 누치를 들어보이는 경호씨.
처음 잡은 누치를 들어보이는 경호씨.
견짓대는 짧고 가늘어서 물고기가 바늘을 문 충격이 줄을 타고 그대로 손으로 짜릿하게 전해진다. 한 번에 슥 딸려오지 않는 걸 보니 제법 덩치 있는 녀석인가보다. 줄을 감는 경호씨와 물고기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공기를 먹이면 쉬워요.”

아가미로 숨을 쉬는 물 밖에서 공기를 두세 번 마시면 맥을 못 추고 끌려온다고 한다.견짓대를 약간 들어 물고기를 바깥으로 몇 번 들어 올리자 기세 좋게 힘을 쓰던 물고기가 신기하게도 슬슬 끌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자기 영역에서 힘깨나 쓰는 놈인지라 5분여 동안 줄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결국 온몸으로 백기를 들고 투항한 녀석은 누치. 덩치도 제법 크다. 견지낚시로는 피라미와 갈겨니가 가장 많이 잡히고 쉬리, 꺽지도 많이 잡힌다. 한여름에는 누치도 많이 잡히는데, 20~30cm만 되어도 대어가 잡힌 것처럼 묵직한 손맛을 느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하지만 누치는 맛이 없어 대부분 잡아서 먹지 않고 바로 놔준다.

여울에 10분 정도밖에 서 있지 않았는데도 허벅지가 마구 당겨 온다. 수시로 스침질해야 하니 팔운동은 물론이고 물살을 버티고 서 있어야 하니 다리운동도 제대로다. 수정씨는 더 이상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경호씨도 20분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계단 수백 개를 오른 듯 운동효과가 대단하다.

현이는 아빠가 잡아온 누치가 신기한 듯 “뭉고기햐~ 뭉고기~” 하며 손가락으로 등을 콕콕 찔러본다. 처음 견지낚시를 해봤지만 딸이 신기해할 정도로 큰 누치를 잡아들인 경호씨도 으쓱한 마음이 드는지 다시 미끼를 끼워 여울로 나섰다. 현이는 그런 아빠를 바라보며 만세를 부르며 “아빠~아빠~ 하이팅~하이팅”을 외쳤다.

(위)캠핑장 뒤에 있는 작은 계곡. 물이 얕아 의자를 놓고 발을 담그기에 그만이다. /  현이는 난생 처음 맛보는 팥빙수 맛에 푹 빠졌다.
(위)캠핑장 뒤에 있는 작은 계곡. 물이 얕아 의자를 놓고 발을 담그기에 그만이다. / 현이는 난생 처음 맛보는 팥빙수 맛에 푹 빠졌다.
청정계곡에서 보낸 황제캠핑

한 시간 넘게 실컷 견지낚시를 즐긴 후 미리 텐트를 쳐놓은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급하게 온다고 사이트 구경을 하지 못했던 경호씨 가족은 초록 계곡을 배경으로 꾸며놓은 캠핑사이트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야, 주변에 다른 텐트도 없고 진짜 황제캠핑이네요! 계곡도 진짜 좋고요. 급하게 온 거지만 진짜 잘 왔는데요?”

캠핑장비에 관심이 많은 경호씨는 취재팀이 가져간 캠핑장비를 살펴보느라 눈이 초롱초롱하다. 난데없는 비상사태를 수습하느라 거의 초죽음이 되어 있는 취재팀을 위해 수정씨는 바비큐를 준비했다.

닭다리를 구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호씨 가족.
닭다리를 구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호씨 가족.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웠다. 지난달보다 훨씬 길어진 낮도 슬슬 땅거미를 드리우며 쉴 준비를 한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상관없이 모닥불의 정취는 변함없는 낭만을 선사한다.

캠핑장 바로 앞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어김없이 브레이크를 한 번씩 밟고 부러움의 눈길로 취재팀의 만찬을 바라보았다. 노란 가스랜턴 불빛 뒤로 계곡에 사는 반딧불이의 희미한 불빛들이 움직이는 별처럼 날아다녔다. 모닥불의 매운 연기마저 구수하게 느껴지는 초여름 밤은 힘들었던 하루를 모두 보상해 주려는 듯 특히 아름다웠다.

캠핑장 추천   단양 보발캠핑장

단양군에서 관리하는 작은 캠핑장이다. 1, 2캠핑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두 곳 모두 도로 옆 공터에 자리하고 각각 7개 정도의 텐트가 들어갈 수 있다. 두 곳 모두 간이 화장실 외에 다른 시설은 없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뒤쪽에 깨끗한 계곡이 있고 무료라는 점이 장점이다.

견지낚시 장비는 한국민속전통견지협회 단양 연수원(041-421-7885)에서 빌릴 수 있다.

하루 기준 견짓대, 웨이드, 구명조끼 세트를 1인 2만 원에 대여해 준다. 미끼는 5,000에 판매한다.(주소 충북 단양군 가곡면 사평4길 11-3)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에서 나와 매포·단양 방향 우회전→상진교차로에서 영월·동굴지구·단양 방면으로 우회전→고수삼거리에서 평창·영월 방향 좌회전→ 향산삼거리에서 보발리 방향 우회전 후 직진하면 우측에 보발1, 2캠핑장이 차례로 나온다.

이달의 게스트

이경호(43)·서수정(35)·이현이(1) 가족

현재 포토그래퍼로 일하는 경호씨는 여러 분야의 사진을 찍는 덕분에 출장이 잦다. 예전에는 캠핑취재 출장도 자주 다녀 지금도 상당한 수준의 캠핑지식을 자랑한다. 딸 현이가 아직 어려 직접 캠핑은 못 하지만 앞으로 좀더 크면 함께 캠핑을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단다. 언제 어디서나 딸의 재롱 보는 재미에 푹 빠진 화목한 가족이다.

초간단 캠핑요리 레시피

맥주에 취한 닭다리 구이

재료 닭다리, 맥주, 후춧가루 약간, 소금, 레몬

1 냉동 닭다리는 해동한다.

2 닭다리에 칼집을 내어 맥주가 잘 배어들게 하고 숯불에서 속까지 잘 익게 한다.

3 냄비에 맥주를 붓고 소금 1작은 술과 약간의 후춧가루, 레몬즙을 뿌려 간을 한 후 닭다리를 넣어 30분 정도 재운다.

4 숯불에 닭다리를 올리고 살살 굴려가며 익힌다. 센 불보다는 은근한 불에 익혀야 속까지 고루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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