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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섬 백패킹 코스가이드ㅣ옹진군 굴업도] 바다와 초원 그리고 눈을 압도하는 기암절벽

월간산
  • 입력 2013.07.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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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끝의 개머리 주변과 큰말해변이 야영하기 좋아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에서도 서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굴업도(掘業島)가 있다. 인천항을 기준으로 남서쪽 60km 해상에 위치한 절해고도로 넓이가 1.72㎢(약 52만 평)에 불과하다. 이곳은 1990년대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돼 홍역을 치렀던 섬으로 최근에는 골프장 건설 논란에 휩싸여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굴업도는 주변의 섬과 단순히 비교해도 상당히 작다. 덕적도나 선갑도의 덩치와 높이에 비하면 가냘프다 싶을 정도다.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섬 전체가 한눈에 들 정도로 아담하다. 하지만 굴업도의 진가는 가까이 다가가서 찬찬히 뜯어본 이들만이 확인할 수 있다. 백패킹을 즐기는 이들이 굴업도를 자주 찾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굴업도 북동쪽 봉인 연평산에 오르고 있다. 바위지대에서 보이는 섬 북쪽 해안의 기암절벽이 인상적이다.
굴업도 북동쪽 봉인 연평산에 오르고 있다. 바위지대에서 보이는 섬 북쪽 해안의 기암절벽이 인상적이다.
굴업도는 포장도로가 1.5km도 안 되는 작은 섬이라 걸어 다녀도 충분하다. 배낭을 메고 천천히 걸어서 가도 선착장에서 큰말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다. 선착장 부근의 오솔길을 타고 넘으면 5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선착장에서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굴업도 유일의 마을 큰말에 닿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속의 마을은 바람을 피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자그마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길을 따라 잠시 발길을 옮기니 시원하게 광활한 모래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큰말해수욕장이라고 불리는 해변이다. 남쪽을 향해 반원형으로 팔을 벌린 널찍한 모래사장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멀리 바다 한가운데 한문으로 ‘山’를 써 놓은 듯한 모습의 선단여도 인상적이며, 그 뒤로 백아도와 지도, 울도 등 덕적군도의 여러 섬들이 겹쳐지며 둘러섰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한 목기미 백사장.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한 목기미 백사장.
능선 위 초원에서 본 선단여. 세 개의 바위 기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능선 위 초원에서 본 선단여. 세 개의 바위 기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큰말해변은 간조 때 길이 500m에 폭 200m가량의 넓은 모래밭을 자랑한다. 이곳의 백사장은 분말처럼 고운 하얀 모래로 여름철 해수욕과 모래찜질을 즐기는 데 그만인 곳이다. 해변에는 소나무 숲 사이에 조성된 야영장과 화장실, 개수대, 샤워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굴업도 서쪽 개머리까지 이어지는 억새능선을 보려면 큰말해변 서쪽 끝으로 이동한다. 천천히 가도 두 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해변 끝의 돌이 드러난 곳에 쌓아둔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서 위쪽의 숲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묘한 모양으로 금이 간 바위를 밟고 숲으로 들어간다. 짙은 나무 그림자 사이를 뚫고 오르면 넓은 초지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능선에 오르면 해변에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억새가 군락을 이룬 광활한 능선에서 보는 남쪽 섬들의 올망졸망한 풍광이 눈길을 끈다. 북쪽으로 보이는 넓디 넓은 바다는 시원스럽다. 큰말해변에서 개머리 절벽 끝까지 변화무쌍한 풍광이 꼬리를 문다. 마을에서 서쪽 섬 끝까지 다녀오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개머리 부근에 텐트를 치면 서해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하늘에서 본 굴업도 전경
하늘에서 본 굴업도 전경
굴업도는 두 섬이 연결된 듯한 형태를 하고 있다. 마을이 있는 서섬과 부속섬인 동섬이 떨어져 있는데 이를 목기미라는 해변이 연결하고 있다. ‘연육사빈(聯陸沙濱)’이라고도 부르는 이 백사장은 지형도에 굴업도 해수욕장이라 표기된 곳이다. 배가 닿는 선착장에서 정면에 보이는 넓은 백사장이 바로 목기미해변이다.

굴업도 최고봉인 덕물산(125m)이 있는 동쪽 섬은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다. 덕적도를 향해 팔을 벌리 듯 바다를 향해 돌출한 지형의 동섬은 화산지대 특유의 해안절벽이 잘 발달해 있다. 특히 목기미해변 북쪽의 해안을 따라 기묘한 형상의 해식애가 길게 이어진다.

동섬의 해식지형을 관찰하려면 동섬 북쪽의 연평산(123m)을 오른다. 목기미해변을 따라 동쪽 섬으로 건너간 뒤, 폐허가 된 건물들 사이로 난 소로를 따라 능선에 오르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연평산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른쪽 샛길은 덕물산 방면으로 이어진다. 길은 비교적 뚜렷한 편으로 갈림길이 거의 없고 시야가 좋아 어렵지 않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억새 군락과 소사나무 숲을 지나면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연평산 정상에 오른다. 남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목기미 북쪽 해변의 기암절벽이 특히 장관이다.

굴업도의 남쪽 해안을 조망하려면 덕물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 전체가 바윗 덩어리인 덕물산 꼭대기에 올라서면 시원스레 펼쳐진 굴업도 남쪽 해안과 작은 섬들이 발아래 펼쳐진다. 목기미해변에서 두 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데 각각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굴업도 개념도
굴업도 개념도

교통 인천항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덕적도까지 쾌속선을 타고 이동해, 덕적도에서 굴업도는 나래호로 갈아타고 들어간다.

인천→덕적도  쾌속선 스마트호와 코리아나호가 평일 2회(09:00, 15:00), 주말 4회(08:20, 09:00, 13:40, 16:00) 왕복 운항한다. 1시간 10분, 2만3,750원.

덕적도→굴업도  나래호가 하루 1회 운항한다. 홀수날은 오전 11시20분에 덕적도 진리 도우선착장을 출발, 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를 거쳐 다시 덕적도로 돌아온다. 짝수 날은 운항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숙식(지역번호 032) 굴업도에서는 민박을 이용해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장할머니 민박집(831-7833), 서인수 전 이장집(832-7100) 등 약 9개의 민박집이 있다. 1박 숙박 요금은 5만 원으로 동일하다. 민박집을 예약할 때 미리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백반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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