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산행 | 중국 태산] 중국 태산 한국길 정식 개통!

[529호] 2013.11
  • 글·사진 안중국 월간산 편집인
    입력 2013.11.25 15:19

    10월 10일 120여 명 등산동호인 참석, ‘한꾸어로(韓國路)’ 개통식 행사

    태산 한국길의 바위능선을 가고 있는 한국의 등산동호인들. 중국 산둥성 여유국과 태산여유국이 10월 10일 개통식 일정에 맞추어 급히 쇠사슬 난간 을 설치했다.
    태산 한국길의 바위능선을 가고 있는 한국의 등산동호인들. 중국 산둥성 여유국과 태산여유국이 10월 10일 개통식 일정에 맞추어 급히 쇠사슬 난간 을 설치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명산 태산(泰山·1,545m)의 한국길이 정식 개통되었다. 개통식은 10월 10일 오전 태산 남쪽, 태산에서 봉선의식을 행한 중국 역대 12황제를 기리는 석주가 선 계단 아래의 광장에서 거행됐다. 120여 명 한국 등산동호인들은 중국 산둥성 여유국 왕원생(王元生·왕유안셍) 부국장, 태안시 여유국 유수(劉水·류슈이) 부국장 등 주최 측 인사와 서울시산악연맹 조규배 회장, 서울시등산연합회 홍주찬 회장, 산악투어 양걸석 사장 등 내빈과 더불어 한국길 개통을 정식으로 선언하자 주먹을 치켜들며 환호로 답했다.

    한국길 개통식에 대한 산둥성 당국의 배려는 각별했다. 10월 9일 저녁 불원천리 달려온 한국 등산동호인 120여 명을 5성급인 쉐라톤호텔에서 성대한 만찬으로 맞이한 데 이어 10일 아침 개통식을 마친 뒤 정상으로 오르는 곤돌라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제쳐두고 한국 등산동호인들이 우선 탑승할 수 있게끔 배려했다.

    공룡능선길 끝에서 칼바위능선 쪽 안부를 향해 내려가고 있는 개통식 행사 참가자들. 여기부터 안부까지 70~80m의 급경사 구간에도 쇠사다리를 설치할 예정이나, “그대로 두는 것이 훨씬 낫다”는 참가자들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룡능선길 끝에서 칼바위능선 쪽 안부를 향해 내려가고 있는 개통식 행사 참가자들. 여기부터 안부까지 70~80m의 급경사 구간에도 쇠사다리를 설치할 예정이나, “그대로 두는 것이 훨씬 낫다”는 참가자들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태산 한국길(韓國路·한꾸어로)은 중국 산둥성 여유국이 한국인 등산객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특별히 개설한 길이다. 왕원생 부국장은 “한국길 개설은 또한 한중 우호의 한 상징으로 삼기 위한다는 뜻도 있다”고 의미를 보탰다. 개통식에 참석한 한국 등산동호인들은 중국 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산 중에 중국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명산에 ‘한국로(韓國路)’라고 정식으로 이름붙인 등산로를 개설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국길은 태산의 그 악명 높은 7400계단길과 완전히 성격을 달리한다. 양 사장은 수차례 답사를 통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숲길과 암릉길로만 거의 구성되는 루트를 찾아냈고, 태산여유국은 그가 택한 노선을 그대로 채택했다.

    3개월 만에 전망대,
    쇠사슬 난간 등 안전 설비 끝내

    태산 정상 옥황정 안에 걸려 있는 수많은 자물쇠들. 대개 남녀 간에 자물쇠처럼 굳은 애정을 기원하는 것이다.
    태산 정상 옥황정 안에 걸려 있는 수많은 자물쇠들. 대개 남녀 간에 자물쇠처럼 굳은 애정을 기원하는 것이다.

    8인승 곤돌라는 15분 만에 상부 정류장에 도착했다. 120여 명 일행이 모두 모였음을 확인한 양 사장은 중간중간 가이드들을 배치, 우리 일행이 중국인들과 뒤섞여 다른 곳으로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한 뒤 일단 정상으로 방향을 잡았다. 황제들이 봉선의식을 거행했던 옥황정(玉皇頂) 구경을 빠트릴 수 없는 것이다. 옥황정 입구엔 ‘오악독존(五嶽獨尊)’ 네 글자가 음각된 비석이 중국의 수많은 산에서 태산이 갖는 격을 유별남을 일러 주고 있다.

    옥황정 구경 후, 정상 능선 가운데 경사진 널따란 바위지대에 모여 앉아 한국길 개통식 산행 기념촬영을 마치고 한국길 산행에 나섰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길의 절반인 칼바위 능선 구간만 뚝 잘라 맛을 보는 셈이다.

    석 달 전인 7월 초 산악투어 양걸석 사장과 최종 답사차 찾았을 때는 황제행차 시연장~망태령~고송원~옥황정~칼바위~직구저수지~상리원촌의 한국길 전 코스를 밟았다. 한창 더울 때여서 그늘에 들어도 땀이 솟았으니, 서늘한 바람이 부는 지금은 산행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다.

    7월 초 당시 양 사장이 전망대 놓을 자리, 난간을 설치해야 할 구간 등을 동행한 태산여유국 직원들에게 일러 주는 모습을 보고, 정말 10월 개통식 전에 작업이 다 끝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저 아래로 뵈는 능선 중간에 널찍한 목제 전망대가 보였다.

    1 태산 기념사진 촬영을 해주고 돈을 받는 사진사들. 2 태산 남쪽 12황제의 행차를 기념하는 석주가 선 광장에서 한국로(韓國路) 개통식을 거행하고 있다.
    1 태산 기념사진 촬영을 해주고 돈을 받는 사진사들. 2 태산 남쪽 12황제의 행차를 기념하는 석주가 선 광장에서 한국로(韓國路) 개통식을 거행하고 있다.
    태평대 아래 철문을 지나 칼바위 길로 접어든 일행은 “여기는 지금 우리만 들어온 거네”하면서 뭔가 흥분된다는 분위기다. 급격히 고도를 낮추는 능선길의 경사 때문에 속도가 많이 떨어진다. 노련한 경력자로 단출하게 서너 명이 그룹을 지으면 두어 시간 만에 산행이 끝날 수 있겠지만, 우정 그렇게 속도를 낼 길이 아니다. 미음완보로 사방으로 쥘부채 펼치듯한 바위 병풍 절경들을 보며 가는 것이 이 칼바위길에선 정석 걷기다.

    잣나무숲지대 평평한 공터에도 양 사장이 지시한 대로 목제 조망대 겸 쉼터가 설치돼 있다. 여기서 모두들 자리 펴고 앉아 점심을 들고는 다시 길을 잇는다. 성급한 몇 사람은 앞질러 나아가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저 아래로 내려다뵈는 칼바위 능선은 두 겹 능선이다. 왼쪽 능선 지나 오른쪽 능선까지 타고 가도 되지만, 왼쪽 능선 끄트머리에서 늙은 어머니가 등짐 진 형상의 바위 노모석(老母石)이 선 안부로 내려서기가 만만찮다고 한다. “쇠사슬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급경사이니 연로하신 분들이나 급경사 암릉에 자신 없는 분들은 암릉 밑 우회로로 가시라”고 양걸석 사장이 거듭 이른다. 그러나 몇 사람을 빼고는 거의 모두 암릉길로 올랐고, 결국  급경사 절벽에 겁먹은 두어 사람 때문에 하산시간이 예상보다 2시간 가까이 늦어지고 말았다.

    암릉길에는 놀랍게도 손아귀에 가득 잡히는 굵기로 황소를 매달아도 되겠다 싶을 만큼 튼튼한 쇠사슬 난간이 설치돼 있다. 7월 초 답사 때는 아무 시설도 없었는데, 그 새 전 구간에 바위 뚫고 기둥 세우고 이런 쇠사슬 난간을 설치한 것이다. 놀랍기도 하고, 무차별적으로 거의 전 구간에 걸쳐 설치한 것이 좀 어처구니없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공사를 했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옥황정을 향해 가는 도중의 암벽 면에 다양한 필체로 한자 성어들이 무수히 적혀 있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옥황정을 향해 가는 도중의 암벽 면에 다양한 필체로 한자 성어들이 무수히 적혀 있다.
    일행은 칼날 능선 등날을 따라 고도가 높아지며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에 난리법석이다. 능선 끝 널찍한 암반지대 주위로 안전 난간을 해둔 조망처에서 한동안 머물며 기념촬영도 하고 간식도 들면서 쉬다가 급경사 내리막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도봉산 포대능선을 여러 번 타본 사람들에겐 별것 아니겠지만, 이런 암릉 자체가 낯선 여성 두어 명에겐 마(魔)의 하강길이다. 경사도가 급한 데는 사뭇 60도가 넘는다. 이런 데가 있을 거라곤 짐작조차 못했던 모양이다. 결국 한 여성이 고소공포증에 휩싸이며 그 뒤쪽 일행은 한없이 하강이 늦어졌다.

    “현재 이 하강 구간은 쇠사다리가 계획돼 있다”는 양 사장 말에 몇몇 산꾼이 안 될 말이라며 반대하고 나선다. 이 구간의 짜릿한 맛이 이 한국길을 짭짤하고 재미있는 코스로 만들어 주고 있으니, 계단은 절대 안 된다며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 말도 일리는 있지 싶다. 도봉산 포대 능선에 모두 쇠사다리를 놓아버리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많이 갈까. 포대능선에 휴일이면 포도송이 매달리듯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거기에 짜릿한 맛이 있기 때문이겠다.

    공룡능선 끝 전망대에서
    노모석 안부 하강코스 짜릿

    한국길 공룡능선 끝 조망대에서 노모석 쪽으로 내려서는 급경사길을 일행이 조심스레 내려가고 있다.
    한국길 공룡능선 끝 조망대에서 노모석 쪽으로 내려서는 급경사길을 일행이 조심스레 내려가고 있다.
    노모석이 선 안부의 바위면에는 곧 양사언의 시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하는 시조를 새겨둘 것이라 한다. 몇몇 인부들이 전망 쉼터 기초 공사에 한창 열중이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바위 능선은 등줄기가 거의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두드러지는 스테고사우르스라는 공룡의 확대판쯤 돼 보인다.

    그 다음 칼바위 능선은 우회로조차 없지만, 첫 암릉의 하강길 같은 급경사 지대는 없어서 등행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7월 초 답사 때 자칫 실수하면 큰일 나겠구나 싶었던 곳도 모두 쇠난간이나 인위적으로 깎아낸 바위 턱 때문에 별것 아닌 데로 변해 있다. 매콤하거나 짭조름한 맛 같은 것이 사라진 밍밍한 음식으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좀 아쉽긴 하다.

    수평으로, 크고 작은 바윗덩이들이 멋스럽게 포개진 기암 능선길이 끝나고 숲지대로 내려선다. 그러나 잠시뿐, 경사가 급한 암벽면이 길게 이어진다. 잔돌이나 모래가 깔려 있기도 한 이 암벽 구간이 실은 암릉보다 더 위험하다. 그리고 여전히 길고 길었다.

    직구저수지(直沟水库·즈커오스위쿠)까지 급경사 암별 구간을 내려가는 도중 지쳐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사람이 여럿 눈에 띈다. 발이 앞으로 쏠려서 발톱이 빠질 듯 아프다며 주저앉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이 칼바위 길을 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바위에 잘 붙는 창으로 만든 신발을, 좀 넉넉한 크기로 갖추어 신고 가야 한다.

    도중에 그늘이 지거나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앉아 다리쉼을 반복하며 직구저수지 위 공원관리초소로 내려서자 일행을 기다리던 태산여유국 직원들이 애썼다며 시원한 생수를 한 통씩 선물한다. 일행은 평소 중국인들답지 않은 서비스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상리원촌마을 주민들은 한국등산객 120여 명이 산행해서 내려온다는 정보를 몰랐던 모양이다. 알았다면 아마도 시원한 맥주를 길거리에 줄지어 내놓고 팔았을 터다. 우리가 우정 찾아들어가 맥주 없느냐고 묻자 그제야 가겟집 주인은 반색하며 시원한, 그러나 도수가 낮아서인지 뭔가 맛이 닝닝한 병맥주를 몇 병 내온다. 그렇게 가겟집 뒤뜰 식탁에 앉아 노닥거린 지 시간반쯤 지나서야 마지막 여성이 내려왔다.

    [그래픽] 중국 태산 한국길 개념도
    길잡이

    중국 태산 한국로는 이제 노약자만 아니면 거의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되었다. 그러나 태산여유국은 쇠난간 설치가 끝난 뒤에도 안전 문제를 이유로 칼바위 코스 입구격인 태평대 아래 철문을 선별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당분간은 하루 통행 인원을 150~200명으로 제한할 것이라 한다. 전면 개방 시기 및 산행 가능 여부는 산악투어(02-730-0022)에 문의한다.

    산둥성 여유국 왕원생 부국장은 내년까지 한국길 중간에 예정된 구름다리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건각이라면 그 이전이라도 황제 행차 행사장~배운대~망태령~계단길~정상~공룡능선~칼바위능선~직구저수지~상리원촌(上梨园村)으로 산행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돌면 총 12km에 걷는 시간만 8시간쯤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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