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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스마트폰 GPS 산행 | 전화 不通 오지산행 르포] 통신 두절된 산속이라도 GPS는 살아 있다!

월간산
  • 입력 2013.11.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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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개인약수~배달은석~깃대봉~한니동계곡 스마트폰 산행

지도만 봐도 뻔했다. 데이터 통신은커녕 휴대전화 연결도 쉽지 않은 곳임이 분명했다. 거대한 방태산 줄기가 북쪽을 감싸 안은 개인동과 한니동계곡은 그야말로 오지의 골짜기였다. 산길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외딴 산속이니 이동통신망이 닿을 리 없었다. 당연히 이런 곳에서 스마트폰 GPS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이용하려면 제약이 많기 마련이다.

이동통신망의 사각지대에서는 스마트폰의 장점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특히 통신망으로 지도 데이터를 내려 받아 화면에 표시하는 지도 앱은 무용지물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고도 스마트폰과 GPS 구동이 가능하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배달은석에서 깃대봉으로 이어진 능선 일대의 가을풍광.
배달은석에서 깃대봉으로 이어진 능선 일대의 가을풍광.

전화통화 거의 불가능한 지역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 상류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개인약수를 목적지로 잡았다. 하늘이 손바닥 만하게 보이는 깊은 계곡이라 GPS 신호가 쉽게 잡히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산행을 실험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였다. 하지만 워낙 궁벽진 산골이라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미산리에서 내린천 건너 개인산장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엄청난 경사와 현란한 곡선을 그리는 산길 때문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한니동계곡 입구를 지나 산자락을 가르는 고개를 하나 넘어서니 길은 다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잠시 뒤 여러 채의 집이 좁은 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배나무골을 지나 대개인동에 닿았다. 개인산장 바로 앞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내린천을 건너 개인산장으로 가는 산길 위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커다란 이동통신 기지국 철탑이 세워진 대개인동 주차장 일대에는 통신 사정이 아주 좋았다. 전화는 물론 데이터 통신도 무척 원활했다. 하지만 ‘전국 어디서나’를 외치는 이통사들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산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휴대전화는 신호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먹통이 된다.

“이제 하루 종일 전화하기 힘들 테니, 여기서 필요한 통화들 하세요.”

등산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GPS를 켜고 다음지도 앱으로 현 위치를 확인했다. 데이터 통신이 원활하니 반응도 빨랐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지도 데이터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오프라인 지도받기 기능을 이용해 주변 지도를 스마트폰에 저장했다.

1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 개인약수로 향하고 있다. 2 주변 산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고 있다.
1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 개인약수로 향하고 있다. 2 주변 산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고 있다.

산행 채비를 마치고 개인약수를 향해 출발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널찍한 산길 바닥이 반듯한 돌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가을 분위기가 익어가는 골짜기를 따라 걸었다. 징검다리가 나타나며 잠시 긴장했지만 물이 줄어들어 어렵지 않게 계곡을 건널 수 있었다. 

예상대로 계곡이 깊어지자 휴대폰 화면에 통화권을 이탈했다는 표시가 떴다. 배터리 소모를 막기 위해 비행기 탑승모드로 바꾸고 블루투스 통신모듈만 켰다. 좀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외장 블루투스 GPS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오지에서는 전용 GPS 수신율이 경험상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시간도 크게 늘릴 수 있어 유리했다.

스마트폰과 외장 블루투스 GPS를 무선으로 연결하고 등산용 앱인 오룩스맵(Orux Map)을 켰다. GPS를 사용하는 아웃도어용 앱은 무수히 많다. 그중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오룩스맵은 다양한 오프라인 지도를 지원하고 궤적과 위치 저장, 데이터 관리 등이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산행 중에 오룩스맵으로 궤적을 저장하며 동아지도의 ‘등산지도 산으로 가는 길 GPS’로 지도상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했다. 블루투스 GPS는 일정하게 위성 신호를 수신하며 깔끔한 궤적을 만들었다. 이런 오지의 산속에서는 스마트폰 내장 GPS의 수신율이 외장형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외장 GPS를 배낭끈에 매달아 휴대하니 매우 안정된 성능을 보였다.

바위 위의 휴식.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산지대의 분위기가 일품이다.
바위 위의 휴식.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산지대의 분위기가 일품이다.

능선에서 보는 설악산의 파노라마

개인약수에 도착해 철분이 함유된 탄산수를 몇 바가지 들이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솟아나는 약수다. 약수터 주변에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분위기도 뛰어났다. 약수터 옆에 앉아서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확인해 보니 1시간 사이에 10% 정도 소진되었다. 이 정도면 배터리 교체 없이 당일 산행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개인약수 왼쪽의 골짜기를 타고 주능선으로 향했다. 길은 가파르고 힘들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인적 드문 산길은 잠시 후 계곡을 벗어나 동쪽의 급사면을 치고 올랐다. 숨이 몰아쉬며 능선에 오르니 방태산 줄기의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능선이 끝나고 만난 삼거리에서 서쪽 깃대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잠시 숲을 통과하면 곧바로 조망이 터지는 바위지대가 나타났다. 높은 산이라 그런지 조망이 환상적이다. 북쪽으로 귀때기청봉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었다. 동쪽으로 주억봉과 구룡덕봉을 거쳐 개인산로 이어지는 굵은 능선이 인상적이다. 진행방향인 배달은석(1,416m)과 깃대봉(1,435.6m)으로 연결된 주능선 역시 힘차다. 첩첩이 쌓인 산줄기가 강원도다움을 보여 줬다.

“저기 보이는 게 점봉산 아닌가요?”

경험 많은 산꾼들도 산 위에서 보이는 많은 봉우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스마트폰의 힘을 빌면 한층 수월하다. GPS 신호를 확인하고 증감현실앱인 PEAK.AR을 실행했다. 이 앱은 카메라로 찍힌 화면에 나타난 봉우리에 이름을 표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배달은석과 깃대봉 중간의 안부로 내려서는 능선길 주변에 우뚝 솟은 바위가 지천이었다. 암봉에 서서 천천히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산자락을 바라보는 재미가 남달랐다. 널찍한 초원지대가 형성된 안부를 지나 깃대봉에서 선 뒤 곧바로 ‘한니동 6km, 2시간’이라 쓰인 팻말이 가리키는 남쪽 능선을 타고 내려섰다.

1 개인약수에 도착해 현 위치와 궤적을 확인하고 있다. 2 외장형 GPS와 ‘산으로 가는 길’ 앱을 구동한 스마트폰. 두 기기는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1 개인약수에 도착해 현 위치와 궤적을 확인하고 있다. 2 외장형 GPS와 ‘산으로 가는 길’ 앱을 구동한 스마트폰. 두 기기는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스마트폰만 보고 산행 성공

산길은 곧바로 왼쪽 아래 삼거리에서 내려섰다. 아무런 이정표가 없는 삼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오른쪽 한니동계곡 방향으로 진행했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등산로를 부지런히 걷다 보니 아무런 설명 없이 ‘5km’라고 쓴 팻말 하나가 덜컥 나타났다.

시각은 이미 오후 4시에 육박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스마트폰과 GPS는 여전히 정상 작동 중. 길도 뚜렷하고 배터리까지 여유 있으니 길 잃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아무래도 위험했다. 게다가 차량을 지원하기로 한 현지 산꾼과 만날 시각도 점차 다가왔다. 서둘러야 했다.

한니동계곡은 생각보다 넓고 편안했다. 길은 뚜렷하고 완만해 큰 어려움 없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계곡을 벗어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하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1시간 넘게 쉬지 않고 내려갔지만 여전히 숲에 잠긴 골짜기는 끝나지 않았다. 의외로 지루한 하산길이었다.

도로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부터 스마트폰으로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계곡 초입의 바위벽으로 둘러싸인 지역을 통과해 집들이 보일 즈음 겨우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깊은 산속에서 이동통신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외장형 GPS와 통신기능을 일부 제한한 스마트폰이면 충분히 당일 산행이 가능했다. 등산용 디지털 지도가 내장되어 있으니 독도를 위해 종이지도를 꺼낼 이유가 없었다. 정말 편리한 세상이 됐다.

INFORMATION

산행길잡이

산길 확실하지만 이동통신은  기대 말아야

대개인동에서 출발해 개인약수를 거쳐 주능선에 올라섰다가 배달은석과 깃대봉을 경유해 남쪽의 한니동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는 약 10km 거리로 산행에만 4~5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산행 기점인 대개인동 약수산장 사이의 거리가 5km가 넘어 오고가기가 힘든 점이 문제다. 차량이 두 대면 한 대는 개인약수 입구 주차장에 세우고 하나는 한니동계곡 입구나 내린천 변에 두면 편하게 산행이 가능하다.

산길은 비교적 뚜렷하고 잘 나 있는 편이다. 크게 위험한 구간도 없다. 개인약수로 오르내리는 지점의 갈림길도 뚜렷하고, 이정표를 세워둔 곳도 있으니 길을 잃을 확률은 낮다. 하지만 안개가 심하게 끼거나 악천후에는 방향을 혼돈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산행 채비를 완벽하게 한다. 외장형 GPS를 사용하고 신뢰도가 높은 오프라인 지도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면 유리하다. 만약에 있을 전자기기 파손에 대비해 지형도와 나침반을 휴대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주능선에 오르면 이동전화 통화는 가능하지만 지역에 따라 감도 차이가 크다. 데이터 통신은 산행기점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불가능하다. 

깃대봉 개념도
깃대봉 개념도

교통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 홍천이나 인제에서 상남면까지 버스를 타고 간 뒤 미산리 내전동 입구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버스정류장에서 한니동계곡 입구나 대개인동까지 이동하려면 걷거나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탄다.

자가용 차량은 경춘고속도로 동홍천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44번국도로 인제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로 홍천 내면 쪽으로 이동하면 상남면에 닿는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446번 지방도를 따라 12km 가면 미산리 남전동의 다리가 보인다. 다리에서 좌회전해 내린천을 건너 급경사의 산길을 타고 고개를 넘어 끝까지 들어가면 대개인동 약수산장 앞의 주차장이다. 수도권 기준으로 3시간가량 소요된다.

숙식(지역번호 033)

개인약수 입구에 개인산장(463-1700)과 미산너와집(463-8588) 등 숙박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산채비빔밥, 막걸리 등의 음식을 판다. 내린천 미산리에도 민박집과 펜션이 여럿 있다.

 

A 산행 출발기점인 개인약수 입구의 주차장.

1 외장형 GPS를 켜고 GPS Status 앱으로 위성 수신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11개의 위성을 수신했고, 오차가 3m 이내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2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오룩스맵으로 확인한 개인약수 산행 기점의 주차장. 상단의 아이콘을 보면 전화통화는 물론 LTE 데이터 통신도 원활함을 알 수 있다.

B 개인약수에 도착해 위치와 이동 거리를 확인하고 있다.

1 동아지도 ‘산으로 가는 길’ 앱에 표시된 현 위치가 정확하게 개인약수를 가리키고 있다. 비행기 탑승 모드에서 블루투스만 켜서 외장 GPS의 신호를 받고 있다.

2 오룩스맵 앱의 정보창. 해발 고도와 이동거리, 평균속도, 최대속도, 일출일몰 시각 등을 알아볼 수 있다. 

C 개인약수에서 1시간 거리인 능선상의 삼거리에 도착해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1 오룩스맵은 궤적을 저장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어 편리하다.

주요 기점인 능선상의 삼거리를 저장한 모습.

2 GPS Status 앱은 정밀한 나침반 기능이 들어 있다. 산행 중에 방위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D 스마트폰을 이용해 방위를 확인하는 모습. 오른쪽에 들고 있는 것이 외장형 GPS로 블루투스로 전화기와 통신한다.

1  다음지도로 현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이지만 출발 전에 저장해 둔 오프라인 지도를 이용할 수 있다.

2  오룩스맵에 바위전망대 위치를 저장했다. 이렇게 저장한 궤적과 위치 데이터는 산행 후에 기록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 안부에서 북쪽을 보며 스마트폰으로 방위를 확인하고 있다.

1 증감현실(augmented reality) 앱인 PEAK.AR로 산봉우리의 이름을 확인 중이다.

2 동아지도 ‘산으로 가는 길’ 앱은 전국지도가 모두 내장되어 있어 특별한 준비 없이도 현 위치를 지형도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유료로 판매하는 앱이다.

F 한니동계곡 중간의 지계곡 갈림길에 통제구역 표지판이 붙어 있다.

오룩스맵에 표기한 지계곡 위치. 하단에 표기된 정보창에 이동거리 6.67km, 이동시간 5시간 47분으로 나온다.

G 한니동계곡 초입의 율곡선생과 ‘나도 밤나무 전설’ 표지판. 밤나무 고목에 이야기를 입혀 찾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동아지도 ‘산으로 가는 길’ 앱에서 확인한 한니동계곡 초입. 지도에는 이 계곡을 용늪골로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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