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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포커스] 진주 촉석루 오죽烏竹, 국내 최초로 꽃을 피웠다

글·박정원 기자
  • 입력 2014.05.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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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스럽고 희귀한 일…
60~120년 마다 피어 열매 맺고 이듬해 고사
대나무 개화·고사 원인 정확히 파악 안돼…
일생 한번 피는 ‘일회 번식식물’

진주 촉석루
진주 촉석루

국내 최초로 오죽(烏竹)에 꽃이 활짝 피었다. 경남 진주시 진주성의 논개사당 정원에 식재된 오죽이 일제히 꽃을 피운 것이다. 한편으로는 신비스럽고 반갑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려스럽기도 한 일이다.

대나무는 그 꽃을 보기가 좀처럼 어려워 일반적으로 ‘신비의 꽃’이라고 한다. 보통 60~120년 만에 한번 꽃을 피우기 때문에 한 평생 대나무꽃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일반 대나무가 아닌 검은 대나무 오죽(烏竹)에서 꽃이 활짝 피어서 학계와 시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죽은 까마귀 색을 닮았다고 해서 명명했다.

이번에 꽃이 핀 오죽은 높이 6m 내외, 직경 1~3㎝로 약 300본이다. 이 대나무는 촉석루 누각에 맞닿은 논개사당 앞마당에 만개해서,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대나무 꽃이 핀 사례는 △1937년 경남 하동에 있는 왕대 △2007년 경북 칠곡의 솜대 △2008년 경남 거제의 칠전도의 맹종죽 △2012년 경남 김해의 용두산에 자생하는 이대 등이다. 특히 오죽에 꽃이 핀 경우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대나무는 꽃이 핀 다음 열매가 열리고 이듬해 고사(枯死)되므로, 이곳에 새로운 오죽을 식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최수민 박사는 “과거에는 대나무 개화 양상이 매우 넓은 면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으나, 최근에는 소규모로 피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 오죽에서 꽃이 피는 현상은 매우 희귀한 일이다”고 밝혔다.

1 오죽 개화 모습. 
2 진주 오죽.
1 오죽 개화 모습. 2 진주 오죽.

대나무의 개화는 그 원인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60~120년 만에 꽃이 핀다는 주기설, 특정한 영양분이 소진되어 꽃이 핀다는 영양설 등 여러 학설이 있다. 대숲의 토양에 무기 영양소가 결핍하거나 그들 성분 사이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어 개화한다는 영양설은 한 숲에서 개화를 하면 주변의 다른 대숲이 차례차례 개화하는 현상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대숲마다 그 토양이 다른 데도 토양 성분에 관계없이 개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대나무의 종류에 따라 3년, 4년, 20~25년, 30년, 60년 또는 120년마다 개화한다는 주기설도 왜 일정 주기가 지나야 개화하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나무 개화를 보통 60년 주기설로 보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더 길게 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천적을 죽이기 위해 일부러 죽는다는 천적설이나 바이러스에 의한다는 바이러스설이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68년 전북 군산을 시작으로 1972년에는 포항을 마지막으로 전국의 대나무가 모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상태다.

대나무가 매년 꽃이 피지 않는 이유는 번식방법이 씨앗이 아닌 지하경으로 무난히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잠정 추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나무의 개화습성은 다른 식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개화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리며, 한 종류가 한 곳에서 개화하면 주위에 있던 다른 대나무도 개화하며, 한 번 개화되면 그 대나무는 반드시 죽는다. 대나무와 같이 일생에 단 한 번 개화하는 식물을 ‘일회 번식식물’이라고 한다. 죽순의 발순량이 매년 감소하고 기후나 병해충의 피해가 없는 데도 대잎의 색이 변하거나 땅 속 줄기(지하경)를 보았을 때 썩었거나 색이 변해 있으면 그 대나무는 개화의 징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일반 대나무는 녹색인데 비해 오죽은 줄기가 검정색이다. 오죽은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정원수나 건물 주위를 가리는 전통 조경용으로 많이 쓰인다. 중국에서는 자죽(紫竹), 일본에서는 흑죽(黑竹)이라 부른다. 내한성이 있어 서울지역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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