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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서해안 포구 맛기행&멋산행 | 예산 덕숭산+홍성 남당항 르포] 백제 고찰 수덕사 품은 명산대찰(名山大刹)과 가을 대하 풍년인 남당항

월간산
  • 입력 2014.10.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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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덕숭산 정상~수덕사 4km 원점회귀 산행
천수만 자연산 대하 소금구이 별미 중 별미

“덕숭산? 거 어디 있는 산인가?”

덕숭산(德崇山·495.2m)은 그 이름만 듣고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덕사가 있는 산’이라고 하면 그때서야 “아~ 수덕산!” 하고 알아듣곤 한다. 실제로 지금도 어느 곳에선 덕숭산이라 하고 어느 곳에선 수덕산이라 부른다. 이쯤 되면 덕숭산은 ‘수덕사의 뒷산’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향운각 입구에는 만공스님이 1924년 천연암석에 조성했다는 거대한 크기의 관세음보살입상이 있다.
향운각 입구에는 만공스님이 1924년 천연암석에 조성했다는 거대한 크기의 관세음보살입상이 있다.

“그래도 산악인들이 꼽는 100대 명산 중 하나인걸요.”

이날 덕숭산 산행을 함께한 예산산악회 조성재(56)씨는 덕숭산에 대해 “높이도 낮고 등산 거리도 길지 않지만 발길 닿는 곳곳마다 불심을 느낄 수 있는 ‘깊이가 있는 산’”이라고 말했다.

1 바위와 소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덕숭산. 큰 산은 아니지만 높이보다는 깊이를 느끼며 오르는 산이다.
1 바위와 소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덕숭산. 큰 산은 아니지만 높이보다는 깊이를 느끼며 오르는 산이다.

덕숭산은 여느 낮은 산들과는 달리 입구부터가 ‘국립공원급’이었다. 커다란 주차장과 사찰까지 이어지는 길은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정리되었고, 길옆으로는 깔끔하고 세련된 식당들이 줄을 이어 서있었다. 이 또한 덕숭산이 명산이라기보다는 ‘전국구 스타’인 수덕사의 유명세 덕분일 것이다. 덕숭산이 위치한 곳은 1973년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일주문 근처부터 어지럽게 자리했던 좌판이며 간이식당들을 일주문 밖으로 옮겨 식당거리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여기 식당 음식들이 다 맛있어요. 향토음식이지만 서울 사람들 입맛에도 맞게 조금 바꿨다고 할까? 이따가 하산하고 오는 길에 더덕구이에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안면도에서 농사를 짓다가 어릴 적 친구들의 ‘호출’로 급하게 덕숭산 산행에 합류한 임재준(56·예산산악회)씨는 벌써부터 허기가 지는 듯 산행을 재촉했다. 

3덕(德)이 모인 수덕사
상가거리를 지나면 금방 일주문이 나오고 수덕사 경내까지는 아스팔트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수덕사미술관이, 오른쪽으로는 예술가들의 조각 작품이 등산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 수덕사 일주문.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있고 이곳을 지나면 왼쪽으로 미술관과 수덕여관이 있다.  3 코끼리 탑과 근사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수덕사 경내.
2 수덕사 일주문.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있고 이곳을 지나면 왼쪽으로 미술관과 수덕여관이 있다. 3 코끼리 탑과 근사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수덕사 경내.

“미술관 옆에 수덕여관이 있는데, 지금은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들어가 보지 못하네요. 저기도 한 번 가보면 좋은데.”

작은 초가집인 ‘수덕여관’은 홍성 출신인 고암(顧庵) 이응로(1904?1989) 화백이 살던 곳이다. 정식 명칭은 ‘이응로 선생 사적지’로 충청남도 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화백은 1944년 이 집을 사서 1959년 프랑스로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한때 여관으로 사용했던지라 ‘수덕여관’이라는 간판을 아직도 달고 있다.

1 1983년 예산군 봉산면 화전리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유일의 사면불을 그대로 재현해 만든 덕숭산의 사면석불. 사방에 약사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미륵존불이 조각되어 있다.
1 1983년 예산군 봉산면 화전리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유일의 사면불을 그대로 재현해 만든 덕숭산의 사면석불. 사방에 약사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미륵존불이 조각되어 있다.

“옛날엔 여관 앞에 더덕구이를 내는 식당들이 많았어요. 덕숭산을 찾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더덕구이 한 접시에 막걸리를 마시며 낭만을 즐겼죠.” 

김진문(56, 예산산악회)씨는 “지금도 밑에 상가들이 많지만 낭만이 그때만 하겠냐?”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수덕여관을 들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던 길을 이어나갔다. 사천왕이 지키고 선 문을 지나 현존하는 수덕사 경내로 들어섰다. 수덕사는 백제시대의 고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7교구본사이자 ‘한국 선(仙)불교의 중흥지’로 꼽힌다. 여기저기 공사를 해 어수선한 가운데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국보 제49호인 수덕사 대웅전이었다.

수덕사 대웅전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고려시대에 지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1937년 해체 수리 때 나온 묵서명(墨書銘)에 의해서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건물의 역사도 남다르지만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는 것은 대웅전의 모습이다. 수덕사 대웅전은 단청을 칠하지 않아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목조건물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그윽하고도 기품이 있었으며 대놓고 자랑하지 않아도 수백 년의 깊이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고목의 맨살을 드러내며 미끈하게 빠진 배흘림기둥은 할머니의 항아리치마처럼 풍만하고도 푸근했다.

2 1080계단을 오르는 일행들. 오른쪽 상단의 초가집이 소림초당이다.   3 만공스님의 부도탑인 만공탑. 스님의 친필 말씀이 새겨져 있다.
2 1080계단을 오르는 일행들. 오른쪽 상단의 초가집이 소림초당이다. 3 만공스님의 부도탑인 만공탑. 스님의 친필 말씀이 새겨져 있다.

“수덕사는 ‘3덕(德)’이 모인 곳이라고 합니다. ‘덕숭(德崇)’과 ‘수덕(修德)’, ‘덕산(德山)’이지요. 이름만 들어도 넉넉함이 느껴지죠?”

덕숭산과 수덕사에는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홍주마을이란 곳에 수덕 도령과 덕숭 낭자가 살았다. 수덕은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덕숭 낭자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수덕 도령은 덕숭 낭자에게 청혼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수덕의 끈질긴 청혼은 계속 이어졌고, 덕숭 낭자는 “우리 집 근처에 절을 지어 주면 청혼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수덕 도령은 열심히 절을 지었으나 그의 마음은 오로지 결혼에 대한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일까? 절을 짓기만 하면 불이 나 다 타버렸다. 그렇게 절을 두 번이나 지었다 태운 뒤 수덕 도령은 세 번째 절을 지을 때는 오로지 부처만 생각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절을 다 짓고 난 후에도 불이 나지 않았다. 드디어 수덕과 덕숭이 결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에 덕숭 낭자는 수덕 도령이 자신의 몸에 손끝 하나도 대는 것을 거절했다. 기다리다 지친 수덕 도령은 강제로 덕숭 낭자를 안았다. 그 순간 천둥번개가 몰아치더니 덕숭은 사라지고 수덕의 손에는 버선 한 짝만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덕숭 낭자가 있던 자리에는 바위 하나가 들어섰다. 덕숭 낭자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이후 해마다 4, 5월이 되면 버선 모양의 노란 꽃인 복단초가 오로지 그 바위 옆에서만 핀다고 한다. 훗날 수덕 도령이 지었던 절을 수덕사라 불렀고, 버선꽃이 자라는 바위가 있는 산 이름을 덕숭산이라고 불렀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전설이다.

사면석불을 지나 끊임없이 이어지던 돌계단을 거의 오르니 오른쪽 절벽 끝에 나무에 몸을 숨긴 듯한 초가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 선불교의 큰 스님인 만공스님이 참선하던 소림초당이다. 지금은 다른 스님이 참선수행을 하고 있는지 길과 소림초당을 잇는 돌다리인 갱진교 위엔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기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고찰뿐만 아니라 전망도 일품
초당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흙길을 조금 오르니 갈림길이 나왔다. 기왓장에 쓴 글귀가 이정표를 대신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가면 만공탑을 지나 정혜사와 정상으로 가는 길이요, 오른쪽으로 가면 기도도량인 향운각이 있는 곳이다.

4 정혜사 스님들이 텃밭을 일구는 소소한 풍경. 정혜사는 스님들의 참선도량으로 미리 종무소에 연락해 두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4 정혜사 스님들이 텃밭을 일구는 소소한 풍경. 정혜사는 스님들의 참선도량으로 미리 종무소에 연락해 두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향운각 또한 소림초당처럼 나무에 가려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만공스님이 1924년 천연암석에 조성했다는 거대한 크기의 관세음보살입상이 수덕사를 내려다보는 듯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고 그 옆엔 샘터가 있었다. 복전함에 보시를 하고 샘터에서 목을 축였다. 서늘한 날씨에 차가운 물이 들어가자 한기가 느껴졌다. 이제 가을이 왔고, 곧 있으면 덕숭산에도 형형색색 단풍이 들어 산객을 맞이할 노릇이었다.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낮은 산이지만 소나무가 가득하고 도토리나무 등이 빼곡해 주변 풍광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 해발 400m니 1,000m니 하는 것은 숫자놀음에 불과해 보였다. 조금 더 걸어 만공스님의 부도탑인 만공탑에 닿았다. 세 개의 기둥 위에 둥근 돌이 올려져 있는 모습은 여느 부도탑과 다른 형태다.

“여기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글귀가 있지요?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다’라는 뜻이에요. 만공스님이 조국이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길가에 핀 무궁화 꽃을 따서 붓 삼아 쓴 글이라고 해요.” 

만공탑을 지나면 정상까지 조금은 너덜지대인 길을 따라 곧장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도 10여 분. 땀이 나나 싶더니 드디어 정상에 닿았다.정상에서는 사방으로 전망이 트였다. 하지만 정상 주위로 소나무와 잡목이 우거져 까치발을 하고 서야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안개가 조금 끼었지만 가야산과 용봉산, 수암산, 봉수산,  오서산 등의 육중한 산등성이가 한눈에 들어왔다.날씨가 좋으면 안면도와 천수만도 보인다고 한다.

“수덕사가 있는 위치를 보세요. 마치 덕숭산이 두 팔을 벌려 품 안에 절을 품고 있는 형상이지요?”

그야말로 덕숭산은 수덕사를 위한 산이었다. 산 어디에서건 수덕사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고, 산 전체에서 깊은 불심이 전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덕숭산은 수덕사를 품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산대찰(名山大刹)’이라고 했다. 이름난 산에 유명한 절이란 뜻이다. 비록 덕숭산이 수덕사의 명성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산에 고찰이 있고, 또 유명한 고찰이 있어 사람들이 산을 찾으니 이 또한 명산대찰에서 크게 어긋난 것이 아니리라. 

좋은 산과 좋은 절을 둘러봤으니 이제는 좋은 포구를 만나러 갈 참이다. 예산 토박이인 세 분에게 넌지시 “근처에 가을에 가볼 만한 포구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만장일치로 홍성의 남당항을 추천해 주었다.

“가을 대하가 기가 막히지요. 우리나라에서 ‘대하 일번지’ 아닙니까. 지금 대하축제를 열고 있으니 가서 대하도 먹고 저녁에 일몰도 구경해 보세요. 낚싯대가 있으면 낚시를 해도 기가 막히고. 야, 나도 가고 싶다. 하하”

1 어선이 정박해 있는 고즈넉한 남당항. 요즘은 한창 대하를 잡으러 다니느라 어민들이 분주하다.
1 어선이 정박해 있는 고즈넉한 남당항. 요즘은 한창 대하를 잡으러 다니느라 어민들이 분주하다.

‘가을 대하’란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나 이미 ‘충남의 금강산’을 올랐으니 이제 마음 편하게 대하 식도락을 즐기러 갈 차례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요~”
새우깡 얘기가 아니다. 가을 해산물의 ‘국가대표’라 불리는 대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은 여름보다 가을이 더 바쁜 포구다. 봄에는 꽃게와 주꾸미, 가을에는 대하, 겨울에는 새조개가 전국의 미식가들을 남당항으로 모이게 한다. 해수욕장이 없어 여름이 오히려 비수기인 셈이다.

2 굵은 천일염을 깔고 자연산 대하를 굽는 대하구이. 껍질은 까서 버려도 대가리는 버리지 말고 튀겨 먹어야 제 맛이다.
2 굵은 천일염을 깔고 자연산 대하를 굽는 대하구이. 껍질은 까서 버려도 대가리는 버리지 말고 튀겨 먹어야 제 맛이다.

이른 추석이 끝난 목요일. 여름 피서철도 끝나고 추석 휴가도 끝나 남당항은 한가했다. 포구 중앙의 회 센터와 해변 길을 따라 대하를 파는 식당이 족히 30곳은 됨직했다. 9월부터 10월 말까지 대하축제철을 맞아 수족관 한가득 대하와 전어를 채워 놓은 식당 주인들은 간만에 한숨 돌리고 있는 터였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서 일찌감치 대목이 왔어요. 대하가 제철이긴 하지만 아직은 조금 크기가 작아요. 2주 후쯤 지나면 가장 크고 통통한 대하를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어판장의 한 여주인은 “그래도 올해는 대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서 손님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웃었다. 추석기간 동안 하루에 3만 명 정도 남당항을 찾았다고 하니 “요즘 같아서는 장사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9~11월 제철 맞은 남당항 대하… 담백한 소금구이 별미
“원래 서해안에서 잡히는 자연산 대하가 가장 맛이 좋대요. 그중에서도 남당항 근처 천수만에서 잡히는 대하가 특히 더 쫄깃쫄깃하고 맛이 좋고요.

1 남당항 근처 방파제는 일몰 즈음이면 운치가 빼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손색없다. 
2 남당항 북쪽에 있는 전망대 휴게소 앞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강태공. 어디에 낚싯대를 드리워도 물고기가 잘 낚이는 요즘이다.
1 남당항 근처 방파제는 일몰 즈음이면 운치가 빼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손색없다. 2 남당항 북쪽에 있는 전망대 휴게소 앞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강태공. 어디에 낚싯대를 드리워도 물고기가 잘 낚이는 요즘이다.

남당항 취재에 동행한 홍성군 문화해설사 김은자씨는 “충남 서해 앞바다에서 80여 종의 새우가 사는데, 그중 단연 천수만 대하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남당항은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의 조그만 포구다. 남당항 앞바다가 바로 천수만이다. 천수만은 안면도를 방패삼은 만이다.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이룬 덕분에 천수만에선 계절마다 주꾸미, 전어, 대하, 새조개 등 다양한 어패류가 잡힌다. 그중에서도 가을엔 대하가 으뜸이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하 서식지가 바로 천수만이다. 이렇게 남당항에 대하잡이 어선이 모여드니 자연스럽게 남당항의 명물은 대하가 되었고, 매년 대하축제를 열 만큼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자연산과 양식은 새우 종이 달라요. 자연산 대하는 성질이 급해서 잡으면 금방 죽어요. 양식한 것은 살아 있고요. 양식한 것은 흰다리새우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살아 있는 새우를 좋아하니까 양식도 잘 팔리죠. 맛도 자연산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고요.”

어판장 주인은 “자연산 대하는 30cm까지도 자란다”며 어린아이 팔뚝만 한 자연산 대하를 보여 주었다.

“요런 놈은 배 딱 갈라서 치즈 넣고 오븐에 구우면 랍스타 못지않지.”

“아니 랍스타가 별겐가. 남당리 대하가 훨씬 맛나지.”

커다란 대하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의견이 오간다. 결론은 ‘남당리 자연산 대하가 최고’라는 것으로 났다.

“옛날에는 바닷가 아니면 자연산 대하를 잘 먹지 못했었죠. 1970년대만 해도 천수만 대하는 우리나라에서 먹기보다는 냉동해서 일본으로 수출했어요.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 정도부터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자가용이 흔해지면서 도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대하를 먹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남당항에는 파라솔을 편 간이식당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고 손님은 더욱 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대하축제를 열만큼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별하려면 수염하고 뿔을 보면 돼요.”

자연산은 크기도 클뿐더러 수염이 몸통의 3배 정도로 길다. 뿔도 툭 튀어 나왔다. 반면 양식은 수염과 뿔이 짧고 몸 색깔도 조금 어둡다.

“자, 여기까지 왔으니 자연산 대하 맛 좀 보고 가야죠?”

김은자 해설사는 남당항에서도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한 식당을 소개해 주겠노라며 취재진을 안내했다. 항구 중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식당은 겉모습은 조금 허름해 보였지만 손님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어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맛집임을 알게 했다.

“모름지기 대하는 소금구이가 정석이죠. 살아 있는 놈을 잡아 껍질을 까서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어요. 누구는 솜사탕처럼 입안에서 살이 살살 녹아 없어진다고 하대요.”

식당 사장님이 커다란 프라이팬에 굵은 소금을 깔고 자연산 대하 열댓 마리를 넣어 뚜껑을 닫았다. 예전에 먹었던 양식 새우는 살아 있는 터라 타닥타닥 튀어 오르는 소리가 있었는데 자연산 대하는 그런 소리가 없는 것이 조금은 심심했다.

유리 뚜껑을 빠끔히 쳐다보며 이제나 저제나 대하 익기만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주황색으로 곱게 익은 대하 개봉박두! 커다란 대하 한 마리를 들어 왼손으로 대가리를 잡고 오른손으로 꼬리를 잡아 아래로 툭 꺾은 후 껍질을 깠다. 뽀얗게 익은 탱탱한 속살이 드러나자 “아이고 반가워유~” 소리가 절로 났다.

“대가리는 모아두세요. 이따가 튀겨서 드릴게요.”

모름지기 해산물은 내장이 맛있는 법. 새우는 대가리에 내장이 다 들어 있다. 따라서 대가리만 따로 모아 조금 더 바싹 익히거나 튀김가루를 묻혀 튀겨먹으면 과자처럼 바삭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아이고 총각들이 맛있게 잘도 먹네.”

식당 주인은 “가을대하는 노인한테는 좋고 총각들한테는 해롭다”며 농을 던졌다. 허리 굽은 새우가 노인의 굽은 허리를 펴준다는 것과 총각이 혼자 여행할 때는 새우를 먹지 말라는 것이다. 대하의 좋은 효능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겠지만 총각이라고 새우를 먹지 말라는 것은 좀 억울했다. “총각도 좋은 거 먹으면 다 쓸 때가 있는 거예요”라는 말로 얼버무리곤 다시 대하를 ‘흡입’했다.

식도락에 버금가는 서해안 일몰
배가 불러 허리가 대하처럼 굽어질 만큼 대하를 포식한 다음 남당항 등대 있는 곳까지 산책을 나섰다. 평소엔 많은 어선이 정박해 있는 곳이지만 썰물 때인지라 포구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몇몇 강태공들은 물때에 아랑곳없이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고 있었다.

“물이 차서 대하 실은 배가 들어올 때까지 시간 때우고 있는 거예요. 요즘이 대하철이니 배가 자주 들어오거든요.”

한 낚시꾼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물고기 한 마리를 낚는가 싶더니 “에이, 잔챙이 삼치네. 이런 건 낚싯줄만 갉아 먹고 쓸데가 없어”라며 김이 샌 듯 낚싯대를 접었다.

서해안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더니 이내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주 먼 바다까지 나갔던 바닷물도 이젠 제자리로 돌아오고 더불어 대하를 잡으러 갔던 부부가 탄 작은 어선도 만선의 기쁨을 싣고 포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늘이 무르익고 가을도 무르익고 있었다.
 
산행가이드
등산 지도와 인터넷 등산 지도 등에는 덕숭산 등산로가 중구난방으로 가지를 뻗고 있지만 실제로는 철조망이 쳐 있어 통행이 불가하거나 길이 지워진 곳이 많다. 하지만 도립공원 내에 있는 만큼 정식 등산로는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 큰 길을 따라서 간다면 특별히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는 수덕사 대웅전 왼쪽으로 난 계단길(일명 1080계단)을 따라 올라 소림초당과 만공탑을 지나 정상까지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오거나 동남쪽 능선을 따라 전월사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정혜사 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스님들의 수행 관계로 문을 닫아놓아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정상에서 서쪽 능선을 타다가 갈림길에서 남쪽 능선을 택해 정혜사 왼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거리도 조금 더 길고 식당거리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오게 된다. 수덕펜션 앞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들도 있지만 평범한 흙길이라 딱히 볼거리는 없다. 수덕사~정상~전월사~수덕사로 내려오는 경우나 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경우 모두 약 4km에 수덕사 답사를 포함해 넉넉잡아 3시간 정도 걸린다.

덕숭산만으로는 부족하다면 용봉산과 수암산, 덕숭산을 종주해 볼 만하다. 용봉초등학교를 들머리로 투석봉~용봉산 정상~ 노적봉~악귀봉~가루실고개~수 암산 정상~세심천~수암1교~ 윤봉길 생가~둔리1리(궁마을 입구)~ 덕숭산 정상~수덕사에 이르는 종주코스는 약 18km에 8~9시간이 걸린다.

교통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수덕사 공영주차장까지 하루 2번(07:00, 15:00) 버스가 다닌다. 요금은 어른 8,300원, 어린이 4,300원. 2시간 40분. 수덕사 공영주차장에서 서울행은 낮 12시와 오후 6시30분에 출발한다. 예산종합터미널로 와서 수덕사로 갈 수도 있다. 서울 남부, 동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3~5회 예산공용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운행한다. 예산공용터미널에서 수덕사 공용주차장까지는 544, 547, 550, 551, 553, 557, 558번 버스 등이 수시로 오간다.

자가용은 서해안고속국도 해미 나들목으로 나와 수덕사 방향 45번국도를 타면 된다. 또는 당진영덕고속도로 고덕나들목이나 예산수덕사나들목으로 나와 국도를 이용한다.

남당항에서 덕숭산 산행 들머리인 수덕사로 오려면 남당항에서 276번 버스를 타고 갈산교 앞까지 온 후 290번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홍성에서 수덕사로 오는 버스가 하루 18회 운행한다. 자가용으로는 40번국도를 타고 갈산면을 지나면 수덕사에 이른다. 

숙식(지역번호 041) 덕산도립공원 근처에 펜션이 많다. 가야산노블레스펜션(010-3733-5450), 하늘채펜션(070-8248-8202), 수덕펜션(337-5694) 등. 약 5km 떨어진 리솜스파캐슬 주변에는 온천과 숙박을 함께할 수 있는 온천텔이 즐비하다. 스파모텔(337-5553), 덕산타워텔(338-1155) 등.

수덕사 입구에는 산채비빔밥과 더덕구이 등을 내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홍북식당(337-6076), 산채명가(338-0013), 산마루식당(337-5257), 정자나무집(6325-6059) 등. 산채더덕정식 1만5,000원 선, 산채비빔밥 8,000원 선. 더덕구이 2만 원 선.

남당항 대하축제

올해 남당항 대하축제는 10월 31일까지 남당항 일원에서 열린다. 천수만에서 잡은 자연산 대하와 양식 새우를 소금구이와 탕, 튀김, 찜 등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갯벌체험과 맨손으로 대하잡기, 풍어제,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도 수시로 열린다. 자연산 대하의 경우 식당에서 먹으면 1kg당 3만5,000원, 포장은 3만 원 선이다. 양식은 여기에서 5,000~6,000원 정도 더 싸다. 식당과 어판장 등에서 택배발송도 하고 있다.

교통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홍성종합터미널까지 하루 3회(09:20, 10:50, 18:40) 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어른 7,600원, 약 2시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는 하루 5회(첫차 08:20, 막차 19:30), 동서울터미널에서는 하루 8회(첫차 06:40, 막차 20:40)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우등고속 1만3,800원, 일반고속 9,500원. 2시간 소요. 홍성종합터미널 근처 홍성한방병원 앞에서 276번 ‘홍성역, 이호, 갈산행’ 버스(07:40, 08:40, 10:00, 11:10, 13:00, 14:10, 15:20, 16:30, 17:30, 19:10, 20:30)를 타면 남당항까지 갈 수 있다.

숙식(지역번호 041) 남당항 근처에 모텔과 펜션이 몇몇 있다. 씨월드모텔(634-9222), 솔밭천수모텔(631-0840), 케이디모텔(631-2815), 남당스카이빌펜션(631-7796) 등. 식당은 차고 넘친다. 남당항 중앙의 회센터 외에도 해변길을 따라 수많은 식당과 어판장이 있다. 명희네회센터(631-3466), 이레횟집 (631-2750), 내포횟집(633-948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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