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일본 나가노현 ‘안전등산 주의사항’] “일본 알프스 갈 때 이것만은 꼭 지켜 주세요!”

입력 2015.04.10 10:26

3,000m대 고산에선 방수 바지 준비하고 조난 보험 가입해야

일본 나가노(長野)현에서 한국 등산객을 위한 ‘안전한 등산을 즐기기 위한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나가노현은 일본 중앙에 위치하고, 해발 3,000m급 산에 둘러싸여 있어 ‘일본의 지붕’이라 불린다. 우리나라 산악인은 물론 일반 등산인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지인 북알프스와 중앙알프스, 남알프스가 이 현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의 강원도처럼 험준한 명산의 고향이 바로 나가노현이다.

한국 등산인들에게 인기 있는 만큼 사고도 많다. 특히 한국 등산인의 사고가 많은데 국내 산행 습관 그대로 무리하게 진행하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고자 나가노현에서 최근 ‘한국 등산객의 사고사례와 산행시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나가노현의 의뢰로 조사를 거쳐 안전산행 매뉴얼을 만든 이는 일본산악회에서 운영하는 북알프스의 산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산악인 우치노 가오리(45)씨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나가노현의 산장지기로 일해 온 그녀는 대학산악부 출신의 골수 산꾼이다. 신혼여행으로 지리산 종주를 했을 정도로 한국을 좋아하는 그녀는 양국의 다른 등산문화를 알리고 한국 등산객의 일본 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국립공원이라 해도 한국처럼 관리공단이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산행을 통제하거나 관리하지 않아요. 일본 사람들은 등산은 스스로가 자신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3,000m대 산은 5월에도 5~6m씩 눈이 쌓여 있고, 7월에도 영하로 떨어져요. 한국 등산객들은 이런 상황을 상상을 못하니 충분한 준비 없이 와서 사고를 당해요.”

일본 북알프스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3,190m)에서 야리가다케(3,180m)로 이어진 능선길.
일본 북알프스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3,190m)에서 야리가다케(3,180m)로 이어진 능선길.
그녀는 고려대 한국어학당에서 3개월간 한국말을 배우며 한국의 산을 올랐다. 이 시간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성향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사람은 밝고 다혈질이며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술을 좋아한다”며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해서 한국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고 말한다. 우치노 가오리씨는 한국 등산객들이 일본에서 매너 없는 사람들로 오해받는 것이 안타까워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수년 전부터 한국 등산인들을 위해 일본 산 정보와 등산문화를 알려주는 한글 인터넷 사이트 길잡이(giljabi.net)를 운영 중이며, 일본 숙박업 종사자들에게 한국 등산객의 특성과 문화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다. 일본 산행 정보를 알리고, 한국 산꾼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나가노현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한국인 등산객 조난자수는 11명이며 이 중 사망자수는 6명이다. 조난된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목숨을 잃었으니 국내 산과 비교하면 조난 시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

북알프스 야리가다케(3,180m)로 이어진 험준한 능선길.
북알프스 야리가다케(3,180m)로 이어진 험준한 능선길.
2012년 254건 조난사고,
42명 사망 8명 실종

사고 사례를 자세히 보면 6월부터 10월 사이가 대부분이며 사망자의 경우 모두 8월 한여름이었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이가 많은데, 그만큼 일본 고산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정보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지리산을 무박으로 빠르게 종주했다고 해서 일본 고산에서도 그게 통하리라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일본 고산은 우리나라처럼 등산로를 인위적으로 정비하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길이 많고 북알프스의 경우 세미클라이밍을 요하는 위험 구간도 수두룩하다. 사례에서 보듯 일본 고산이 그만큼 위험하며 조난자들의 준비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과 외국인을 통틀어 나가노현에서 일어난 산악조난사고 현황을 보면 2012년 한 해에 254건의 조난사고가 발생해 42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되었으며 159명이 부상했다. 일본 현지 등산인들의 사고도 끊이지 않는 곳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가노현은 사고사례와 일본 고산의 특수성을 감안해 ‘안전한 등산을 즐기기 위한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그래픽] 한일 등산 비교표(동계등산 제외)
‘안전한 등산을 즐기기 위한 주의사항’

1  체력이나 능력에 맞는 산의 선택과 여유 있는 일정

무리한 행동은 사고와 연결됩니다. 자신의 체력과 능력, 경험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낮은 산에서 경험을 쌓고, 오르고 싶은 산이 아닌 오를 수 있는 산을 고릅시다. 조난자 전체의 78.5%가 40세 이상 중년의 등산자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과신하지 말고 체력과 균형의 쇠퇴를 자각한 행동계획을 세웁시다. 또한 등산계획은 가족에게 알리고, 경찰서나 등산로 입구 상담소에 반드시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메일을 이용하실 경우에는 아래의 주소로 나가노현경찰본부로 부탁드립니다. (www.pref.nagano.lg.jp/police/index/sangaku.htm

2  현지 산악가이드와 동행

산에서는 리더의 역할과 책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판단력, 기술력, 통솔력 등의 안전확보능력을 갖고 있으며 지역 산악에 통달한 산악가이드의 동행을 추천합니다. 산악가이드는 안전 확보와 리스크 회피를 위해 코스의 변경이나 산행 중지 등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으니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3  필요한 장비의 준비

조난자 중에는 가벼운 장비만 갖춘 분이 계십니다. 경험자나 등산용품점의 조언을 얻고 등반하는 산에 맞는 장비를 갖춥시다. 특히 실족이나 넘어지면서 머리 부상을 당하는 조난자 비율은 4명 중 1명이므로 헬멧 착용을 권합니다.

4  입산 전 날씨 확인

날씨 판단이 틀려 철수가 늦어져 조난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산악지대의 기상은 급격히 변화합니다.

기상 체크와 빠른 판단이 생사를 가르기 때문에 날씨 변화에 주의하고 악천후에는 행동을 멈추어야 합니다.

5  산의 매너는 사고방지와 직결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 우선 통행’, ‘내려오는 사람 대기’, ‘아침 일찍 출발’, ‘이른 시각에 대피소 도착’ 등 등산 매너는 주위의 등산객이나 산장에의 배려이며, 사고 방지와도 연결됩니다. 해질 무렵이나 야간의 산장 도착은 피해야 합니다. 어두워지면 길을 잃는 등 조난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6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산악보험

구조ㆍ수색활동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경제적ㆍ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줍니다. 조난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산악보험에 가입합시다(조난수색보험은 올해 안에 한국인 등산객이 쉽게 가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

문의 나가노현 산악고원관광과
전화 026-235-7251 이메일 mt-tourism@pref.na

[그래픽] 나가노현 한국인 등산 조난 상황 (2008~2013년) / 나가노현 내의 산악조난사고 현황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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