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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화제 | 산악인들의 여름 보양식] “산악인들의 여름나기, 삼계탕 호로록~ 장어구이 호로록~”

월간산
  • 입력 2015.08.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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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산닭백숙, 박희용 옻닭… 김창호 대장은 채소와 과일이 보양식

무덥고 습한 여름은 체력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복날에 삼계탕 등을 챙겨먹고 각자의 ‘비법’으로 만든 보양식을 먹으며 기력을 보충한다. 예부터 선조들은 뜨거운 음식을 먹고 몸을 따뜻하게 데워, 몸의 온도와 바깥의 온도를 맞추고자 했다. 여기에 단백질과 수분이 많은 음식으로 땀으로 빠져나가는 영양분을 보충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평소 체력관리가 중요한 산악인들은 건강하게 여름을 나기 위해 어떤 보양식들을 먹을까? 

산닭과 유황오리, 보신탕 등 보양식

2015시즌 UIAA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에서 깜짝 준우승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여성산악인 이명희는 여름은 ‘이열치열’이라고 주장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 원기보충이 된다는 것이다. 이명희가 추천하는 보양식은 산닭백숙이다.

“어려서부터 닭요리를 좋아했어요. 산닭백숙을 먹은 지는 10년 정도 되었어요. 북한산에서 등반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꼭 산닭백숙으로 체력을 보충해요.”

이명희씨가 추천하는 산닭백숙 요리 식당은 북한산 숨은벽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미가정(02-388-3661)’이다. 주변 산에서 직접 기른 산닭에 인삼, 밤, 대추, 은행, 엄나무, 황기, 칡 등의 한약재를 넣고 가마솥에 푹 끓여 맛도 좋고 영양가도 만점이란다. 식탁에 나오는 채소며 밑반찬들은 직접 마당에서 길러 손수 만든 것만을 사용해 더욱 믿음이 간단다.

‘아이스클라이밍 여제’ 송한나래는 유황오리 달인 진액을 먹는다. 지난해 여름, 송 선수의 모교인 한국외대에서 산악회 창립50주년을 맞아 히말라야 루글라 원정을 다녀왔다. 그때 ‘인산가’라는 회사에서 원정대에 유황오리진액을 지원했다고 한다. 나중에 원정을 다녀온 선배들이 유황오리진액 덕을 봤다고 해서 그때부터 먹었다고 한다.

“제 몸에 오리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언젠가 유황오리진액을 만드는 과정을 들었는데 유황을 먹여 기른 오리를 생강, 토종마늘, 민들레 등의 생약과 함께 오랜 시간 달인다고 해요. 저는 클라이밍 대회가 있을 때면 도핑테스트를 받아야 해서 보양식 같은 것을 먹기가 조심스러운데 유황오리진액은 특별히 금지된 성분이 들어 있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훈련 때나 대회를 앞두고 꼭 챙겨먹어요.”

무산소로 8,000m급 14좌를 등정한 김창호 대장은 평소 ‘숟가락 빼고는 다 먹는다’는 주의라 여름이라고 특별한 보양식을 먹지는 않는다. 보양식이라 할 것은 없지만 그가 건강을 위해 즐겨먹는 것은 과일과 채소다.

“저 같은 고산등반가는 굶는 것에 먼저 익숙해져야 합니다. 식량이 많으면 배낭이 무거워지고 등반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등반장비는 필수고 식량은 선택인 셈이죠. 단독등반 할 때 홍차를 우려낸 뜨거운 물에 소금과 설탕을 섞은 1리터의 보온병 하나가 이틀간 섭취하는 음식물의 전부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8,000m급 정상에 오르고 하산하면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을 떠올려보니 신선한 과일과 채소였어요. 그래서 2년 전부터는 잎채소, 고추, 고구마, 토마토 등 30여 가지 농작물을 직접 재배해서 먹고 있어요.”

실제로 의사들은 여름 보양식으로 채소와 과일을 추천한다. 과일과 채소는 땀으로 배출된 수분은 물론 모자라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 준다. 대표적인 여름과일 수박에는 비타민A와 C가 풍부해 혈압을 낮춰주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 준다. 옥수수도 기력회복에 좋다. 옥수수에는 단백질, 지질, 섬유소, 당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다양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여름철 소실되기 쉬운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보충해 준다.

“자연 속에서 자란 먹거리가 육체적 보양식이라면, 죽음의 지대에서 살아 돌아와서 한 수저의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게 된 감사함이 정신적 보양식입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희, 송한나래, 김창호, 엄홍길, 김자인, 박희용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희, 송한나래, 김창호, 엄홍길, 김자인, 박희용

엄홍길 대장은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과 장어를 즐긴다. 엄 대장은 닭 요리를 즐겨먹어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히말라야 3,000m 베이스캠프에서 체력 보충을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는다”고 말한 바 있다.

삼계탕 한 그릇은 약 800kcal의 열량을 내는 고열량고단백 음식이다. 땀을 많이 흘리고 기력이 딸리는 여름철엔 간단하고 맛있게 에너지원을 공급하기에 더없이 좋다. 다만 닭 껍질은 포화지방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고지혈증 등에는 좋지 않으니 걷어내고 먹는 것이 좋다.

‘암벽 여제’ 김자인은 여름철 기력이 딸릴 때면 보신탕을 먹는다.

“여름부터 월드컵 시즌이 시작되는데, 그전부터 체중 조절에 굉장히 신경을 쓰거든요. 체중 조절을 하면서 훈련은 더욱 강도 높게 소화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죠. 그럴 때 보양식으로 보신탕을 먹으면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는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대회 나가기 전에는 가끔 먹어요.”

‘특별한’ 보양식 덕분인지 김자인 선수는 7월 19일 프랑스 뷔앙송(Briancon)에서 열린 IFSC(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리드 월드컵 2차전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은 김 선수인지라 더욱 기쁜 소식이다.

김 선수는 한성대 입구에 위치한 ‘정주집(02-764-6996)’이라는 식당을 자주 간다. 이곳은 40년의 전통을 이어온 곳인데, 이북 평북지방 전통방법으로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계탕과 닭볶음탕 등의 메뉴도 있어 여름철에 한번 가볼 만한 맛집이다.

추억이 깃든 박희용의 ‘아버지표 옻닭’

‘아이스클라이밍 월드 챔피언’ 박희용 선수의 보양식도 닭요리다. 박 선수는 닭 중에서도 옻닭을 즐기는데, 시골에서 자란 터라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직접 기른 닭과 앞산에서 나는 옻으로 옻닭을 만들어 먹으며 여름을 났다고 한다.

“옻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다행히 저는 그런 게 없고 몸에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고기보단 푹 우려낸 국물을 더 좋아해서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해서 후루룩 마셨어요. 그다음 고기와 찹쌀밥을 넣고 죽처럼 먹죠. 옻닭을 먹고 나면 몸이 따뜻해지고 혈액순환이 잘되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장어나 보신탕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박 선수는 대회나 해외원정이 있을 때면 항상 고향집에 내려가서 옻닭을 먹었다. 식당에서 만든 것이 아닌, 아버지가 직접 기른 닭과 채취한 옻나무로 만든 요리라 더욱 힘이 났다.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이제는 더 이상 아버지의 옻닭은 먹을 수 없게 되었지만 요즘도 여름이면 단골식당에 가서 옻닭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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